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설 <대박산마루> 제 2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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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4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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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린 비로 묘향산은 씻은듯 한 모습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묘향산의 가을경치를 혼자 보기 아까워서 선생들을 오시라고 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 김석진일행을 맞이하시였다.
과학자들은 허리굽혀 절을 올리며 황송해하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먼저 식사부터 합시다.》
일행이 식당휴계실에 들어섰을 때 그이께서 다시 말씀하시였다.
《내가 청한 손님 한분이 아직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그 손님을 기다리는겸 이야기나 좀 나눕시다.》
그이께서 의미있게 말씀하시며 일행에게 휴계실의 긴 의자들을 가리키시였다. 학자들이 자리를 정하자 그들 한사람한사람을 눈주어보시던 그이께서 리관직에게 시선을 멈추시고 금수산의사당 협의회때의 일을 상기하시면서 말씀하시였다.
《부원장선생이 아닙니까?》
《예, 그렇습니다.》
리관직이 황송하여 일어서려 하자 그이께서 말리시였다.
《앉으시오. 자, 다들 편히 앉으시오.》
그이께서 리관직에게서 시선을 떼며 모두에게 손짓하시였다.
그러시고는 문득 물으시였다.
《왜 그 선생이 보이지 않습니까? 그 〈성당〉의 〈신관〉말입니다.》
이 자리에서 김석진과 리관직을 내놓고 그 리유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개별적으로 불리워나온 나머지 사람들은 뻐스에 올라서야 박진규가 빠진것을 알고 의혹을 품었을뿐이였다.
이 자리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그 리유를 알고있는 또 한사람인 당비서 한응삼이 당위원회에서 머리를 싸쥐고있었다.
어제밤 한응삼은 기쁜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 전화로 그의 집을 찾았다가 그가 밤중에 발굴현지로 떠났다는것을 알고 당황하였다. 그는 자리에서 튀여일어나 당위원회성원들을 비롯하여 사람들을 총출동시켰다.
새벽녘에 리관직이 차를 타고 과학원마당에 들이닥쳤다.
《발굴장소에는 도착하지 않았답니다.》
《거기서 오는 길입니까?》
《아니요. 물이 불어 다리가 끊어졌습니다. 하는수없이 그곳 관리위원회에 전화를 걸어 발굴조성원들을 전화기앞으로 호출했지요. 그런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답니다. 필경 강을 건느지 못하고 돌아섰을것입니다. 집에 다시 전화를 해보십시오.》
한응삼은 얼굴이 해쓱하게 질리였다.
《어떻게 해서라도 찾아왔어야지요. 주변 강기슭을 다 찾아보았습니까?》
《아니, 정신이 나갔다고 박진규 그 사람이 거기에서 밤을 새우겠습니까. 지금쯤 집에서 자고있을겁니다. 찾는 사람들이나 밤새 공연히 비를 맞았지…》
리관직의 소리에는 역증까지 섞여있었다.
한응삼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싸쥐였다. 박진규네 집으로는 10분이 멀다하게 전화를 해보았던것이다.
이제 어디 가서 그를 찾는단 말인가.
동켠하늘이 희붐하게 들리기 시작하였다. 비가 멎는것 같았다. 그러나 한응삼의 가슴속은 더욱 어두운 그늘이 덮였다. 아침에 뻐스는 묘향산으로 떠나야 한다. 그런데…
이런 사정을 잘 알고있는 김석진은 당혹한 심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책임일군이란 이런 때 바쁜 법이다. 그 대답을 올릴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는것을 의식하며 자리에서 일어섰으나 인차 입을 열지 못하였다.
《왜, 앓습니까? 전쟁때 부상을 입었다고 했지요?》
《아, 아닙니다.》
원사는 죄지은 사람처럼 떠듬거리며 그가 빠지게 된 리유를 힘들게 설명해드리였다.
《…조직사업에서 불찰이 있었습니다.》
《왜 밤중에야 알리게 되였습니까?》
《저…》
원사의 이마에서 땀발이 솟았다. 그렇지만 그는 어제밤 당비서와 나눈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씀드리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니…》하고 그이께서는 한참 안색을 흐리였다가 섭섭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여기는 만세를 부른 사람들만 왔겠구만.》
한순간에 무거운 분위기가 되였다.
《안됐습니다. 손님으로 청해놓고…》
김일성동지께서는 말머리를 돌리시였다.
