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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설 <새나라> 59-60 (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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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6,476회 작성일 15-12-04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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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비내리는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계시였다. 집무실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드리워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숨쉬기조차 가쁘신듯 창문을 활 열어제끼시였다. 창문을 열자 슴슴한 비냄새가 풍겨오고 도로에는 콩알처럼 떨어지는 비소리가 한층더 소란하게 들려왔다.

(공사가 끝난 오늘에 이런 가슴아픈 일이 생기다니?…)

장군님께서는 임성민의 희생이 가져온 비통함에 잠기시여 오래도록 창문가에 서계시였다. 자신께서 지난 6월 4일 공사장에 나가시였을 때 선교4리작업장에서 일하시였으니 임성민이도 거기에 있었겠는데 그때 얼굴이라도 익혀두었을걸 하는 후회에 가슴이 저려드시였다. 평양곡산공장로동자돌격대의 가설건물을 돌아보실 때 분명 임성민이도 있었을텐데… 하긴 훌륭한 사람들은 그렇듯 평범하고 평시에는 눈에 잘 뜨이지조차 않는다. 그것이 바로 훌륭한 사람들의 고상한 인격이 아닐가.…

리주연이 가져온 자료를 보니 임성민은 평양곡산공장에서도 우수한 공산당원이고 모범로동자이며 토지개혁때에도 로동자선전대로 나가 일을 잘하였다는데 그처럼 훌륭한 인간을 얼굴도 기억해두시지 못한것이 미안스럽고 지어 죄스러운 느낌까지 갈마드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여전히 창밖을 내다보시며 리주연에게 갈리신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임성민동무에게 아이들이 있습니까?》

《예, 아들과 딸이 있습니다.》

《우리 그 애들이라도 잘 키웁시다.》

그러시고는 또 침묵에 잠기시였다. 장군님께서 괴로와하시는것을 차마 보고만 있을수 없었던지 오진우가 나섰다.

《저희들의 책임이 큽니다. 반동놈들의 책동을 예견하고 경비대책을 철저히 세웠더라면 이번사고를 막을수도 있었는데…》

장군님께서는 창가에서 물러나시며 일군들쪽으로 돌아서시였다.

《사고라… 물론 사고야 사고지.》

그이께서는 혼자소리로 되뇌이시며 담배통에서 담배 한대를 꺼내드시였다. 불을 붙이지는 않으시고 그냥 주무르시다가 손에 힘을 주는 바람에 부스러지고말았다. 그것을 재털이에 던져넣으시며 오진우에게 물으시였다.

《그러니까 반동놈들은 다 잡았습니까?》

《예.》

오진우는 서재골 무당집 아들을 비롯해서 공사를 파탄시키려던 적대분자들을 몽땅 잡아낸데 대해서와 그자들의 진술에 의해 밝혀진 구진배의 정체를 요약해서 말씀드리였다.

오진우는 구진배도 이 땅에 태를 묻었다는데 어쩌면 그런 망동을 부릴수 있는지 도대체 리해가 안된다는듯 기가 막혀 말끝을 맺지 못했다. 장군님께서는 근엄한 표정으로 말씀하시였다.

《고향에 대한 리해를 단순히 나서자란 땅이라는 지리적개념으로 보아서는 안됩니다. 중요한것은 그 인간의 사상과 리념이 어떠한것인가 하는데 있습니다. 그가 자기 조국과 인민을 사랑하는가 안하는가, 민족의 아들로 옳게 살기를 바라는가 바라지 않는가 하는데 따라서 매 인간의 고향에 대한 자세가 달라지는것입니다. 그런 놈들에게는 고향에 대한 신성한 감정이 있을수 없습니다. 그놈들에게 고향에 대한 애착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그것은 그 땅에 남아있는 자기의 재부에 대한 영원한 소유욕때문입니다. 그 탐욕심이 그 인간을 짐승으로 만들고 가장 신성한것을 모독하게 한것입니다. 나쁜 놈들!…》

장군님께서는 그런 이야기는 더 하고싶지 않으신듯 리주연에게 화제를 돌리시였다.

