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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무너진 박근혜 (오마이뉴스 대선토론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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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중
댓글 1건 조회 1,795회 작성일 12-12-1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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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실시된 2번째 대선 후보 TV토론이 끝났다. 토론평을 써야 할 시간에 먼저 다른 신문들, 다른 시사평론가들은 어떻게 평가했나를 살펴보았다. 신문 인쇄시간을 감안하면 마감시간이 빠른 종이 신문의 패널들에 비하여 게릴라 칼럼니스트는 유리한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남의 답안지를 보고서 좋게 말해 참고를, 나쁘게 말해 커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신문들의 평가를 취합해보면 '백가쟁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서로 잘했다는 사람이 다르고 중요한 토론 포인트도 다르게 짚는다. 여기에 각 신문이 가지고 있는 당파성에, 그 신문사가 고용한 패널들의 다양한 당파성이 뒤엉켜서 잡다한 이야기들이 동시에 섞여 나온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결국에 신문사의 성향과 패널들의 성향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평가는 예상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지 않았다.

예기치 않은 선수로 등장한 사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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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대 대통령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온 10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진행된 2차 TV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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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10일 진행된 대선후보 2차 TV 토론에서 관전의 포인트는 지난 번 토론에서 유감없이 부각된 이정희를 상대로 박근혜 후보는 어떻게 공격을 막아낼 것이며, 문재인 후보는 약점으로 부각된 존재감 약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였다. 물론 이정희 후보는 지난번의 성과를 바탕으로 박근혜 저격수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예기치 않은 선수가 하나 더 나타났다. 그것은 사회자였다. 중립적 진행자에 머물렀던 지난 번 토론과 달리, 이번에는 사회자가 적극적으로 토론에 개입하여 축구로 치면 호각을 불고 경기를 중단시키는 일이 많아졌다. 어느 평론가는 '문+이'와 '박'의 대결이었다고 평가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사회자와 문재인, 박근혜가 한 편이 되어서 이정희와 대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이번 2차 TV토론회는 지난번 1차 TV토론회의 평가를 토대로 그 연장선에서 각 후보들이 토론에 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동문서답' 전략 구사한 박근혜 

먼저 박근혜 후보는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는 격언 아래 진행된 '동문서답' 전략으로 임했다. 이번 토론회는 주제 자체가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하였다. 경제, 복지 분야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경제 민주화 논란까지 걸쳐 있고, 복지분야는 명실상부하게 야권에 유리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박근혜 후보의 방어 전략에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치와 정책적 평가가 내재되는 분야는 일반 국민이 보면서 호불호를 정확히 나타내거나 오류를 바로 잡아낼 수는 없다. 그것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평가와 같은 종합적인 평가나 학교 비정규직 문제와 같은 직접적인 현안에 대한 찬반이 후보들의 차이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소재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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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18대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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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분에 대해서 박근혜 후보는 즉답을 피해가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문재인 후보는 MB정권의 경제 정책 실패에 대하여 박근혜 후보의 공동 책임을 추궁하였는데, 박근혜 후보는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들어 역공을 취하였다. 질문은 MB정부에 대해 했는데, 대답은 참여정부로 돌아왔다. 재질문 기회가 없는 것을 적절히 활용해서 껄끄러운 주제를 넘어가는 작전을 구사한 셈이다. 

사실 이재오와 나경원 등 MB맨들이 박근혜 후보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시점에서 MB정부와의 대립각을 명확히 하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자신이 MB정권을 옹호한다는 인상을 피하면서 상대에 실패한 참여정부 프레임을 씌우는 작전으로 박근혜 후보 입장에서는 비교적 대답을 잘 한 것이다.

이정희 후보는 예상대로 전두환에게 받은 6억에 대한 부분을 다시 들고 나왔다. 이번에는 초점을 달리해서 6억과 재벌 총수에게서 받은 성북동 집에 대한 증여세와 취득세 등의 세금 문제를 들고 나왔다. 물론 박근혜 후보는 이 질문에 대해서도 즉답 보다는 역공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희 후보가 국고보조금으로 받을 27억을 들고 나옴으로써 '6억 VS 27억'의 구도를 만들었다. 

종합하면 박근혜 후보는 지난 번 토론에서 6억에 대하여 길게 설명을 하다가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을 철저하게 복기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에 대하여 길게 이야기하고 구구절절히 설명하는 것보다는 그 시간에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실수는 여전했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것을 '활성화'로 잘 못 발언하여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누리꾼과 언론의 지적을 받아야 했다. 실수도 반복되면 실력이라고, 박근혜 후보는 주요 단어를 틀리게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긴장의 정도와 이를 극복하는 능력이 다른 후보에 비하여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였다.

