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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셀까?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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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민
댓글 0건 조회 1,633회 작성일 12-09-1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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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김준태, 감꽃

망월동에서 벌초하다가 
김준태 시인을 뵈었습니다. 
이 시를 되뇌었습니다.

한총련. 이적단체로 몰려 학생들 무더기로 감옥가던 시절,
체포될 때 스스로 몸을 던진 김준배 님의 15주기 추모제에
부모님 동료들 후배들 모여 
님의 마음의 깊이를 셉니다. 

자신의 목숨의 길이조차 헤아리지 않은 분들
묘를 매만졌더니 밤 깊은데 생각 많아집니다.

윤상원 열사, 이재호 열사, 이철규 열사, 김양무 선생님, 
벌초할 기회 얻어 영광이었습니다. 

구묘역에서도 응달진 곳에 누운 
박종태 열사, 우리 종태씨 묘는 
생전에 함께 일한 화물노동자와 같이 벌초했어요.

남편이 늘 말했던 성대 후배, 
인천의 노동현장 갔다가 체포 고문으로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세상을 떠난 최동 열사께도 
벌초로 인사드렸네요.

이름모를 분들 묘도 벌초하면서 마음으로 인사 전했습니다. 
이 고통많은 분들과 같이 누워 친구해주셔서 고맙다고요.

아무 것도 세지 않았던 분들 앞에서
저는 그분들의 고통을 세고는 
어쩌면 공연히, 또 닥칠지 모르는 역사의 어려움을 미리 세고 있었더라구요.
힘내어 내일을 맞는 것이 어려움의 정도를 따지는 것보다 백배는 중요한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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