《임성민동무의 장례준비는 어떻게 되였습니까?》

리주연은 이미 계획하고있던대로 말씀올렸다.

《공사지휘부에서는 그 동무가 일하던 평양곡산공장 자치위원회와 합동해서 장례를 치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유가족들에게 위자료도 넉넉히 지불하도록 했습니다.》

《그게 답니까?》

리주연은 자기의 대답이 장군님을 만족시켜드리지 못했다는것을 깨달으며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지금 공사장뿐만아니라 시인민위원회에서도 개수공사경축대회 준비로 흥성거리고있습니다. 이런 때에 임성민동무의 불상사를 너무 떠들면 시민들에게 주는 영향이 좋을것 같지 않아서 될수록 조용히 장례를 치르려고 합니다.》

《동무들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장군님께서는 곁에 서있는 안길과 오진우에게 근엄한 안색으로 물으시였다. 하지만 그들도 장군님께 시원한 대답을 드리지 못했다.

장군님께서는 대답을 못하는 일군들을 둘러보시다가 가슴속에서 고패치는 격정을 한꺼번에 터쳐놓으시였다.

《난 생각을 달리합니다. 임성민동무의 희생은 방금 동무들이 말한것처럼 불상사도 아니고 사고도 아닙니다. 그는 제방을 구원하기 위해서 스스로 자기 목숨을 바쳤습니다. 전장에서 돌격전의 앞장에 섰던 전사가 적의 화점을 막고 쓰러졌을 때 그걸 사고로 봅니까? 적진속에 뛰여들어 백병전을 벌리던 병사가 희생되였을 때 그걸 불상사로 봅니까? 임성민동무의 희생이 그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그는 공산당원으로서, 새 나라의 주인으로서 건국위업에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친 영웅입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그 무슨 분위기를 고려한다면서 그런 영웅과 조용히 작별할수 있겠습니까? 조총을 울리고 조포를 쏘지는 못한다 해도 장례식이야 왜 크게 못해주겠습니까?》

화산이 분출하듯, 태양이 폭발하듯 뜨거운 격정을 뿜어올리시던 장군님께서는 눈앞에 칠색무지개가 비껴서야 자신께서 울고있다는것을 느끼시였다.

안길이도 헉- 하고 흐느끼며 돌아서고 오진우도 리주연도 고개를 떨구며 입술을 깨물었다.

장군님께서는 손수건으로 눈굽을 닦으시며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신 다음에야 갈리신 음성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임성민동무의 영웅적희생은 동무들이 고려해야 한다는 경축분위기와도 모순되지 않습니다. 그 동무는 자기의 희생을 통해서 건국의 주인들이 자기 역할을 다하자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우리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비록 우리곁을 떠났지만 그의 령혼은 새 나라 건설에 떨쳐나선 우리 인민모두의 가슴속에 간직되였을것이고 인민들은 그 령혼의 부름에 언제나 충실할것입니다. 때문에 나는 장례식을 크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난 그의 장례식을 시민장으로 할것을 제기합니다.》

장군님의 말씀에 일군들은 머리를 들었다. 나라의 큰 인물도 아닌 평범한 로동자의 장례식을 시민장으로 하다니…

《이것은 해방된 조국땅에서의 첫 시민장으로 될것입니다. 그의 희생이 얼마나 값높은것인가를 모든 사람들이 알도록 합시다. 인민을 위대한 존재로 받든다는것이 무엇인지 온 세상이 알도록 합시다.》

장군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각 정당, 사회단체 대표들로 시민장공동준비위원회를 조직하도록 하시고 준비위원회에서 해야 할 일들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시였다. 그리고 선전부부장 허정숙을 부르시여 북조선공산당 중앙위원회 이름으로 임성민의 추도사를 쓰도록 하시였다.

