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불어다 준 희망의 바람, 우리도 바람이 되겠습니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3년째 되는 날, 봉하의 하늘은 햇살로 가득했다. 하지만 눈물과 빗물속에서 그를 보냈던 3년전 그 날을 잊을 수는 없었는지 그를 기억하기 위해 모인 이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초여름의 바람을 타고 힘차게 돌아가는 바람개비가 이들을 위로했다.
| ⓒ 노무현재단 |
노무현 전 대통령의 3주기 공식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엄수됐다. 이날 추도식은 권양숙 여사 등 유족들과 노무현재단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배우 명계남 씨의 사회로 엄숙하게 진행됐다.
차기 당 대표 경선이 한창인 민주통합당 인사들도, 내홍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있는 통합진보당 인사들도 잠시 현안을 내려놓고 봉하에 집결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성근 전 최고위원과 민주당 19대 총선 당선자들, 안희정 충남지사 등 민주당 소속 광역지자체장, 통합진보당의 강기갑 비상대책위원장, 권영길 의원 등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울러 이해찬 전 총리,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대표, 이재정 통합진보당 고문,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도 이날 추도식에 참석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태호 의원이 참석했으며 고흥길 특임장관도 정부를 대표해 모습을 나타냈다.
한완상 “이제 우리에게는 더 감동적인 바보들이 필요하다”
한완상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노무현재단 고문)는 이날 추도사에서 “노무현 대통령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지 벌써 3년이 됐지만 그의 다 이루지 못한 꿈은 더욱 절박하게 우리들의 갈망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제야말로 우리 모두 심기일전하여 힘을 모아 그 꿈을 자랑스러운 우리 현실로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재는 “꿈이 한 사람의 것일 때는 그것이 헛꿈이 되기 쉽지만, 모두의 것이 될 때 그것은 반드시 우리의 현실이 된다. 꿈은 곧 변혁의 힘으로 작동할 것”이라며 “먼저 우리는 그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그 꿈을 징검다리 삼아 더 큰 꿈을 꾸면서 모두 함께 그 꿈 실현에 힘모아 나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 전 총재는 “노무현 대통령의 탈상을 치루는 오늘 우리는 그분의 향기를 새삼 온몸으로 맡게된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바보같이 살았던 그분의 향기는 남달리 바로 보는 그의 바보의 통찰력에서 비롯됐고 약자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려는 그의 바보의 꿈에서 비롯되었음을 새삼 가슴 시리게 확인한다”며 “이제 우리에게는 더 감동적인 바보들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바보들의 꿈과 헌신으로 아주 가까운 장래에 더욱 적극적이고 공정한 정부를, 더욱 공평한 인간적 시장을, 더욱 깨끗하고 겸손한 정치인들을 이 땅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며 “3년 전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이같은 새로운 역사진전을 저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전 총재의 추도사에 이어 4개종단을 대표해 송기인 신부(천주교), 김상근 목사(기독교) 명진스님(불교), 황도국 경남교구장(원불교)이 종교의식을 진행했다. 특히 현 정권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명진스님은 격정과 눈물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당신의 육신은 우리곁을 떠났지만 당신의 꿈은 우리 가슴에 남아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유족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 씨는 “3년이면 이제 희미해질 만도 한데 아직도 그분에 대한 애증과 논란은 계속 진행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는 심경을 나타냈다. 건호 씨는 추도기간 중 진행된 행사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추도식이 진행되는 동안 스크린에는 노 전 대통령의 과거 모습이 담긴 영상이 흘렀다.
강기갑 “대선승리 주역으로 통합진보당 다시 세우고 당당하게 봉하 찾겠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의 3주기를 맞아 논평을 내고 정권교체의 의지를 나타내고 ‘사람사는 세상’의 실현을 다짐했다.
신경민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과 항상 소통하고자 했고, 평생을 반칙과 특권과 맞서 싸웠던 대통령님이기에 더욱 그리운 3주기”라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대통령님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이명박 정권은 뒤이어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 역시 절망으로 내몰아왔다”며 “그래서 대통령님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고 그립지만 그 분의 꿈과 용기는 우리 속에 살아 숨쉬고 있기에 우리는 좌절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신 대변인은 “3년 전 비보에 통곡했던 우리는 오늘, 그분의 마음과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마음 깊이 되새긴다”며 “대통령님이 못 다한 꿈과 정신을 계승해서 국민과 함께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정의로운 사회, 행복한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정미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정권과 정치검찰의 정치공작으로 인해 억울한 죽음을 맞은지 3년이 지났다”며 “그런데 정치검찰은 이제 혁신을 통한 재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뿌리를 무참히 파헤쳐 뽑아내려하고 있다. 당의 심장부인 당원정보를 탈취하여 진보세력에 대한 공안탄압을 획책하려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변인은 “정치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그 마수를 진보세력에 다시 휘둘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는 진보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통합진보당은 끊임없이 비우고, 고통을 견디며 깨끗하고 믿음직한 진보정당으로 거듭나 끝내 노무현 대통령이 꿈꾸던 ‘사람사는 세상’을 이 땅위에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평소에 말씀하던 깨어있는 시민정신으로 우리 모두가 12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룩함으로써 3주기를 맞아 노무현 대통령께 보답하는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새기면서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원장은 이날 추도식에 참석해 “야권이 그나마 근근이 의석수를 늘리고 몇몇 단체장을 배출해 온 것은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죽음을 추모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없었다면, 야권은 더 어려운 지경에 빠져 있었을 것”이라며 “통합진보당 비대위원장으로서 봉하마을에 설 면목이 없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통합진보당, 지금은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지만, 반드시 다시 일어나겠습니다. 진보정치를 혁신하고, 다시 국민의 희망으로 자리 잡는 그날, 봉하마을을 다시 찾고 싶다”며 “오는 12월 대선승리의 주역으로 통합진보당을 다시 세우겠습니다. 당당한 걸음으로 다시 이곳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