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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2009년 제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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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9,713회 작성일 23-03-26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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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돌변한것은 리철기사장의 태도였다.

어제 밤 5월17일공장에서는 회전로보수주기를 줄일데 대한 문제를 가지고 늦도록 기술협의회가 열렸다.

성강에서 도입하고있는 주체철생산공정은 다른 야금단위들에서 하고있는 방법과는 달리 배소공정을 거치지 않은 생구단광을 직접 회전로에 장입한 다음 그 배출물을 다시 산소용융로에서 련속 용융시켜 정련공정을 거치게 하는 전혀 새로운 생산방법이다.

결과 산화배소구단광공정과 선별을 비롯한 여러 생산공정을 거치지 않아 생산부지를 함축하면서도 원가를 절약하는 우월한 점이 있지만 반면에 슬라크에 의한 내화물의 침식이 심하여 자주 교체해야 하는 결함도 있었다. 이러한 결함을 퇴치하자면 결정적으로 내화물의 질을 높여야 했다.

지금같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주체철생산체계를 완성한다고 해도 생산원가를 맞출수 없으며 따라서 적자기업을 위해 품을 팔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협의회에서는 내화물의 질을 높이기 위한 기술력량을 새로 보강할데 대한 문제가 중요하게 토의되였다.

회의에 참가한 리성민부상이 상정시킨 문제였다.

그는 윤택호가 만들었다는 시험로의 수명과 대비하면서 로보수주기를 설명했다. 그새 윤택호를 찾아 몇차례나 공걸음을 하는 과정에(그는 어찌된 일인지 번마다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따깨비모자의 친절한 설명을 통하여 파악한 자료였다.

알고보니 따깨비모자는 기지에서 생산부원을 겸하고있었다.

《결국 윤택호를 기술진영에 포함시키자는건데 난 반대요.》

누구보다 쌍수를 들고 나설줄 알았던 기사장 리철이 벌떡 나가누웠다. 성강을 배반한 변절자라는것이다.

한번 둥지털고나선 새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물며 성강을 떠나 금방석에 올라앉은 그가 오자고 할게 뭔가. 오자고 해도 받지 못하겠다. 와서 할 일도 없다.

《그따위 한톤짜리 로도 론가? 장난감이지, 흥!》

리철은 코방귀를 뀌며 왼고개를 틀었다. 영문을 모르던 사람들도 사연을 듣더니 리철의 말에 공감했다. 리철의 됨됨에 대하여 너무도 잘 알고있는 그들이였다.

주체철생산도입의 전과정에 관여해온 그는 허구한 그 나날 본의아닌 사고나 부주의로 해서 여러차례나 처벌을 받았다. 그중에는 련대처벌이 더 많았다. 로사고는 크나작으나간에 다른 사고와는 대비도 할수 없는 엄청난 물적손실을 초래한다. 따라서 처벌도 가벼울수 없다. 엄중성정도에 따라 법정에도 나서야 한다. 법은 어디까지나 법이다.

하기에 리철을 아는 사람들은 우스개말로 우리 기사장의 가슴에는 앞에 단 훈장보다 속에 찍혀진 처벌딱지가 더 많을거라고 내놓고 말하고있다. 이번만 해도 쇠물류실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병원에서 나오자바람으로 처벌을 받지 않을수 없었다.

주체철생산의 완성을 위하여 누구보다도 마음속 상처를 많이 입고도 끄떡없는 그가 이 길에서 물러난 사람을 좋게 볼리가 만무했다. 그랬던 그가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제먼저 윤택호를 찾아가자고 나선것이다.

《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싶은 모양이지?》

리성민은 승용차안에 백곰처럼 웅크리고앉은 리철을 바라보며 비죽이 웃었다.

《그렇다구 합시다.》

리철은 시답지 않게 대꾸하며 이마살을 찡그렸다. 아직 타박상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아 불편해하는 그였다. 차가 석막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하늘중머리를 헤매고있었다.

오늘은 윤택호도 자리를 뜨지 않고있었다.

그는 마치 초면의 사람들을 대하듯이 얼굴에 아무런 감정변화도 담지 않은채 그들을 맞이했다. 기지안에 들어가자는 말도 안했고 의례 있어야 할 인사말도 건성으로 넘겨버렸다.

그렇다고 하여 윤택호를 탓할 형편도 못되였다.

그리 기꺼울것도 없을 윤택호였던것이다. 탓하자면 뒤늦어 찾아온 자신들을 탓해야 할것이였다.

가끔 리성민을 바라보는 윤택호의 눈은 뿌연 안개라도 낀것처럼 몽롱해보였다. 그들은 철로 만든 재털이 하나가 덜렁 놓인 경비실에 마주앉았다.

이야기가 잘 어울리지 않았다.

《날 찾아왔댔다는 말을 들었수다. 큰일을 하는 사람이 묵은 회포나 나누자고 찾아오지는 않았을거구…》

윤택호는 에돌지 않고 본론부터 들어갔다.

