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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설 <대박산마루> 제 2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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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8,037회 작성일 15-12-2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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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얼마나 잘생겼는가.

사람으로 치면 미남이다. 그 지세 뛰여난 이목구비와 웅건한 체구를 가졌다. 그 용모가 너무도 벅차서 옛 시인이 장성일면 용용수요 대야동두 점점산 즉 긴 성밑으로 강이 굽이치고 큰 벌 멀리에 산이 점점이 널려있다는 두줄을 넘기고도 붓대를 꺾었다고 할만하다.

시원하게 열린 구릉평야에 심심찮게 박혀있는 산들이 저마다 자기의 얼굴을 가지고 뽐내는데 강들이 또한 뒤지지 않고 소리친다. 그 크고작은 강들은 올망졸망한 아기들처럼 재잘대며 대동강으로 기여들라치면 어머니강인 대동강은 그들을 한품에 걷어안고 유유히 흐르며 너그러이 웃음짓는다.

그러다가도 한번 꿈틀하면 벌도 산도 꿈쩍 못한다.

대동강은 평양의 젖줄기요, 생명수이다. 대동강이 있어 평양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고 대동강이 있어 평양의 지세 뛰여난것이다.

저 대흥골에서 발현하여 양덕, 맹산을 굽이돌아온 대동강은 평양에 이르러 남강, 보통강, 순화강 등 크고작은 강들을 받아들여 풍만한 젖줄기로 되였다.

대동강이 있어 평양이 인류의 발상지, 고대문명의 발상지로 될수 있었다.

세계를 둘러보면 4대문명이 모두 강의 이름과 결부되여있는것처럼 평양의 문명을 대동강문명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이제부터 세계문명을 말할 때 대동강문명을 꼽아야 할것이며 세계는 마땅히 4대문명이 아니라 5대문명을 자랑해야 할것이다.

평양은 더욱 돋보이게 되였다.

평양을 보는데는 대성산이 제일이다. 이곳 장수봉에 오르면 평양의 아름다운 용모가 빠진데없이 안겨온다.

해뜨는 아침을 보자.

동천벌에 솟아오른 태양은 눈아래 펼쳐진 대지를 좀 더 높은데서 바라보려는듯 키돋움한다. 대지는 교태를 부리며 엷은 안개로 몸을 감싼다. 투명한 안개는 세찬 해살을 이기지 못하고 흰색을 잃고 금빛으로 물들어 대지를 더 아름다와보이게 한다.

태양은 불길같은 빛을 내뿜어 안개를 녹여버릴 차비다. 그러자 대지는 자기 품에 감추고있던 강물까지 드러내며 아름다운 용모를 한껏 떨친다.

해지는 저녁은 어떠한가.

한없는 고요가 대지를 마비시킨다. 태양과 대지의 열렬한 상봉을 지켜주는듯 하다. 욕심꾸러기 대지는 진종일 받은 해빛도 모자라 달아오른 가슴팍을 드러내놓고 자기를 향해 내려오는 불덩이 애인을 고대하고있다.

태양도 걸음을 서두른다. 마침내 굳게 포옹한다.

그러자 대지는 야금야금 태양을 집어삼킨다.

밤은 밤대로 불야성이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경치인것이다. 참말 낮에도 좋고 밤에도 좋은 평양이다.

평양!

아, 평양…

지금 김일성동지께서 서계시는 대성산 장수봉정자의 합각지붕에 노을이 진하게 비껴있었다. 력사의 풍운을 벗어던지고 민족의 성지로 드러난 평양을 부감하시는 그이의 감개는 자못 무량하였다.

이때 김석진원사는 그이와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있는 자신이 민망스러웠다.

해질녘의 평양의 경치는 누구에게나 다른 생각을 가질 여지를 주지 않을 정도로 벅차고 황홀한것이였지만 원사에게만은 그렇지 못했다.

무엇때문인가.

