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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백불짜리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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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639회 작성일 13-01-07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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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내추럴 개스와 전기료 고지서를 받았습니다. 바로 전달 것을 깜빡해서 안 내고 넘어갔더군요. 두달치 해서 내야 하는 게 396달러에 우사리 좀 붙어서 4백불 정도입니다. 수도세도 왔는데, 그건 원래 두 달에 한번씩 옵니다. 121달러. 지원이 수술비도 왔습니다. 제가 보험이 있기 때문에 수술비의 80%는 커버가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중 일부를 내야 하는데, 그게 한 3백달러 정도. 머리가 좀 아픕니다. 고지서에 치이는 인생? 고지서는 영어로 빌 bill 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합니다. 정말 우리는 '빌빌거리며' 사는 인생이라고.

세계 어디에 살든, 낼거 내면서 사는 건 마찬가지겠습니다만, 어디에 사는가에 따라 세금이 어떻게 걷히고, 또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그것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쓰이는지는 다릅니다. 물세, 전기세라고 입에 붙어 이야기는 하지만, 사실은 그것은 물값, 전기값입니다. 세금이 아니죠. 전기나 수도가 정부의 공공기관에 의해 운영될 경우, 시민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수도나 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사영화될 경우, 그 비싼 가격을 부담하는 것은 고스란히 사용자, 즉 일반 시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뻔한 일입니다.

시애틀을 비롯한 서북미 지역에서 산 지 꽤 오래 된 셈이지만, 전기료와 물세는 꽤 부담되는 부분입니다. 물론 아직도 임대아파트들 같은 곳에선 물세와 쓰레기 수거료 등은 부담해주는 곳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이미 임대료에 다 포함이 되어 있기 때문에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것이고, 주택 소유자들에게는 이것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됩니다.

제가 아는 어떤 한국사람은 쓰레기 수거료가 부담된다고 집 근처 임대아파트 쓰레기장에 쓰레기를 투척하다가 걸렸고, 이게 운이 없어서 변호사까지 쓰고서도 수백달러를 벌금으로 물어야 했다고 들었습니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니 뭐라고 말할 수 없고, 또 그 사람도 떳떳하지 못한 짓을 했으니 벌은 받아야 하지만, 이런 것들이 모두 과중한 공공 서비스 요금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작은 문제들에 정부가 개입해야 합니다. 그것이 어느 선에서 개입이 되든간에, 로컬 정부든 아니면 주정부 차원에서든 개입을 해 줘야 하는 문제인거죠. 정부가 작은 정부라고 해서 좋은 건 아닙니다. 미국에서 공화당은 늘 작은 정부를 말하지만, 삶에서 디테일하게 필요한 문제들을 말아먹거나 무시하고 그 돈을 전쟁비용 같은 전혀 쓸모없는 비용으로 대량투입하고 군산복합체를 키워주는 것이 마치 경제발전의 기틀을 잡아주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복지비용으로 투자하는 게 훨씬 '남는' 장사입니다.

교육의 강화, 최소한의 삶의 질 확보, 이런 인간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문제들에 대해서 미국이 계속 망가져 가는 것은 결국 국민이 '위대한 미국'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라는 것을 특정세력의 게임으로 만들어놓고, 국민들에겐 정치 대신에 열광할 수 있는 것들을 던져놓고... 시애틀 시혹스 풋볼팀이 플레이오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선 오늘, 그 경기를 보고 있던 저는 이래저래 착잡함을 느꼈습니다. 이제 정식으로 은퇴할 나이가 되어 국가가 주는 혜택을 입는 것이 마땅한 조지앤 아주머니가 90이 넘은 그 분의 부모님을 돌보기 위해 캐스케이드 산 건너편의 서니사이드라는 동네에 가 계신 것도 안타까운 일이고, 더우기 거의 백살이 다 되신 그 분의 아버지는 파상풍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것도 참 갑갑한 일이고... 과거 같으면 편안한 은퇴자 시설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이 가능했을텐데, 세상이 '이윤'이라는 에너지만으로 움직이는 그런 세상이 되면서 각박함은 더 합니다.

이런 것들은 결국 젊은 세대가 미래를 불안하게 받아들이게 되고, 그것은 희망이 말라 있는 현대자본주의 사회를 더더욱 극단의 정글로 만들어 놓을 것입니다. 그것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간에... 최근에 벌어지는 미국의 흉흉한 총기 난사 사건들이나, 혹은 대선 결과에 의한 박탈감 때문도 있겠지만 젊은이들의 경로석 양보 하지 않기 운동, 연금내지 않기 운동 등을 보면서 보편적 복지가 사회 안정이며, 동시에 희망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정치'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합니다. 문제는 제대로 선거하고 투표해도 그 결과를 훔쳐가는 뻔뻔한 세력들이 있고, 민주주의의 견제장치인 언론을 자기들 마음대로 장악하고, 자기들에게만 유리하도록 경기장을 기울게 만드는 세력들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것들을 되짚어보는 게 중요한 이유는, 현재 경기장을 기울이는 세력들이 뭘 원하는가를 되짚어 생각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권 5년동안에서 봤듯, 집권세력이 공익이 아닌 사적 이익을 추구해 국가를 운영할 경우 나라는 극단적인 정글로 바뀝니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선거 부정 논란을 감수하면서 정권을 가져가려고 했던 것은 자기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함도 있겠지만, 더 큰 것은 지금까지 공공의 것으로 되어 있는 것들을 끝까지 민간자본화라는 틀을 씌우고 결국 몇몇 세력들이 독점해 배를 불리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하고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스스로가 견제세력화하고, 더더욱 열심히 수개표 요구도 하고, 저들에게 시민들이 살아있음을, 바로 시민들이야말로 그들이 두려워해야 하는 세력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야 합니다.

뭐, 민영화 같은 거 신경쓰지 않아도 되죠. 돈만 많으시다면. 한 달에 물세 12만원, 전기료 25만원씩 내 보십시오. 그리고 통신비 같은 것들, 지금도 많이 부담하시지요? 그런 사정을 뭘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저들의 온정주의? 공공의 개념은 결국 시민들이 잡아줘야 하는 겁니다. 그게 민주공화국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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