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 발파와 다시 생각해보는 천안함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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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럼비 바위 폭파 작업이 있던 시간, 저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해서 씻고 저녁을 먹을 즈음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강정마을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계속 지켜보면서, 아내와 저는 이 몰상식에 화가 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미주에서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이 함께 다자 통화로 전화 회의를 갖는데, 회의가 거의 끝날 무렵 구럼비 바위 발파 제 1보가 인터넷에 떴고, 그 때문에 회의는 더욱 서둘러 끝이 났습니다.
구럼비 바위 발파 작업의 속보가 뜨자, 우리들은 어떤 식으로든 구럼비 바위 폭파를 막아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당장 외신들이나 혹은 외국인 운동가들에게 연락을 해서 이 상황에 대해 알려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당장 워싱턴 DC의 친구들은 이 사태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고, 행동에 들어갔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걸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언젠가 읽었던 경향신문 구정은 기자의 블로그, '딸기의 오들오들 매거진' 에서 읽었던 기사 하나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http://ttalgi21.khan.kr/2968) 그 내용은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후텐마 기지에서 문제가 있을 경우, 한국에 미국 기지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는 일본 보수잡지 '문예춘추' 의 보도를 인용한 것이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2010년 6월 캐나다 토론토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하면서 미국에 먼저 후텐마 기지로 인해 미일동맹이 파국에 이를 경우 우리나라의 군사 시설을 미군 기지로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청와대에서는 이를 '당연히' 부인했지만. 정작 문제는, 같은 해 3월 천안함 침몰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이때 미국의 행보는 말 그대로 갈짓자였죠. 처음엔 북한의 개입설을 스스로 부인하던 미국이 갑자기 말을 바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나서 FTA 와 관련한 대화들도 함께 급물살을 탑니다. 미국이 왜 갑자기 말을 바꿨는지, 그리고 당시 주한 미국대사와 장성들이 한주호 준위의 장례식에 나타났는지, 의문이 드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한겨레 신문 곽병찬 논설위원은 지난 2월 23일자 칼럼에서 '우주 무기 및 원자력 반대 세계 네트워크'의 브루스 가뇽 사무총장이 워싱턴 한국 공관에 전화를 걸어 강정마을 주민의 투쟁에 지지를 전하려 하자 "우리에게 전화하지 말고 미국 정부에 전화하라. 해군기지를 요구하는 건 그들이니까"라는 대꾸가 돌아왔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전쟁의 기원'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석학 브루스 커밍스 교수 역시 강정에 지어질 해군기지가 결국 한국이 아닌 미국의 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강정 해군기지를 관광도 겸하는 항구 조성 사업의 일환이란 이야기는 모두 허위인 것이고, 미국의 대중국 견제용 기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천안함 사건을 둘러싸고 이해할 수 없는 일련의 사태, 그리고 미국의 이해상의 필요가 모두 맞물린 상황입니다.
굳이 억측을 하나 하자면, 결국 천안함 사태에서 뭔가 물린 것이 있는 한국정부가 미국에 뭔가 내주기로 작정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강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만들어질 접안시설은 국내에서 건조되는 초계함이나 구축함보다는 항모를 위한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스스로 안보를 위해 짓는 기지가 아니라 '미국의 필요'에 의해서 건설되는 기지라면 즉각 중단해야 마땅합니다. 또, 만에 하나라도 이것이 '천안함'과 관련된 사안이 있어서 이것이 추진된다면, 그것은 언젠가는 진실의 이름으로 단죄받게 될 겁니다.
'뼛속까지 친미 친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위키리크스를 통해 알려진 이명박 대통령과 정권이 유네스코 세계 비경으로까지 지정된 구럼비에 폭탄을 심어 부숴가면서까지 억지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의 해군 기지입니까? 정부가 자국민이 아니라 미국 정부를 위해 일한다는 의심, 뭔가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진실을 감춘다는 의심을 사는 자체가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겐 정말 큰 비극일 것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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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발파님의 댓글
발파 작성일
참으로 안타깝고도 슬픈 이야기 입니다.
발파작업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한국 국민들은
언젠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 또한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