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영문표기, 어떻게 할거니?
페이지 정보
본문
(서프라이즈 / 아이엠피터 / 2012-02-03)
한나라당의 당명이 15년 만에 ‘새누리당’으로 바뀌었습니다. 한나라당은 ‘새누리’라는 명칭이 새로운 대한민국,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 갈등을 넘어 국민이 화합되고 하나 되는 새로운 세상, 국민의 염원을 대신하겠다는 당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새로움의 ‘새’와 나라의 또 다른 순우리말, 나라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 ‘누리’가 합쳐진 새로운 나라, 새로운 세상을 뜻하는 ‘새누리당’이라는 한나라당의 포부와 생각과 다르게 온라인에서는 ‘새누리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습니다.
○ 새= New가 아닌 Bird?
저를 비롯한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누리의 새가 마치 새로움이 아닌 Bird를 뜻하는 새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트위터리안들은 새누리당에서 새를 강조한 이미지로 바꾸어 풍자하기도 했습니다.
새누리의 새를 Bird로 풍자하는 이유는 ‘새대가리’처럼 지능이 낮은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한나라당이 쇄신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새대가리처럼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우회적인 풍자라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 기독교? 유치원? 곤충?
일부 네티즌들은 누리라는 표현이 대부분 교회에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종교적인 색채를 띤 당명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누리라는 단어는 교회명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현재 ‘온누리 교회’,’행복누리 교회’,’기쁨누리 교회’ 등 누리라는 교회명은 5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씨조차 유치원 이름 같다며 한나라당의 당명을 비하했으며, 일부 네티즌들은 누리라는 사전의미가 곤충이라며 네이버에서 빠진 누리=곤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포털 사이트 다음 검색에 나오는 누리의 곤충 설명과 이 부분이 누락된 네이버 |
○ 내 이름을 돌려줘: 유사 이름들은 어떡해?
사실 누리라는 이름은 참으로 좋은 한글이름입니다. 그래서 누리라는 한글이름으로 주목받았는데, 앞으로 아이들에게 ‘누리’라는 이름을 지어줄 수 없을 것 같다는 네티즌들의 불평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O누리라는 네티즌은 제발 자신의 이름을 돌려달라며 한나라당의 ‘새누리당’ 재변경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백세누리’라는 고령화 인구용 사이트와 국세청의 ‘세누리’ 캐릭터는 ‘새누리당’이라는 이름 때문에 헷갈린다는 지적과 함께 앞으로 ‘새누리당’에 밀린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온라인의 논란을 ‘새누리당’은 그저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말장난이나 악플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정당으로서의 기본적인 개념을 정리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바로 ‘새누리당’의 영문 표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입니다.
어떤 이는 영문 표기가 왜 중요하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대한민국 정치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다뤄질 수 있기 때문에 영문표기는 아주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입니다.
워싱턴 타임스의 뉴스입니다. 여기에 보면 한미 FTA 관련 기사를 내보내면서 정당 이름이 나옵니다. 한나라당은 Grand National Party, 민주당은 Democratic Party, 민주노동당은 Democratic Labor Party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이상한 명칭만 빼고 외국인들에게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구분이 확연히 나오며, 어떤 정당인지 그 색깔조차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한나라당도 정당이라는 Parrty 단어가 있기에 어떤 정당인지는 모르지만, 정당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바뀐 ‘새누리당’의 영어 공식 명칭은 ‘Saenuri-Dang’이라는 관측이 있는데, 이렇다면 도대체 외국에서 ‘새누리당’이 한국 보수 여당이라는 사실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요?
어떤 트위터리안은 새누리=신세계를 뜻하므로 New world party로 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외국에서는 뉴에이지 정당으로 인식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내놓았습니다.
호주극우당의 영문 표기가 one nation party라 한나라당은 영문표기를 Grand national party로 바뀌었다 |
영문표기를 보면 열린우리당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Uri Party라는 영문 표기 때문에 OOP's Party, Our Open Party라는 조롱도 받았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도 정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Saenuri Party가 될 텐데, 새누리라는 사람이 개최하는 파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 고유의 한글을 가지고 정당 표기를 하는 것이지, 외국에서 정당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정당 이름의 영문표기를 갖고 난리를 치냐고 저에게 반문하시는 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당 이름이 중요할까요? 아니면 그 정당이 보여준 정책과 활동이 중요할까요?
한나라당의 주요 변천사 출처: 연합뉴스 |
한나라당의 전신을 거슬러 올라가면 ‘민주정의당’이었습니다. 정당이름으로 보면 아주 멋집니다. 민주와 정의라는 이름이 함께 들어가 있으니, 그렇다면 과연 민주정의당이 민주와 정의를 실천했던 당이었습니까?
‘민주정의당’은 12.12 군사 반란을 통해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이 국회를 장악하기 위해 만든 정당이었습니다. 군사정권의 힘으로 창당한 민정당은 전두환의 수족이 되어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짓밟은 정당이었습니다.
‘민주자유당’은 어떠했습니까? 자유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정치꾼과 군사반란 주동자들이 야합하여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당 정치를 후퇴시킨 장본인들이었습니다.
이처럼 정당 이름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닙니다. 공화당이 되었든 민주당이 되었든, 정당의 정책 이념을 강조하는 기본적인 당명으로 선정하면 됩니다. 정당명보다 국민을 위해 일하고, 국민의 정당으로 활동하면 그 이름이 드높아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름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들리고, 바라보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대방의 이름이 아무리 촌스러워도 그 이름은 귀여운 이름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김삼순처럼….
지금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바뀌었다고 그들이 쇄신하고 바뀌었다고 믿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름이 바뀌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질과 사람이 바뀌어야 합니다. 괜히 ‘누리’라는 아름다운 한글이름을 더는 망치지 않고, 4·11총선과 대선에서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길 바랄 뿐입니다.
아이엠피터
- 이전글미국안방까지 파고든 소녀시대 12.02.02
- 다음글‘이상득 공천장사’ 진술에 트위플 “징그럽게도 해먹었네” 12.02.0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