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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집권 야욕에 맞물린 테러 방지법, 그리고 진정한 테러 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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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652회 작성일 15-11-1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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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물 양이 오늘만은 적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아마 오늘 저녁 여섯 시나 되어야 일이 간신히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점심시간, 카페를 찾아들긴 했는데 마음은 가볍지 않습니다. 그래도 꽤 많은 소포들을 배달해서 우편 트럭 화물칸은 아침에 처음 짐들을 실었을 때보다는 공간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세계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뉴스의 양만큼이나 우편물이 많은 것은 아니니, 여기서라도 위안을 얻어야 할까요? 북한산 정상에서 테러 단체로 알려진 이슬람 단체의 깃발을 들고 흔들며 사진을 찍은 외국인이 체포됐다는 뉴스를 보면서, 한국 역시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닐 거란 생각을 해 봤습니다. 제가 있는 시애틀은 좀 덜하지만, 미국에서도 이슬람 국가 IS 의 테러 예고가 있고 나서는 긴장한 느낌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올라온 어느 기사를 보니 한국도 역시 테러의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 하더군요. 한국일보의 기사입니다. 

http://www.hankookilbo.com/v/c6d2b265bd45482194caa5745147379a


국정원이나 여당은 이렇기 때문에 테러 방지법이 속히 제정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국가 기관에 의해 인권을 탄압당한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국가인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당연히 이것을 고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요즘처럼 테러라는 것의 위협이 실제적일 때, 그것을 막아야 하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런 테러를 막으려는 노력이 꼭 자유와 인권을 제한하는 형태로 실시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저는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9.11 사태 이후 미국은 테러 방지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테러는 막지 못했습니다. 물론 알 카에다나 IS 같은 조직이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었고, 테러는 미국 내에서보다는 미국 외부에서 미국인들에 대한 테러 형식으로 있어왔지만, 정작 더 큰 테러들이 내부에서 일어났습니다.


미국은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이며, 선거 때마다 총기 소지 제한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들이 등장하지만 실제적으로 이것은 국민들의 정서를 크게 건드리며, 또 NRA (전국총기협회)라는 거대한 세력이 효율적 로비세력으로서, 또 이익단체로서 콜트나 스미스 앤 웨슨 같은 곳의 후원을 받으며 존재하기 때문에 거의 공염불에 그칩니다. 그러다 보니,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테러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을 뒤흔든 총기 난사 사건들이 바로 그 내부의 테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야말로 미국에서는 더 현실적인 위협인 셈입니다. 


이 내부에서의 테러의 이유는 보통 '정신병자의 소행'등으로 치부되기 마련인데, 사실 그 내부엔 미국을 좀먹고 있는 원인들이 그대로 숨어 있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등장 이후로 일어난 극심한 빈부의 격차, 그리고 복지 혜택이 크게 줄어들고 살기가 팍팍해진데다가 극단적으로 쉬워진 해고 등으로 인해 자신이 속해 있던 사회에서 소외받고 있었던 이들이 분노를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시키는 것이 이 내부의 테러인 셈입니다. 


이런 걸 상상해봅시다. 만일 한국이 미국처럼 국민의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나라라면, 지금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대략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미국의 공권력이 총기를 사용하는 까닭은 당연히 이곳에서는 거의 누구나 총기 소지가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왜 한국의 국민들 중 극히 일부라도, 이슬람 국가를 대놓고 지지한 까닭이 무엇인가 생각해 봅시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당연히 사회에 대한 불만이겠지요. 그렇다면 그 불만은 어떤 이유에서 왔을까요? 


지금의 일베라고 하는 세력들도 사회에 대해 불만을 가진 세력들일겁니다. 그런 이들이 총을 갖고 있다면? 저는 갑자기 해방공간에서 있었던 그 수많은 암살 사건들과 학살극들, 그리고 빨치산의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사회에 대한 극단적인 불만들이 극단적인 형태로서 표출될 수 있는 조건은 현대에도 얼마든지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핵이나 생물학, 화학 테러 등도 가능합니다. 약간 예가 다르긴 하지만, 오래전 도쿄에서 일어난 사린 테러 같은 형식의 무서운 테러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도 우리가 막아야 하는 일이지만, 일단 우리 사회 안에서 '내부 테러'가 생길 수 있는 조건들을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장 무서운 테러의 조건들은 이미 사회 안에서 생겨 왔습니다. 우리도 극단적인 부의 양극화, 이젠 너무나 일반화되어 버린 가진자들의 갑질, 빈약한 복지조건, 희망없는 정치, 약자에 대한 무한 희생강요, 무차별한 해고... 테러의 조건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테러를 막으려면 우선 복지를 확충할 일이고, 정의로운 분배가 있어야 할 것이며, 국민들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바깥에서 들어오는 테러 위협만 막겠다고 한다면, 얼마든지 내부의 테러 요건이 자라나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그들이 늘상 말하는대로 '북한'이라는 상수가 언제든지 변수로 전환될 수 있는 조건까지도 있는 상황에서. 


정말 국가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사회의 불안요인인 국민의 불만을 우선적으로 해소해줘야 할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직접 테러의 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저로 하여금, 바다 건너 내 나라를 걱정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놈의 정치 탓일 겁니다. 제발, 똑바로 좀 하십시오. 당신들의 장기집권 야욕을 이런 상황을 이용해 채우려 하지 말고.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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