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 공동선언 발표 12주년을 맞는 지금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최고 당국자 회담을 갖고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세계만방에 공언했으나 12년이 흐른 오늘 화해 협력은커녕 전쟁 발발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명박 정권 출범 후 6·15 10·4 공동선언 이행을 줄기차게 촉구해 왔던 북측은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 이후 한 가닥 남았던 미련까지 완전히 거둬들인 듯하다. 조문도 금지하는 반인륜적 처사, 김정은 제1비서 후계체제에 대한 험담 등이 마지막 남은 인내심까지 소진시켜버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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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10.4 자주통일평화번영결의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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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바로서야 민족통합 가능하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언론의 자유를 운위할 수 없다
*발표: 정일용 615언론본부 상임공동대표 급기야 북측은 지난 4월 23일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이 곧 개시된다”고 예고했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소조는 이날 통고에서 “이명박 쥐XX무리들에 대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분노는 하늘에 닿았다”며 “역적패당의 분별없는 도전을 짓부셔버리기 위한 우리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이 곧 개시된다”고 밝혔다.
특별작전행동소조는 “우리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은 일단 개시되면 3∼4분,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순간에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우리 식의 방법으로 모든 도발 근원들을 불이 번쩍 나게 초토화해버리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특별작전행동소조, 특별행동이라는 낯선 용어도 그렇지만 3~4분, 그보다 더 짧은 시간에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우리 식의 방법으로 도발 근원들을 초토화해 버리겠다고 한 데서 금명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갖게 된다.
동족 상잔의 비극이 또 일어난다면 아마 우리가 눈 뜨고 있는 동안에는 화해 협력은 불가능할 것이다. 아니 남과 북의 존재 자체가 흔적 없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북측은 ‘특별행동의 대상’으로 ‘주범인 이명박 역적패당’과 ‘공정한 여론의 대들보를 쏠고 있는 보수언론매체들을 포함한 쥐새끼무리들’을 꼽았다. 나아가 동아일보, KBS, MBC, YTN을 문제 있는 보수언론매체로 특정했다.
수구보수 매체로 이름난 조선·중앙일보가 빠진 게 눈에 띄지만 그것은 아마 통고문 작성 당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북쪽에 대해서는 이른바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극히 일부 인터넷 매체를 제외한 남측 언론매체 모두가 비호감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고 북쪽에서도 잘 알고 있으므로 남측 언론 전반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조선인민군 특별작전행동소조는 ‘곧’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했으나 아직은 다행히도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다. 4월 28일부터 약 2주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교란이 발생했지만 북측에서는 자기 소행이 아니라고 밝혔다.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좀처럼 가셔지지 않는다. 시퍼렇게 날선 칼 위에 두부 한 모가 얹혀져 있는 형국이다.
화해 협력의 포장도로를 놔 두고 전쟁까지 운위되는 진창길을 걷게 만든 책임은 물론 현 정권에 있다. 집권 직후 터진 광우병 촛불 시위에 한때 몸을 사렸던 이 정권은 2010년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반북 대결 정권으로서의 진면목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아직도 발생 원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이명박 정권은 북측 소행으로 단정하고 북측과의 교류를 전면금지했다. 연평도 포격사건 역시 북에 의한 일방적 도발로 규정하고서 ‘북쪽’의 ‘북’이라는 말조차 꺼내기 힘든 공포의 공안정국을 조성했다.
특히 엄중한 것은 전 정권에서 이뤄진 합법적 교류 협력 사업을 북의 공작원과 접촉, 이적활동으로 억지를 쓰면서 국가보안법 올가미를 씌운 행태이다. 전 정권에서는 합법적인 행위가 다음 정권에서는 불법 행위로 해석이 된다면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급전직하하고 말 것이다. 믿음이 없는 정부, 믿음이 없는 정권을 정부 정권이 스스로 자초했으니 그야말로 국가안보를 해치는 국보법 범법자들이 아닌가.
정치의 근본이 되는 세 가지 요소는 신(信), 식(食), 군(軍)이며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이라고 벌써 2천년 전에 공자는 설파했었다. 국기를 흔드는 엄중한 사안에 대해 국가의 제4부이며 사회 감시자를 자처하는 언론도 침묵을 지켰다.
국가보안법과 언론은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앙숙, 숙적의 관계이다.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언론의 자유를 운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한국의 언론계는 국가보안법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처럼 설설 긴다. 국가보안법이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정치적 법’이지 언론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언론 악법’이라는 점에는 애써 눈 감고 외면하는 비겁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
국가보안법으로 사법살인을 당하고 폐가 폐족의 피눈물을 뿌리며 지금 이 시간에도 말못할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닌데도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고 있다.
정권은 유한하고 언론은 무한하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어느 한 정권보다 언론의 책임이 더 무겁다 할 수 있으며, 60년 넘게 악법 중의 악법 국가보안법이 존치되고 있다는 것은 언론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현재 언론계에서는 전례없는 공동 파업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KBS, MBC, YTN 등 방송 3사와 국민일보, 연합뉴스 등에서 길게는 100일 넘게 짧게는 수십일 동안 파업을 벌이면서 주요 목표로 공정보도 실현을 내걸고 있다. 친정권의 편향 보도를 공정 보도로 바꾸기 위해서는 최고 책임자인 사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개념의 공정보도 실현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올해 대단히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이다.
