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오늘, 역사의 수레바퀴를 똑바로 돌려세우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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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미국의 백인 중산층은 자기들이 내는 세금이 과하다며 세금을 줄여야만 일자리도 늘어나고 일의 효율도 늘어날 거란 대자본의 선전에 귀가 솔깃했습니다. 또 이민자들이 미국에 들어와 사회에 아무런 기여 없이 복지혜택만 받기 때문에 그들이 낸 세금이 낭비된다는 주장은 솔깃하게 들리기까지 했습니다. 중동의 기름값이 정치적 이유로 인해 뛸 때마다 여기에 버거워져야 하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고, 이 유가 상승으로 인해 야기된 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그들은 그 해 선거에서 보수주의 진영이 적극 밀고 있었던 로널드 레이건을 당선시킵니다.
레이건은 취임하자마자 곧 적극적인 반 노동조합 활동을 펼칩니다. 그리고 그를 당선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대자본에게 큰 선물을 안겨줍니다. 대기업의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외로 생산 시설을 옮기는 것을 허용하는데, 이는 노조 약화책의 일종이기도 했습니다. 당장 일자리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노조는 생존을 위해 비굴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노조활동은 약해져갔고, 부수적으로 노조활동이 왕성할 당시에 보장됐던 많은 복지 정책들도 함께 사라져갔습니다.
레이건은 또 기업들에게 자본 확충의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해고가 쉬워지도록 했습니다. 당연히 노조활동은 계속해 위축 일로를 걸었습니다. 게다가 대기업들이 직접 신용카드를 발행하는 것을 자본 모집을 쉽게 해 준다는 명목으로 규제를 풀었습니다. 가장 먼저 GM과 같은 대기업들이 신용카드를 발행하며 '이자놀이'를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기업들은 생산활동을 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더 쉽게 벌어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기업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신기술에 대한 투자, 더 나은 생산 장비의 개발 및 도입 등은 지체되고, 일단 이윤을 남겨 그것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가 됐습니다.
기술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미국 내의 생산 시설들이 외국으로 옮겨 가자 그 다음엔 뻔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미국 물건들에 대한 신뢰도가 줄어들고, 특히 자동차의 경우 '미제는 고장이 잦으니 사지 말자' 는 식의 불신까지도 고착됐습니다. 그럴수록 기업들은 생산과정에서의 혁신보다는 돈놀이에 매달리는 것으로서 활로를 찾았습니다. 그 기업 자체가 방대한데다 이런 식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기 시작한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한 세대 후 거의 퇴출되다시피 했습니다. 아마 오바마의 자동차 업계에 대한 지원 결정이 없었더라면, 이들은 냉혹한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됐을지도 모릅니다. 미국 자동차업계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크라이슬러의 경우, 독일 다임러 사의 지배하에 있기도 했습니다. 한때 미국의 자존심이었던 자동차 산업도 외국 자본에 매각됐었던 것입니다.
미국 내에서 공장들이 하나둘씩 사라진다는 것은, 그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라져간 일자리는 곧 구매력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소비에 의존하던 미국의 경제 패턴의 근간이 흔들려 버린 것입니다. 여기에 복지혜택들이 크게 축소되어 버림으로서 여기에 의존하던 저소득층의 구매력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전에 인심 좋게 지급되었던 넉넉한 SSI(사회보장지원금) 등이 사라지자, 한때 노인의 천국이라고까지 불리웠던 미국은 노년층의 지옥으로 급전직하해 버렸습니다. 보편적인 복지 혜택들이 크게 사라지고 나서 남은 메디케어 등 공적 보험제도는 그 혜택이 대폭 줄어들어 수혜대상이 되어야 할 노인들에겐 오히려 애물단지에 불과하게 됐습니다. 저소득층에게 지원된 복지헤택들이 사라지자, 그들의 주거지역은 금방 슬럼이 됐고 범죄율은 급증했습니다. 이들의 쌓이고 쌓인 사회적 불만이 인종적인 요소와 맞물려 극적으로 폭발한 것이 LA에서 1992년 발생한 4.29 폭동입니다.
미국의 선거는 주요 선거들을 보통 하루에 모두 치릅니다. 특별히 공휴일도 아니고, 투표 과정도 복잡하게 해 놓았습니다. 사실 이것은 참정권은 주었으되 주민의 뜻을 모으는 투표에 참여하는 법을 일부러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 놓음으로서 일정한 지적 기반이 있는 주민들만 참정권을 행사하게 만들었던 과거 그들의 역사에 기인합니다. 저도 이곳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일단 시민권자가 되기 위한 시험을 쳐야 했고(영주권자는 미국 거주 5년이 되면 미국의 시민이 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무료도 아니고, 시험도 쳐야 합니다) 투표권자 등록을 해야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국민들 중에서는 이 '보터스 레지스트레이션' 때문에 귀찮아서 투표 안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는 미국도 사실 이런 식으로 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꼼수를 써 왔습니다. 그것은 특정 세력, 특히 돈 없고 힘 없는, 그리고 학력도 별로 안 되는 계층들이 투표를 통해 정치세력이 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보편적으로 참정권을 누릴 수 있는 국가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예 투표일을 공휴일로 만들어 버림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투표날을 '노는 날' 정도로 생각할 수 있도록 안배해 놓기는 했습니다. 이것 역시, 사람들의 투표 의지를 꺾기 위한 것입니다. 사회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세력은 세계 어디에서든 마찬가지입니다. 사회 피라미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서민층, 그리고 변화에 대한 갈망이 가장 강한 젊은 층입니다. 미국 같은 경우엔 인종적인 요인이 하나 더해지긴 하지만, 그 기본은 어디나 비슷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배층은 압니다. 이들 저소득층과 젊은 세력들이 더해져 투표를 적극적으로 한다고 하면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그것은 역으로 말하면 그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투표해야만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민주주의, 얼마나 좋아졌습니까? 옛날엔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야만 했습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도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습니다. 박종철이, 이한열이 그들의 젊은 피를 민주화의 제단에 뿌리고서야 이뤄진 일입니다. 지금은 세상을 바꾸려면 굳이 피를 뿌려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물론 예전에 우리가 민주주의를 갈망했을 때 우리의 피를 원했던 세력이 재집권함으로서 다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심지어는 목숨도 잃는 세상이 됐습니다. 이걸 바꾸려면, 그리고 전에 우리가 했던 선택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면, 이젠 투표해야 합니다. 그것도 '제대로 된 투표'를.
비번 날, 오늘 생신을 맞으신 어머니 집에 와서 위성방송을 통해 보는 한국 뉴스를 통해 투표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마음이 졸여집니다. 주먹이 쥐어집니다. 꼭 올바른 선택들을 해야 할 텐데. 그래서 세상을 제대로 바꿔야 할 텐데... 문득 기도하게 됩니다. 미국은 잘못된 한 번의 선택 때문에 바뀐 세상을 아직까지도 완전히 제대로 못 돌려 놓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한반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고 생각해보면 가슴이 떨립니다. 역방향으로 돌아버린 역사의 수레바퀴, 이제 여러분의 힘으로 순방향으로 돌릴 차례입니다. 멀리서 손뼉치며 응원하며, 기도하며 희망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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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lady님의 댓글
lady 작성일
오늘날의 미국의 경제 위기의 흐름을 잘 알수 있었습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내일님의 댓글
내일 작성일
내일이면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되겠습니다.
오늘 밤 깊이 잠들긴 틀렸군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