《일이 있어 찾아온건 사실이지만… 알아보니 그새 고생을 했더구만. 달리 처리될수도 있었던 일을… 우리가 너무 무관심했소.》

《그만합시다. 난 남을 탓하지 않수다. 다 내 불찰이지요. 부상동지까지 마음쓸 일이 못되지요.》

윤택호의 목소리는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날 이전처럼 성민이라구 불러주시오.》

성민은 진정으로 말했다. 로동현장에서 맺은 깨끗한 우정을 되살리고싶었다. 점심밥을 꽁무니에 차고 덜렁대며 직장에 출근하던 시절에는 꼿꼿한 성미의 윤택호도 덕담 몇마디쯤은 넘길줄 아는 사람이였다.

그 덕담을 다시 나누고싶었다. 겸사하여 그의 문제도 허심탄회하게 의논하고싶었다.

그의 운명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리성민으로서는 그렇게 하는것이 응당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성강에서 진행되는 주체철생산공정을 새롭게 꾸리는 사업에 윤택호를 인입시키자는것도 그의 재능도 재능이지만 보다는 이런 의도가 더 깊었다. 야금계에 함께 있노라면 자기의 관심이 더 잘 미치고 묵은 상처를 가실 방도도 나질것이다. 여기에는 주체철생산공정을 꾸리는 사업이라면 발벗고나서는 성강일군들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이런 복덩이를 마다할 사람은 없을것이다. 윤택호의 금새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리성민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얼어붙은 마음부터 녹여야 했다. 식어가는 옛정을 되살려야 했다.

윤택호는 리성민을 뻔히 바라보았다. 그 말을 하자고 여기까지 왔느냐는듯 한 눈빛이였다. 리성민은 말없이 머리를 끄덕였다.

《아니요.》

윤택호는 도리를 저었다.

《부상이야 어데까지나 부상이지요. 높은 산마루에 올라서서 강가의 조약돌을 집을수야 없지요.》

윤택호의 말에서는 로골적인 질시가 울리고있었다.

《아바이,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시우. 우린 지금 아바일 데려가자구 왔수다.》

옆에 있던 리철이 참다못해 끼여들었다. 그는 제강소형편을 대충 간추려가며 설명한 다음 단도직입적으로 대답을 요구했다.

《싫네.》

의례 그 말이 나올것을 예견이라도 한듯 씁쓰레한 웃음을 물고있던 윤택호는 리철을 흘겨보며 단마디로 잘라맸다.

《국가적인 일인데두요?! 후회마시오. 공연히 부상동지까지 같이 오신줄 아시우?》

리철이 단통에 으름장을 놓았다.

《부상이 아니라 상이 와도 안돼. 여긴 뭐 개인주머니 불쿠는덴줄 아오? 하긴 자네들의 말대로 하면 금방석이지. 난 이 금방석이 엉치에 붙어.》

성강에서 돌아가는 험한 말을 다 들은 모양이였다.

《딴전을 부리지 마시우다. 어쨌든 대답을 듣기 전에는 물러가지 않겠수다. 어디 누가 견디나 봅시다. 국가일이 더 중한가, 회사일이 더 중한가?》

《딱하게 굴지 말라구. 국가일이 중하다면 자네들에게 끌려가야 할게구 회사일이 더 중하다면 별 험한 감투가 다 씌워질게구.…》

《허허… 담배나 한대 주우다.》

리철이 먼저 손을 들었다.

《담배를 태우던가?》

《날 어제날 애숭이견습공으로 보는게 아니우?》

윤택호는 주머니안에 손을 넣어 부스럭거리다가 종이에 싼 써레기담배를 꺼내놓았다.

《좋은 담배를 주우다.》

《없네.》

《이거 성강물이 다 빠졌구만. 담배도 아깝소?》

《정말 가슴을 허빌텐가. 성강말은 꺼내지도 말라구. 짐승도 한번 빠진 구뎅이엔 발을 들이밀지 않아.》

《말 다했소?! 제 마시던 우물에 침 뱉다니! 뭐, 구뎅이? 아무 말이나 탕탕! 그래 아바이도 공화국공민이 옳소? 쇠물을 다루는 로동계급이 옳은가 말이요?》

리철이 엉치를 들썩이며 다그어댔다.

《이젠 날 그렇게까지 몰아댈판인가? 에익!》

윤택호는 앞에 놓인 담배재털이를 그러쥐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당장 무슨 일이라도 칠것 같았다.

