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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바라보는 희망 없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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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2건 조회 1,904회 작성일 12-06-0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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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시애틀에서는 큰일이 일어났었습니다. 경찰에 의해 이안 리 스태위키라고 신원이 밝혀진 한 남성이 이곳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곳인 워싱턴 대학교 (UW) 부근의 한 카페에서 권총으로 4명을 사살하고 인근지역 주차장에서 다시 한 여성을 총격 사살한 후, 그녀가 갖고 있던 벤츠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을 탈취해 달아났다가, 다섯 시간 후 경찰이 신원을 확인하고 접근하자 자기 머리에 총을 대고 쏴서 자살해 버린 것입니다.

당연히 이 지역에 충격이 컸습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 남성은 원래 정신질환이 있긴 했고, 뉴스 보도에 따르면 친동생마저도 이같은 일에 대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어쨌든, 범인을 포함해 5명이 죽고 2명이 부상을 입은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당연히 신문과 방송은 온종일 이 사건으로 도배가 됐고, 또 해묵은 논쟁인 총기 규제에 관한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총기 관련 사건으로 숨진 사람들이 시애틀 경찰국 관할지역에서만 올해 총 21명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숫자는 지난 해 시애틀에서 발생해 숨진 총 희생자 수와 맞먹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총기난사 사건은 사실 처음있는 일이 아닙니다. 총기 소유가 합법인데다, 겨울이면 날씨까지 우중충하면서 궂은 날이 많아 사람들이 정신질환도 꽤 있는 편이죠. 그러나, 이같이 인명이 무시되는 강력범죄가 자꾸 일어나는 데는 뭔가 사회적인 배경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할 수 없게 만듭니다.

비록 시애틀이 날씨가 건기에만 좋고 우기엔 안 좋더라도, 과거엔 이만큼 강력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았었습니다. 범죄율 포함해서 발표하는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통계에서, 시애틀은 거의 매년 상위 5위 안에 꼭 드는 도시였고, 이 통계에서 1위를 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랬던 시애틀이 어떻게 이렇게 된 걸까요? 저는 이게 시애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미국의 느슨한 총기규제가 가장 큰 문제이긴 합니다. 매번 큰 선거가 있을 때마다 총기규제의 문제가 나오지만, 이것은 현재 총기규제 자체를 자위권 차원에서 합법으로 규정해 놓았던 미국 헌법 때문에 다루기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과거에도 총기 소유가 합법이었던 상황에서 왜 과거엔 이런 강력사건들이 적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늘어나고 있는가에 대해 돌아봐야 합니다. 과거 컬럼바인 고교의 총기 난사사건, 그리고 버지니아텍 공대의 한인 조승희의 총기난사사건 등, 정신적 광기가 그 원인의 한 축을 이룬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은 또 다른 이유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의 아프간-이라크 전쟁이 길어지면서, 여기서 스트레스성 정신적 외상 장애, 즉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귀환병들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파병 당시 20세가 채 안된 미군들이 겪는 이 스트레스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합니다. 시사인 김영미 국제문제전문 편집위원이 쓴 "사람이, 아프다(2012, 추수밭 刊)" 를 보면 이들 젊은 병사들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고, 그들 스스로 견디기 힘든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는지가 상세히 묘사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월남전 이후 미국 상황의 재판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애틀은 인근 도시인 타코마와 북쪽의 에버렛까지, 군대 기지로 둘러싸여 있는 곳입니다. 타코마의 포트 루이스와 맥코드 공군기지, 그리고 브레머튼의 해군기지와 위드비 아일랜드의 해병대 비행단 기지 등 파병군인들과 가족들, 그리고 귀환병들이 넘쳐나는 곳입니다. 정신적 외상장애를 입은 군인들이 계속해 넘쳐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이보다 더 나쁜 것은 과거처럼 이런 병사들을 돌봐줄 수 있는 재정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경제가 이른바 '세계화'를 앞세운 신자유주의 기조로 돌아선 이후, 수많은 공적인 지원들이 끊겼거나 감축됐습니다. 이런 이들을 치료하거나 격리시킬 수 있었던 시설들도 많이 없어졌습니다. 이 결과 지금까지의 기준으로는 수용 및 치료시설에 있어야 할 이들이 대거 갈곳을 잃고 방황하거나, 혹은 그들의 집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해버리는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귀환병들은 알콜중독자가 되는 일도 빈번하고 좌절감, 절망감 같은 것들이 그들을 범죄로 내모는 경우도 적지 않게 생겼습니다.

물론, 이번 일이 그런 것들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난것인지 아닌지 정확히 그 이유가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도 이곳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 개연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절망하고, 가장들은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되어 절망합니다. 그리고 수치로 아무리 경제가 좋아진다고 해도, 그것은 기업들이 노동자를 해고하고 그 임금만큼의 돈을 탈취하고 그 일자리만큼의 '배당금'을, 자기네 회사에 출자한 금융자본가들에게 이익 났다고 돌려준 것을 환산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튼튼한 경제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많아지고, 그들의 임금이 다시 소비의 형태로 사회로 돌려지고, 그것이 수요를 만들어 생산을 이끌어내고, 그 생산이 다시 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의 형태여야 합니다. 이 가운데 복지 혜택을 늘리고, 그 복지가 다시 사회에 소비 형태로서 돌아가며 고용을 증가시키는 체제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에선 복지가 갖춰진 고용을 무슨 악덕이나 되는 듯 보고 있기에 요원할 뿐입니다. 물론 그들은 여기까지는 대놓고 말하진 않겠지만.

미국에 미래가 없다는 것이 꼭 미국만의 일이 아닌 것이 더욱 답답한 일입니다. 절망하는 미국의 모습, 올해로 22년을 훌쩍 넘겨 이곳에 살고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미국의 모습을 보는 것이 참 힘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명제를, 너무나 분명하게 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애틀에서...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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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님의 댓글

변화 작성일

한국에서 정상적 군복무를 끝낸 일반 장정들의 대다수가
제대후 상당 세월에 이르기까지 군에 대한 악몽에 시달린다고 한다.

일종의 트라우마 증세라 하는데, 평화시의 군인들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전시의 군인들은 오죽하겠는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명제에 적극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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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님의 댓글

전쟁 작성일

어떤 지인의 가족은 3대째 미국의 군인이라 자랑스럽게 여겨왔다고 했지요.
몇년 전에 그분 아들이 이라크전에서 잠깐 자신이 외출한 동안 자신의 텐트에서
일곱명이 날아온 포탄에 모두 죽게 되어 혼자서 그 시신들을 모두 수습했다고 하는데
그 이후 정신질환으로 제대하고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서
치료중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경제상황속에서 전쟁은 계속하니 앞으로 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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