《추도사가 완성되면 나한테 가져오시오.》

장례문제에 대한 토의를 마치신 장군님께서는 비오는 창밖을 내다보시며 장마와 관련한 대책들을 철저히 세울데 대해서도 강조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일군들이 나간 뒤에도 자신께서 무엇을 더 보태주실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한동안 일손을 잡지 못하시였다.

저녁에 허정숙부부장이 임성민의 추도사를 만들어가지고 장군님을 찾아왔다. 장군님께서는 추도사를 한자한자 뜯어보시며 거기에 자신의 진정도 덧써놓으시였다.

《동무여! 우리는 지금 가장 뜨거운 동지적사랑과 가장 뼈저린 동지적슬픔으로 동무를 떠나보내는 마지막마당에 섰나이다.

생각하건대 인민의 선봉으로 인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것이 우리 공산당원들의 본분이거니 이제 동무는 인민의 선봉인 동시에 우리 당원들의 선봉이 되였도다.

동무여! 우리는 동무의 거룩한 뜻을 이어 이제 다시 우리 인민을 착취하는 어떠한 반동의 폭풍우가 있을지라도 인민의 선봉으로서의 사명을 다하여 목숨을 바쳐 동무의 뒤를 따르기를 다시한번 맹세하나이다.

동무여!

동무는 갔으나 동무가 남긴 위훈은 우리의 피와 살속에 남아 항상 우리를 채찍하며 우리의 투쟁을 고무하리라. 동무는 갔어도 우리의 민주건설은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의 기치아래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 과감히 전개되고있으니 동무여! 고이 잠들라!》




60

 

이른아침이였다.

삼복철이건만 정원에는 청신하고 시원한 기운이 돌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 정원을 산책하고계시였다.

오늘은 보통강개수공사 완공경축대회를 하는 날이다. 경축대회준비위원회에서는 이날을 맞으며 시내의 모든 극장들에서 무료공연을 조직했고 사진전람회도 열었다고 한다.

두석달전까지만 해도 맨주먹으로 어떻게 그처럼 방대한 공사를 할수 있겠냐고 머리를 기웃거리던 사람들이 오늘은 만세를 부르게 된것이다. 장군님께서도 오늘은 목청껏 만세를 부르고싶으시였다. 오늘을 위해 청춘을 바친 백두산시절의 동지들에게 《동지들이 흘린 피의 대가로 이 땅에 새 민주조선건설이 시작되였다!》고 소리높이 웨치고싶으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리병설이 다가오는것을 보시고 그쪽으로 마주 나가시였다.

《장군님, 쏘련군사령부에서 슈띠꼬브대장이 찾아왔습니다.》

《벌써 왔소?》

그이께서는 의아스러워하시며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시였다.

오늘 경축대회에 전권대표인 그를 초청했는데 한시간이나 먼저 찾아온것이였다.

《여기로 데려오시오.》

《알았습니다.》

잠시후 슈띠꼬브가 리병설의 안내를 받으며 장군님앞에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김일성동지.》

《슈띠꼬브동지,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일찍 온걸 보면 무슨 일이 생긴 모양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상대방과 인사를 나누시며 여유있는 표정으로 물으시였다.

《아닙니다. 사실은 조용한 시간을 내서 김일성동지께 자기비판을 하려고 례의에 어긋나는줄 알면서도 일찌감치 찾아왔습니다.》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장군님께서는 언제나 자신만만하던 슈띠꼬브가 전에없이 의기소침한 태도를 보이는것이 선뜻 리해되지 않으시였다.

