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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의 현상황 극복하겠다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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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중
댓글 1건 조회 1,603회 작성일 12-08-1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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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 출판기념회에서 저자 여러분께 인사말 드렸습니다. 그간 제 심정을 글로 정리해 내놓는 것이 저자들의 노고에 대해 감사드리는 방법의 하나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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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속설을 바꾸려 했습니다. 그래야 2012년 정권교체도 가능하고 그렇게 바꾼 정부라야 실패를 거듭하지 않으리라 여겼습니다. 통합 논의에 들어간 것은 이런 약속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당은 한 번 만들면 마음 안맞는다고 깨거나 어렵다고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 이 당은 노동자 농민이 중심인 진성당원제 정당이라는 것, 한미FTA에 대해 입장변화와 가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 야권연대는 민주노동당이 맡아서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 속설이 역사의 교훈임을 고통 속에 다시 확인합니다. 첫 약속과 달리, 탈당계를 모으는 조직적 활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자 농민들인 진성당원의 투표는 부정투표로 매도되고, 오랜 당원들이 유령당원으로 뒤바뀌어 대서특필되었습니다. 강령을 통과시키자마자 국민 눈높이에 따른 재검토가 거론되고, 이른바 구당권파와는 야권연대 못한다며 민주당까지 동원한 협공이 들어옵니다. 역시 진보는 분열로 망하는가, 다른 운명을 만들 길은 없나, 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박영재 당원을 떠나보낸 지난 시간, 이 고통을 안긴 저의 부족함을 수없이 캐내었습니다. 통합의 과정에서 더 깊게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통합 이후 서로를 더 폭넓게 껴안지 못하였으며, 정치적 합의해결의 미명 아래 진보정당의 원칙이 흔들리는 사태를 방치한 제 잘못이 뼈아픕니다. 보수언론과 정치검찰은 그 틈을 비집고 나온 진상조사보고서를 빌미로 통합진보당을 분열시켰고, 통합을 이끌고 야권연대를 주도해 정권을 위협한 사람들에게 종북 패권의 딱지를 붙여 국민들로부터 고립시켰습니다. 

진실과 정의가 진보의 근본이라는 말조차 더럽고 사악한 것으로 매도되었습니다. 진보언론과 지식인들이 앞장서 돌을 들고 마녀사냥에 나섰습니다. 부실의 책임은 전부 제가 지지만 부정은 밝혀서 각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제 말은 “이대표 말이 논리적으로 맞으나 불가능하다”고 다른 대표에 의해 거부당했습니다. 허위사실을 집요하게 언론에 내보내 당을 파괴해 검찰에 헌납한 조준호 대표의 해당 행위와 결합된 대표들의 말과 행동은, 제게 저 자신의 인격을 파괴하는 단 하나의 선택만을 강요했습니다. 모함으로 누군가를 죽이고 책임을 덮어씌워 그 위에서 제가 성장한다면, 그것은 진보정치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그런 일을 한다면, 저 스스로의 존재는 그 순간에 무너지고 맙니다. 

굴 속에 몰아넣어진 제 앞에, 밖에서는 불이 피워지고, 굴에는 연기만 매캐했습니다. 그냥 죽을래, 아니면 빠져나와 살래, 말 한 마디만 하면 살 수 있는데. 그러면 읍참마속할 줄 아는 명실상부한 진보의 지도자로 성장할텐데. 그 길은 환히 열려있었습니다. “자신을 아끼라”는 유혹은 점잖았습니다. 거절의 댓가는 가혹했습니다. 저는 한 동안 강물로 뛰어내리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제 권한으로도 지적 능력으로도 모함을 중단시킬 수 없는 막다른 곳에 왔을 때였습니다. 

진실이 아닌 것은 말하지 않는다는 것, 확인되지 않은 일을 함부로 의심해 타인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 그가 정권측 인사라 하더라도 이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것이 제가 이 살벌한 정치판에서 진보정치인으로서 저 자신을 지키며 버틸 수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정치를 하면서 가장 슬픈 일은, “그 사람 정치인 다 됐어”라는 말을 들을 때 아닐까요. 한국의 정치란 일단 물고 뜯으며 공격해 상대방의 실수를 이끌어내는 비정한 세계이고 혐오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감내해야 했던 것은 가까웠던 여성 변호사의 “지가 아직도 변호사인 줄 안다.”는 경멸이었지만, 저는 밝혀진 진실로 그에 답할 수 있기를 기다렸습니다. 진실을 요구한 댓가로 정치적 인간으로서 저는 화형당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제 정신은 살아남았습니다.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를 읽으며, 살아남으라는 한 마디가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과학의 권능을 보여주신 김인성 교수님과 역사의 눈높이를 말해주신 이병창 교수님을 비롯한 필진 여러분께, 집단지성을 만들어내시는 네티즌 여러분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아직도 “통합진보당 부정경선”이라는 항목으로 당의 뉴스들이 나열됩니다. 당의 통합을 위해 고심한 사람에게 제2의 마녀사냥이 벌어졌던 일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진실을 외면한 사람들은 이 당으로는 안 된다며 곳곳에서 자해행위를 벌입니다. 당의 지도부와 유력 정치인, 노동계 상층까지 나선 이 끝없는 내부의 공격에 당을 아껴온 분들이 지쳐갑니다. 

통합을 이끌어온 사람으로서 제 부족함을 고백하고 채워나가는 것에서 시작해 이 상황을 극복하겠습니다. 통합진보당은 진보정치 단결의 결정체입니다. 거짓과 모함으로 만들어진 이 위기를 넘어 당초 약속된 길로 노동자 농민을 중심으로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성장하려던 통합진보당을 지켜 더 깨끗한 단결을 실현할 것인가, 허위와 모함으로 검찰과 보수언론에 당을 헌납하고 분열시킨 사람들이 기왕 당이 더러워져 못 살겠으니 아예 무너뜨리자고 휘두르는 망치질을 바라보며 덧칠 하겠다고 나설 것인가, 선택해야 합니다. 지금 진보냐 아니냐는 단결이냐 파괴냐로 갈라집니다. 

진보정치의 소중한 결실 통합진보당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이 책을 만들어내신 여러분들의 노고에 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으려 합니다. 낮아지고 넓어지려 애쓰는 마음의 힘만 가지고, 마음을 맞대어 가겠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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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님의 댓글

희망 작성일

이정희 같은 사람들이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이 다 개판인듯 싶다가도
이정희 같은 사람들을 보노라면 그래도 한줌의 희망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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