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4대강, 이명박식의 녹색성장과 가치의 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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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인가 포털 메인 화면에 떠 있던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수출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에 대해 비난을 하고 나선 것입니다. (기사참조: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124) 그 내용을 보면 이 대통령은 “태국 물 관리 사업 수주와 관련해서 일부 비정부 단체(NGO)가 한국 기업의 수주를 반대하는 운동을 한다고 들었다”며 4대강복원 범국민대책위의 활동을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것이고, 환경운동연합은 “거짓과 부실의 수출을 막는 것은 시민단체 본연의 활동”이라고 맞받았다는 것입니다.
분명한 건, 적어도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수출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 등 잠재적 적국이 될 수 있는 나라들에 적극 이 사업을 수출한다면 상대적으로 그 나라들의 국력이 약해지고 예산을 낭비하게 되면서 우리의 국력이 상대적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는 잡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그 4대강 사업이 모두 부실사업이고, 보 하나만 멀쩡하다는 기사를 쏟아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4대강 사업에 대한 비난기사를 시발점으로 해서 박근혜 세력이 천천히 이명박 세력을 정리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어느정도 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그 4대강 사업이 '온통 부실과 의혹투성이'라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며칠 전엔 미국 정부가 기념하는 '한국의 날' 행사가 미국의 각 지역에서 있었습니다. 시애틀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인 문화단체들이 모여 공연을 하고 한국에서 초청된 문화 단체들도 대거 공연을 했습니다. 또 한인 커뮤니티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은 제이 인슬리 워싱턴주 주지사 당선인이 와서 축하 연설도 하고, 지역 미국 정치인들과 한국계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 이를 기념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총영사가 나와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는데, 내용이 솔직히 가관이었습니다. 특히 '경제성장과 녹색성장을 이뤄냈다'는 부분에서는 실소도 아닌 야유가 터질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사진으로 들여다 본 4대강의 모습은 끔찍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대로 '녹색'은 분명히 녹색이었습니다만, 그것은 생명의 녹색이 아니라 거의 '뼁끼의 녹색' 수준이었습니다. 흘러야 할 강이 막혀서 생명을 앗기고 아이러니컬하게도 '녹색의 독'을 품어대기 시작한 것에 대해 이명박 정권은 발뺌하기 바빴고 폭염을 핑계삼는데만 급급했습니다. 이미 그 전해 겨울, 크리스마스 전날의 추운 강에도 녹조들이 들어차기 시작했건만.
사람이 사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어떤 '법칙'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상식'일 것입니다. 새삼 안철수 전 후보의 '상식은 지켜지는 것이 상식'이란 발언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지켜져야 하는 것, 사리에 마땅한 것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원칙으로 지켜진다면, 우리는 지금 이렇게 분노할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상식의 기준이 바로 그 상식 자체가 아니라, 개인적인 부에 대한 욕망으로 대체되자, 그 자리엔 이명박이 들어와 앉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눈 딱 감고 던져준 한 표가 어떤 식으로 독이 되어 사회에 퍼지게 됐는지는 굳이 일일이 다 예를 든다는 것이 숨차고 힘들 정도입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가치' 입니다. 그리고 그 가치는 지키는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가치를 '돈의 가치'로 바꾸어 버리게 되면, 모든 상식이 바뀌어 버립니다. 어렵게 찾아놓았던 민주주의의 가치들이 정말 한 순간에 어떻게 바뀌는지를 지난 5년동안 겪었으면서도, 우리는 승리의 결과까지도 도둑질당하고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 일어나는 것들을 봐야 합니다. 그 무너진 상식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저 몰상식들은 녹색이라는 말의 가치를 바꿔 버리기도 하고, 가장 도덕적으로 무너진 자들이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는 말을 하는 것조차도 가능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가치를 지키고 다시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정치라는 것도 의미가 분명해지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선 일찌기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를 말했습니다. 이 상식이 분명히 바로 세워지지 않는 이상, 반칙과 특권은 당연히 일상화될 수 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를 모두 가져가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그 가치를 지켜내지 못한 우리들일 뿐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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