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세상, 여러분은 안녕하십니까?
페이지 정보
본문
이른바 고려대생의 대자보 하나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 버린 듯 합니다. 여러분은 안녕하시냐는, 그 짧은 한 마디가 이렇게 사람에게 충격을 던지는 것. 그게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은, 그 사회의 기저가 '사람을 무시하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에서부터 그 고민의 시작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문득 해 봅니다.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행복의 조건의 하나는 괜찮은 직장을 갖는 일임은 당연한 일입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서 노동을 하고 충분한 급여를 받아서, 그것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고 재생산을 위한 투자가 각 노동자들을 위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 이뤄지는 것. 이런 것으로 요약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지금 세상의 가장 큰 문제는 신자유주의식의 성장이 더이상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얼마전에 들었던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는 이런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실업률이 2012년에 3.2%라고 하는데, 이게 전혀 말도 안된다는 지적으로 시작했던 이 팟캐스트에서는 한국의 통계청이 어떤 식으로 통계를 조작했거나 혹은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산출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민주당 소속으로 환경노동위에서 활동하는 이용섭 의원은 이같은 통계가 발생하는 이유와, 거기서 발생하는 모순을 잘 짚어 주었습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통계청이 발표하는 통계상 현역 군인, 기결수 등은 아예 생산가능인구에서 집계가 되지 않고, 2012년 말 현재 잡힌 82만명의 실업자 중 취업 능력이 있는데 직장을 구하지 않고 있는 사람을 경제활동 인구에서 제외한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OECD 기준으로는 주당 18시간 이상 일을 하는 사람만 취업인구로 잡지만, 한국의 경우 주당 1시간만 일해도 취업 인구로 친다는 것입니다. 즉, 하루에 한두 시간 알바 하는 사람들도 '실질적인 실업인구'로 잡는 것이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다 취업인구로 분류된다는 것이죠.
이런 차이들을 모두 계산해서 우리의 진짜 실업률을 구할 경우, 실질적 실업인구는 426만명에 달하며 이것은 전 국민의 15.1%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즉, 통계청에서 지난 대선을 앞두고 발표한 3.2%의 실업률은 실질적으로는 15%가 넘어가는, 즉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의 실업률을 가볍게 제쳐버리는 엄청난 실업률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 왜곡된 통계는 당연히 대선에서 저들을 위해 쓰였던 것이고. 참고로 미국의 경우, 실업률은 매달 발표되고, 10%가 넘어갈 경우 집권당은 패배하고 폭동이 일어나며 사회가 불안해진다고 합니다. 2013년 11월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7.3%, 일본은 4.2%, 독일은 5.3%, 프랑스는 10.5% 인데, 한국의 경우 같은 기준으로는 15.1% 이니, 사람들의 생각을 통계로 조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이 팟캐스트는 지적한 바 있습니다.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은 시장이 커지고 일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이나, 현재 기업은 일자리를 늘리는 대신 근무 시간을 늘려버리고, 기업의 부가 늘어나면 그것은 노동자들이 아닌 주주들에게 돌아가고, 일자리를 늘려야 할 경우에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만을 늘리며, 그것을 '고용유연성'이란 말로 미화하고 있다는 것이죠. 비정규직의 문제 중 가장 큰 것은 그들이 언제 직장을 잃을 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노동자들이 자기들의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2-30대가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이 있는가? 라는 질문, 오래전부터 나왔던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선성장 후분배'라는 말을 앞세우며 정부와 기업들이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해 왔지만, 이것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서는 더욱 잔인하게,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 왔지요. 그런데, 경기는 좋아질 수 없다는 것이 뻔합니다. 시장의 소비가 줄고, 80년대와 같은 저유가 시대의 호황 같은 건 생각할 수도 없지요.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들의 시장은 계속해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국가들에 의해 분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1990년, 제가 미국에 아버지를 따라 이민왔던 때, 이곳의 K마트라고 하는 대형 수퍼에 걸려 있던 옷들은 모두 국산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이런 스타일의 마켓에 가면, 의류는 거의 월남, 스리랑카,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의류들이 걸려 있습니다. 이것은 신발의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즉, 우리가 무역으로 먹을 수 있는 파이의 크기는 뻔하다는 것이죠.
이런 경우 기업이 살려면 결국 내수를 키워야 합니다. 각국이 모두 비슷한 상황들을 겪다 보니, 자유무역을 앞세우면서 타국 시장을 힘으로 개방하려 하는 강대국들의 폭거는 자국 보호무역 정책이 섞이며 국제 시장은 더더욱 원칙을 이탈한 정글에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경제가 살 길은 내수를 진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선 큰 시장이 있어야 하며 동시에 사람들이 소비를 할 수 있는 '돈' 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돈은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지급되는 임금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자리가 한계가 있다는 것이고, 이 팟캐스트 프로그램에서는 그 대안으로 '기본소득제'를 제시하고 이것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생각해 볼 만한 방안임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방향이 사실 어떻든, 이것은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방안을 마련하려 해야 할 경우, 지금처럼 부자들만을 위하는 정책으로는 절대로 문제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대기업에 제공하고 있는 세금감면을 비롯한 온갖 비정상적인 특혜들을 줄이고, 과거 루즈벨트가 그랬던 것처럼 최상위 부유층에 대해 '부자세'를 매겨 이것을 최저 소득계층에 뿌리고, 일하는 시간을 강제로 줄이고, 이 시간을 나누어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일하는 시간이 적어진 이들이 소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여기서 창출된 수요가 공급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일이겠지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는 첫 단추로서 지금 우리가 '안녕하지 못하다'라는 분명한 각성을 갖는 것.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안녕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 당연히 공유하는 주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모여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젊은 정치세력'으로 자라날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도 보다 밝은 쪽으로 변화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현실을 자각하고, 분노할 줄 아는 사람들이 정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가 그런 과정을 통해서 변해야만 지금의 몰상식도 조금씩 걷혀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애틀에서...
- 이전글독재자의 딸인 박근혜는 자기 아버지도 안닮았나봐 ㅎㅎ 13.12.16
- 다음글중앙선관위가 어떻게 개표조작을 했는가? 13.12.1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