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분통터지게 만든 한장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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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분통터지게 만든 한장의 사진 [951]
바람부는언덕 (londoner****)
체포동의안
▶불체포특권에도 불구하고 현역 국회의원을 체포하기 위한 법원의 요청을 처리하는 국회 표결. 검찰에서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 영장을 법원에 청구한다면, 법원은 정부에 체포동의요구서를 제출한다. 정부에서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하면,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해당 국회의원을 구속해도 되는지 무기명 표결을 한다. 과반수 이상 출석에 과반수 이상 찬성이 나오면 체포동의안이 통과되어서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고, 해당 국회의원을 구속할 수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체포동의안 처리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이번에도 망연자실 할 수 밖에 없었다. 도끼가 제 자루 못 깎듯이, 중이 제 머리를 깎기 어렵듯이, 국회의원들이 제 밥그릇을 내어 놓기가 이렇게나 어렵다. 이로써 그 동안 수차례에 걸쳐 국회의원들 스스로 해왔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대국민 약속도 역시나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
무대의 주인공이었던 송광호 의원 자신도 투표 결과에 어지간히 놀라긴 놀랐나 보다. 동료 의원들의 눈부신 동업자 정신이 발휘된 이 날, 부끄러움과 송구함으로 쥐구멍을 찾아도 모자랄 판에 그는 국민들을 분통 터지게 만드는 기묘한 표정이 담긴 사진 한장을 남겼다. 이 한 장의 사진 속에 대한민국 국회의 품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 사진은 대한민국 국회의 낯부끄러운 흑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기가 막힌 명작 중의 명작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저 사진을 후대에 반드시 보전해 주어야 한다.
극적으로 구속될 위기를 벗어난 그는 이날 본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국회의원은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자리이고, 지금은 국감과 예산이 있는 정기국회"라며 "(내가 구속되면) 나를 뽑아준 (지역구) 유권자들이 주권행사를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에 대해서 의원들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겠냐"며 동료의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아 금품을 수수하고 체포동의안 부결을 유권자들의 주권행사에 대한 의원들의 배려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 자의 천박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민의를 대변하는 의회정치의 산실인 국회에 그와 같은 반정치, 반의회주의자가 득실되는 기이함이야말로 대한민국 정치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그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국민을 머슴으로 알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챙기기를 강력하게 비판해 왔다. 2년 전, 그리고 1년 전에도 과도하게 부여되어 있는 특권, 그러나 책임과 역할은 찾아보기 힘든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위한 특권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 국회의원 스스로도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즈음해 '특권폐지안'을 내놓으며 자구책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전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저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앞다투어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거듭 약속을 하더니 선거가 끝나면 빛보다 빠르게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에게는 무려 200 여개의 특권들이 부여된다. '특권'이란 말 그대로 특별히 부여된 권리를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특별하게 부여된 권리에는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그에 걸맞는 '책임과 역할'이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에게 단 한명의 보좌관도 없이, 전용차량도 없이 스스로 의정보고서를 작성하고 법안을 만들고 '정말 힘들어서 국회의원 못해먹겠다'라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 스웨덴 국회의원의 모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일반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보편적 상식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할 뿐이다." (필자가 2013년 1월 4일에 쓴 '의원님들 국민들은 봉이 아닙니다' 중에서)
관성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국회의원 특권폐지에 대한 국민의 요구, 국회의원 스스로의 자성조차 관성의 힘 앞에선 이렇듯 무력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은 언제부터인가 보편적 상식을 정치권에 기대하는 것이 사치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관피아와 철피아, 해피아 등 대한민국에 만연해 있는 적폐들을 개혁하고 혁신하겠다던 정치권이 오히려 금품수수 혐의가 명백해 보이는 동료의원의 구명에 앞장섰다는 사실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국민은 거의 없다. 집단이기주의에 함몰된 이익집단인 대한민국 국회에서 의회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썩은 고목에서 꽃이 피어나기를 기대하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른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은 처참하기 이를데 없는 대한민국 정치의 한심한 몰골을 보여줌과 동시에 국회의원 특권폐지에 대한 당위를 다시 한번 환기시켜 준다. 이 구역질나는 정치판을 갈아 엎기 위해서 유권자들이 해야 할 일은 단 두 가지 뿐이다. 기억할 것, 그리고 반드시 심판할 것. 숨쉬는 것처럼 간단한 이 두 가지를 못해서 이 역겨움을 매번 느껴야 한다면 이보다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사회비용의 낭비가 또 없다. 이제는 정말 바꿀 때가 되었다. 유권자들은 반드시 그리고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분노의 기억을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그것만이 이 저주의 굿판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자 해법이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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