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해외분쟁 불개입선언과 북-일 수교 임박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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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월호 사건과 지방선거 등 큰 이슈들에 묻혀 있는 동안, 어쩌면 앞으로 우리 민족의 운명을 어떻게 가를 지 모르는 일이 최근 벌어졌습니다. 지금 당장은 그것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사실은 이 일련의 사건들이야말로 앞으로 한반도 전체의 운명을 가름할 수도 있기 때문에 뒤늦게나마 조금 자세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며칠 전, 정확히는 5월 28일 오바마 대통령이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졸업 연설에서 졸업생들에게 "여러분은 9.11 이후 처음으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지 않을 첫 기수"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은 미국이 해외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말을 뜻합니다. 혹시 미국인의 생명과 안전이 직접 위협받지 않는 한 군사적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을 천명한 것입니다. 또, 군사 개입이 일어나더라도 동맹 우방국들과 함께 '집단행동'으로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런 미국이 요즘 한미일 삼국 동맹만은 강화 기조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른바 '대테러리즘 파트너십 펀드'라는 이름으로 시리아를 둘러싼 국가들의 대테러리즘 역량을 강화시키고 난민 수용을 확대하겠다는 등의 정책을 통해 군대의 파병을 최대한으로 억제시키겠다고 밝힌 오바마 정부가, 한미일 공조 강화엔 강력하게 나서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일단 미국의 태평양 중시정책 때문일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으로 하여금 제주 강정에 항공모함을 정박시킬 수 있는 시설을 짓게 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북한의 핵개발도 변수입니다. 최근엔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이 핵 실험을 하면 우리도 핵을 개발하겠다"는 엄포를 놓으셨으나, 다음의 이유로 절대 먹히지도 않는 공갈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 군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전시작전권'은 누가 갖고 있지요?
아무튼, 오바마 정부는 한미일 삼각 공조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이른바 오래된 '미쓰야 계획'을 다시 들고 나온 셈이지만, 이는 중국을 크게 자극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중국은 신화통신을 통해 "한국이 미국의 MD에 참여한다는 것은 넘을 수 없는 선을 넘은 것"이라며 "동아시아 최대 경제 세력(인 중국)이 한국의 이같은 행위를 좌시하진 않을 것"이라는 등 가장 높은 수위로 한국을 비난, 견제하고 나섭니다. 이것은 MD가 그동안 세계 질서를 다시 냉전 구도로 몰아넣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말이 'Missile Defense'지, 실제로는 얼마든지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어서 중, 러는 지금껏 미국에 불만을 토해 왔고, 실제로 이것은 결국 그들의 정치외교적 구도를 바꿔 왔습니다. 푸틴의 크림 반도 합병, 우크라이나 문제 등도 실제로 이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만일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국가가 되어 MD에 참여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러시아의 턱밑을 위협했을 것이고, 그 때문에 러시아로서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를 막고 싶었겠지요.
중국이 한국에게 "미국이 주도하는 MD 참여는 마지막 선을 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에서라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합동 군사훈련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 역시 여러가지 실리적 이유가 있찌만, 미국의 이같은 압박 정책에 대해 군사적 동맹을 통해 견제하겠다는 심리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국이 여기서 선택을 잘 해야 하는 것은, 중국이라는 나라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중국은 밉든 곱든간에 한민족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정치적 이유에서이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중국으로 수입됐던 문화들 역시 경제적인 요소들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테니까요. 현재 한국과 중국의 교역량 자체만 놓고 봅시다. 이미 대미, 대일 경제교역량을 뛰어넘은지가 한참 오래됐고, 교역 규모는 미일 두 나라와의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도 대중국 교역량이 더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경제 제제 위협을 하고 나온 겁니다. 그들도 그만큼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걸 뜻하기도 한 거죠.
그런데, 여기서 한번 더 한국으로서는 꼬이는 일이 발생합니다. 아니, 어쩌면 이 MD를 둘러싼 동아시아의 구도 전체가 바뀔 수도 있는 일이 벌어진 것이죠. 그것은 다름 아닌 북한과 일본의 전격 외교 관계 정상화입니다.
