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차형석 기자
김창진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는 여름방학 내내 캐나다에 머물 예정이다. 퀘벡의 협동조합과 사회 경제를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퀘벡의 협동조합을 한국에 소개해온 몇 안 되는 연구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김 교수로부터 ‘퀘벡 모델’의 특징과 시사점에 대해 들었다. 퀘벡의 협동조합을 주목한 이유는?협동조합이 포함된 사회(적) 경제가 국가 정책이나 비즈니스가 아니라 운동의 개념으로 살아 있는 지역이라 주목하게 되었다. 여기 학자들은 협동조합을 사회운동으로 접근한다(김 교수는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를 ‘사회 경제’라는 단어로 쓰기를 선호했다. ‘사회 복지’를 ‘사회적 복지’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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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진 교수(위)는 퀘벡의 협동조합을 한국에 소개해온 몇 안 되는 연구자 중 한 사람이다.퀘벡에서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사회 경제가 새로운 개념이라 정확한 통계는 없다. 비영리 부문을 포함해 전체 경제에서 8~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퀘벡에서는 협동조합이 각 부문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퀘벡 인구가 770만명 정도인데, 어떤 협동조합에든 가입한 조합원이 2010년 말 현재 880만명으로 추계된다.
금융 분야에서 신용협동조합이 대단하다. ‘데자르댕’이 전체 협동조합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최대의 민간 고용주이기도 하다. 또 농업 분야에서는 퀘벡
가공식품의 50%가 농업협동조합 망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상조회사, 재택 돌봄
서비스, 주유소 체인 등도 협동조합이 활발하다.
퀘벡 모델에서 우리가 배울 만한 점이라면?박원순
서울시장이 ‘마을 기업’ 등 협동조합 육성정책을 펴고 있는데, 퀘벡 모델을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지역 개발이라는 게 대개 정부 소관 사안이었다. 지역에 회사를 들여오든 유치원을 세우든 정부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퀘벡에서는 지역개발 협동조합
네트워크(CDR)를 통해 협동조합 형태로 지역사회의 발전을 시도한다. 주정부 처지에서 보더라도 협동조합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게 예산 집행의 낭비를 줄일 수 있고 효율적이다. 협동조합이 주체가 되면 조합원인 지역 주민의 욕구(needs)가 무엇인지 잘 알게 된다. 관이 나서서 민을
동원하는 게 아니라 민이 주도하고 관이 재정을 지원하고 정책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결합하는 민관협력 모델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민(民)이 주도하고 관(官)은 지원했다? 퀘벡의 협동조합이나 사회 경제를 말할 때, 퀘벡 주정부의 역할을 뺄 수가 없다. 1960년 이후에 ‘조용한 혁명’(퀘벡 주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 개혁을 통해 프랑스어권 퀘벡인의 정체성을 찾자는 사회개혁 운동. 협동조합 및 각종 비영리
단체에 대한 육성을 동반했다)이 진행되었다. 퀘벡당처럼 사회민주주의적 성향이 강한 정당이 들어설 때 협동조합이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중심은 민간이었다. 1996년에는 노동계, 사용자단체, 시민사회 영역이 함께 모여 ‘경제 및 고용 정상회의’를 열었는데, 이 또한 반빈곤 투쟁 등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였다. 1990년대 초반
세계 경기 불황으로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주정부로서도 높은 실업률 극복이 난제였다. 정상회의 결과 ‘샹티에’가 만들어졌다. 샹티에는 일종의 사회경제단체 연석회의인데, 6개월 한시적 단체로 만들어졌다가 상설 기관이 되었다. 그러면서 ‘사회 경제’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협동조합 지원 기금은 어떻게 마련했나?주정부, 금융협동조합, 노조가 함께 수십억에서 수천억 규모로 다양한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해 사회 경제 지원에 나서게 되었다. 주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또 1980년대 이래로 기금, 세제 혜택 등 관련 법령을 정비했다. 결국 사회 경제에 도움이 되는 장기 금융의 제도화가 가장 큰 힘이 되었다. 한국의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도 협동조합을 알아야 하고, 사회연대기금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게 퀘벡 모델이 보여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