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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에 묻어나는 저들의 두려움과 아이러니컬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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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640회 작성일 13-11-0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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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여기까지 왔군요. 아마 대선 때 이정희 대표의 '다까끼 마사오' 발언에 꽤 이를 갈았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정당에 대한 해산 심판 청구까지 해야 할 정도로 한이 맺혔던 모양입니다. 물론, 이게 단지 그런 개인적인 원한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영국 BBC는 박근혜 관련 보도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반대세력을 탄압하고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했다는 내용 등을 다루고, 부정선거 논란에 대해서도 꽤 자세히 다뤘습니다. 그리고 계속해 드러나는 부정선거의 증거들을 덮기 위해서도, 이석기 사태에 버금가는 뭔가 '뜨거운 이슈'가 필요했겠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헌정 사상 한 번도 없었던 '정당에 대한 해산 심판 청구'라는 카드를 들었을 겁니다. 

 

사법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않은 이상 이런 시도가 나올 수 있을까요? 통합진보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므로 당 해산 심판을 청구한다는 정부의 요구, 이것은 물론 저들이 사법부마저도 과거 유신시대처럼 장악했다는 일종의 자만감의 표출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이석기 사태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통합진보당을 눌러 버리기 위해 뭔가 꾸준히 계획을 세웠고, 이를 플랜화한 후에 밀어붙인다는 인상마저도 듭니다. 즉, '이정희 죽이기'는 이미 계획돼 있었고, 아마 이번 재보선에서 통합진보당 세력이 생각보다 득표율이 높았다는 것, 즉 '이석기 사태'에도 불구하고 '고정 지지층'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저들이 아예 진보세력 말살을 위한 플랜을 가동한 거라고 봐야죠. 물론 전술한대로 부정선거 의혹을 일거에 덮어버리기 위해서도 필요했던 것이고. 

 

'진보적 민주주의'를 말하면 북한의 김일성 사상과 같다는 이유를 뒤집어 씌우고 그 당을 없애버리는 것이 과거 죽산 조봉암이 이끌던 진보당을 해산시킨 이승만의 폭거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정말,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제 미래를 잃은 걸까요? 

 

그러나, 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여기서 희망을 봅니다. 저들이 이렇게까지 나온 또 하나의 숨은 이유는, 그들의 안에 내재된 불안감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정선거 사태가 여기까지 폭로되고, 이것이 이정도까지 확산된 것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깨어 있는 시민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무엇보다 저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그들의 죄상. 그래서 우리가 그들에게 외쳐야 할 말은 "네 죄는 네가 알렷다!"라는 추상같은 호령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금 범 야권 세력의 결집이며, 반새누리 세력의 연합입니다. 지금은 이석기가 말아먹은 심판의 기회 같은 것을 곱씹어 고민할 때가 아닙니다. 결국은 오래 전 마틴 늬밀러 목사의 경고처럼, 극우 친일부역세력이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는 데 성공하면, 그것은 점점 모든 진보진영, 그리고 건전한 보수세력까지도 침묵시켜 버리고 말 겁니다. 그래서 지금 민주당은 오히려 이 사태에 '국민의 여론을 의식'한다는 핑계로 입 닥치고 있을 게 아니라, 이게 바로 그들의 일이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겁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헌법에 보장된 모든 권리들이 하나씩 둘씩 우리 주위로부터 사라질 겁니다. 에블린 홀이라는 영국 작가가 원래 했던 말이지만, 이게 마치 볼테르가 직접 했던 말처럼 인용되고 회자되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네 사상에 동의하지 않지만, 네가 말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걸고 싸우겠다." 21세기에 다시 눈앞에서 자행되는 이승만 시대 스타일의 정치 탄압 현장이 되어 버린 한국을 지켜보면서, 저런 구태들이 다시 자행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진짜 이제는 국민의 힘밖에 남지 않은 것인가 하는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절망의 시대를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도 여기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지금 이 상황, 우리가 함께 드는 촛불 하나가 바로 희망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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