약점 극복한 문재인, 자유토론에서 강점 과시 

특히 자유토론에서는 확실히 문재인 후보에 비해서는 박근혜 후보의 내공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율사 출신의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보다는 1:1 토론에서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것이 박근혜 후보가 3자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 토론은 극구 피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참모가 정리해준 자료와 미리 써준 원고를 읽는 대본 외우기식 토론이 아닌 정말로 후보자의 식견과 순간적인 판단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토론은 반론과 재반론이 가능한 자유토론이다. 여기에 있어서 박근혜 후보가 다른 후보들에게 밀린다는 사실은 아무리 그녀를 우호적으로 봐준다고 해도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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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대 대통령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온 10일 오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2차 TV토론을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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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는 지난번 1차 TV토론에서 약점으로 부각된 존재감 약화를 의식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정희 후보와의 토론에서도 덕담을 주고받는 수준을 넘어서 공약이 가지는 비현실성과 비타협적인 무모함을 지적하는 일이 많았다. 이는 현실적인 개혁의 실천과 국민통합의 적임자로서 자신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자유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보장한다고 하는 4대 중증 질환에서 심장 질환은 국가가 책임지고 간 질환을 제외하는 게 합리적인지 이유를 물어보며 적확하게 상대 후보 공약의 비논리성을 짚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토론의 전제가 되는 수치 해석에서 문재인 후보는 정확하게 의미를 잡아 이후 전개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논리와 달변에서 상대방을 압도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문 후보의 경우 자료를 뒤적이는 모습과 일부 발음이 새는 모습은 단점으로 보였지만, 전체적으로는 자신의 단점을 커버하면서 안정감과 논리력이라는 자신의 장점을 잘 발휘한 토론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평가를 한다면 문재인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박근혜 저격수' 이정희,  최저임금 질문은 아쉬워 

이정희 후보는 특별히 못했다기보다는 지난번 토론에서 너무 강렬한 인상을 주어 이번에도 그 추진력을 그 때만큼 이어가기는 힘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혹자는 이정희가 얌전해졌다는 평가를 하였지만 필자가 보기에 그러지는 않았다. 전두환 6억과 같은 임팩트 있는 새로운 자료가 나오지 않아서 그렇지, 박근혜 저격수라는 자신의 정체성은 지난번 토론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올해와 내년의 최저 임금 액수를 물어본 것은 전술적 패착이 아니었나 싶다. 토론에서 공격은 전두환 6억처럼 예상치 못하거나 예상을 한다 해도 방어가 쉽지 않은 질문으로 해야 하지, 그렇게 정답이 뻔해서 정답을 맞힐 수 있는 질문은 상대방이 정확하게 답변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또한 그 정도의 수치는 박근혜 후보가 준비를 하고 나왔을 것이란 예상을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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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대 대통령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온 10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진행된 2차 TV토론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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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서 참신성은 좀 떨어져도 6억과 성북동 집에 대한 세금 공세는 미리 예상을 했다 하더라도 답변이 궁색할 수밖에 없는 질문들은 이정희 후보 입장에서 좋은 공격 소재가 되었다. 다만 사회자의 잦은 개입과 박근혜 후보의 핵심 피해가기 전략으로 약간 빛이 바랜 느낌이 좀 있었다.

전체적인 총평을 하자면 이번 토론은 후보들 간의 정책 차이가 좀 부각된 토론이었다고 평가가 된다. 출자총액제한제와 비정규직 문제, 건강보험 보장 부분에 대해서는 각 후보들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것이 전체적인 공약 평가에 어느 정도 비중을 두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후보들 간에 차이를 확인하고 이에 대하여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는 것은 TV토론이 얻을 수 있는 좋은 수확이다.

직접적인 말에서 거짓이 튀어나오는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사람을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의 말에서 얻을 수 있는 느낌이다. 때로는 어눌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의 입을 통해 사람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고, 어떤 때는 강한 논리가 억지스런 감성보다 더 큰 감동을 줄 수도 있다. 그러기에 대선을 앞두고 TV토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특히 유력 대선후보들끼리 하는 양자 토론은 하루빨리 이뤄지는 것이 좋다.

가장 토론다웠던 토론은 자유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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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대 대통령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온 10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여의도 KBS스튜디오에서 진행된 2차 TV토론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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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토론다웠던 토론은 자유토론이었다. 후보들의 공약 숙지도와 이에 대한 후보의 역량을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리는 이 토론이 유일하였다. 박근혜 후보는 이정희 후보가 토론장에 나오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문재인 후보와의 양자 토론은 극구 피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2차 TV토론에서 자유토론은 별도의 양자 토론이 왜 필요한가를 보여주는 성과가 있었다. 적어도 대선일 이전까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의 양자 토론이 적어도 1회 이상은 열려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자유토론이었다. 

각 후보의 지지자들에게 한마디를 하자면 TV토론에서 뭔가 큰 한 방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TV토론은 진검 승부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모든 후보들이 준비를 많이 하고 나오기 때문에 큰 실수를 할 여지도 줄어든다. 박근혜 후보가 즉답보다는 동문서답식 대답을 통해서 자신에 대한 공격을 피해 나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준비의 결과이다.

그런 전제를 두고 2차 TV토론에서 잘 한 순서를 꼽아보겠다. 한결 안정된 모습과 수치와 논리로 무장된 모습을 보인 문재인 후보가 1등, 방어를 잘 하였지만 여전히 반복된 말실수와 공약의 숙지가 미약해 보인 박근혜 후보와 1차 때만큼 임팩트 있는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한 이정희 후보가 공동 2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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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님의 댓글

토론 작성일

아직도 박근혜가 압도적으로 토론을 잘 한 것으로
알거나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니 밥이 다된 것으로 안심하고 있을 여지가 없다.

참고로 똑똑하기 이를데 없다는 한국일보 주필
이 철 고문도 박근혜를 가장 논리있고 이성적인
토론자로 평가하였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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