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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 4주년, 무엇이 우리에게 가장 큰 상처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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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621회 작성일 14-03-2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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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4년이 됐습니다. 아직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당시 정권은 처음엔 분명히 "북한과는 관련 없다"고 발표했다가 이후 갑자기 말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해군이 그렇게 최신 장비로 뒤지고 다녀도 못 찾던 천안함의 선체는 고기잡이 배의 어군 탐지기에 의해 그 위치가 파악됩니다. 그리고 나서 이 미스테리는 결국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납니다. 그리고 탈 많고 말 많은 1번어뢰, 그리고 그 진위를 알기 어려운 온갖 설들이 천안함 미스테리의 주변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 사건에 대해 '천안함 프로젝트'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와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 조차도 불편한 일이었는지, 정권 차원에서 천안함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 조차도 막아서는 그런 상황이 됐습니다. 심지어는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니, 본질적으로 그 정권이 바뀐 것은 아니니 이 알 수 없는 이상한 태도도 계속 견지하고 있는 거라고 보는 게 맞을까요. 

 

천안함 사건은 그 진위가 어찌됐든간에 비극입니다. 그러나 폭침으로 보기엔 시신들도 너무 멀쩡했고, 이 밖에 서재정 박사의 책이나, 혹은 발표된 다른 정황들을 접하다보면 폭발로 인한 격침으로 보기엔 믿을 수 없는 상황들이 즐비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한미 군사 합동훈련중이었다는 상황을 고려해봐도, 침몰 해역의 깊이 같은 것을 봐도, 중어뢰라는 것의 파괴력을 봐도. 그러나 사건은 어쨌든 '북의 소행'이 되어가고 있었고, 국민들은 그것을 믿기를 강요당해 왔거나 그들의 논리에 알게 모르게 설득되어 왔거나 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천안함 사건은 더 큰 비극을 우리 군에 잉태시켰다는 겁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 군대는 항상 비상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군은 급식량도 줄이고, 공군의 경우 PX는 민간 영리화가 되어 군인들이 사회보다 더 비싸게 물건을 사야 하는 일도 벌어지고, 군인들은 평상화를 구하기 힘들어 전투화를 신고 생활을 한다 하고, 한국 군대는 피로가 쌓이는 군대가 됐습니다. 뉴스를 보면 군 관련 군기사고나 안전사고도 더 자주 발생했습니다. 이게 제대로 된 군대인가 싶을 정도의 군기 사고들이 이어졌습니다. 여군 대위가 상관에게 성관계를 강요받다가 자살한 사건도 있었고, 왕따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장병들의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군납 비리의 이야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뭔가 군이 해이해진 듯한 이런 현상의 시발점이 있다면 천안함 사고 이후에 그 건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알려진 통계들로서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왜 군이 이렇게 나쁘게 달라졌을까요? 

 

천안함 사고의 진실이 은폐되고, 심지어는 천안함 사건 관련자들이 그들의 말 그대로라면 패전의 책임을 져야 마땅한 사항이나, 그들은 오히려 승진들을 했고, 천안함 관련자들은 대부분 영전했습니다. 군에서 가장 중요한 기율이나 군기가 이런 모습 속에서 그 영이 제대로 설 수 있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일 거라는 것,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진실이 물 속에서 질식사되어 버린 것이야말로 군의 사기를 꺾은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명예롭지 못한 자들이 억지로 명예를 챙겨갈 수 있는 풍토 아래서 군의 사기가 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기를 바란다는 말과 가장 가까울 수 있지 않을까요. 천안함 사건은 결국 군이 진실을 은폐함으로서 명예를 버리게 된 것과 같은 것이 되었고, 진짜 군의 명예를 손상시킨 자들이 군 안에서 득세하게 됐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천안함 사건은 결국 이 사회의 또 하나의 드레퓌스 사건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 사건의 진실이 완벽하게 드러날 때까지, 천안함 사건은 진실을 둘러싼 공방으로 국력을 소진시키고 국민들을 가슴 속에 있는 불신을 키우는 사람들과, 그 진위 여부를 가리고자 하는 노력 자체를 '빨갱이 짓'으로 몰아가는 세력으로 나누어 버릴 것입니다. 그것은 이미 분단된 나라의 남쪽에서 사는 사람들을 또다시 분단시킬 것이 뻔합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천안함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상처이기도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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