《여기 묘향산의 절을 지키고있는 대선사는 나와 같이 늙어오는 오랜 친구입니다. 그에게 단군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로동당시대의 업적이라고 기뻐하였습니다. 이제 단군소식이 나가면 신앙과 리념에 관계없이 모든 동포들이 다같이 기뻐할것이며 그들의 애국애족의 마음이 더욱 깊어질것입니다. 애국애족은 민족대단합의 사상적기초입니다. 대단합으로 조국을 통일하자는것이 당의 통일방략이 아니겠습니까.》
그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열려진 창문으로 바라보이는 자연풍치에 눈길을 주시였다. 그 눈길에는 인차 근엄한 빛이 어리였다.
학자들은 그이의 눈길을 따랐다.
단풍나무가 몰켜서있는 매부리에 뜨거운 해볕이 지글지글 타고있었다. 홰불처럼 타오르는 단풍나무무지, 그것을 바라보는 학자들은 그이의 심중이 그 어떤 절박성으로 타번지고있음을 느끼였다. 방금 조국통일에 대해 말씀하셨으니 그것은 통일에 대한 절박성일것이였다.
이 자리에 앉아있는 학자들치고 지난해 그이께서 왕건릉을 찾으시고 우리 나라 첫 통일국가의 태조와 나누신 그이의 마음속 대화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빨갛게 타는 단풍, 소슬바람…
잠시후 학자들은 다시 이어진 그이의 말씀을 듣고있었다.
《선생들이 보내온 보고에 내가 보건대 미타한 점이 있었습니다. 어째서 고구려무덤떼에서 고조선시기유물과 유골이 나왔겠는가? 〈신관〉이 문건의 빈구석을 바로 찾은것 같습니다.
선생들의 보고에는 설명이 없었지만 유골과 함께 나온 도기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생각해보고 그 제조년대를 따져보기로 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 말했더니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그걸 급히 올려보내라고 한것은 그때문이였습니다. 어제 밤에김정일동지로부터 그 도기의 제조년대가 5천년이 못된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아마 그가 이름있는 연구기관에 과업을 주어 엄밀하게 측정한것 같습니다.》
그이께서는 학자들의 심장이 당장 멎어버릴수 있는 이 말씀을 매우 평범한 어조로 하시였다. 그러시고는 금시 굳어진 학자들의 표정을 살피고나서 여전히 평범한 어조로 계속하시였다.
《뭐 별로 긴장할것까지 없습니다. 과학사업이란 원래 그런것이 아닙니까. 문제는 실패에 주저앉지 않는것입니다. 사실 오늘 선생들을 부른것은 힘을 주자는데 있습니다.》
그러자 과학자들속에서 가느다란 흐느낌소리가 들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이시다가 그 어떤 결심속에 《고조선시기의 대표적유물이 나왔다는데로부터 좀 덤빈것 같습니다.》라고 조용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조용한 그 한마디한마디의 말씀이 학자들에게는 우뢰소리처럼 느껴졌다. 적어도 학자들은 그렇게 느꼈다. 그들중 대다수의 사람들은 문제의 보고에 동의한 과학협의회성원들이였던것이다.
이제 그들은 누구나없이 완벽하지 못한 보고를 올린데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할것이며 문제의 유골이 부인된 조건에서 다른 유골을 찾아야 할것이다.
이것이 우뢰소리가 아니고 무언가?
그들의 얼굴이 자책으로 굳어졌다.
김석진이 일어섰다.
《수령님, 우리가 수령님앞에 죄를 지었습니다.》
《나한테 지은 죄는 열번이고 백번이고 씻으면 되는것입니다. 력사와 민족앞에 지은 죄는 사정이 다릅니다. 그래서 나는 선생들이 다시 분발할것을 바랍니다.》
《수령님!》
한사람이 들어와 《수령님, 손님이 도착하였습니다.》 하고 수령님의 귀가에 조용히 알려드리였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어서 손님을 안내하라고 재촉하시였다.
그가 나가자 곧 장령과 함께 새 군복에 빨간 전사의 령장을 단 군인 하나가 휴계실로 들어섰다. 그 군인은 진웅이였다.
장령이 그이께 거수경례를 올리고 보고하였다.
《수령님,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대로 전사 신진웅동무를 도착시켰습니다.》
《좋소, 수고했소.》
《돌아가도 좋습니까?》
《아니, 식사를 해야지?》
《최고사령관동지로부터 다른 명령을 받은것이 있습니다.》
《정세가 풀리지 않았소?》
《옛, 적들이 굽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군인들은 긴장성을 늦추지 말라고 명령하시였습니다.》
《할수 없구만, 최고사령관의 명령대로 하시오.》
《알았습니다!》
50이 넘었을 장령은 젊은이처럼 챙챙한 목소리로 대답을 올리더니 패기있는 걸음으로 되돌아나갔다.
김일성동지께서 진웅의 출현에 놀라와하는 학자들에게 설명하시였다.