슈띠꼬브는 군모를 벗어들고 장군님과 나란히 걸으며 자기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저는 김일성동지께서 평양시민자체의 힘으로 보통강개수공사를 하겠다고 하실 때 원칙적으로 반대했댔습니다. 믿을수 없었기때문이지요. 혁명적단련이 부족한 군중을 믿고 굴착기도 한대 없이 맨주먹으로 그렇게 큰 공사를 벌려놓았다가는 오히려 건국사업이 첫걸음부터 좌절되고 정치적으로 손해만 볼수 있다고 우려했기때문입니다. 저에게는 그때 사회주의쏘련에서 갓 해방된 북조선을 주인답게 도와주어야 한다는 제나름의 도의심이 있었습니다. 북조선이 제발로 걸어나갈 때까지는 큰 나라인 우리가 주인구실을 해주어야 한다는 도의심, 따져보면 대국의 전권대표라는 우월감에서 싹터난 도의심이였습니다. 손님이 주인을 도와주면 얼마나 도와주겠습니까?》

장군님께서는 슈띠꼬브가 무엇때문에 괴로와하고있는가를 짐작하시고 조용히 미소를 지으시였다. 슈띠꼬브는 계속했다.

《그날 김일성동지께서는 보통강개수공사를 하는것은 자신의 진심이라고 말씀하시였습니다. 난 김일성동지의 독창적인 이민위천사상과 자기 민족에 대한 남다른 신뢰감을 존중하면서도 오늘과 같은 기적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자기 민족에 대한 김일성동지의 무한대한 사랑이 민중으로 하여금 기적을 창조하게 하였습니다. 조선민족의 자주정신에 대해 제가 순간이나마 확신을 못 가졌던것을 용서해주십시오. 나는 역시 손님이였습니다. 북조선의 진짜주인은 자기 힘을 자각한 인민대중이고 그 인민을 주인으로 키워주신 김일성동지이십니다.》

역시 슈띠꼬브는 인간적인 면에서도 허심하고 대장부다운데가 있었다.

장군님께서는 그에게 따스한 눈길을 보내시였다.

《사실 슈띠꼬브동지가 조선인민의 힘을 믿지 못한것은 당신의 잘못이라고만 할수도 없습니다. 누구나 다 믿지 않았지요. 우리 인민들자체가 자기 힘을 믿지 못했댔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해방된 조선에서 너도나도 주인이 되겠다고 나서는 때에 우리 조선의 혁명가들은 력사의 요구를 반영하여 인민대중을 나라의 주인으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망국노의 처지에 시달리던 인민은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여본적 없었기때문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습니다.

우리가 보통강개수공사부터 민주건설을 시작하려고 결심한것은 토성랑인민들의 비참한 생활을 끝장내고 그 과정에 우리가 세우는 새 나라가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 세상이라는것을 믿게 하고 인민이란 존재의 위대성을 인민자신이 믿게 하고싶어서였습니다. 결국 이 공사과정에 인민들은 자기 존재의 고귀함을 알게 되였으며 인민정권의 진심을 믿게 되였습니다. 그래서 기적이 일어난것입니다.》

잠시 말씀을 멈추신 장군님께서는 아득한 하늘가 멀리에 눈길을 주시고 엄숙히 선언하시였다.

《슈띠꼬브동지! 우리 인민은 참으로 위대한 민족입니다!》

그것은 자기 민족에 대한 절대적인 긍지만을 안고계시는 김일성동지께서 세계앞에 웨치시는 위대한 선언이였다. 그것은 인민의 수령 김일성동지의 자존심이였고 인민들을 영원한 혁명동지로 믿고 사랑하시는 김일성동지의 진심이였다.

《슈띠꼬브동지, 래일 우리는 북조선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위원회를 결성하려고 합니다. 북조선에 제반 민주개혁들이 실시되고 각계층 군중들이 인민정권의 기치밑에 단결된 조건에서 우리는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을 결성함으로써 이 땅에 자유와 민주주의가 보장된 전조선적인 통일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투쟁할것입니다.》

슈띠꼬브는 가슴을 치는 충격을 느끼며 말없이 장군님을 우러러보았다.

(정녕 위인이시다! 보통강개수공사뿐아니라 이 땅에서 일어나고있는 그 모든 기적의 근본요인은 김일성동지의 주체의 정치관, 주체의 인민관에 의한것이다. 아! 김일성동지를 민족의 수령으로 모신 조선인민의 미래는 얼마나 밝고 창창한가!)