그는 《단군릉발굴보고》가 세상에 나간 날 밤 오래전부터 생각해오던 하나의 용단을 내렸다. 그는 당비서앞에 원사, 교수, 박사증을 내놓았다.

깜짝 놀란 당비서가 그 리유를 캐물었으나 원사는 오래 생각한 문제라는 말만을 되풀이하였다. 당비서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원사의 고집스러운 얼굴을 쳐다보았다. 과학문제에서는 조리있게 상대를 납득시킨다는 원사가 아무 설명도 없이 왜 단마디로 고집을 부리는지 알수 없었다. 당비서가 알건대 원사는 이만저만 고집불통이 아니였다.

언젠가 원사에게 고급주택이 배정된적이 있었다. 원사가 퇴근하지 않고 과학연구사업에 몰두하고있는 사이에 과학원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이사짐을 옮겨놓은 다음 원사에게 새집의 주소를 주면서 가보라고 하였다. 그때 원사는 자기는 그런 고급주택에서 살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무려 석달동안이나 버티여 이사짐을 도로 날라오게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학위학직을 내놓으면서 고집을 부리고있다.

지금에 와서 자격이 없다는건가? 아니, 오래동안 생각해온 문제라고 한다. 무엇을 생각했단 말인가? 원사로 말하면 력사학계의 원로이며 박사급론문만 해도 수두룩해서 박사 몇곱은 될것이다. 그가 키워낸 박사들만 해도 몇명인가. 과학계에 원사라는 칭호가 있는 한 그를 내놓고 그 칭호를 누구에게 준단 말인가. 도무지 리유를 알수 없다. 원사가 입을 꾹 다물고있어서 더 캐물을수도 없었다.

당비서가 말했다.

《정 그러시다면 이걸 국가학위학직수여위원회에 가져가십시오.》

당비서가 자기앞으로 밀어놓은 금박으로 표제를 찍은 몇개의 큼직한 증서를 도로 밀어놓으며 원사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갔댔지요.》

《그래 뭐랍디까?》

《말할 재미가 없었소.》

《그것 보십시오. 국가학위학직수여위원회인들 어쩌겠습니까? 전례없는 일이니.》

《나도 그 위원회성원입니다. 전례를 만들면 되는거지요.》

《허허…》

당비서가 짧게 웃고나서 물었다.

《그런데 학위학직수여위원회에서 처리 못하는 문제를 저한테 들고오면 어쩝니까?》

《당비서가 아닙니까. 당비서는 사람들의 량심을 다루는 사람이지요. 제가 제기하는 문제는 한 당원의 량심에 대한 문제입니다. 비서동무, 제가 받은 칭호들이 저의 량심을 괴롭히고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합디까?》

《아니, 량심은 스스로의 문제이지요. 제가 제기한 문제를 당비서동무도 처리하기 힘들면 이 증서들을 맡아두었다가 저의 자격이 갖추어졌다고 생각될 때 돌려주시오.》

원사를 더 이길수 없게 된 당비서는 이 사실을 당중앙위원회에 보고하기로 결심하면서 증서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원사를 똑바로 바라보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저도 원사선생한테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그래요?》

《저는 당비서로서 지금까지 남들에게 욕은 많이 했지만 저자신이 욕을 먹어본적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원사선생부터 욕을 많이 해주십시오!》

원사는 뜨거운 눈길로 그를 바라볼뿐이였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오늘 아침에 원사더러 오후 4시까지 강동군 문흥리 단군릉개건공사장으로 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 지시는 금수산의사당에서 당비서가 아니라 원사에게 직접 알려온것이였다.

원사는 저으기 긴장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학문외에 다른 물정에 대해서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식한 원사는 학위학직을 포기한 문제가 자기 당비서 단계에서 눌러질것으로 생각하고있다가 당중앙위원회에까지 보고됐다는 사실을 알고는 크게 후회하였다.

