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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세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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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837회 작성일 22-09-30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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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2

1950년 9월, 당시 전라남도당은 광주시 금남로에 있는 광주지방법원과 고등법원청사에 들어있었다. 원래 도청에 자리잡고있다가 급기야 옮겨왔다고 한다. 도당위원장 박영발이 김진서를 불렀다.

많은 사람들이 도당위원장방에 밀려들어 떠들고있었다. 부위원장 김선우도 박영발과 자리를 같이 하고있었는데 여전히 빨찌산시절의 차림새였다.

주권기관선거, 토지개혁, 전리품관리, 철도복구문제로 법석이는가운데 위원장 박영발이 방에 들어선채 가만히 서있는 김진서에게 머리를 돌렸다. 검은 안경테속에서 예리한 눈동자가 반디불처럼 펀뜩인듯싶었다.

《동무요?》 그가 물었다. 《도민청 부부장을 한다는…》

《예, 김진서입니다.》

《이북출신이군, 첫눈에 알려.》

김진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북에서 파견된 사람들모두가 각 기관 부책임자로 임명되였던것만큼 놀라울것도 없었다. 박영발이 또 물었다.

《지금 무얼하고있소?》

《예, 시, 군 민청위원장들의 강습을 끝내고 광산군, 화순군, 라주군을 돌면서 군과 면민청위원장들…》

그는 말끝을 맺지 못했다. 박영발이 손을 내저었던것이다.

《알고있소. 사사건건 원칙을 따지고 일을 짱짱 해댄다는 보고를 받았소. 오늘부터 민청사업도 하면서 토지개혁집행여부를 감사(감독검사)하는 종합검열반일도 도와야겠소. 당장 곡성군당으로 떠나시오. 거기 군당위원장이 조직력이 있고 리론도 있는 사람을 보내달라고 찡찡거리오.》

경상북도 고령군의 로동자출신인 박영발은 손아귀가 드세고 매몰스러운데다 리론도 있어 남들이 범접하기 어려워하는 인물로 알려져있었다. 그러나 김진서가 보기에 그는 결단성있는 활동가였다. 도수높은 안경알속에서 번뜩이는 그의 눈빛은 찌르는듯 날카로왔으나 입귀에는 떨리는듯 한 미소가 어려있었다. 그것은 그가 처음 만난 상대를 아주 재빨리 그리고 정확히 파악했다는것을 의미했다.

도당위원장 박영발은 어느새 부위원장 김선우에게 눈길을 돌리고있었다. 6. 25전 전남도당유격대 사령관이였던 김선우는 영산강철교복구문제에 대하여, 그것이 지연되고있는 책임이 광산군당과 군내무서장에게 있다는것을 분개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인제는 누구도 김진서를 관심하지 않고있었다. 그는 하는수없이 박영발을 중심으로 둘러선 사람들쪽을 향해 대충 머리를 꾸벅하고 방을 나섰다. 문을 닫으려는데 누군가 급히 따라나왔다. 도당선전부장인 류은혁이였다. 당중앙에서 파견한 일군으로서 김진서보다 하루전에 평양을 떠났었다.

《진서동무, 곡성군당위원장이 누군지 아오? 조영길이라고 6. 25전엔 빨찌산까지 했던 사람이요. 어슬하고 순박한데 말재주까지 없어 사람들을 통솔하지 못하고있소. 이런 사정을 알고가서 잘 도와주시오.》

《예, 알겠습니다.》

김진서는 그가 내미는 손을 꽉 부여잡았다. 6. 25이래 눈코뜰새 없이 바쁜 사람들속에서 그런 정도나마 실상을 알려주는것이 고마왔던것이다.

그러나 그는 곡성군의 토지개혁집행여부를 감사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사흘후 군당건물에 들어가자 짐을 싸고있던 조영길이 침통한 표정으로 그를 맞이하였다.

《어쩌까, 아직 소식을 못들었제라?… 워찌 이런 일이 생긴당가?… 인민군대가 후퇴를 한다고 도당에서 급히 올라오락 하드라고.》

한순간 김진서는 순박해보이는 그의 강마른 얼굴을 멍하니 마주보기만 했다. 아직은 《후퇴》라는 말의 의미를 전혀 가늠할수가 없었다. 그것이 자기의 운명을 급전시켜 수십년간의 처절한 싸움과 고통에로, 수난에로 끌어가는 구배길로 되리라는것은 더더욱 알리 없었다. 하여 그는 소리없이 히쭉 웃었다.

