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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애 아나, 노숙하며 “뉴스 진행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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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중
댓글 1건 조회 1,664회 작성일 12-05-2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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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뉴스 진행하는데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걸 느껴 파업 동참”

“정말 왜 우리가 여기 있는 거지? 왜 여의도 시민공원에 있어야 하는 걸까?”(최일구) 

“이기려고요.”(문지애) 

“추운 겨울 찬바닥에서 파업을 시작했는데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지금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군.”

“이젠 파업이 익숙해져 일상이 됐네요.” 

MBC 노조 파업 115일째인 지난 23일 오전 11시. 여느 때 같으면 MBC 주말 <뉴스데스크스튜디오에 있어야 할 MBC 최일구(52)·문지애(29) 앵커는 서울 여의도 한복판 시민공원에 마련된 ‘희망텐트’에 나와 있었다. 마이크를 내려놓은 채 노숙투쟁에 나선 둘은 TV에서 보는 것과 사뭇 달랐다. 분장기 하나 없는 맨얼굴로 파업에 동참하게 된 경위와 소회를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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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 <뉴스데스크> 진행자 자리를 내놓고 파업에 참가 중인 최일구(오른쪽)·문지애 앵커가 지난 23일 여의도 시민공원에 설치된 희망텐트 안에서 파업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지난 4일 MBC 보도국 전종환 기자와 결혼한 문 아나운서의 신혼생활로 둘의 대화는 시작됐다. “신혼이 깨소금 맛이냐”는 최 앵커의 물음에 문 앵커는 “집회에서 청첩장을 돌려 너무 죄송했다. 결혼 전에도, 신혼여행에서도, 신혼집에서도 ‘알콩달콩’ 파업 얘기로 산다”고 대답했다. 

최일구(이하 최)=파업이 아니었다면 축의금을 두둑히 챙겨줬을 텐데 미안했지요. 축의금을 두 배는 더 주었을 텐데 파업 때문에 손해를 본 셈이지요(하하). 그런데 문 아나운서는 완전히 ‘좌빨’인가 봐요. 고스톱 쳐보면 성격이 다 나온다고 하는데 파업하는 걸 보니 성격을 알게 되더라고요. 문 아나운서가 결혼식 이틀 전까지 청계천에서 전단을 돌렸는데 대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존경스럽기도 했습니다.

문지애(이하 문)=그렇지 않아도 선배들이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 텐데 부담을 드린 것 같아 죄송했어요. 신혼여행도 조용히 다녀오려 했는데 후배 아나운서가 파업을 접고 뉴스에 복귀했다는 소식이 해외에까지 들려왔지요.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 등 전화가 오는데 신혼여행 내내 파업 얘기만 했어요. 숟가락과 젓가락도 어제야 겨우 샀어요. 

최=아닌 게 아니라 파업이 길어지면서 고민이 많습니다(회사 측은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해 월급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파업이 4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월급이 한 푼 나오지 않아 살림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출퇴근은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다닌다 해도 문제는 점심시간이에요. 집회가 끝나면 서로들 눈치보기 바쁩니다. 김치찌개와 순댓국을 자주 먹는데 한둘이 아니다보니 선배들도 부담이 돼요. 한번은 어떤 후배가 계산하겠다고 하는데 예전 같으면 말도 안될 소리라고 했겠지만 ‘그럴래’ 하며 얻어먹었어요. 솔직히 고맙더라고요. 

두 사람이 대화하는 도중 소풍을 나왔다는 고등학생들이 알아보고 몰려들었다. 기념사진을 먼저 찍겠다며 아우성치자 최 앵커가 “너희들은 MBC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야 해요”라고 외쳤다. 

최=제가 파업에 나선 이유요? 지난 2년 동안 공정보도를 하지 못한 반성 때문입니다. 껄끄러운 뉴스는 의제 상정도 하지 못했고 화제 집중성 뉴스만 다뤘지요. 주말 뉴스가 끝나면 회사는 왜 시청률이 안 오르느냐고 했지만 뉴스를 제대로 만들었다면 왜 시청률이 안 올랐겠습니까. 가끔은 청와대나 정치권에 따끔한 멘트를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런 뉴스가 없는데 황당한 얘기가 되니까 말이죠.