자기가 내놓은 학위학직에 대한 미련이 다시 생겨서가 아니라 당에 번잡한 일거리를 만들어놓았다는데 대한 후회였다. 그 사실은 다시 수령님과 김정일동지께 반영될것이 뻔했기때문이였다.

생각해보면 학계의 원로가 자기의 교수, 박사, 원사의 높은 칭호를 포기한다는것이 어디 간단한 일인가.

금수산의사당에서 오는 전화를 받는 첫 순간에 원사는 자기의 처사가 문제를 일으킨것이라고 짐작하면서 주눅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책임서기 전기철이 비슷이 암시를 해왔다. 원사는 대담성과 소심성을 함께 가지고있는 이중적인 성격이였다.…

수령님께 인사를 올린 후 원사는 그이께서 이제 그 문제를 꺼내시면 대범하게 사연을 말씀드리고 자기의 초지를 관철시키리라고 마음을 든든히 다졌다. 이럴 때면 그의 이중적인 성격에서 용감성이 득세하는것이였다.

원사가 단군릉건설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이께서 해당 일군들에게 마지막말씀을 하고계시였다. 그이의 말씀은 인차 끝났다.

김일성동지께서 뒤전에 서서 기다리고있는 원사에게 대성산에 올라 평양구경이나 하자시며 그를 차에 태우고 유람도로로 장수봉까지 오르시였다. 그리고는 펴양일경을 한참 부감하시였다. 그이의 표정 아니, 온몸에서는 젊은이와도 같은 환희의 열풍이 풍기고 탄성의 메아리가 울려나오는듯 했다.

그러나 원사는 그러지 못하였다. 얼마나 죄스럽고 민망스러운 일인가.

《원사선생.》

이윽고 김일성동지께서 원사쪽을 향해 몸을 돌리시였다.

《여기 오르니 마음이 탁 트입니다. 선생도 그럴겁니다. 속시원히 터놓고 말해보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단군릉발굴보고가 나간 다음 조용히 만나 회포를 나눌 생각이였는데 지금 기회가 참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수령님.》

김일성동지께서는 당에서 원사가 제기한 문제를 무겁게 여기고 자신에게 보고해왔다고 하시면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원사선생의 진심을 듣고싶습니다. 무엇때문입니까?》

원사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마주쥔 두손을 양복앞자드락에 대고 정중한 목소리로 말씀올리기 시작했다.

《저는 일찌기 홍안의 시절부터 력사학에 흥미를 가지고 몸을 담그어왔습니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지통치하에서 그것은 고통이였고 피눈물이였으며 방황이였습니다. 해방후 수령님의 품에 안겨서야 저의 학문에는 심지가 생겼습니다. 력사연구가 애국이라는것을 알게 된 사실입니다. 비로소 저의 학문은 보금자리를 찾은 새마냥 새로운 나래를 펴게 되였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저의 학문에 뜻을 주시였을뿐아니라 학문연구의 모든 조건을 보장해주시였습니다. 새 조국 건설과 조국해방전쟁, 전후복구건설, 사회주의혁명과 사회주의건설을 하시느라 수령님께서는 온갖 신역을 치르는 속에서도 저에게만은 근심걱정을 잊도록 해주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문, 오직 그 하나에만 몰두할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민족의 원시조를 누가 찾아야 했습니까? 력사연구의 최대과제를 누가 풀어야 했습니까? 국록을 타먹으면서 오직 과학 하나만을 위해 살아온 제가 아닙니까. 그런데 수령님께서 찾으시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바쁘신분께서, 가장 할 일이 많으신분께서…》

저도 모르게 격해진 원사가 속으로 울음을 삼키며 계속했다.

《그러니 제가 무슨 교수이고 박사이며 원사이겠습니까. 수령님이시야말로 력사학의 대성인이십니다. 진정 그러하십니다.》

《그래서 그 명예를 내놓겠다고 했습니까?》

《예, 그것은 저의 진심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침묵에 잠기시였다.

