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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인 방사능의 공포와 대체에너지 개발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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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642회 작성일 12-05-0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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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차고에 가서 미역좀 가져다 주세요."

아내가 제게 이렇게 말했을 때 저는 핀잔을 던졌습니다. "아무데나 굴러다닐텐데, 뭘."


아내는 미역 광입니다. 미역국은 물론 무침, 미역이 들어간 된장국, 미역 튀각... 미역으로 만든 해초 샐러드... 이렇다 보니 아내는 한국 마켓에서 미역을 세일할 때마다 집에다 사다가 쟁여 놓다시피 했습니다. 문제는 이게 아내의 버릇처럼 되다시피 해서, 집안 구석구석에서 미역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만 있으면 문제가 아닌데, 퓨젯사운드 지역은 미역으로 유명합니다. 이 지역에서는 아예 생미역을 따와서는 집에서 무쳐먹을수도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왜냐 하면, 1년에 한번 정도 미역을 따러 가면 차고에 있는 냉동고는 미역이 들어가 앉아서 다른것을 넣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미역으로 미역국을 끓이면 가끔 불쌍한 조그만 게들이 미역 사이에 숨어있다가 우리가 미역국을 만들고 나서야 (국 안에서)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졸지에 게 삶아 먹은 셈이 된 거죠. 그러나 대부분 미역은 마트에서 사 오는 게 보통입니다. 미역을 딸 수 있는 바닷가까지 차 몰고 가느니 집앞 마트에서 사다 먹게 되지요.


아내가 가끔 마트 앞에서 집어오는 한인 정보지들에 마트에서 세일하는 미역 정보가 나왔을 때, 아내에게 "어? 미역 반값 세일하는데?"라고 말하는 저는 그런 아내에게 순치가 될 대로 됐다고나 할까요. 제가 술을 너무 마신다고 투덜거리는 아내가 미국 신문의 와인 광고에서 저렴하고 괜찮은 와인이 나오면 이제 저에게 사라고 권하는 것과 비슷한 길들여짐이 이뤄졌다고 봐야겠지요.


그런데 아내의 대답이 뜻밖입니다.

"안 사."

"아, 이젠 미역 많이 사 놓았다고 스스로 인정하는건가?"

"아니야."

"근데, 왜?"

"지금 미역사는 게 찜찜해. 왜 갑자기 반값 세일을 하겠어. 안 팔리니까 그런 거 아냐."

"근데?"

"후쿠시마 원전사고 나고 나서 말린 미역 같아서."

아, 그렇지. 후쿠시마. 그래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후쿠시마 원전. 지금도 시간당 수백만 베크렐의 방사성 물질을 뿜어내고 있고, 여기에 퍼붓는 물은 모두 방사성 물질이 되어 그 바다로 흘러들어갔습니다. 이미 이곳에서는 일본산 다랑어를 찾을 수 없습니다. 모두가 먹기를 꺼리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다랑어, 그러니까 참치는 활동성이 좋은 어종이어서 하와이 앞바다에서 잡는다고 해도 일본 후쿠시마 앞에서 놀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고... 그러니 참치 값은 떨어지고 다른 생선 값들이 폭등합니다. 특히 장어(우나기) 가격은 사고 당시보다 두 배가 넘게 폭등했습니다. 참치를 먹었던 사람들이 장어를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하긴 일식집을 하고 있는 동서도 참치보다는 연어가 더 잘 나간다고 말합니다.


미역은 요오드의 함유량이 많아 좋은 음식이라고 하지만, 그 때문에 방사성 물질의 흡수도 가장 빠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리 일본의 동쪽 바다에서 일어난 사건이라지만, 해류는 끊임없이 이동하고, 우리나라 역시 그 방사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아내는 그런 것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하긴, 저도 봄이면 비가 참 흔한 이곳에서, 평소같으면 모자나 우산을 쓰지 않을 테지만 요즘은 비가 올 성 싶으면 바로 모자를 쓰고 일을 합니다. 늘 비가 내려도 방수 장비를 걸치지 않는 편이었는데, 지난 2월 전 후쿠시마 원전 4호기인가가 다시 온도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모자와 판초 우의를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가벼울 때도 방수 재킷을 꺼내 입는데, 평소같으면 어느정도 비엔 그냥 가볍게 입고 일했을텐데... 영 불편하기조차 합니다.


그리고 보니 시애틀 사람들도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우산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시애틀거리에서 우산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하다못해 레인 후드를 뒤집어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생활 전반이 뭔가 괜히 '불편해진' 것들이 늘어난 것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그냥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인지, 혹은 비를 맞고 돌아다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제 머리도 많이 빠졌음을 느낍니다. 이래저래 생각들만 늘어갑니다.


물론 전기 없는 삶이란 생각할 수 없을 정도가 된 것은 분명합니다. 전기가 없다면 우리 생활은 상상도 없이 불편할 것입니다. 생활 자체가 영위되지 못합니다. 그저 편리함 정도가 아니라 이젠 생존을 위한 필수 도구가 된 것이 전기입니다. 그러나 그 전기를 얻기 위해, 우리가 완전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힘을 꺼내어 쓰고, 통제불능의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 인간의 어리석음인 듯 합니다. 알라딘의 요술램프에서 나온 거인이 사실은 순치되지 않은 야성의 지니임을 알았을 때, 그리고 그 지니를 다시 램프 속으로 돌려놓지 못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우리는 지금 괴물이 되어 버린 지니의 흑마술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꼴입니다.


지금이라도 보다 친환경적이고 재활용가능한 에너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기름이나 석탄은 분명히 언젠가 고갈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면서도 이렇게 화석에너지에 아직도 매여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현명하게 타개하는 것. 어쩌면 지금 인류에게 주어진 과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이 인류라는 동물들이 얼마 남지 않은 자원도 누가 독점하느냐를 가지고 싸우는 멍청한 동물이라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이런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지혜 역시 인류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래 전, 저 어렸을 때 방송에서 활약했던 한 개그맨이 그런 소리를 했었습니다. "먼저 인간이 되어라." 아마 지금 상황에서 우리 모두가 귀기울여 들어야 할 이야기겠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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