문=저도 부끄럽고 창피해서 파업에 동참했어요. 2006년 입사해 방송경력이 10년도 채 안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너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을 진행했는데,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취재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최근에는 ‘이 내용이 방송에 나갈 수 있을까’를 걱정했어요. 의 핵심 인력들은 모두 비제작부서로 배치됐습니다. 프로그램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시청자들은 등을 돌렸어요. 아나운서는 직접 취재하거나 현장에 나가지 않지만 시청자와 가까이 소통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시청자 마음을 빨리 읽을 수 있습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미련없이 마이크를 내려놓았습니다. 

최=문 아나운서가 파업에 동참한 뒤 나 혼자 8분인가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데 왜 그리 재미가 없는지…. 3명의 보직부장이 파업대열에 동참하겠다고 하는데 ‘나도 이젠 때가 됐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장(지난 2월23일) 짐을 싸서 노조 사무실로 내려오는데 마음이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문=선배가 파업에 동참하신다는 얘기를 집회 현장에서 들었습니다. 모두들 박수를 치며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선배님이 큰 힘이 되셨습니다. 

최=문제는 수사당국의 일처리입니다.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의혹과 관련해 배임·횡령 혐의로 고소를 했는데 수사를 하지 않고 있어요. 김 사장도 명확하게 해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 내 자체 감사에서 밝히겠다면서 시간만 끌고 있지요. 과연 법인카드로 산 핸드백이 누구한테 간 것인지, 업무상 사준 것이 맞는지 낱낱이 소명하고 공개해야 합니다. 친구 중에 대기업 사장이 있는데 ‘1년에 법인카드를 얼마나 쓰냐’고 물었더니 ‘1억원’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디에 쓰냐’고 물었습니다.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식사를 하거나 골프접대에 쓴다고 했습니다. 주말에는 아예 집 근처에서는 카드를 쓰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당장 감사실에서 연락이 오기 때문이랍니다. 주말 가족과 외식할 때는 개인카드를 써야 하고, 핸드백을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깜짝 놀라더군요. 김 사장의 무용가 정모씨에 대한 몰아주기 지원이나 아파트 공동구입 등 국민들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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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구

문=이명박 정부가 MBC 프로그램들을 얼마나 망쳤는지 헤아릴 수 없지요. 대통령 사저 문제나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시위 물대포 진압 등을 주말 뉴스에서 전했던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비판적인 기사는 없고 마치 청와대 브리핑을 그대로 옮겨 읽는 것 같았어요. 취재는 했지만 방송은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최 선배님은 제작회의 시간에 ‘이 문제는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하셨지요. 

최=언론이 자기검열에 빠지면 위험합니다. 얼마 전 김 사장이 일방적으로 조직을 개편한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의견수렴도 하지 않고 맘대로 조직을 흔들어놨으니 파업이 끝나도 수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우리가 개인의 이해득실을 따졌다면 아마 절반 이상은 파업을 접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100일이 넘는 파업에도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정치파업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리비아의 원수 카다피가 최후까지 싸우다가 죽겠다고 했는데 결국 마지막 사진 한 장을 보니 혼자였습니다. 김 사장 친위세력은 제발 끝까지 의리있게 사장을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모처럼 두 사람이 점심을 같이하기로 했다. 최 앵커는 “후배가 결혼도 했으니 한턱 쏘겠다”고 했다. 대화는 서울 여의도 공원 인근의 음식점에서 이어졌다. 

최=요즘 MBC 앵커들이 화제입니다. 25년 넘게 기자생활을 해왔지만 앵커가 대단한 자리인지 모르겠어요. 제 생각엔 그저 하나의 보직일 뿐인데 정치부장, 사회부장 하듯이 앵커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진실과 사실의 촘촘한 경계니 뭐니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지요. 계약직 기자야 파업 중 뉴스를 보도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앵커를 계약직으로 뽑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앵커는 방송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청자에게도 익숙해야 뉴스 신뢰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앵커는 ‘영혼’과 ‘색깔’이 있어야 합니다. 계약직 앵커를 <뉴스데스크>에 앉히더니 어느 순간부터 계약직 앵커가 화면에서 사라지더군요. 이런 코미디가 또 어디 있나 싶어요. 