리병설이 다가와 경축대회장으로 떠나실 시간이 되였다고 장군님께 보고드렸다.

《갑시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슈띠꼬브와 함께 대회장으로 향하시였다.

경축대회장소인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청사 앞광장은 이날에 만세를 부르고싶어 달려온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장군님께서 주석단에 나오시자 군중들은 하늘이 떠나갈듯 《김일성장군 만세!》를 목청껏 웨쳤다. 만세의 함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장군님께서는 경축대회 첫 순서로 보통강개수공사장에서 영웅적으로 희생된 임성민동지를 위하여 묵상할것을 제의하시였다.

군중들은 놀랐다. 나라를 찾는데 큰 공을 세운 개국공신도 아니고 공사장에서 일하다 희생된 평범한 로동자가 이런 대우를 받다니… 군중들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마음속으로 웨쳤다.

(우리도 사람이구나! 정말로 우리가 주인된 세상이로구나! 만백성을 진정으로 위해주시는 저런분에게 나를 맡기면 분명 행복해지겠구나.)

잠시후 마이크앞에 나서신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우렁우렁하신 음성으로 《민주수도건설의 첫 성과를 축하한다》라는 력사적인 연설을 시작하시였다.

《친애하는 평양시민여러분!

오늘 우리는 새 민주조선의 수도인 평양을 홍수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보통강개수공사를 승리적으로 완공하고 경축대회를 가지게 됩니다.》

순간 《만세!》의 폭풍같은 함성이 터져올랐다.

장군님께서는 목이 꽉 잠기시여 한동안 말씀을 잇지 못하시다가 평양시민들이 보통강개수공사에서 건국의 열정을 남김없이 발휘하여 예정기일보다 15일이나 앞당겨 공사를 완공한데 대하여 축하하시였다.

《보통강개수공사의 승리적완수는 북조선에서 민주건설의 기초가 닦아졌다는것을 증명하여주는것입니다. 해방후 북조선인민들은 조성된 유리한 정세에서 나라의 완전자주독립과 민주주의적발전을 위하여 진정한 인민의 정권인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를 수립하고 력사적위업인 민주주의적과업들을 착착 수행하여왔습니다.》

장군님께서는 평양시민모두가 민주건설에 자기를 바칠줄 아는 조선인민의 모범이며 특히 공산당원들이 민주건설의 선봉투사이며 애국자들이라고 높이 평가하시면서 임성민의 애국적희생성을 다시한번 강조하시였다.

《시민여러분!

여러분은 민주건설에서 승리자의 영예와 애국자의 칭호를 지니였으며 우리 나라 민주건설력사에 아름답고 가치있는 한페지를 남기였습니다. 북조선에서 위대한 민주건설사업이 성과적으로 진행되고있는것은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에 기초한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가 민주주의의 토대우에서 튼튼하여지고있으며 또 인민들의 복리향상을 위하여 투쟁하는 진정한 인민의 정권이라는것을 다시한번 온 세상에 시위하는것으로 됩니다.》

계속하여 장군님께서는 미제와 리승만도당의 국토분렬책동에 의하여 남조선에서 민주화가 말살되고있는데 대해 지적하시면서 전체 조선인민이 힘을 합쳐 투쟁할데 대해서와 경제건설사업을 힘있게 밀고나갈데 대하여 강조하시였다.

《승리는 우리의것입니다. 모두다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의 주위에 굳게 뭉쳐 민주주의적통일정부수립과 조국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위하여 힘차게 싸워나갑시다.

보통강개수공사에서 영웅적위훈을 세운 평양시민 만세!

우리 인민의 정권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 만세!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 만세!

