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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현실과 우리가 정치에 더 관심가져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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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629회 작성일 13-01-0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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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우체부인 제 배달 구역안에 있는 서밋 애비뉴와, 시애틀의 명물 스페이스 니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토마스 스트릿 사이엔 '아날로그 커피'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어떤 고객이 이 커피집 카드를 선물했기에, 오늘 점심은 이곳에서 해결하고 있는 중입니다.

늘 점심시간이면 저와 함께 말벗을 하며 점심을 같이 나누는 조지앤 아주머니는 노환으로 시달리는 부모님을 돌보러 캐스케이드 산 동쪽에 있는, 이곳에서 운전해서 세 시간 반 정도 떨어진 서니사이드라는 그분의 홈타운엘 가셨습니다. 조지앤도 올해로 66세가 되었는데, 90세가 넘으신 양친이 모두 살아계셔서 무슨 일이 있으면 그나마 자식들 중에서 가장 가까이 살기에 꼭 가 보셔야 합니다.

미국이 한때는 '노인의 천국'으로 불리우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런 기조가 모두 망가진 것은 레이건의 집권 이후였습니다. 레이건의 집권 초기만 해도 현실사회주의가 미국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세력의 반대 진영으로 강고했었고, 미국과 소련은 서로의 체제가 더 낫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해서도 복지 제도를 확충하고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979년 이란이 호메이니가 이끄는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의 혁명을 성공시키자, 이에 자극받은 아프가니스탄의 국민들은 당시 반 종교적인 좌익정권에 대항해 내전을 일으킵니다. 그러자 좌익 정권이 소련에 지원을 요청하고, 이밖에 에너지의 원활한 수급과 서남아시아지역 패권 장악이라는 현실적 이유가 겹치며 아프간 전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소련의 아프간 침공은 패착중의 패착으로 귀결되고 맙니다. 종교 원리주의자들의 거센 저항은 그들 내부의 분열마저 넘어서 소련에 대한 민족주의 항전으로 진행되고, 미국은 아프간 반군, 이른바 '무자헤딘'에게 비밀리에 무기와 자금을 대며 소련의 출혈을 유도합니다. 결국 소련은 이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졌다고 할 정도로 막대한 물량을 쏟아부었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마치 미국의 베트남 전쟁이 그랬던 것처럼, 민족주의 세력이 패권주의 세력을 몰아낸 것입니다. 이때 미국이 키워준 무자헤딘이 나중에 탈레반 원리주의 세력이 되어 지금은 미국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컬할 정도입니다.

어쨌든, 구 소련은 이 전쟁으로 국력을 낭비하게 되고, 결국 구소련 중심의 현실사회주의 체제는 붕괴됩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됐습니다. 그리고 나서 자기와 경쟁할 상대가 없어진 미국은 지금까지 써 왔던 온정주의의 가면을 벗습니다. 전 세계의 시장화, 상품 생산의 전세계적 구획화, 이를 통한 거대기업들의 이윤챙기기가 더욱 본격화됩니다. 그러면서 생산비용을 줄인다는 이유로 다국적기업들이 임금이 저렴한 곳들로 생산 시설을 옮기기 시작하고, 이 때문에 자본의 보다 원활한 유통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되는 규제들이 무더기로 철폐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강조됩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 세상이 도래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러면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이 복지혜택들입니다. 생산 기반이 해외로 통째로 이전되니 미국 역시 임노동자들의 구직난이 시작되고, 또 국가 체제도 복지가 경쟁을 막는 요인이 된다며 복지 혜택 자체를 크게 축소하고, 노조를 탄압하게 됩니다. 기업들도 이러한 정치세력 쪽의 규제완화를 틈타 지금까지 복지의 형태로서 제공되던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보장을 크게 축소합니다. 이런 것들이 한 세대를 내려왔고, 그러면서 미국 국민들은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불리우는 국가들 중에서 사회적인 복지혜택이 말 그대로 '최악'이 되어 버렸습니다.

오늘 조지앤 아주머니가 집에 계시지 않은 것도, 결국 과거엔 저소득층들에게도 별 어려움 없이 제공되던 도우미 서비스나 혹은 양로원 서비스 같은 것이 없어졌거나 수혜의 폭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설 양로원을 알아보시던 조지앤 아주머니는 1년에 10만 달러가 넘어가는 비용에 그만 두 손을 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혜택을 받으려면 아예 연금 수입조차 없어야 하는 끔찍한 나락으로의 경주가 계속되는 속에서, 결국 깨닫게 된 것은 현실을 더욱 확실하게 파악하고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국민들이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압박을 가하고 그들을 똘똘 뭉친 표로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오바마의 재선도,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고 미국이 재정 절벽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협상을 타계한 것도 사사건건 오바마의 발목을 잡아오던 공화당 중심의 의회가 국민의 눈치를 봐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조지앤 아주머니의 경우에서 보듯, 정치에서의 자각은 결국 우리의 삶을 바꾸는 첫 발자욱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연이나 학연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들의 삶의 질을 바꾸기 위해 투표해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선거 결과들을 보면, 일단 자기 자신에 대한 자각들이 불분명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안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그래도 국민의 절반이 자신과 반대편에 서 있다는 것을 정부가 분명하게 알았으면 합니다. 국가라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잘 살기 위해' 만들어낸 정치적 조직이며 권력의 기반입니다. 국가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도 국민 개개인이 더욱 현명해져야 합니다. 국가적 프로퍼갠다가 아니라, 개인적인 삶의 질을 위해서도 정치에 더더욱 관심가져야 할 때인 듯 합니다. 비록 지금 마음이 힘들고 피폐해졌다 하더라도, 결국 국민이 감시하고 견제하지 않으면 권력은 독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도 더욱 감시와 견제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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