원사야말로 얼마나 고지식하고 성실하며 진실한 과학자인가. 그의 량심 또한 맑고 보석처럼 눈부신것이다. 그에게 사의를 표하고 그를 높이 평가해주고싶으시였다.

그이의 뜨거운 심정에 감심된듯 이 세상 모든것이 잠잠해졌다.

침묵 또 침묵…

이때 원사가 침묵을 깨치며 한마디 더 하였다.

《그것은 수령님께 드리는 저의 인사이기도 합니다. 수령님께서 우리 력사학의 최대과제를 해결해주신데 대하여 저는 무엇으로 고마움을 표시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하시오, 원사선생.》

김일성동지께서 뜻밖에 노여움을 터뜨리시였다.

《사람들이 로동당시대의 모든것을 수령의 이름과만 결부시키려 하는데 원사선생까지 그러니 재미없습니다. 그건 후대들, 미래의 력사가 평가할 일입니다.》

《아닙니다, 그건 현실입니다. 후대들이 입이 열둘이래도 할 말이 없을겁니다.》

김일성동지께서 그의 황황 불타는 눈빛을 바라보시다가 손을 홱 저으시였다.

아니다, 우리 학자들이 큰일을 했다. 력사를 창조하는것도 인민이고 력사를 지키는것도 인민이다!

그이께서는 널마루가 탕탕 울리도록 정자안을 거닐다가 계속하시였다.

우리 학계가 지금까지 큰일을 해놓았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조선민족이 바이깔호근방의 씨비리땅에서 이주해온것으로 되여있었다, 세계학계를 지배하던 문화이동론에 따른것이였다. 스칸디나비야반도에서 출발한 게르만문화가 흘러들어 유럽문화를 이루었다는 문화이동론이 학계를 휩쓸 때 이것을 바로잡아온것이 누구였는가, 우리 학자들이였다, 우리 언어가 중앙아시아에서 발생한 퉁구스계통언어(알따이)의 한 갈래라는것을 바로잡은것도 학자들이였다, 우리 나라에 신석기시대만 있고 구석기시대는 없다고 할 때 굴포유적을 찾아냄으로써 그 랑설을 짓부시고 수천년의 민족사를 빛내인것도 우리 학자들이다, 우리 학자들은 원인이 남긴 유적과 고인, 신인 화석을 찾아냄으로써 조선민족이 우리 땅에서 생겨났음을 증명하였다, 로씨야나 도이췰란드 등 유럽의 일부 나라들이 노예사회를 거치지 않고 조기봉건사회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본따서 우리 나라에도 노예사회가 없다고 할 때 미상으로나마 고조선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연구를 심화시켜온것도 우리 학자들이 아니란 말인가.

김일성동지께서는 고조선의 존재를 인정한 기초우에서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자기 력사를 종합적으로 체계화한 《조선통사》(1964년에 출판함)를 잊을수 없다고 하면서 계속하시였다.

400책에 달하는 방대한 《리조실록》을 번역하여 국보로 만든것은 우리 학자들의 큰 공로이다, 학자들은 《팔만대장경》도 번역하였다, 《동의보감》, 《의방류취》, 《향약집성방》 등 어려운 의학책들도 번역하여 세계적으로 치료에 리용되게 함으로써 전인류적인 보물을 마련했으며 전 100권으로 되는 조선고전문학선집도 번역편찬하고있다, 《조선전사》 30여권을 묶은것도 우리 학자들의 고귀한 노력의 열매이다.

김일성동지께서 끝으로 김석진원사가 력사학계의 원로로서 과학부문에서 로동당의 정책을 옳게 받들어온데 대하여 평가하고 《초기조일관계연구》를 비롯한 그의 저작들이 일본의 력사위조, 력사말살책동을 반대하는데로 지향된데 대하여 만족스럽게 지적하시였다.