조선의 민주주의적자주독립 만세!》

경축대회장에는 우뢰와 같은 만세의 폭풍이 천지를 진감시켰다. 장군님께서도 가슴이 후련하도록 만세를 부르시였다. 사랑하는 고향 평양을 살기 좋은 인민의 락원으로 꾸리시려는 평생의 념원이 현실로 펼쳐지기 시작했다는 기쁨때문에, 보통강의 탁류를 밀어내는 과정에 어제날 무권리하던 인민이 존엄높은 자주적존재로 자라났다는 환희때문에, 바로 그 인민이 새 조선의 아름다운 미래를 건설할것이라는 확신때문에 만세를 부르고 또 부르시였다.

대회가 끝나자 군중들은 주석단가까이로 밀려오며 만세소리를 더욱 높였다.

장군님께서는 주석단에서 내리시여 군중들앞으로 다가가시며 답례를 보내시였다.

맨앞에 서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시던 장군님께서는 밀집된 군중들속을 힘들게 비집고나오는 정근식을 알아보시였다.

《아, 정근식선생도 나오셨군요.》

정근식은 장군님께 깊숙이 허리를 굽혔다.

《장군님, 전 오늘 장군님의 만세선창을 따라 정녕 오래간만에 만세를 실컷 불렀습니다.》

자기의 격동된 심정을 말씀드리지 않고는 견딜수 없어 정근식은 심중에 고패치는 격정을 그대로 쏟아놓았다.

《일찌기 3. 1만세때나 6. 10만세때는 피멍이 든 가슴을 안고 만세를 불렀습니다. 그때의 만세소리는 환희의 웨침이 아니라 울분의 절규였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장군님의 선창에 내 작은 목소리도 합쳐 진정한 기쁨의 함성을 터쳤습니다. 예수가 부활해서 만세를 불렀다는 기록은 보지 못했지만 난 오늘 세상에 다시 태여난 기분으로 만세를 불렀습니다.》

장군님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며 정근식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시였다.

《예수가 만세를 부르지 않았다면 그럴 리유가 없어서겠지만 선생님이야 새세상을 만나서 인생의 의의를 깨달았으니 만세를 부를만 하지요. 선생의 마음이 밝아졌다니 나도 기쁩니다. 그러니 이제는 정선생이 먹칠해놓은 지구의도 제 본색을 찾을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정근식은 진지한 표정을 짓고 옷깃을 여미며 정중히 말씀올렸다.

《저는 워낙 소인이라 이 세상에 먹칠이나 할줄 알았지 그걸 정화시킬 능력은 없는 놈입니다. 하지만 장군님 계시여 이 나라 삼천리에 광명의 새아침이 밝아왔은즉 내 미력한 힘이나마 건국대업에 바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선생, 자기 힘에 대한 믿음을 가지십시오. 선생에게는 큰힘이 있습니다. 이번에 보통강개수공사를 통해서도 느꼈겠지만 자연과 사회의 주인인 인민대중에게는 이 땅을 진정한 락원으로 꾸릴수 있는 자격과 능력이 있습니다. 이 세계를 밝고 아름답게 할수 있는 존재는 언제나 인민밖에 없습니다.

정선생! 우리 앞으로 그런 훌륭한 세상을 이 땅우에 세우기 위해서 함께 손잡고 일해봅시다!》

장군님께서는 떠나가시였다. 정근식은 오래동안 그 자리에 못박혀있었다. 조각처럼 굳어진 자세로 장군님을 바래우며 정근식은 심장으로 웨쳤다.

(장군님마음속엔 언제나 인민밖에 없기에 인민의 마음속엔 언제나 장군님 생각뿐입니다. 불행이 닥치면 하느님을 찾던 무지한 백성들이 이제는 장군님사랑에 눈떠서 장군님을 만백성의 하느님으로 모시였습니다. 이 세상의 손님으로 건국의 구경군노릇을 하던 나와 같은 인간도 나라의 주인으로 내세워주시고 오성재와 같은 무지렁이백성도 노예로부터 주인의 옥좌에 올려앉혀주시고 주인으로 내세워주어도 주인구실을 할줄 몰라 허둥대던 인간들도 한사람, 한사람 손수 다듬어 건국의 앞자리에 세워주시고… 참으로 보통강개수공사라는 자연개조를 통하여 인간개조를 실현하신 장군님 축지법의 여의주가 이민위천이였음을 내 이제야 알았습니다. 저 그리스도교의 세상에서는 거짓말같은 노아의 홍수를 믿고있지만 이 땅에는 정말로 장군님 베푸신 인민사랑의 대하가 굽이치고있습니다. 아, 장군님!)

