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밥 반대하던 한나라당, 공짜 고등학교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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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재창당 수준을 쇄신하겠다’고 밝힌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새로운 정강·정책을 전격 공개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이 청와대 정무수석에까지 번지는 등 연이어 터지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로 위기에 휩싸인 당의 상황을 인식한 듯, 이번 개정안을 발표하는 한나라당의 풍경은 사뭇 비장했다. 이번 개정안 그 자체만 보면 내용은 그리 나쁘지 않다. 이후 말과 행동이 같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 국민들이 별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차지한다면 그렇다.
정강·정책이란 말이 국민에게 생소하다고 해서 이름도 ‘국민과의 약속’으로 새롭게 바꿨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미 많은 언론들이 보도했듯이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전면 내세웠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개정안에서 ‘모든 국민이 더불어 행복한 복지국가’와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확립을 통한 경제민주화 구현’을 약속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고등학교 교육의 의무화’다. 한나라당은 이를 통해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게 부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점은 분명 환영할만하다. 여야가 교육 복지에 관한 공약 경쟁을 벌이는 행복한 상상은 오는 총선과 대선에서 현실이 될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 공교육비 민간부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1년째 가장 높다. 이는 학교 교육에서 정부 지원이 부족해 수업료와 수익자부담경비 등 학생과 학부모의 지출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1년 OECD 교육지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공교육비 비율은 7.6%로 아이슬란드(7.9%)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이 중 정부 부담 비율은 4.7%로 OECD 평균(5%)보다 낮았다. 반면 2.8%인 민간부담률은 OECD 평균(0.9%)의 3대를 웃돌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물론 이와 같은 결과는 비상식적으로 높은 대학등록금을 학생과 학부모가 거의 대부분 부담하는 한국 교육의 현실에서 비롯됐다. 대학 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확대되지 않은 한 이런 통계가 획기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고등학교 교육 의무화는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적어도 중등교육에 대한 가정경제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무엇보다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명제가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닌 상식의 문제라는 의식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 서울 무상급식 주민투표 반대 기자회견
©CBS노컷뉴스 | ||
흔히 초등학생을 어린아이 취급하지만 이들이 겪는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이미 소득으로 인해 계층․계급화된 한국사회의 현실을 아이들도 똑똑히 체험하고 있다. 부모의 직업과 연봉에 의해 그들의 등수가 정해진다는 것을 어리다고 해서 모를 리가 없다. 20만원 하는 초등학생 가방이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라지만 어느 아이는 학교에서 주는 급식 말고는 아침과 저녁을 거르고 있다
무상급식은 모든 것이 돈에 의해 계급서열화되는 삭막한 학교 현장에 작게나마 숨통을 틔워주 수 있는 정책이었다. 부모의 소득 정도에 상관없이 국가가 모든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하자는 것 아닌가. 밥만큼은 누구나 동등하게, 아니 맘 놓고 편하게 먹자는 거다.
무상급식은 교육의 문제기도 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헌법 31조2항)고 규정하고 있다. 또 헌법 31조 3항에서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이런 무상급식은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규정지었다. 당시 한나라당 당대표였던 홍준표 의원은 “얼치기 좌파들이 내세우는 국민 현혹 공약(무상급식)에 대해 당 정책위원회에서 단호하게 대처해줬으면 한다”고 비난팼다. “한나라당 내에서 쇄신파임을 자처하는 정두언 의원마저도 “무상급식은 전형적인 남미식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벌인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중앙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이랬던 한나라당이 이제는 고등학교 교육을 의무화하자고 한다. 모든 초등학생의 급식을 국가에서 지원하자는 것과 모든 고등학생의 교육의 국가에서 지원하자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 아무리 뜯어봐도 모두 국가가 교육을 책임진다는 동일 철학에서 나온 동일 발상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몰고 갔던 과거의 말과 행적에 대해 ‘노코멘트’ 하고 있다. 반성하지 않고 있다. 대신 기존 정강정책에 있었던 포퓰리즘 용어를 이번 개정안에서 삭제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포퓰리즘, 분배지상주의 등 구호적, 갈등적 표현은 삭제했다”고 밝혔다. 과거 한나라당의 무차별적인 포퓰리즘 공격이 국민을 갈등 양상으로 몰고 갔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한나라당이 지난 무상급식 논란이 스스로 생각해도 낯 뜨거워 애써 모른 체 지나가는 것이라면 이해할 만 하다. 하지만 여전히 고등학교 의무교육과 무상급식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곤란하다. 그 속내가 무엇인지는 길지 않은 시일 내에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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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나라님의 댓글
딴나라 작성일
선거가 다가오니 거짓공약으로 국민들을 속이려는 짓거리.
그게 아니라면 철학이 없는 정당............그냥 사라져야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