《전쟁이니 퇴각을 할 때도 있지요. 그렇지만 곧 다시 나올겁니다.》

《아니 이 사람 암것두 모르는 청맹과니그마. 이럴 때가 아니제. 그래도 찜찜한게 있음사 금세 알게 해줄것인디.》

그는 문짝을 열고 두리번거리더니 누군가를 소리쳐불렀다.

《아 호택동무, 하정례 알제라? 쌔가 빠지게 (어서 빨리) 데려오라는디.》

그리하여 나타난것이 미군녀복을 입고 사내들처럼 머리를 짧게 깎은 하정례였다. 몹시 여윈데다가 추위를 타는듯 입술이 퍼렇게 질려있어 좀 측은해보였다. 처녀는 군당위원장의 소개말이 끝나기전에 손을 내밀었는데 가느다란 팔이 유별나게 길어보였다.

《하정례예요. 후퇴를 조직하라는 긴급지시를 가지고 좀전에 도착했어요.》

진서는 말없이 머리를 기웃거렸다. 딱딱하고 회초리같은 처녀의 말을 믿어야 좋을지 어떨지 알수 없었다. 그는 하정례가 내민 손을 잡을념도 하지 않았다. 조영길이 담배를 말며 말했다.

《하정례동문 구빨치인제라.》

《구빨치》란 6. 25전 빨찌산투쟁을 한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다. 빈농출신인 군당위원장 조영길은 자기도 지리산에서 죽을 고생을 다한 《구빨치》임을 은근히 내비친것 같았다.

진서는 뒤늦게야 처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도민청정치문화교양부부장 김진서요.》

《알고있어요. 광주에서 강연하는걸 들었죠. 도당기관지에 낸 글도 읽구요. 참 실감이 나게 연설도 잘하고 글도 기백있게 쓰시던데… 앞으로 많이 가르쳐주셔요.》

상대를 여겨보며 칭찬을 하면서도 처녀의 눈빛은 웃지 않았다. 지꿎게, 좀 거북스러울 지경으로 자기를 살펴보는것이 불쾌했다. 도무지 종잡을수 없는 처녀였다. 심술사나운 소년처럼 뻔뻔스러운가 하면 규방에서 고이 자란 규수같이 아련한데도 있는듯 했다. 가늘고 긴 팔과 다리를 가진 이런 처녀가 지리산에서 어떻게 싸웠을가, 서울말씨와 잘 다듬어진 말투로 보건대 공부도 많이 한 녀자같은데 지리산빨찌산엔 어떻게 들어갔을가?…

그러나 그런 일에 머리쓸 여가가 없었다. 전략적인 일시적후퇴명령이 내렸다고 하지 않는가?… 후퇴?!… 과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것인가?… 한순간에 너무도 많은 생각이 겹쳐들어 진서는 어벙벙해있었다.

조영길이 서둘렀다.

《참 부부장동무, 배고프지라? 조깨만(조금만)참으시오.》

그가 사라지자 하정례가 말했다.

《도당에선 당장 올라오라고했어요. 아마 부부장동지한테 특별임무를 맡기려는것 같더군요.》

《어떤 임무?》

《거야 나도 모르죠.》

《오늘 밤중으로 또 올라가야 하오?》

《당장 올라오란다고 하지 않았어요.》

진서는 입을 다물었다. 넨장, 깔따구같은게!… 하고 눈길을 돌리며 코구멍을 벌름거렸다.

간단히 요기를 하자 처녀가 물었다.

《자전거를 탈줄 아세요?》

《모르오.》

《어머!》

그 놀라는 표정이 비로소 처녀다왔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 하정례는 짧게 깎은 머리를 손끝으로 긁으며 재빨리 말했다.

《도내무부에서 징발한 자전거를 가져다주라 했는데… 할수 없군요. 내 뒤에 타세요. 힘들겠지만… 걷기보담야 낫겠죠.》

서쪽하늘은 온통 시뻘건 빛이였다. 얼마 있으면 날이 저물것이다. 서둘러야 했다. 사방에서 총 멘 사람들이 뛰여다니며 군당청사앞에 서있는 보초에게 《수고!》 하고 유쾌하게 소리치군 했다. 그들도 아직은 《후퇴》라는 말의 의미를 다는 모르고있는것이였다. 전라남도의 최남단 해남도, 진도, 완도까지 해방한 인민군대가 어찌하여 또 어데까지 후퇴하는것인지 그들은 알지 못했고 또 알수도 없었던것이다.

김진서는 군당위원장과 또 만나자는 어정쩡한 인사말을 나누고는 하정례의 뒤에 올라앉았다. 사람들이 웃어댔다. 미군녀복장을 한 처녀의 뒤에 올라앉아 다리를 벌리고있는 그의 찡긴 표정이 읍거리의 아이들까지 다 불러내는듯 했다.

