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G4S는 2000년 이후 미국의 대테러 전쟁으로 인한 특수를 누리며 급성장했다. 현재 125개국에서 보안업무를 맡고 있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보안업체이다. 1901년 덴마크에서 경비업무를 해주는 조그만 회사에서 출발한 이 업체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의 공식 보안업체로 선정되면서 공신력까지 높여가는 중이다.

지난해 10월, G4S는 덴마크의 경쟁사인 ISS를 52억 파운드에 인수해 직원이 무려 120만명에 이르게 되었다. 민간 기업 중 140만명을 고용한 월마트에 이어 직원 수로 세계 2위다. 이 업체는 노사분규가 잦기로도 유명하다. 2009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빅토리아 주는 법원 경비들의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빅토리아 주 법원 경호와 경비를 맡고 있는 G4S 소속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항의해 파업을 벌인 것이다. 이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법원이 마비되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는 사태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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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4S 소속의 경호 요원과 차량이 영국 에버딘 법원 앞에 서 있다.


G4S는 아프리카에서도 보안업체 중 가장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2008년 1월, 말라위에서는 이 회사 노조원 1만3000명이 낮은 임금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에 말라위 노동조합까지 가세하면서 가뜩이나 치안이 불안한 말라위에서 내전으로 번질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G4S가 소방과 구급업무를 맡은 케냐에서도 지난해 역시 임금 문제로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한 이들은 우리로 치면 119 구급대원이다. 그런데 이들이 케냐 정부가 아니라 G4S에 고용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이들이 응급업무를 마다하고 유니폼을 입고 시위에 나서는 바람에 응급 환자 이송이나 화재 진압에 큰 차질을 빚기도 했다.

2010년에는 미국 뉴저지 뉴브롱스윅에서 은행 현금 수송 일을 하는 G4S 소속 경비원들이 현금 수송용 무장차를 몰고 임금 인상 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G4S 본사가 있는 영국에서도 걸핏하면 G4S 노동자들의 시위가 신문을 장식하곤 한다. 세계 2위 고용 기업이라는 덩치를 지닌 G4S가 대륙을 망라해 노동자들과 마찰을 벌이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G4S에서는 왜 이렇게 노사분규가 빈번한 걸까. G4S는 저가 입찰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노무관리에 문제를 낳는다. 적은 이윤 구조 안에서 제대로 된 임금을 지불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와 기업의 차이 또한 확연하다. 보안업체의 사업은 근래 들어 단순 경비에서 경찰, 교정직, 국방이나 외교 같은 국가기관 업무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 국가가 제공했던 서비스를 이제는 아웃소싱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 국가처럼 공익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한 보안 전문가는 “노동자들의 복지나 임금에 대한 정책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윤을 많이 남길지에 더 관심을 갖는 기업의 본래 기능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기업과 노동자들의 마찰은 당연한 것이다. 특히나 G4S는 보안업계에서도 기업의 논리에 대단히 치우친 회사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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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대회의 경호를 맡은 G4S 요원들이 관람객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민간 보안업체에 이런 부작용이 있는데도 영국 정부는 예산 절감 차원에서 경찰업무 민영화를 추진하는 중이다. 잉글랜드 웨스트미들랜스 주와 서리카운티 경찰이 범죄 수사와 피의자 구금 등 경찰업무 상당 부분을 민간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지역 경찰은 일부 업무의 민영화를 공동 추진한다는 계획 아래 G4S 등 주요 경비·보안 업체들에 입찰 공고 문건을 발송했다. 만약 이런 영국 정부의 계획대로 경찰이 민영화된다면 아마 경찰들이 경찰복을 입고 시위하는 난감한 장면을 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