대회가 끝난 뒤 정근식은 안해와 나란히 집으로 향했다. 늘쌍 집안에서만 맴돌던 안해도 오늘은 성장을 하고 경축대회에 참가했었다. 안해는 빳빳하게 풀을 먹인 모시저고리에 물색비단치마를 입고 낭자를 틀어올린 머리에는 비취색옥비녀를 꽂았다. 여름버선을 신은 발에는 가녁에 흰색으로 테를 두른 옥색코고무신을 신었다. 그렇게 차리고 나서서인지 안해는 집에서보다 10년은 더 젊어보였다. 그래도 찬찬히 보면 머리에 흰머리카락이 드문히 섞이고 입가에도 잔주름이 잡혔다. 예전에는 안해가 늙는다는데 대해 한번도 깊이 생각해본적 없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그 흰머리카락이며 입가의 주름살들이 눈에 걸렸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자니 늙어야 할 리유는 많겠지만 안해가 늙은 기본리유가 자기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미안스러움을 금할수 없었다. 자기가 언제 안해와 동부인해서 걸어보았던지 종시 생각해내지 못하고 정근식은 안해에게 물었다.

《당신 올해 쉰살이던가?》

《새삼스레 그건 왜 물으시우?》

《우리가 이 좋은 세상에서 얼마나 더 오래 살수 있을가 생각중이요. 그러면 내 당신을 더이상 늙지 않게 해줄수 있을텐데…》

그 말에 코마루가 찡해졌는지 안해는 왼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원, 참…》

정근식은 골목어구에서 삽을 든 사람들과 마주쳤다. 그러고보니 좀전에 큰길에서도 삽을 들고 몰려가는 사람들을 본것 같았다. 공사는 다 끝났는데 뭘하러 가는 사람들일가? 나라에서 또 무슨 큰일을 벌려놓았는가? 불현듯 정근식은 생활의 사소한 현상도 무심히 넘기지 못하는 자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였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문밖에는 곁눈질조차 안하고 살아오던 자기가 아니였던가.

그는 참지 못하고 지나가던 젊은이에게 물었다.

별참견을 다 한다고 핀잔을 듣는다 해도 진심으로 알고싶은거야 어쩌겠는가.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였다.

《젊은이, 삽을 들고 어디로들 가시우?》

《아바인 모르시나요? 오후에 개수공사장에서 나무심기를 한대요.》

그리고는 제 동무들을 따라잡느라 반달음을 놓았다.

정근식은 알만 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안해에게 재촉했다.

《우리도 얼른 집에 들렸다가 공사장에 나가봅세다. 내 이 땅에 태를 묻고 살아오면서 여태 나무 한그루 못 심었는데 오늘은 내 손으로 버드나무 한가지라도 심어보고싶구려.》

지금 정근식은 진정으로 새생활의 한복판에 뛰여들고싶은 충동에 휩싸여있었다. 그는 어서빨리 집에 가서 지구의부터 제손으로 닦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

 

그날 오후 남포방향으로 달리던 까만색승용차가 팔동교우에서 조용히 멎어섰다. 맑은 하늘의 태양이 승용차 차창에 반사되면서 찬란한 빛을 뿌렸다. 차안에는 김일성동지께서 타고계시였다. 김매기실태를 알아보시기 위해 주변농촌으로 나가시던 그이께서는 새로 쌓은 제방에서 숱한 사람들이 나무심기하는것을 보시자 그냥 지나칠수 없어 차를 세우신것이다.

