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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 데이에 더욱 선명해지는 이름, 김대중 그리고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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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3,268회 작성일 16-01-1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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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루터 킹 데이 연휴라고 집에서 쉬긴 하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해야 할 일들이 참 많네요. 한국에서 손님도 오시고, 집안 정리도 좀 해 놓고 해야 하는데 잘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와인이라도 한 잔 할까 생각중입니다. MLK 데이는 일종의 국경일 같은 것이라서, 공무원인 저는 당연히 쉬는 날이지만 이상하게 주위의 모든 비즈니스들은 개의치 않고 문을 연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일종의 대목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


세상이 이렇게 된 것은 이른바 효율이란 것을 늘 앞에 두고 생각했던 신자유주의 때문일거고, 미국이 독특하게 다른 선진국보다는 더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미국보다는 더 쉬는 날도 많은 것 같고, 일하는 시간도 짧은 것 같은데, 미국은 그런 면에서는 다른 이른바 제 1세계 국가들과는 좀 다른 면들을 보입니다.


어쨌든, 마틴 루터 킹 데이가 되면 지금 우리가 미국에서 별 차별 같은 거 없이 나름 편안하게 살고 있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사실 한인들은 흑인들에게 참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에서 이들이 인권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면, 그래서 이렇게 얻어낸 것들이 있지 않았다면, 지금 이 땅에서 살고 있는 한인들도 지금처럼 편안하게 살지는 못했을 겁니다. 물론 아직도 인종차별이란 것이 존재하고, 그 때문에 그 갈등이 특히 공권력과 흑인간의 갈등으로 나타나고, 그것이 다시 폭력적인 형태로 번지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완전하지 못한 갈등의 해소이기 때문에 이런 비극들이 있는 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틴 루터 킹이라는 소수민족 민권운동 지도자를 기념하는 날을 연방정부의 공식 기념일로 삼은 미국을 보면서, 우리는 왜 5.18 광주 민주화항쟁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지 못하는가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그나마 미국이 이렇게 소수민족들의 인권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전쟁 때문이었습니다. 2차대전이 일어나자 미국은 전쟁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의 부족을 느꼈고, 이 때문에 흑인 기술자, 과학자 등을 키워냈습니다. 비행기 조종사들 중에서도 흑인들로만 구성된 편대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전쟁터란 곳이 묘한 곳이라, 서로 함께 생사를 넘나드는 고난을 겪은 흑백 병사들 사이에 전우애가 싹트기 시작했고, 이런 것들이 조금씩 인종간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습니다.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에 따르면, 이 인종간의 갈등은 비교적 이민을 늦게 와서 계급사다리의 가장 아래층에 있었던 아이리시계 - 이들은 다른 백인 이민자들이 개신교도들이었던데 반해 구교(가톨릭)를 믿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그것 때문에 초기 이민사회에서 배척당하는 계층이었습니다 - 가 흑인 노예들과 힘을 합쳐 혁명세력화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지배층의 전략이었습니다. 미국 식민사회 초기에 이들은 하층민들의 불만을 원주민들을 향하게 만들었고, 그 원주민들이 멸절 상태에 이르고 새로운 하층민들이 몰려오자 이들이 갖고 올 수 있는 변혁의 기운을 흑백갈등으로 돌린 거지요.


늘 제국주의에서의 백인 지배층은 이렇게 피지배층을 디바이드 앤 콩커, 즉 분열시키고 지배하려 했지요. 그것이 미국에서 갈등을 낳았고, 조금 더 그 정책이 세련되어졌고, 피지배층이 과거처럼 노예가 아니라 이젠 금융산업자본주의 아래서 '소비자'라는 이름의 노예가 되어야 하기에, 이젠 다른 방식의 지배의 틀이 필요해졌습니다. 어쨌든 그 틈을 타서 민권운동은 어느정도 틀을 잡을 수 있었고, 거기엔 마틴 루터 킹이나 말컴 엑스 같은 지도자들이 있었습니다.


다시 이 상황에서 한국을 생각해봅니다. 그 비좁은 대한민국에서 동서를 갈라치기하고, 강대국들의 이해에 따라 남북은 오래전에 갈려 버렸고, 그 반으로 갈린 한반도는 대리전을 치르고 이 땅에서 수많은 비극들이 양산됐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도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존재가 반드시 있어야 존재하는 수구 냉전 세력들이 분단을 핑계로 인권을 억압하고 권력이 안보의 수사만 동원하면 인권과 상식이 짓밟히는 비극의 재생산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참 답답합니다. 그 때문에 매년 인권 지도자 마틴 루터 킹을 기념하는 날, 제게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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