하정례는 자전거를 솜씨있게 몰았지만 인차 힘이 진해가는듯 했다. 광주에서 곡성까지 달려온 그가 이번엔 또 한사람의 무게를 더 안고서 달려야 하기때문이였다. 읍거리를 벗어나 명산저수지뚝에 이르자 처녀는 소리쳤다.

《조심하세요. 내 허릴 꼭 잡아요!》

그러나 그는 처녀의 몸에 손을 댈수 없었다. 넓은 신작로와 달라 보뚝길에서 자칫하면 저수지에 굴러내려 물귀신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에 머리칼이 곤두섰으나 처녀의 허리엔 손이 나가지 않았다.

하정례가 또 소리쳤다. 토막숨을 내불며 갈린듯 한 음성으로 날카롭게 웨쳤다.

《잡으세요. 내 허릴 껴안으세요!》

자전거가 비틀거렸다. 처녀가 뒤쪽에 대고 소리치는 통에 그만 균형을 잃은것 같았다. 하정례가 용을 쓰며 가까스로 바로 잡았다.

《정 이러겠어요? 정말 물에 빠져 죽고싶으셔요? 빨리 안아요!》

그것은 명령이였다. 그를 즉시 소환하는 도당의 긴급지시와 어리숙한 사내에 대한 경멸까지 포함된 쓰거운 힐난이였고 야멸찬 명령이였다.

그는 팔을 내밀어 처녀를 안았다. 그리고는 이처럼 난감한 처지에 몰아넣은 도당의 소환과 자전거를 저주하였다.

《꼭 안으세요!》 비로소 처녀는 웃는듯 했다. 《워매, 망생이라구야.》

마지막 그 말은 망아지라는 사투리였다. 처음 듣는 말이였지만 《망생이》라는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것인지는 알수 있었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지그시 두눈을 감고말았다.

솔티재밑에 이르러서야 자전거에서 내렸다. 어느새 날이 저물고있었다. 두 사람은 자전거를 밀며 령길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전에.》 하고 하정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빨찌산때 우린 트(아지트)에서 남녀가 한데 섞여자는 일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 우린 남녀의 구별을 몰랐어요. 매일같이 사람들이 얼어죽고 굶어죽고 피흘리며 쓰러지는데 그런 감상적인 생각에 잠길 여가가 있겠어요? 그런 딴 생각을 품고있는 사람이라면 난 절대 믿지 않아요. 이전 도당위원장이였던 전인수를 보세요. 6. 25전 빨찌산이 제일 어려운 고비를 넘길 때 그는 트에 들어박혀 타락한 생활을 했어요. 그때문에 결국 인민군대의 광주해방을 며칠 앞두고 동지들의 손에 처단됐구요. 일부 사람들은 해방이 된다음 심판해도 되지 않는가고했다는데… 아니예요. 즉결처단하길 잘했어요. 그런것들은 가차없이 죽여버려야 해요!》

처녀의 목소리는 갈리고 흥분으로 하여 눈에서는 퍼런 불꽃이 튀였다. 잠시 숨을 돌리고나서 한결 낮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가 너무하다고 생각하시죠? 한창나이처녀가 자기를 가르치는 선생님한테 주제넘게 열을 올리고있으니 가소롭게 여겨질거예요.》

《아니요. 난 동무한테서… 저… 하…》

《하정례예요.》

《오, 하정례! 동무한테서 더많이 듣고싶소.》

《아니, 김선생이야 정치공작대로 파견되여온분 아니세요. 우리하군 다르죠. 더우기 나같은거야 그저 글을 아는 덕에 문서나 만들어줄뿐… 그렇지만 말하고싶었어요. 난 헤염칠줄 몰라요. 그런데 저수지뚝에서… 그게 뭐예요. 싸움판에서도 그러시겠어요? 난 그런 삐애기(병아리)같은 사람들을 제일 질색했어요. 그런데 부부장동지까지 그럴줄은… 몰랐어요. 전연!》

그는 자기의 얼굴이 가막살구처럼 벌개지는것을 느꼈다. 홧홧 달아오르는 두볼이 아프게 조여들기까지 했다.

갑자기 하정례가 걸음을 멈추었다.

《들리죠?… 자동차소리예요. 아니, 아냐… 모터찌클!… 우릴 따라오고있어요.》

《?…》

그 역시 귀를 강구었으나 숲을 흔드는 바람소리뿐 그 어떤 발동기소리도 없었다.

