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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지의 한국맥주 혹평과 우리나라 농업, 그리고 정권교체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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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603회 작성일 12-12-0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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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로이웃 신청해 주셔서 일단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그런데 제겐 서로이웃 맺는 데 있어서 원칙이 있습니다.

미국의 타임지처럼 영국의 대표적인 잡지 중 하나인 '더 이코노미스트' 지가 한국 맥주 맛에 대해 혹평을 했더군요. 일단 와 닿는 부분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22년 넘어 살면서 이곳에서 나오는 맥주들을 마셔 봤고, 이곳에서 나오는 다양한 맥주의 맛을 한국 맥주가 따르기엔 역시 힘들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처럼 소규모 양조업체의 시장 진입을 법적으로 막고 있는 것 역시 보다 다양한 맥주의 출시를 제한하는 이유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음식을 생각해 보면 향과 맛의 어우러짐이 강조되는 구미식의 맥주가 꼭 필요한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 음식에 어울리는 술이 소주인 이유는 몇가지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만, 우선은 음식 자체가 스파이시하고 강합니다. 입에 넣기가 무서울 정도로 매콤한 청양고추 양념을 넣어 만든 낚지볶음이나 뜨겁고 매운 찌개, 특히 요즘 미국에서도 인기인 순두부 같은 음식에 어설프게 와인 같은 걸 맞추려 들었다가는 술도 살지 않고 음식도 살지 않겠죠. 이코노미스트 지의 기자는 아마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장 큰 간극은 이겁니다. 그들의 먹거리, 즉 안주는 우리처럼 뜨겁고 맵지 않습니다. 영국의 경우 가장 일반적인 맥주 안주는 피시 앤 칩입니다. 고소하고 기름기가 풍부하죠. 이런 음식 놓고, 맥주 한 잔 놓고 몇시간씩 버티고 앉아 있는 그들의 문화에서는 쉽게 김 빠지지 않고 그 맛이 비교적 오래 유지되고 꼭 차갑게 해서 마실 필요가 없는 에일이나 포터 같은 맥주가 당연히 그들의 입맛에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감자튀김이나 비프저키, 소금과 함께 볶은 견과류, 그리고 멕시코 문화의 영향을 받아 살사를 찍은 토티야 칩이나 나초 칩을 즐기기도 합니다만, 그것은 우리처럼 '뜨겁고 매운 음식'이 아니라 맵긴 해도 뜨겁지 않은 음식입니다. 아마 최고로 매콤하게 즐기는 맥주 안주라면 '핫 윙'이 대표적일 겁니다만, 이것도 차가운 셀러리 같은 야채가 역시 차가운 랜치 소스 같은 것과 함께 서빙되곤 합니다. 즉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거죠. 때문에 우리는 시원하게 마셔야 맛있는 맥주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래도, 어쩌다가 접해봤던 한국 맥주는 이곳의 맥주, 특히 소규모 마이크로 브루어리에서 만들어 내놓는 에일이나 비터, 혹은 포터 같은 진한 맥주들에 대면 너무 싱겁습니다. 심지어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라거 스타일 맥주 중에서 쿠어스나 버드와이저 같은 것들과 비교해서도 확실히 맥주가 심심합니다. 아마 그 심심한 스타일 때문에, '소맥'이 대중주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원래 저 높은 곳의 문화였던 폭탄주가 서민 스타일로 변하며 이른바 '뇌관'이 병당 몇십만원, 몇백만원짜리 양주가 아니라 대중주인 소주로 바뀐 것이 소맥이지요. 미국에서도 한국 사람들은 쿠어스나 버드와이저 같은 비교적 심심한 맥주에 소주를 섞어서, 혹은 말아서 마시는 게 유행처럼 됐는데, 아마 비교적 최근의 유행 같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한국의 유행은 인터넷을 타고 거의 실시간 유행이 되는 현대사회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과거 OB는 참 괜찮은 맥주였습니다. 그 당시 광고가 "마실수록 당기는 시원한 맛" 이었던 것이 생각나는데, 정말 동양맥주의 오비는 참 좋은 맥주였습니다. 적절히 쌉쌀하면서 톡 쏘는 맛이 참 좋았는데, 지금 그 맛을 기억하면서 식품점에서 오비 맥주를 사다 마셨더니... 이건 영 아닌 겁니다. 밍밍함, 싱거움? 결국 제 입맛에 그것은 소주를 말아 마셔야 하는 맥주였습니다.

왜 우리 맥주가 이렇게 됐을까요? 아마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과거엔 대관령에서 재배해 왔던 홉의 생산량 감소, 그리고 홉의 수입 증가에 따라 원가절감 차원에서 홉을 적게 쓴 탓도 있을 것이고, 기후변화 탓에 홉 생산량이 줄어서였을까요? 사람들의 입맛이 변해서라고 설명하는 기업들의 설명이 와 닿지 않는 이유는 뭔가 한번 곰곰히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맥주에는 풍부한 맥아가 들어있어야 하고, 적절한 홉이 들어가야 맛있습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역시 원료가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맥주를 만드는 원료가 혹시... 국산인가요? 물어보고 싶습니다. 역시 문제는 신토불이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소주를 만드는 데 있어서 더 이상 고구마가 쓰이지 않고 수입 타피오카로 만든 주정만이 들어가고, 맥주를 만드는데도 우리 밀이나 보리, 우리가 기른 홉이 충분히 쓰이지 않았다고 봐야 하는 상황. 좀 뭔가 아쉽지 않습니까?

농업은 여러가지로 중요한 분야입니다. 단지 우리의 식량원을 자급자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다못해 맥주 한 잔까지도 사실은 진정한 '농업'의 산물이어야 하는 겁니다. 모르긴 해도, 소형 양조장들이 서로 경합하고 더 나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 서로 경쟁하고 하는 것도 보기에 재밌지 않겠습니까? 대기업들이 만든 맥주는 솔직히 이 맥주의 나라 미국에서도 별로입니다. 돈 좀 더 주더라도, 저처럼 맥주의 맛을 찾아 마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획일된 맛이 아니라 개성있는 맛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진짜 '한국의 맥주'를 다시 보고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옛날 OB나 크라운 맥주, 참 좋은 맥주였습니다. 그 '우리 맥주'의 진짜 맛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이제 대선입니다. 농업정책도 올바로 만들 수 있는 후보를 뽑아, 우리의 농업에 우리 스스로가 다시 관심갖게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 5년동안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농업은 그러잖아도 피폐했던 상황에서 이제는 완전히 고사하기 직전까지 밀렸습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미국과의 준비 안된 FTA를 통해 농민을 압살시키고 대 중국 FTA까지 맺겠다며 농업 기반을 완전히 없애는 정책을 펴 온 동안, 그 정권의 2인자, 아니 실질적 1인자가 된 박근혜 후보가 우리의 농업을 지키기 위해 과연 어떤 일을 했습니까? 정권교체가 반드시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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