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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는 영화 '부러진 화살' 탓하지 말고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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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591회 작성일 12-01-2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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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의 흥행가도 호조가 대법원의 이례적 성명을 이끌어냈군요. '부러진 화살'이라는 영화, 아직 보진 못했지만 이곳에서 상영하거나 혹은 비디오나 화일의 형태로 구할 수 있으면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듭니다. 때로 극영화가 뜻밖의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들이 있긴 했습니다. 과거 SBS의 '모래시계'로 인해 5공 비리가 다시 조명됐던 일을 기억나게 합니다.


대법원이 차한성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명의로 낸 성명을 보면, 대법원이 이 사건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가 드러납니다. 특히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말하며 전날 보수단체 회원들이 곽노현 교육감 사건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김형두 부장판사 집에 달걀을 던지며 벌인 사퇴 촉구시위에 대해 언급한 것, 그리고 영화 '부러진 화살'에 대해서도 "흥행을 염두에 둔 예술적 허구"라며 "1심에서 이뤄진 각종 증거조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외면한 채 항소심의 일부 국면만 부각시켜 전체적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 그리고 나아가 이 영화가 "사법 테러를 미화하고 근거없는 사법 불신을 조장해 유감스럽다"고까지 말한 것이 이런 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언론들은 이같은 일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대법원 측은 '오해'를 풀기 위해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이 성명서를 대독한 홍동기 대법원 공보관은 "사법부는 어떤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에도 흔들림 없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사명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 목소리를 겸허히 듣고,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유사한 일들이 있어도 그저 짤막한 입장 정도만 발표했던 전례들을 볼 때, 이런 성명서 발표는 더욱 이례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의 정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측은 진실을 간과하고 있던지, 아니면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인상만 받고 있는 것은 저만의 느낌일까요? 그들은 마치 최근의 곽노현 교육감 재판이나, 혹은 '부러진 화살'의 흥행으로 인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것으로 말하는데, 대법원의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1년 유죄 확정판결처럼 정치적 사안, 그것도 대통령과 권력이 관심갖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사법권의 독립성을 잃어버린듯한 판결들을 내 놓았기 때문에 국민들의 신임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걸까요?


물론 대다수 법관들은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소신껏 판결을 내릴 거라고 믿고, 또 실제로 그럴겁니다. 마치 우리가 검찰을 '떡검' 섹검'이라고 불러도, 실제로 그렇게 부패해서 조직 전체를 욕먹이는 검사는 다수가 아닌 소수이듯이. 그러나 그 소수가 조직 전체를 욕먹이고 있다는 사실도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번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이를 발급해 준 판사라던지, 정봉주 전 의원에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1년형을 확정한 대법관들이라던지, 이런 몇몇 판사들이 사법부 전체를 물 먹이고,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만든 겁니다.


특히, 권력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나뉘어 서로를 견제하고 권력의 독주를 막는 것을 기본 철학으로 하는 이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법부는 분명히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즉, 행정부는 사법부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스스로를 권력, 즉 행정부의 '시녀'의 자리로 전락시킨 사법부는 결코 국민의 믿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행정부의 독선과 권력남용에 대해 견제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줘야 했을 사법부가 지금까지 어떻게 처신해 왔는지, 이들에게 보내는 국민의 분노는 결국 사법부 스스로가 지금까지 쌓아 온 업보의 표출일 뿐입니다.


사법부가 신뢰를 받으려면, 그들이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대다수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헌법기관임을 그들 스스로가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 노력 없이 국민들에게 마치 영화 하나가 이런 사태들을 촉발시키는 원인이 됐다고 단정하듯 내뱉는 것은 직무유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물론 그 영화는 이런 사태들을 촉발시키는 촉매가 됐을 수는 있지만, 이런 사회적 저항들이 폭발하듯 일어나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사법부가 지금까지 보여왔던 직무유기적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사실을 사법부 스스로가 직시하길 바랍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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