최고사령관이 파견한 련락군관이 도착했을 때 진웅은 군인들과 함께 비무장지대와 린접한 지역에서 비석을 발굴하고있었다는것, 지뢰를 해제하던 몇명의 공병들이 상했다는것, 비석을 조사하던중 적의 총탄이 날아왔다는것, 중대장이 진웅이를 몸으로 막고 중상당했다는것, 우리측의 완강한 인내력으로 충돌은 더이상 번지지 않았다는것, 중대장덕에 진웅은 팔에 경상을 당했을뿐이라는것, 그것을 치료하느라고 늦어졌다는것 등…
상상할수도 없는 엄청난 사실앞에서 학자들은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해하였다.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총을 쥔 우리 군인들이 자기들의 사명을 잘 알고있습니다. 진웅동무는 학자의 본분을 잊지 않았고… 자, 이제 그만 식사를 합시다.》
모두가 식탁에 둘러앉을 때 그이께서는 진웅이를 자신의 바로 곁에 앉히시였다. 그러시고는 손수 잔에 술을 부어들고 말씀하시였다.
《군인으로서, 학자로서 자기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돌아온 진웅선생에게 첫잔을 주려고 합니다. 다른 선생들은 량해하시오.》
그이로부터 잔을 받아든 진웅은 목이 메였다. 탁 갈린 그의 목소리.
《그런데… 그런데… 비석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막돌이나 다름없는것이였습니다. …》
《이미 보고를 받았소. 그러한들 어떻단 말이요, 그 정신이 중요한거지. 최고사령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였소.》
그이께서 좌중을 돌아보며 호탕한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여러 선생님들, 우리 군인들이 피를 흘린 그 막돌을 금돌로 쳐줍시다!》
학자들이 격정속에 박수를 쳤다.
진웅은 큰 잔에 술을 가득 부어들고 일어서더니 그이께 말씀올리였다.
《수령님, 제가 떠나올 때 전우들은 어버이수령님께 자기들의 인사를 꼭 드려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렇다니 받겠소, 받구말구.》
그이께서는 진웅이 올리는 술잔을 받아들고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그이의 의자뒤에 서있던 두명의 의례원이 놀라서 마주보며 눈을 크게 떴다.
《의사들에게서 꾸중을 들을셈치고 이잔을 들겠소. 허허… 우리 군인들의 건강을 위해서!》
그 광경을 바라보며 학자들은 눈을 슴벅이는데 진웅이만은 격동을 참지 못하고 큰 울음을 터쳤다.
큰 잔을 다 내고 자리에 앉으신 그이께서 손수건을 꺼내 진웅의 눈물을 닦아주며 친자식 대하듯 다정히 말씀하시였다.
《진웅이, 처녀는 어떻게 하려나? 내 알기에는 쳐녀가 보석을 잃고 울고있다던데…》
진웅이 눈물속에 대답을 올렸다.
《전 용서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래야 하오. 군대에 나갔다 오더니 마음이 커졌구만! 좋소, 아주 좋아! 하하하!》
그이께서는 너무 기뻐 소리내여 웃으시다가 좌중을 둘러보며 뜨거운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신관〉이 이 자리에 참가하지 못했어도 복덩이를 얻었소. 난 더 못하겠는데 여러 선생들이 〈신관〉을 위해 잔을 드시오.》
하여 좌중에는 여러 순배의 술잔이 돌아갔다. 학자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오신 그이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며 한곳을 가리키시였다.
《저기가 좋구만, 저기가 멋있소!》
사진사가 먼저 그리로 달려가 그이께서 찍어주신 배경을 바라보았다.
병풍처럼 생긴 바위가 있는 곳인데 바위중허리에 용케 뿌리를 박은 소나무가 억세게 자라고있었다. 렌즈를 대여본 사진사가그이께 자리가 좋다고 소리쳐 알려드리였다.
《자, 갑시다. 저 소나무가 좋아서 자리를 정했습니다.》
그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학자들의 등을 떠밀고 그리로 가서 친히 대형을 잡아주시며 진웅이를 자신의 곁으로 부르시였다.
《총각선생, 이리 오시오.》
그이께서는 진웅이가 곁으로 다가오자 팔을 끼시였다. 그러시고는 그의 옆에 주런이 서있는 로학자들을 둘러보며 롱담처럼 말씀하시였다.
《후생가외라고 젊은 사람들을 괄세하다가는 이다음에 욕을 봅니다.》
《예, 옳습니다!》
누군가가 정색해서 대답을 올렸다.
그러자 모두가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였다.
사진사가 초점을 맞추고 샤타를 누르려는 긴장한 순간에 그이의 우렁우렁하신 목소리가 울렸다.
