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공동성명 직후 이뤄진 10월 유신의 데자부, 그리고 선명성 없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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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왔다.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 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동 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가톨릭 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퇴근길에 부모님댁에 들러 뉴스를 지켜봤습니다. 보다가 열불이 끓는 것을 참을 수 없더군요. 중간에 민주당 반응 나오는 걸 보고서, 도대체 지금 상황에서 저게 할 수 있는 말인가 싶었습니다. 정치적 탄압을 경계하는 경고를 던져도 시원찮을 마당에, 민주당 당 대표 반응이라고 나온 것이 "사실이라면 충격적" 정도의 반응이라면, 나치 때 루터교 목사였던 마틴 늬밀러 목사가 오래 전 경고했던 '그들이 왔다'는 시의 내용이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이뤄지진 않을까 저어됩니다.
그런데 뉴스 내내 이석기 의원에 대한 소식이 시시각각으로 전해지면서도 이산가족 상봉에 관한 뉴스가 계속 전해졌습니다. 참 묘한 기시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거 7.4 공동성명으로 남북한 당국이 그 전해부터 논의됐던 이산가족 상봉 등을 앞세워(실제로 상봉은 그 훨씬 이후인 1985년에 이뤄졌고, 그때도 전두환 정권이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지만) 화해 무드를 띄운 후 갑자기 국민들의 뒤통수를 친 유신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졌던 것입니다.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세력의 시계는 아마 딱 그때일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국민들이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정치와 역사의 시계를 그때로 돌리려고 온갖 수를 다 쓰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상식과 법치가 무시되는 시대, 야권의 한 축을 종북, 심지어는 국가 전복세력으로 몰아 야당 갈라치기를 하고 국정원에 대한 개혁 요구와 열망, 그것을 통한 민주주의의 회복과 새로운 시대를 원하는 국민의 촛불을 끄겠다는 발상. 그것은 그들이 처음부터 부당한 방법으로 집권을 했음을 스스로 알기에 어떻게든 그게 밝혀지는 걸 막아보겠다는 몸부림이 아니면 뭐겠습니까.
아무튼, 문제는 이럴 때일수록 야당이 더욱 선명성을 띠고 이 사건이 지닌 본질적 의미를 분명히 간파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데, 김한길의 민주당이 보여주는 움직임은 과거 신한민주당 시절의 이민우 총재를 연상케 할 정도라는 게 참 실망스럽군요. 야당은 이럴 때일수록 더 선명하게 저들의 원죄를 날카롭게 묻고, 과거 그들의 선배들이 이런 미적미적한 태도를 보이다가 어떻게 됐는지를 상기해야 하고, 친일부역세력의 후예인 한나라당은 10월 유신이라는 이름으로 독재의 철권을 휘둘러왔던 정권이 어떻게 무너졌나를 되새겨 봐야 할 것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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