문=얼마 전 파업에서 이탈해 업무에 복귀한 3명의 아나운서가 있었는데 파업대오가 더 단단해졌으면 단단해졌지 흔들리지는 않았다고 봐요. 제게도 파업이 끝나면 돌아갈 자리가 없어서 어떻게 하냐고 걱정을 많이 해주십니다. 공정보도 하자는데 내 자리가 어딨을까를 생각한다면 부끄러운 일 아닐까요. 앵커 자리 걱정은 파업이 끝난 뒤에 할래요. 

최=지난주 <뉴스데스크>에 권재홍 앵커가 퇴근길에 후배 기자들과 몸싸움을 하다 다쳤다는 톱뉴스가 나왔는데 정말 한심했습니다. 앵커가 다쳐서 못 나오는 게 국민들이 그날 알아야 할 그렇게 중요한 뉴스인가 싶습니다. 사내방송도 아니고 뉴스는 순서와 편집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나중에 알고보니 후배 여기자들이 청원경찰관들에게 떠밀려 다쳤더군요. 김재철 사장이나 보도본부장이나 선배답고 어른다워야 하는데, 어떻게 후배기자들의 일터인 보도국을 철문으로 폐쇄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김 사장이 매일 출퇴근을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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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애

문=제대로 된 뉴스는 앵커 한 명이 자리를 지킨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봐요. 제대로 취재하고, 제대로 기사를 작성하고, 제대로 전달하는 앵커가 있어야만 진정 제대로 된 뉴스라고 생각해요. 김재철 사장은 취임 후 노조 집행부 6명에게 해직 통보를 했고 103명을 중징계했지요. 최근엔 결국 기각은 됐지만 노조 간부 5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습니다. 최 선배님도 징계받으셨지요? 

최=전 파업이 끝나도 회사에 3개월 동안 못 나갑니다. 3개월 더 ‘정직’하게 살라고 ‘정직’을 내렸나 봅니다. 오래도록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이 ‘그 나이에 쉽지 않은 결정인데 힘내라’고 격려 전화를 해주더군요. 요즘 지방에 홀로 계시는 어머님을 자주 찾아뵙고 있는데 파업이 잃었던 가족을 만나게 해주고 아들 노릇도 하게 해주네요.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라는 소설을 보면 아들이 엄마에게 ‘앞날이 걱정되느냐’고 묻는 대목이 나옵니다. 엄마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한걸음씩 나가는 것밖에 없다’고 합니다. 우리 후배들은 진실과 사실의 촘촘한 간극에서 방황하지 말고 뚜벅이처럼 한걸음씩 걸어나갔으면 합니다. 

문=정치권력으로부터 멀어져 자유롭게 비판을 할 수 있고, 약자의 편에 서기 위해 파업하는 것인 만큼 시청자들께서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주셨으면 합니다. 무너진 공정방송을 반드시 복구해 더 좋은 모습으로 꼭 돌아가겠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최 앵커의 얼굴이 싱글벙글이다. “점심값을 계산하려는데 (MBC 라디오 <시선집중> 진행자인) 손석희 선배가 대신 내줬다. 돈벌었다”며 특유의 큰 목소리로 호탕하게 웃었다. 뜨거운 한낮, 두 사람의 발걸음은 다시 ‘희망텐트’로 향하고 있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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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님의 댓글

축복 작성일

아나운서들은 써준 것을 그대로 읇으면 되는 보직인데 ...
써준 내용이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파업을 하겠다고 하니 ..

이명박 일당들이 볼 때는 아주 기가 차지도 않을 것이다.

노통시절 언론개혁 시도에 올바른 지지를 했어야 했는데...
그때는 써받은 내용이 잘못된 것임을 왜 주장하지 못했을꼬...

그 때는 잘 몰랐다고 ?

석가가 왜 '모르는 것이 가장 큰 잘못' 임을 갈파했는지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여의도 야외 텐트에서 월급도 받지못하고 고생(?)하면서
깨우침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긴 인생의 여로에서 아주 축복된 기간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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