《선생들은 원시조를 찾는 〈공신〉들입니다. 민족의 〈공신〉들과 사진을 찍으니 나도 영광입니다!》
학자들이 또다시 즐거운 웃음을 터뜨렸다.
사진사는 활짝 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
그들과 헤여지기에 앞서 수령님께서는 진웅이에게 다가와 말씀하시였다.
《집에 가서 부모님들에게 인사도 못 올리고 곧추 왔겠지. 이길로 집에 다녀오도록 하오.》
진웅은 어릴적부터 자기 동무들네 집에 모셔져있는 기념사진을 몹시 부러워했다. 한두상 모신 집도 있고 열상이상 모신 집도 있었다.
수령님을 모시고 사진을 찍은 동무네 아버지들은 물론 자기 동무들, 그 집 가족전체가 훌륭한 사람들로 여겨졌다. 촘촘히 줄서있는 사진안의 모든 사람들도…
그러한 사람들이 십만이 될가, 백만이 될가. 훌륭한 사람들로 꽉 찬 우리 나라는 얼마나 아름다울가. 진웅은 자기도 공부를 잘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여 꼭 수령님을 모시고 기념사진을 찍을것을 꿈꾸어왔다.
그것이 현실로 되였다.
수령님께서 후생가외라고 하시면서 자신의 곁에 그를 세워주셨고 그 자리에서 사진을 뽑아 액틀에 넣어까지 주시였다.
지금 그 사진이 진웅의 집 벽에 모셔져있다. 진웅은 개선장군이 되여 강동의 고향집으로 돌아왔고 신영균과 함께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이를 모시고 사진을 찍은 당사자들은 물론 온 사회과학원 사람들이 그들이 받아안은 영광을 자기들의것으로 여기면서 이밤 행복의 단잠에 들었다.
그러나 적어도 세사람만은 잠들지 못하고있었다. 박진규는 어디로 갔는가.
사회과학원청사의 세개의 방은 밤이 깊도록 불이 꺼지지 않고있었다.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은 찬란하였지만 그 방 주인들의 마음속은 칠흑같이 새까맸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뉘우치고 무엇을 걱정하며 무엇을 각오하고있는가.
하지만 수령님께 걱정을 드린것과 박진규문제로 제나름의 고민에 잠긴 그들도 하나의 공통된 생각을 안고있었으니 과연 새로운 유골을 찾아낼수 있겠는가 하는것이였다.
×
이미 밖이 훤한 때였다.
김석진원사가 자기의 사무의자에 앉은채로 굳잠에 들었는데 당비서가 조용히 찾아들어왔다.
당비서는 하루밤사이에 몰라보리만치 꺼칠해졌다.
아니, 당비서는 김석진이네가 묘향산으로 떠나기 전날밤부터 한잠도 자지 못했다.
석진과 마주한채 두손을 책상우에 얹고 오래도록 말이 없던 당비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때 진규선생의 충고를 들었어도… 아니, 들을수 없었지요. 단군문제에서 저자신이 조급성에 사로잡혔댔으니까요. 그 조급성이 저로 하여금 흑백을 가려볼수 없게 하였습니다.》
그와 마주앉아있는 원사도 괴로운 표정을 짓고있었다.
당비서가 말을 이었다.
《당에서는 어려운 과업이 제기될 때일수록 당일군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늘 가르치고있는데… 저는 수령님께서 기다리고계신다는것만 생각하던 나머지…》
《실수를 했지요.》
《아니, 과오를, 죄를 범했지요.》
《그러니 비서동무, 너무 괴로워 마시오. 당을 믿읍시다.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가 단군연구과정에 과오를 한두번만 범했는가요?》
《그건 과학문제이고 저는 사람문제에서도 과오를 범했습니다. 박진규선생문제에서… 그러니…》
원사는 갑자기 가슴이 달아올랐다.
완성된 인간보다 완성되여가는 인간의 모습이 더 아름다운 법이다. 그가 보건대 당비서 한응삼은 모든 면에서 원만했고 그래서 지금까지 자기는 좋은 당비서를 만났다고 기뻐하지 않았던가. 그러한 당비서가 과오를 진심으로 뉘우치며 괴로워하고있다. 이것 또한 그의 됨됨을 말해주는것이였다.
원사는 다시 당비서를 위안했다.
《당을 믿읍시다, 당을…》
말은 이렇게 하였지만 원사의 마음은 불안하였다. 당비서의 문제가 어떻게 될지… 아니… 우의 조치보다 먼저 한응삼자신이어떤 독한 결심을 한것 같았다. 하지만… 이같은 당비서를 어데서 또 만난단 말인가.
원장방으로 리관직이 뛰여든것은 이 순간이였다.
《원장동무, 당비서동무!…》
그의 얼굴은 눈물범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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