이것이 바로 애국이다, 원사의 한생은 애국으로 지향된 애국의 한생으로 응당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하시였다. 그리고는 이렇게 계속하시였다.

《원사선생, 선생은 응당 높은 칭호를 받을만 합니다. 더 다른 생각을 하지 마십시오. 나는 우리 나라에 박사, 교수들이 많은것을 큰 자랑으로 여깁니다. 그들이 다 자기 구실을 할 때 우리 시대, 단군민족의 후손들의 미래가 더 빛날것입니다. 나는 우리 나라의 강성부흥에 공헌한 선생들을 진정 업어주고싶습니다.》

《수령님!》

원사가 감격해하며 몸둘바를 몰라했다. 그리고 머리를 들었을 때 그의 눈앞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이께서 원사에게 등을 돌려대고계시였던것이다.

《아니?!》

《자, 업히시오.》

《수령님!》

원사가 허둥대며 그이를 부축해드리려는데 그이께서 다시 말씀하시였다.

《어디 업어봅시다.》

《정말이십니까?》

원사가 롱으로 받았다.

《정말입니다!》

《허허…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어쩌겠습니까?》

《아무도 없습니다.》

그이께서는 원사를 돌아보며 손으로 자신의 잔등을 가리켜보이시였다. 원사는 울상을 한채 두손을 내저으며 물러섰다.

《수령님…》

그이께서는 《원사선생도 참…》하며 즐겁게 웃으시였다. 정자안을 울리는 그 웃음소리. 원사도 따라웃긴 했으나 그의 웃음소리에는 울음이 엉키였다.

그이께서 정색하며 말씀하시였다.

《오늘처럼 기쁜 날을 당하고보니 동심이 되는가싶습니다. 원사선생은 그렇지 않습니까?》

《수령님의 심정이 그러하시니 정말 기쁜 일입니다.》

《오늘은 정말 기쁩니다. 노래라도 부르고싶은 심정입니다, 하하.…》

그이께서 정말 동심이 되신듯 얼굴에 웃음을 함뿍 담으시였다.

그이를 우러르는 원사의 눈에 순간 맑은것이 반짝했다. 저이야말로 성인이시면서도 평범한 인간이시다. 저 인간상을 무슨 말로 표현한단 말인가!

타는듯 한 눈길로 그이를 우러르던 원사가 드디여 입을 열었다.

《수령님, 제가 아무것이나 여쭈어도 일없겠습니까?》

《원사가 못할 말이 뭡니까?》

《그럼 말씀올리겠습니다.》

원사는 자세를 바로 가지였다.

《이번 단군조선에 대한 연구과정에 수령님께서는 놀라운 충고와 위대한 발견들로 저희들을 깨우쳐주시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성과는 전적으로 수령님의것입니다.》

《또 그 말씀입니까?》

《수령님, 김일성시대가 있어 5천년민족사가 더욱 빛나게 되였습니다.》

《민족의 력사가 유구하여 김일성시대도 빛나는것입니다. 어제가 있어 오늘이 있는것이지 오늘이 있어 어제가 있는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력사학자선생.》

《참으로 뜻이 깊은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수령님, 오늘이 있어 어제도 더욱 빛나게 되였고 래일은 더더욱 빛나게 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였습니다. 로동당시대가 아니였다면 5천년의 기나긴 세월의 이끼를 벗길수 없었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말을 끊었던 원사가 계속했다.

《저희 학자들이 하지 못한 일을 수령님께서 하시였습니다. 그 비결이 어데 있겠습니까? 저는 오랜 고심끝에 그 비결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심각한 반성과 함께 교훈을 얻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자는건 바로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말씀하시오.》

《애국의 열도에서의 차이입니다. 수령님의 애국은 피흐르는 혈전장에서 다져진것인 반면에 저의 애국은 책상우에서 이루어진것입니다. 바로 이 차이가 저로 하여금 수령님을 따르지 못하게 해습니다. 저는 희생된 박진규는 물론 젊은 진웅선생보다도 심장이 뜨겁지 못했습니다!》

《…》

원사가 점점 흥분하여 계속했다.

