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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교통사고와 신자유주의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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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618회 작성일 13-02-1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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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내의 차를 어떤 할아버지가 들이 받았습니다. 아내의 밴 뒷문짝까지 찌그러들 정도였지만, 상대편 노인분의 차는 살짝 범퍼만 다쳤더군요. 그래서 저도 생각은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만. 나도 나이먹으면 그냥 휘발유값 걱정말고 포드 F 150 트럭 사서 몰고 다녀야겠다... 하는.

어쨌든, 아내는 우리 보험회사에 연락을 했고, 사고 경위를 이야기했습니다. 다행히 차량이 크게 부서지지 않아 경찰 리포트가 정식으로 쓰여지지 않을 정도였는데, 나중에 정비소에 몰고 가니 뒷문이 보이지 않게 크게 휘어서 이것을 아예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이며, 이것만으로도 몇천 달러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같은 이야기를 보험회사에 했고, 아내는 통증이 늦게 나타나는교통사고의 특성상, 당일엔 괜찮다 하더니 그 다음 다음날부터 어깨에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보험회사 에이전트의 반응이 뜻밖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큰 사고가 아니니 상대방 보험으로 처리하라고 우리에게 이야기했고, 경찰 리포트가 작성되지 않아 케이스 번호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경미한 사고이니 우리가 지금 거래하고 있는 보험회사에 이야기하면 아마 커버가 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고, 이에 화가 난 아내는 결국 변호사를 고용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살면서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심지어는 낸 적도 많지만 변호사를 고용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별로 없습니다.

이번 사고 이전, 처음 변호사를 고용했던 것은 2001년에 아내가 지원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당한 교통사고였는데, 그때도 상대방의 보험회사에서 너무 뻔뻔한 대응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호사를 고용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보험 에이전트의 불친절한 대응이 변호사를 고용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주위 사람들은 처음부터 변호사를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었지만, 우리는 그게 어쩐지 이 식인상어들만 헤엄치는 것 같은 사회에서 악귀같이 뜯어먹으려 드는 이들에게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것 같아서 피해 왔었는데, 이번엔 엉뚱하게 아내가 먼저 제게 상의도 안 하고 바로 스스로 판단해서 변호사를 알아봤습니다. 솔직히 저로서는 뜻밖이기까지 했습니다.

"아니, 에이전트만 친절하게 대응해 줬어도 내가 이렇게까진 안 해." 아내는 잔뜩 화가 나 있었습니다.

크게 보면, 이것은 신자유주의의 거품이 빠지고 미국의 '투자 상황'이 아직은 호전상태와는 전혀 관계가 멀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보험회사란 곳은 우리에게 프리미엄, 즉 보험료를 받아가서 그것을 굴려 운용하는 회사입니다. 신자유주의가 한참 득세할 때, 보험회사들은 스스로 투자사를 운영하거나, 아니면 그 돈으로 투기성 높은 펀드에 재투자하고 자산을 키워 왔습니다. 그러나 몇 번의 거품 붕괴와, 이와 동반된 경기의 악화는 그들의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려 놓았을 뿐 아니라 결국 이것이 큰 손해로 이어지는 상황들이 동반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에이전트들에게까지 자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어떤 지침 같은 것이 내려갔을 것이고, 그것이 서비스의 악화로까지 이어졌을 거라는 추측이 충분이 가능했습니다.

보험회사의 태도 변화- 우리가 거래하고 있는 이 에이전트의 경우 원래 친절하고 적극적인 서비스로 평판 높았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우리 부부는 전혀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 하나로 미국의 경기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좀 오버스러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들이 사회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지금껏 미국이 기조로 가져왔던 신자유주의적 경제 체제가 더이상은 버텨낼 수 없다는 어떤 신호탄으로 보입니다. 약탈적 투기자본들이 기습적인 투기를 통해 이윤을 챙길 수 없는 것이죠. 물론 아직도 어떤 나라들은 미국, 아니 이런 투기적 대자본들에 기꺼이 '몸을 대 주는' 나라들도 있긴 하지만...

신자유주의적 세계경제체제는 결국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세계 각국에서 봉기를 키우고, 지금껏 이어지는 세계의 불안정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대투기 자본들의 촉수라고 할 수 있는 보험회사나 금융회사들도 더이상 빨아먹을 것들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로 세상을 말려놓은 셈입니다. 결국은 정상적 생산과 소비를 통한 이윤의 창출, 그 매우 근본적인 자본주의의 기본 체제로의 환원과, 투기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서 구매력을 증가시키는 것, 그러면서도 과도한 생산을 막고 자원 소비를 조절할 수 있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이면서도 더 나아가서는 글로벌한 적절한 통제가 이뤄질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이데올로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약탈적 자본주의,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분명히 극한을 쳤습니다. 여기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야말로 미래를 여는 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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