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라남의 열풍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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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26
방금 자강도당책임비서와 전화를 하고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밝은 기분으로 집무실을 거니시였다.
자강도에서 《고난의 행군》의 돌파구를 열어제끼기 위한 전투가 잘 진척되고있다는 통보를 받으신것이였다.
자강도당책임비서는 김정일동지의 의도대로 이제 반년안팎으로 자강도인민들의 생활과 도의 경제를 일신시킬 전망이 보인다고 하였다.
그이께서는 책임비서에게 자강도를 사회주의수호정신의 표본으로 되게 하자고 하시였다.
그이께서 창문가에서 물러나 집무탁앞으로 걸어오실 때 리명국이 책임서기와 함께 들어섰다.
《〈HM기〉료해소조에서 작성한 자료를 가지고왔습니다.》
리명국이 두툼한 자료철을 그이께 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선 자리에서 자료철을 몇장 번져보고 집무탁에 올려놓으시였다.
《라남에 료해소조를 파견했댔소?》
《예, 실패가 거듭되기때문에 기술방조를 하기 위해 부당위원회에 제기하고 서정후부부장이 책임지고 내려갔다왔습니다.》
《그래 실태가 어떻습니까?》
그이께서는 먼저 리명국의 의견을 듣고싶어 물으시였다.
《소조의 의견은 라남에서 개조한 도면을 무효화시키고 유럽의 설계도대로 기계를 다시 만들어야 되겠다고 합니다.》
리명국은 료해자료에 밝혀진 기술적근거들을 종합하여 그이께 말씀드리였다.
《라남동무들이 그에 대해 접수합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에 내려놓은 자료철을 다시 집어드시였다.
《라남동무들은 자기네가 개조한 도면대로 기어이 기한전에 완성하겠다는겁니다. 그런데 너무 실패회수가 많으니 모두 불안해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명국비서도 료해소조의 의견에 마음이 기울어지는것 같이 느껴지시였다.
《비서동무의 의견은 어떻소?》
그이께서는 자료철을 번지며 물으시였다.
《최첨단기계와 관련된 과학기술적인 론쟁이여서 함부로 의견을 내놓기가 힘듭니다.》
리명국은 죄스러운듯 두손을 비비며 고개를 수그리였다.
《아니요!》
그이께서는 머리를 힘껏 저으시였다.
《여기엔 과학기술적인 론쟁이 아니라 다른 문제가 있는것 같소. 서정후동무의 관점이 삐뚤어진것 같소. 그 동무의 머린 우리 기술로는 〈HM기〉유압설빌 못만든다는 생각으로 꽉 굳어졌는데 그것이 아주 나쁩니다. 자기 민족, 자기 인민을 깔보는 사람들의 머리에서 별의별 잡귀신이 다 나올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비서동무한테 참고가 될수 있는 이야기를 하나 하겠소.》
그이께서는 얼굴빛을 흐리신채 집무실을 천천히 거닐며 이야기를 하시였다. 그것은 소립자물리학분야에서 있은 일이였다.
《비서동무도 알고있는바와 같이 소립자물리학은 물리학의 가장 어려운 최첨단분야입니다. 세계적으로 웬간한 나라들에서는 이것을 연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있습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의 대부분이 소립자물리학을 연구한 사람들인데 그들은 거의다 미국, 로씨야, 도이췰란드와 같은 발전된 나라 사람들이였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도 소립자물리학분야에서 특출한 발견을 한 과학자가 있었다. 핵분렬과정에 중성자와 양성자가 분렬될 때 동시에 한개의 전자 즉 중성미자가 튀여나오는데 그는 이 중성미자의 수수께끼를 풀어냈다. 최근까지도 표준리론에서는 중성미자는 질량을 가지지 않는것으로 정의되여있었다. 허나 그 리론으로써는 태양의 질량이 약간씩 줄어드는 현상을 옳게 설명할수 없었다. 그리하여 세계적으로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지지 않겠는가 하는 가설이 제기되였고 이것을 해명하기 위하여 수많은 이름있는 과학자들이 달라붙었다. 바로 이러한 때 우리 나라의 물리학자가 종전의 표준리론을 수정하여 중성미자가 약 10전자볼트의 에네르기에 해당하는 질량을 가질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고 미완성론문을 제출하였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떠들만 한 대단히 가치있는 론문이였는데 어떤 과학부문의 간부가 그 론문을 빼람안에 깔아놓은채 토의에 붙이지조차 않았다.
《왜 토의에 붙이지 않았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 리명국을 지켜보며 물으시였다.
《그것은 우리 과학자에 대한 관점이 바로 서있지 못했기때문입니다. 그 사람이 바로 일부 사람들처럼 최첨단과학은 유럽사람들만 하고 우리 사람들은 못한다고 생각하는 간부였습니다. 비린내나는 조선의 과학자가 무슨 대단한 론문을 내놓았겠는가 하는 립장이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간부는 무엇에도 비길수없이 귀중한 그 론문을 빼람에 넣은채 감감 잊어버리고있었습니다. 그 론문이 한 일군의 빼람안에 묻혀있는 사이에 다른 나라의 과학자가 우리 과학자의 론문과 꼭같은 중성미자질량에 대한 론문을 내놓아 세계물리학계가 떠들썩하게 되였습니다. 한 일군의 잘못으로 하여 우리 과학자가 제출한 그 론문은 뒤늦어 과학집단의 도움을 받아 완성시키게 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른 실례를 하나 더 드시였다.
《그전에 과학원을 내올 때 어느 박사라는 사람이 우리 나라에서 타래자만은 만들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1년후에 묘향산 의학기구공장에서 수령님의 교시를 받고 타래자를 만들었습니다. 털어놓고 말해서 과학기술적문제이기때문에 내가 일부러 기술적의견을 내놓지 않았는데 라남의 〈HM기〉가 다른 공장의것보다 더 희망이 있습니다. 라남동무들의 뒤다리를 잡아당기지 말라고 했는데 왜 또 이런짓을 합니까. 라남의 책임비서, 지배인, 기사장들은 30, 40년씩 기계를 다룬 기계박사들입니다. 나는 〈HM기〉개발과정을 통해 그들의 충실성과 실력을 더 믿게 됐습니다.》
그이께서는 60여번이나 《HM기》를 분해조립하면서 수천여개의 부속을 쉴새없이 주물러온 그들보다 《HM기》에 대해 더 잘 알고있을 사람이 어디 있을가싶으시였다.
《라남동무들이 개조한 기계를 무효화시키고 유럽의 설계도에 맞추어 기계를 새로 만들라고 기술법문서까지 만들어놓은 료해소조의 사업에서 우리 당이 제일 경계하고있는 사대주의와 관료주의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비서동무가 이걸 왜 보지 못합니까. 이것을 왜 과학기술적인 론쟁으로만 봅니까. 당일군이 실무에 빠지면 안됩니다. 료해소조의 글에는 인간미도 동지애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이 또한 섭섭합니다. 비서동무, 좀 더 깊이 연구해보시오.》
그이께서는 리명국을 돌려보내신 다음 오래도록 생각에 잠겨 집무실을 거니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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