사람들은 둘씩 혹은 셋씩 짝을 무어 제방에 새파란 떼장을 입히는가 하면 버드나무와 물황철나무모를 심고있었다. 리주연이 보고하기를 경축대회기념으로 공사지휘부일군들끼리 나무심기를 조직했다고 했는데 아마 비밀이 샌 모양이였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자신께서도 인민들과 함께 나무를 심고싶으시였다. 아마 저 사람들속에는 자신께서 만나보고싶으신 반가운 얼굴들이 다 있을것이다.

리주연이도 장혁수도 김운상도 정근식도…

장군님께서는 저 제방과 함께 새로 태여난 건국의 주인들이 그저 나무를 심는게 아니라 나라를 받드는 애국의 마음을 묻고있다고 생각되시였다. 저 애어린 나무모들이 머지않아 지심깊이 뿌리를 내리고 억센 힘으로 애국제방을 지켜주듯이 아직은 새 나라가 강대하지도 부유하지도 못하지만 인민은 반드시 제힘으로 이 땅에 부강조국을 건설할것이다.…

곧추 뻗은 제방우에서는 어린애가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고있다. 그 아이의 부모인듯싶은 젊은 남녀는 나무심기를 끝내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이를 지켜보면서 밝게 웃고있다. 해방된 이 땅에서 눈물의 홍수를 몰아내려고 기적같이 일떠선 애국제방, 그우에서 걸음마를 익히는 갓난아이, 두팔을 활짝 벌리고 아기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부모들, 그 모든것을 축복하는듯 아낌없이 빛을 뿌리는 밝은 태양…

장군님의 시야에는 모든것이 다 인상적으로 안겨오시였다.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새세상의 모습인가.

아이아버지쪽을 유심히 바라보시던 장군님께서는 얼른 차창을 내리우시고 그쪽에 초점을 모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장혁수를 알아보시였던것이다.

드디여 어린애는 용케도 넘어지지 않고 아버지의 넓은 품에 안겼다. 아이를 버쩍 안아들고 일어선 사람은 장혁수가 옳았다. 기쁨에 젖은 그의 웃음소리가 보통강반우에 울려퍼졌다. 그곁에서는 성학이 엄마가 소리없이 웃고있었다.

(됐어, 장혁수가 웃으니 됐어!)

장군님께서도 시름없이 웃고있는 장혁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시며 보조개가 패이게 웃으시였다.

기쁨이, 형언할수 없는 크나큰 행복감이 심신의 피로를 말끔히 가셔주는듯싶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장혁수의 행복에 겨운 모습에서 토성랑인민들의 웃음을 보시였으며 인민의 새 나라를 세우시려는 자신의 건국리념이 절대적으로 옳았다는것을 생활로 확인하시였었다.

한참만에야 장군님께서는 아쉬운 마음으로 차창을 올리시며 운전사에게 나직이 이르시였다.

《떠납시다.》

승용차는 떠났다. 이제 장군님 가시는 그곳에서는 또 어떤 새 전설이 태여나겠는지…

 

×

 

그때로부터 수십년세월이 흘렀다.

어버이수령님께서 보통강반에서 민주건설의 첫삽을 뜨시였던 력사의 그날을 출발점으로 하여 우리 인민은 이 땅우에 창조와 건설의 년대를 수놓아왔다. 그리하여 어제날 토성랑자리에는 현대적인 건축물들이 즐비하게 일떠서고 어제날 토성랑의 후손들은 오늘도 버드나무 휘늘어진 보통강유보도를 거닐며 행복의 노래, 추억의 노래를 부르군 한다.

 

불빛도 아름다운 락원의 밤이여

꽃물결 흘러가는 조국의 거리여

이 행복 주시려고 우리의 수령님

빈터우에 건국의 첫삽을 뜨셨네

 

아! 보통강! 보통강아!

인민의 행복을 담아싣고 영원히 흐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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