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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동산의 불황, 내 소포 배달을 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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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2건 조회 1,613회 작성일 12-01-14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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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우체부인 저는 요즘 들어 소포의 양이 무척 많아졌음을 실감합니다. 처음엔 학기초라 아마존 닷컴이나 혹은 이베이 등 경매 사이트라던지, 다른 교재 전문 사이트에서 발송된 책들이 많다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 했던 게, 딱 봐도 '아, 이건 개인적인 선물이네'라고 생각할 만한 소포들이 무척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소포가 많으면 일하기가 쉽진 않습니다. 물론 제가 전해준 소포를 받아들고 기뻐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우체부로서 일할 맛이 나지만, 아무래도 소포가 많은 날은 이것들을 직접 수취인에게 전해줘야 한다는 나름의 원칙 때문에 조금 더 힘들어집니다. 제 라우트엔 아파트가 많고, 때문에 이걸 메일박스 옆에 그냥 놔두고 가기가 뭐하기 때문에 도난을 방지한다는 이유 때문에도 꼭 수취인이 사는 아파트 문을 두드려 보곤 합니다.

이렇게 소포의 양이 크게 늘어난 것이 지난 겨울부터이긴 합니다. 그때는 당연히 크리스마스가 끼어 있으려니 해서 소포의 양이 갑작스레 늘어난 것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1월 중순이 다 되어가도록 크리스마스 무렵과 비슷한 양의 소포가 계속 나온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우체국의 주 수입원이라 할 수 있는 3종 우편물, 즉 기업들의 상품 카탈로그 등 홍보 광고물이 완전히 줄어들 정도로 미국 경제 자체가 축소된 지금 이렇게 소포가 늘어...? 하고 갸우뚱하던 저는, 모기지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는 뉴스를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습니다.

모기지 업체 프레디 맥이 13일자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모기지 이자율이 3.89%로 1971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이는 모기지 금리 하락세가 지난해에 이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미국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가 모기지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함으로서 주택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인데, 이를 통해 경기를 회복하겠다는 해법을 제시한거지만, 제가 보기엔 글쎄요...? 입니다.

지난해 11월 미국 신규 주택 판매는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기존 주택 판매도 전월 대비 4% 증가했다.... 뭐 이런 뉴스들이 들리긴 하지만, 이건 지금 집값이 대폭락 했을 때 집을 더 사두자는 돈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인거고 (실제로 제 주위의 몇몇 한인들도 요즘 열심히 시애틀과 주변도시인 타코마, 그리고 워싱턴주의 과천이라 할 수 있는 행정도시 올림피아 지역이 아닌 아예 개발의 여지가 분명한 시골 지역에 여유 자금 투자하시는 경우가 꽤 늘었습니다. 그만큼 여유자금이 없었던 분들은... 거의 쪽박 찼습니다. 특히 3-4년전 집값, 건물값이 최고점을 찍었을 때 구입했던 사람들은 완전히 망해나가다시피 했죠), 많은 서민들과는 상관없는 뉴스인거죠.

그런데 그게 제 우편물 배달과 어떤 상관이 있을까요?

그것은 다음과 같은 추론을 해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 이만큼 집값을 계속 일부러 떨어뜨리고 주택과 관련한 이자율을 낮춰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집이 안 팔리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죠.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주택 매물이 계속해서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매물의 대부분은 일반 개인보다는 은행이 내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인들이 은행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기 좋았던 3-4년전, 이른바 '막차 탔던' 구매자들이 모기지를 내지 못해 집을 차압당하거나, 혹은 높은 모기지 부담이 버거워 집을 이쪽 용어로 '던져'버립니다. 포기하고 나가는 거죠. 그러면 그 집들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은행들은 다시 울며 겨자먹기로 시장에 이 집들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계속되는 모기지 이자율의 하락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집들을 시장에 어떻게든 내 놓아야 하는 은행들의 징징거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도 있죠.

어쨌든, 집을 포기한 사람들, 이자율 높았을 때 집을 산 사람들이 만일 7-80만달러짜리 집을 샀을 경우, 만일 30년 고정 모기지로 5.5% 정도를 네고했고, 여기에 몇만달러를 다운했는가에 따라 틀리긴 하겠지만 대략 4만달러 정도를 다운페이먼트로 내고 나서 매달 부담해야 하는 모기지 페이먼트는 에스크로(중개료)와 주택 보험등 해서 5천 달러 이상이 될 겁니다. 문제는 그정도 집들은 이미 40만달러 선으로 반토막 났다는 것이고, 이런 경우에 그 이자를 다 무는 것이 오히려 손해죠. 이런 연유로 집을 내던져 버리고 임대아파트로 이사간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동안 그 고액의 모기지, 지금까지 낸 게 아깝긴 하겠지만 일단 큰 부담을 줄인 사람들은 지금껏 억눌려왔던 소비 본능을 잠시나마 발휘하는 거죠. 요즘 미국에서 소매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기사는 사실 부동산과 관련된 금융기관 쪽으로 가야 할 돈들이 소비경제 쪽에서 풀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사람들이 이런 저런 물건들을 구입하면서, 자잘한 것들은 인터넷 상거래를 통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고, 그런 것들을 제가 그들에게 배달해주고 있다는 거죠.

소포는 철저히 개인적인 우편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치 연애편지처럼, 받는 사람이 기뻐하고 그 사림이 원했던거죠. 하지만 우체국에 돈 되는 우편물은 기업들의 카탈로그라고 말씀드렸지만, 이건 그렇게 늘어나지 않은 상황입니다. 물론 인터넷 때문에도 그렇지만, 그 인터넷 덕에 소포의 배달량이 폭주했다고 말할 정도로 늘어난 것은 조금 아이러니컬하기도 하네요. 그러나 이것도 그 '반짝 경기'에 힘입은 바 크죠.

문제는 이것이 과연 안정적인 경제적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물론 아니죠. 이것도 잠깐일 겁니다. 실제로는 실업 수당을 받는 사람들이 계절노동 시즌이 끝나고 나서 다시 상승하고 있는 지금, 미국의 경제 해법으로 부동산을 다시 생각하고 있는 미국 경제 실무담당자들은 뭘 보고 저리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실제로 이 부동산과 반짝 경기가 끝나고 나면, 다시 긴 불황이 올 것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것을 극복하려면 루즈벨트-카터 시대 수준의 최고 소득 계층에 대한 고세율 증세를 통한 재원 마련으로 복지를 확대하고, 그것을 통해 소비를 늘리고, 그리고 그 소비가 다시 미국 국내에서의 생산을 자극하고 이를 통한 고용의 확대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정답으로 보이는데, 미국에서도 그렇게 도박장의 열기처럼 후끈하게 세간을 달궜던 '토건경제'가 지금 이 거대한 불황의 뇌관이 되었던 것을 되새겨보면서 그 욕망의 뒤끝이 이렇게 참 길고 오래 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문득 해 봅니다.


시애틀에서...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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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님의 댓글

모기지 작성일

요즘 모기지 이자가 많이 떨어졌는데
아예 1%로 떨어뜨린다면 아무도 집값 못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돈 있는 사람들이 이자로 먹고 사는 제도가 박살이 나야
없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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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율님의 댓글

과세율 작성일

소위 자산소득에 대하여는 이전처럼 일반 근로소득과 분리하여 그 과세율을
대폭 인상토록 해야한다. 그래야 조금은 사회가 더 공평에 가까와 진다.

이자소득, 임대소득,  투자소득 등의 과세율을 높여 그 세금으로 근로소득층을
지원하면 나라의 경제가 온전히 돌아가게 되는데 상당수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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