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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석의 정치탐사] FMLN의 좌절과 혁명사상의 결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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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306회 작성일 23-01-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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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해방전선이 좌절한 근본원인은 참된 혁명사상의 결핍에 있다. 참된 혁명사상을 지도사상으로 갖지 못한 정당은 집권 이후 혁명을 계속 발전시킬 발전전망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좌절하게 된다.

1970년대와 1980년대 20년 동안 엘쌀바도르 민족해방혁명에서 수많은 혁명투사들이 고귀한 목숨을 바쳤건만, 민족해방전선은 민족해방이 실현된 이후에 계급해방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를 밝혀주는 참된 혁명사상을 알지 못했다."

엘쌀바도르에서의 실패를 통하여 혁명은 어떻게 해야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를 짚어주는 한호석 박사의 글을 게재한다. [민족통신 편집실]


[한호석의 정치탐사]

FMLN의 좌절과 혁명사상의 결핍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2022년 8월 18일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엘쌀바도르에서 2022년 3월 26일 하루 동안 살인사건이 62건나 일어나자, 그 나라 정부는 서둘러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경찰력을 동원하여 다섯 달 동안 갱단소탕작전을 벌여 갱단 조직원을 50,000명 이상 무더기로 체포했다는 소식이었다.

갱단소탕작전이 벌어지기 전에도 갱단조직 범죄자가 약 39,000명이나 수감되어 있었는데, 거기에 더하여 갱단 조직원 50,000명 이상을 더 체포한 것이다. 그로써 엘쌀바도르에서는 성인인구 중에서 2%가 갱단조직 범죄자로 수감되어 있는 셈이다. 갱단조직 범죄자가 그처럼 많다면, 다른 범죄자는 얼마나 더 많겠는가. 엘쌀바도르는 어쩌다가 그런 절망적 상황에 빠져들었을까?

돌이켜보면, 1980년대에 엘쌀바도르에서는 파라분도 마르띠 민족해방전선(Farabundo Marti National Liberation Front, FMLN)이 미제국주의자들의 조종과 지원을 받는 종미우익정권을 타도하기 위한 영웅적 무장투쟁을 벌였다. 그런데 그런 나라가 갱단조직 범죄가 만연된 나라로 전락했다니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지금으로부터 42년 전인 1980년 10월 10일 5개 정치군사조직들이 결집하여 파라분도 마르띠 민족해방전선을 결성했다. 전선체를 구성한 5개 정치군사조직들은 1930년에 창설된 엘쌀바도르 공산당, 1970년에 창설된 파라분도 마르띠 인민해방군(FPL)과 인민혁명군(ERP), 1975년에 창설된 민족저항(RN), 그리고 1980년에 창설된 중앙아메리카 노동자혁명당-엘쌀바도르(PRTC)다.

파라분도 마르띠 민족해방전선(이하 민족해방전선으로 약칭함)은 수많은 혁명투사들이 희생되는 고난을 뚫고 무장투쟁을 계속하면서 혁명력량을 장성시켰다. 그리하여 1989년 11월 엘쌀바도르 수도 싼살바도르 안으로 진격해들어갔다.

싼살바도르가 공격을 받자 다급해진 엘쌀바도르 종미우익정권은 민족해방전선에 평화협상을 제의했다. 1992년 메히꼬에서 민족해방전선과 엘쌀바도르 종미우익정권 사이에 평화협약이 체결되었다. 그로써 민족해방전선은 무장투쟁을 끝내고 정치활동에 전념하게 되었다.

민족해방전선을 구성했던 5개 정치군사조직들은 1995년에 각자 발전적으로 자기 조직을 해산하고 단일정당으로 통합되었다. 단일정당은 파라분도 마르띠 민족해방전선이라는 이전 전선체의 명칭을 당명으로 사용했다.

5개 정치군사조직들이 단일정당으로 통합되었으면, 정치력량이 더욱 강해져야 할 텐데, 당내 사정은 반대방향으로 흘러갔다. 통합된 민족해방전선 내부에서 사상대립이 격화된 것이다. 혁명적 사회주의 흐름(CRS)이라는 명칭을 가진 맑스-레닌주의 좌파와 갱신운동(Renovadores)이라는 명칭을 가진 사회민주주의 우파가 대립한 것이다. 당권을 장악한 맑스-레닌주의 좌파는 당내 사회민주주의 우파의 핵심인사들을 반당행위자로 규정하고 출당시켰다.

2007년 대선에서 민족해방전선의 대선후보 마우리씨오 푸네스(Mauricio Funes)가 당선되었다. 그러나 민족해방전선이 집권한 5년 동안 사회정치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사회정치적 기반을 구축하지 못했다.

2014년 대선에서 민족해방전선의 대선후보 쌀바도르 싼체스 쎄렌(Salvador Sanchez Ceren)이 당선되어 두 번째 집권하는 데 성공했다. 쌀바도르 싼체스 쎄렌은 1980년대 민족해방전선의 총사령관으로서 무장투쟁을 지휘했었다. 그래서 쌀바도르 싼체스 쎄렌이 집권했던 2014년부터 5년 동안 엘쌀바도르에서 어떤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런 기대는 빗나갔다. 그 이후 지금까지 민족해방전선은 대선에서 연속 패했다. 그들이 좌절한 원인은 무엇일까?

민족해방전선은 자신을 노동계급정당(working class party)으로 규정했고, 자기의 지도사상을 맑스-레닌주의로 정하였으며, 자기의 강령을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해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기술적, 사회적 토대를 세우는 것"으로 정했다. 이런 사실을 보면, 민족해방전선은 집권기간 10년 동안 맑스-레닌주의에 의거하여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사회정치적 토대를 구축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들이 처한 현실은 반대방향으로 흘러갔다. 민족해방전선은 엘쌀바도르 의회 84석 중에서 겨우 4석을 차지한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종미우익정당이 집권한 엘쌀바도르에서는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에 대한 착취와 억압이 여전하고, 갱단조직범죄를 비롯한 각종 범죄가 만연했다. 종미우익세력의 발호로 나라 전체가 피폐화되었다.

민족해방전선이 좌절한 근본원인은 참된 혁명사상의 결핍에 있다. 참된 혁명사상을 지도사상으로 갖지 못한 정당은 집권 이후 혁명을 계속 발전시킬 발전전망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좌절하게 된다.

1970년대와 1980년대 20년 동안 엘쌀바도르 민족해방혁명에서 수많은 혁명투사들이 고귀한 목숨을 바쳤건만, 민족해방전선은 민족해방이 실현된 이후에 계급해방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를 밝혀주는 참된 혁명사상을 알지 못했다. 민족해방이 실현된 이후 계급해방이 곧장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높은 단계로 급진전할 수 없으며, 계급해방은 진보적 민주주의의 실현에서 시작된다는 사회력사발전의 진리를 그들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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