《놈들일가?》 처녀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설마 여기까지?… 어떡하시겠어요?》

그때에야 그는 멀리 뒤쪽에서 울려오는 발동기의 재채기소리를 들었다. 모터찌클이 분명한듯 했다. 그들이 자전거로 달려온 재너머 구배길을 달려오고있다.

《어떡하시겠어요?》 처녀가 또 급히 속삭인 말이였다. 《빨리 결심하셔요.》

김진서는 비록 전투경험이 없는 정치일군이였지만 고향마을에서 《홍두깨진서》로 불리울 정도로 격하고 골받기질 잘하는 쌈군이면서도 미친듯 책에 파고드는 괴짜로 소문나있었다. 비록 처녀의 허리는 껴안지 못해 퉁을 맞았지만 위험을 피해 풀덤불에 숨어들 그가 아니였다.

《부딪쳐봅시다. 우린 부부간이요. 만약 놈들이라면 동무가 나서고… 그 미국제녀자군복이 도움을 주겠지.》

《난 영어도 좀 알아요.》

《저런!… 아주 좋소.》

《예, 아주 좋아요. 부부장동무가 (이번엔 처녀가 동무라고 불렀다.) 맘에 드네요.》

사위는 완전히 어둠속에 묻혀있었다. 모터찌클이 전조등불빛을 휘저으며 바투 육박해왔다.

그들은 길가운데로 나서며 손을 쳐들었다. 강렬한 불빛이 눈을 때렸다. 다음 순간 《이건 뭐야?》 하는 웨침소리가 날아왔다. 《비켜! 당장 쏴갈기기전에!》

그 순간 김진서는 들었던 손을 홱 내저었다.

《같이 갑시다. 동무들, 우린 급한 임무를 받고가는 길이요!》

모터찌클우의 인민군군관과 따발총을 겨누고있는 전사를 알아보았던것이다.

하정례가 또 소리쳤다.

《이분은 전남도당 부부장동지예요!》

김진서는 처녀의 말을 수정하지 않았다. 도당부부장이라는 편이 더 좋을것이다. 그런데도 모터찌클우의 따발총은 내려지지 않고있었다. 처녀의 복장때문에 의심스러워하는것인지… 하여 그는 처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도당총무부 기요원이요. 지리산구빨치이고.》

그제사야 그쪽에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어쨌든 증명서는 봐야겠소.》

인민군중좌가 손을 내밀었다. 내민 손은 왼손이고 오른 손엔 권총이 쥐여져있었다. 따발총을 든 중사는 웬일인지 하정례의 팽팽한 가슴노리에 총구를 겨누고있었다.

《총은 좀 치우오.》 김진서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웃었다. 《말씨만 들어봐도 알텐데.》

《그래도 조심해야지.》 중좌가 말했다. 《(서북청년단)패들도 있으니까.》

그들은 대전의 전선사령부에서 급파한 련락군관과 호위병이였다. 인민군대의 전략적인 일시적후퇴명령을 전라남도 남해기슭의 군부대들에 전하기 위해 떠났다고 한다. 인민군대의 주력부대들이 락동강계선에 총 집중되여있었으므로 전라남도의 일부 부대들과는 통신련계도 잘 지어지지 않고있었던것이다.

《빨리 타시오. 우린 시간이 급하오.》

증명서를 훑어본 중좌가 소리쳤다. 김진서와 하정례는 자전거를 길섶에 내던지고 중사옆으로 기여올랐다. 자리가 비좁아서 김진서는 이번에도 처녀를 안고있어야 했다. 하정례가 낮게 말했다.

《안으세요. 일 없어요.》

그러나 그것은 아까처럼 야멸차게 웨친 성난 목소리가 아니였다. 마른 침을 삼키는듯 한 낮고도 갈린 속삭임이였다.

인민군중좌가 그의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꼭 잡으시오. 떨어지지 않게.》

우당탕탕탕… 재채기소리가 련발사격처럼 터져나왔다. 시서늘한 밤의 산바람이 얼굴을 후려쳤다.

지리산쪽에서는 비가 내리는듯 싶었다. 웅장한 지리산을 넘어가고오는 비구름은 꼭 거기서 한바탕 비를 쏟아붓는다고 했다.

오래동안 한마디 말도 없이 갔다. 음산한 밤의 적막이 그들을 괴로운 상념에 얽어매고있었다. 이제 어떤 운명이 그들을 기다리고있겠는지… 아무도 그것을 알수 없었다.

그날밤 김진서는 도당에서 장흥군 유치면 은월리 암촌에 가서 장흥지구유격대조직에 참가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정례는 여전히 도당과 같이 움직인다고 했다. 그 녀자는 아무런 작별의 인사말도 없이 자기를 찾는 조직부장에게로 곧추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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