앞서 오바마가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서 연설한 날인 다음날인 29일, 북한과 일본의 관리들이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전격적인 만남을 갖고 북한과 일본의 관계를 향후 일본인 납북자 사건에 대한 북한의 해결 의지 및 성과와 연계해 '국교정상화' 단계까지 끌고 가기로 한 것은 일종의 충격이라고 봐도 될 정도의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김정은이라는 북한의 젊은 지도자가 나름 외교적 수완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또 자신이 나름 타협의 여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란 걸 서방, 특히 미국에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 조치를 통해 김정은은 자신의 '통치자금'에 대한 숨통은 틔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더 큰 떡은 아마 국교정상화에 따른 배상 문제에 있겠지요. 단돈 5억달러에 퉁쳐버린 한국 정부와는 달리 꽤 꼼꼼한 협상이 이뤄지리라고 생각됩니다. 이 경우에 한국은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더 큰 그림이 숨어 있습니다. - 글이 길어지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하지만 워낙 사안이 사인인지라 - 미국이 이걸 그대로 바라보고만 있을까요? 아마 아베는 그러리라고 짐작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아베는 여러 번 미국의 심증을 무시하고 신사 참배나 봉물 등을 통해 주변국을 자극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면에 있던 것이 단순히 일본의 군국주의 국가로의 회귀(자기들은 '정상국가'로 돌아간다고 주장하는) 가 아니라, '미국 주도 동아시아 주도권을 배제할 수도 있는, 자기들이 주도하는 패권주의' 였던 것임을 아예 이번엔 드러내 버린 것입니다. 한미일 신삼각동맹에서 가장 첫번째 타겟이 될 수 있는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선언해 버림으로서 말이지요.
최근 중국-일본간의 직접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시달리는 일본이 직접적인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북한과 직접 협상을 통해 탈출구를 모색하겠다는 주장에도 일부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게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보진 않습니다. 제 개인적 의견으로는, 오히려 이것은 '일본의 자신감'을 드러내놓는 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중국은 북한을 늘 '형제국'이라고 부르며, 중국의 컨트롤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랬던 북한을 직접 일본이 협상 테이블로 데려왔을 뿐 아니라 이젠 아예 국교 정상화가 가능해져 버린 것은 이래저래 중국으로 하여금 복잡한 계산을 튕기게 만들고 있겠지요. 이건 일본의 자신감 표출입니다. 즉, 이제는 미국의 컨트롤 아래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동아시아 맹주도 어쩌면 거의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대단히 위험한 자신감의 표출인거죠.
그런데, 여기서 다시 물어야 합니다. 한국은 뭐 하고 있습니까?
박근혜 정부에 외교가 있긴 합니까? 쓸데없는 '선언'들로 외교적 파트너가 되어야 할 북한을 자극하게 만들 줄만 알았지, 도대체 실리를 살리는 외교는 어디 간 겁니까? 우리 외교의 실리는 어떻게 하든 다 외국들이 먹도록 놓아 두는 게 박근혜 식 외교입니까? 물론 어떻게든 북일 수교만큼은 막으려 할 겁니다. 별 수를 써서 훼방하려고 들겠지요. 북일 수교 과정에서 배상 문제가 거론되면, 김종필-오히라 협약 문제가 거론될 거고, 그건 당연히 단돈 5억달러에 민족의 한을 퉁쳐버린 박정희 이야기를 꺼내게 될 테니...
대통령의 가장 큰 권한 중 하나가 국군통수권입니다. 그러나 전시작전권조차 없는 절름발이 통수권을 갖고 핵무기 개발이니 뭐니 하는 헛소리로 주변국의 실소나 사지 말고, 대통령은 우리가 지금 어떻게 외교를 해야 할지, 과연 지금의 친미 친일 정책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시길 바랍니다. 결국 친미로 고착하여 MD를 이 땅에 심을 경우 한반도는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압박을 받을 것이고, 혹시 전쟁이라도 난다면 가장 먼저 불바다가 될 겁니다. 이런 비극을 이 땅에서 되풀이하고 싶습니까? 제발 정신차리시길 바랍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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