그러나 정권에 대한 편향성 여부를 따지는 게 공정보도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정권에 대한 호불호와 상관없이 옳고 그름을 따져 다수의 이익에 봉사하면서 소수자의 입장도 배려하는 보도로 공정보도를 규정한다고 해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은 분단국가의 언론의 숙명, 분단국 언론인의 책무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1987년 9월 대만의 자립만보 기자 두 명이 중국 본토에 건너가 장기간 취재 활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당시 대만 당국은 대륙 취재를 불허했었고 이들이 귀환하자 형법 상 허위공문 작성 혐의로 기소했다. 결국 무죄로 판결이 난 이 건은 대만과 본토 간 교류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1989년부터 대만 기자가 대륙에 상주하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
지난 4월 북측은 동창리 서해위성발사기지에 외국 기자를 초청, 수십 명의 기자들이 몰려갔었다. 그러나 남측 당국은 ‘국제사회가 반대하는 일을 홍보하러 가는 것’이라며 방북을 불허했다. 이 밖에도 남측 당국이 언론인의 방북을 불허한 사례는 여러 차례 있다. 물론 90년대 초반, 또 6·15 공동선언 발표 뒤 승인한 적도 있으나 남쪽 기자가 북쪽에 상주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마음대로 가지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하는 분단국가에서 언론은 접촉과 교류를 대신하고 궁극적으로 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원초적 사명을 지니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짊어지고 있는 짐이 외면한다고 해서 없어질 리 없다. 제도적 통일은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함으로써 정신적 통합을 이루는 일은 하루라도 게을리할 수 없는 분단국가 언론, 언론인의 책무이다.
2006년 11월 남북 언론인 172명이 금강산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1945년 10월 서울에서 전조선기자대회가 열린 이후 61년 만이었다. 북측이 같은해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단행했다고 발표한 뒤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어 있었으나 기자들이 앞장서 과감하게 돌파해 냈다. 당시 채택한 공동선언문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
남북언론인통일토론회 공동성명 전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와 북측위원회 언론분과위원회 성원들은 2006년 11월 29일 금강산에서 ‘6·15공동선언실천과 남북언론인들의 역할’을 주제로 남북언론인토론회를 개최했다.
남북언론인토론회는 분단된 지 61년 만에 남과 북의 언론인들이 대규모로 한 자리에 모여 흉금을 터놓고 서로를 이해하는 가운데, 6·15공동선언 실천과 이 땅의 평화와 화해, 협력을 언론 분야에서 실현하기 위한 지혜를 모은 뜻 깊은 모임이다.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풀어 나가기로 한 민족자주선언이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고 나라의 평화를 이룩할 수 있게 하는 민족대단결 선언, 평화통일 선언이다. 6·15공동선언은 남과 북이 합의하고 온 겨레가 지지하는 민족공동의 통일대강이다.
6·15공동선언의 정당성과 거대한 생활력은 이미 실천을 통해 뚜렷이 확증되었다. 그러나 6·15공동선언이 밝힌 통일이정표를 따라 전진하는 겨레의 앞길에는 시련과 장애가 가로놓여 있다. 6·15공동선언을 반대하는 내외의 세력에 의해 대결과 긴장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남과 북의 언론인들은 6·15시대 대변자로서의 무거운 사명과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첫째, 남과 북의 언론인들은 6·15공동선언을 지지하고 실천하는 데 적극 앞장선다.
둘째, 남과 북의 언론인들은 민족문제에 대한 외세의 부당한 간섭과 전쟁위협을 단호히 반대 배격한다.
셋째, 남과 북 언론인들은 6·15공동선언 실천을 후퇴시키고 동족 사이에 대결과 긴장을 불러 올 수 있는 민족분열적인 보도를 배격하고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평화와 통일에 이바지하는 방향에서 공정하게 보도한다.
넷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와 북측위원회 언론분과위원회는 6·15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언론활동에서 연대를 실현하며 남북언론인토론회의 성과를 발전시키기 위한 남북언론인들의 공동의 협력 사업을 계속해 나간다.
언론은 정의이고 양심이며 진실이어야 한다. 남과 북의 언론인들은 겨레의 목소리를 온 세계에 알리는 전파자가 되고 민족자주와 통일을 앞당기는 시대의 선도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6·15의 기치’, ‘우리 민족끼리의 기치’ 밑에 뜻과 마음을 합쳐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수호하고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언론활동을 적극 벌여나가자는 것을 해내외 모든 언론인들에게 호소한다. <2006년 11월 29일 금강산>
2012년 6월 5일
서울
6.15공동선언 12돌 기념 6.15 10.4 자주통일평화번영결의대회
기조연설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공동대표 정일용
<정일용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상임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