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복지의 수준이 우리 삶의 수준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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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비번날, 지원이 귀와 코 수술한 것 팔로업하러 가면서 밀린 병원비들을 냈습니다. 보험에서 커버해주는 게 80%. 수술비가 3천달러가 조금 넘게 나왔으니 그 20%, 그러니까 6백달러 정도는 제 돈으로 나가야 하는 겁니다. 집에 고지서가 하나 날아왔는데, 보니까 이건 지호가 물리치료 받느라 병원 갔다 온 거였습니다. 역시 80% 커버가 되는데, 나머지 몇백 불은 또 제 부담이었습니다.
그날 오후,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콜렉션 에이전시(수금대행업체)라면서, 2008년에 대장내시경 하고 나서 남은 170달러인가를 내지 않았다면서 전화가 온 거였습니다. 황당했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수금대행업체로 넘어갔는지, 그리고 실수로 그 돈을 내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4년 후에 연락을 해서 이제 그걸 내라고, 그것도 병원이 직접 한 것이 아니라 수금 대행업체를 통해 연락해 온 것도 황당했습니다.
아내가 어제 저녁엔 고지서들을 정리하다가 통장 잔고로 지금 내야 할 것들을 다 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습니다. 저도 좀 갑갑했던 것이, 그 고지서의 절반은 병원과 관련된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희가 별로 병원도 찾지 않고, 거기다가 보험이 꽤 좋다는 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애들이 아프다던지 하면 당장 가계에 부담이 될 정도의 돈이 의료 서비스에 지불되어야 합니다.
오바마케어가 미국 대선의 쟁점이 되고 있는 것도 미국의 이 이상한 의료보험체제를 바꿔야 할 필요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안에서 의료보험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인구는 17% 정도라고 하지만, 실제로 보험이 있다고 해도 일단 병에 걸리면 저처럼 경제적으로 조금 어려움을 겪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사람들이 꽤 됩니다. 심지어 노인들은 은퇴하면 65세가 넘어 은퇴하면 '메디케어'라는 의료 보험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 역시 80%만 부담해 주기 때문에 나머지 자기가 내어야 하는 돈 20% 를 커버하는 보험이 또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부조리죠.
그나마 저같은 혜택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직장을 잃게 된 사람들은 보험도 잃게 됩니다. 사실 다른 나라에서는 국가가 책임져 주는 부분을 기업에 떠넘긴 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으로 인해 요즘같은 불경기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의료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의료보험이란 것이, 병에 걸려도 아무 걱정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보험이 있어도 병이 있으면 걱정부터 된다면 사실 보험의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거죠.
사실, 국민 의료보험은 나라가 국민에게 해줘야 할 기본적인 혜택입니다. 이것이 기업의, 즉 이윤 창출의 영역으로 가서 생기는 부조리가 그대로 미국의 의료제도에서 보여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 보험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재원이 있어야 하죠. 복지의 차원에서 부자 증세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과거 미국은 '노인의 천국'이라고 불리울 만큼 복지의 강국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미국의 상위 2% 내 부자들은 수입의 80%까지도 세금으로 뺏겼습니다. 그러나 그 돈은 복지의 이름으로 저소득층에게 뿌려졌고, 그것은 소비를 촉진하고, 소비는 수요를 창출하여 생산을 자극했습니다.
아무튼, 세제의 개혁은 모든 복지, 그리고 의료제도들이 국민을 위한 쪽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복지를 말하는 정당과 정치가들이 국민들의 뜻을 대변해야 한다는 것, 올해 미국도, 한국도, 큰 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 모두가 깊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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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민중님의 댓글
민중 작성일
맞습니다.
미래의 세상은 복지사회 외엔 다른 아무런 대안이 없습니다.
복지를 말하고, 복지를 이룰 수 있는 정치인들이 많이 나오고
그런 정치인들을 민중은 선거로 뽑아야만 희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