《다른 한가지는 민족사를 대하는 저의 안목이 근시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수령님께서는 력사의 오늘만 아니라 먼 과거와 먼 미래까지를 내다보시였습니다. 눈으로가 아니라 심장으로 말입니다. 이것은 개인으로는 할수 없는 일입니다. 혁명의 최고뇌수이며 심장인 수령만이 할수 있는 일입니다. 저는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이번 〈단군릉발굴보고〉에 대한 가르치심을 두고도 그렇게 말할수 있습니다. 보고의 심지를 심어준 그 가르치심은 개별적학자들로는 할수 없는 일이였습니다. 그것은 학문밖의 문제였습니다. 저는 이번에 수령의 지위와 역할에 대하여 다시금 깨닫게 되였습니다!》

《허허… 그 교훈이 너무 어마어마한데요?》

《용서하십시오, 할말을 다 하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저는 사회의 운동법칙을 말씀드렸을뿐입니다!》

《허허!》

그이께서는 다시한번 웃고나서 먼 하늘가에 눈길을 보내시다가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어릴적에 아버님을 따라 강동의 한 작은 단군사당을 찾았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때 아버님께서는 나라를 잃으니 력사도 잃게 된다고 비통해하시였습니다. 그것은 아버님의 아픔이자 수난당한 민족의 아픔이였습니다. 나는 온 생애를 통해 민족의 그 아픔을 풀려고 했을뿐입니다!》

그이께서는 더 말씀을 이으시려다말고 그 어떤 격정이 사무쳐오르는듯 《원사선생, 우리의 이야기를 그만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하시였다.

원사는 그이의 심중을 가늠하며 까딱 않고 서있었다.

그이께서는 원사를 잊으신듯 홀로 정자안을 거니시였다. 그 어떤 추억을 더듬으시는듯…

80평생의 하많은 추억가운데서 어느 토막일가? 이윽하여 조용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시였다. 우렁우렁하나 갈리신 음성이였다.

 

슬프도다 조선민족아

사천여년 력사국으로

자자손손 복락하더니

오늘 이 지경 웬말인가

억사철사로 결박한 나를

동무들의 손으로 끊어버리고

독립만세 우뢰소리에

동해가 끓고 산이 동하리

 

저녁노을은 마지막자락을 거두었고 세상은 아까 이야기가 시작되던 때처럼 잠잠하게 숨을 죽이고있었다. 평양의 대지는 까딱하지 않고 어둠에 잠겼다.

동천에 변죽을 울리며 쟁그르 소리가 날듯 한 둥근달이 밝게 떠올랐다.

태양은 지구뒤에서도 비친다.

원사는 태양의 빛을 반사하고있는 달을 바라보며 문득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돌아오는 차안에서 원사에게 넌지시 한마디 건네시였다.

《이번 〈단군릉발굴보고〉가 나간 다음 남조선과 해외교포학자들은 물론 주변나라 학자들속에서 반영이 큽니다. 그들을 우리 나라에 초청하려고 합니다.》

《예, 저도 그들을 만났으면 합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고 막 후련하기만 합니다.》

《원사선생이 마음이 그렇다니 나도 기쁩니다. 그래도 조상들의 일인데 우리가 좀더 준비를 잘 갖춰야지요. 그럼 내가 먼저 물어봐도 일없겠습니까?》

《예.》

《나는 래일 첫 새벽에 연백벌로 떠나야 합니다. 지난봄에 그곳에 갔을 때 풍년이 든 가을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니 내가 서면으로 질문하겠으니 선생도 서면으로 대답해주시오.》

《알겠습니다.》

그이의 서면질문은 그날 밤중으로 내려왔다.

김석진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종이우에 깐깐히 적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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