《허허, 누가 보면 정말 싸우는줄 알겠소. 오래간만에 성강사람들끼리 모여앉았는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자오?》

리성민이 흥분한 그들을 눙쳐주었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였는지 경비실안을 기웃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윤택호는 아무말없이 밖으로 나가더니 한참만에 외출복을 차리고 나타났다. 그리고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따라오게.》

두사람은 윤택호의 뒤를 따라 소형용광로를 둘러친 쇠울타리옆 소로길을 따라가다가 울타리가 끝나는 곳에서 왼쪽으로 굽어든 울퉁불퉁한 돌길을 따라 한참 골짜기를 톺아올라갔다.

막바지에 윤택호의 독집이 있었다. 정작 와보니 듣던것과는 달리 그의 집은 돌기와를 얹은 두칸짜리 단층집이였다.

처마밑에 회벽을 한 벽에는 겨울난 몇개의 시래기타래가 걸려있었다. 리성민을 만날 때마다 윤택호를 춰올리며 회사에서 굉장한 특혜라도 주는것처럼 떠벌이던 따깨비모자의 말과는 딴판이였다.

방안에 들어선 두사람은 더욱 아연해졌다. 윤택호의 늙은 마누라가 네댓살 났을 손자를 앉혀놓고 벌거우리한 수수타개죽을 퍼먹이다가 황급히 밥그릇을 치우고 손자를 걷어안더니 부엌으로 내려갔다.

빗서 열린 미닫이짬으로 웃방 한구석에 홀싹해진 쌀포대 하나가 놓여있는것이 보였다. 벽에는 메주덩이가 매달려있었으며 방바닥에는 널어 말리우고있는 도루메기 몇마리와 무우오가리가 있었다.

두사람은 입이 붙어버렸다. 윤택호가 먹을알이 있는 곳을 찾아가 금방석에 앉았다는 사람들의 말이 생각나서였다.

부엌에 내려갔던 안주인이 올라와 방을 거두며 자리를 권했다. 금방까지 있던 윤택호는 어데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방바닥이 얼음같이 찼다.

《이거 부상어른까지 모처럼 오셨는데 방이 루추해서

윤택호의 마누라는 철늦은 고구마싹을 앉히느라고 아래목에 함짝들이 넓게 자리를 차지하여 비좁아진 방 한쪽에 방석을 내놓으며 수선거렸다.

성강에서 살 때만 하여도 트레머리를 하고 멋을 내던 녀자였는데 그사이에 폴싹했다. 서둘러 찾아온 그물같은 주름살은 남편과 함께 겪어왔을 고뇌의 흔적을 락인처럼 새겨주고있었다.

리성민은 얼핏 안해를 생각했다. 아직도 밖에 나갈 때는 삼면경대앞에 앉아 얼굴 한두번쯤은 비다듬는 안해다.

리성민은 방석을 밀어놓으며 방바닥에 앉았다.

《그런데 방이 왜 이렇게 찹니까? 불이 잘 안듭니까?》

《웬걸요, 불이야 잘 들지요.…》

윤택호의 마누라는 무슨 말인가 더 할듯 입술을 우물거리더니 눈길을 내리깔았다. 성강에 있을 때는 성격이 시원시원하여 아낙네들속에서 입심깨나 부리더니 이제는 그마저 주눅이 든것 같았다.

《고구마싹이 충실치 못하군요. 늦어 앉혔는가요?》

《터밭농사도 농사라구 철이야 놓쳤겠나요. 원래 고구마야 앞지대쪽에서나 심었지요. 그런걸 근래에 들어와 여기서도 더러 심어보군 하는데 다른 작물보다 소출이 괜찮더군요.》

고구마싹이야기가 나오자 녀인의 안청이 금시에 살아났다.

《령감이 하루가 멀다하게 아궁을 뜯어놓으니 언제 부뚜막 마를새가 있어야지요. 무슨 고집이 그런지. 벽돌강도시험을 한다나요. 아이들이라면 장난이 벌차다고 하련만 그통에 한 둬말 놓았던 고구마싹까지 다 얼궈죽이고 다시 놨지요.

석탄을 꺼들인다 뭘 꺼들인다 하면서 집안의 푼돈까지 다 들이밀었지만 어디 끝이 나야지요. 선밥을 그만큼 먹었으면 이젠 그만둘 때도 됐건만, 쯧쯧.》

윤택호의 왕고집에 어지간히 지친 마누라가 한바탕 푸념을 늘어놓으려는데 어데 갔던 당사자가 들어섰다.

《당신은 나가있소.》

안해를 부엌에 내보낸 윤택호는 두사람을 향해 돌아섰다.

《보았소?》

《이게 내 금방석이요, 변절자의 집!》

윤택호는 빗서 열렸던 웃방미닫이문을 드르륵 열어제꼈다. 장판도 안한 방이였다. 석자막대를 휘둘러도 거칠것이 없었다. 집안의 푼돈까지 다 아궁이에 들어간다던 안주인의 푸념이 리해되였다.

《그런데도 뭐 내가 먹을알 있는 곳을 찾아왔다구? 말해보오, 왜 말을 못하오?》

윤택호는 머리를 홱 돌려 리철을 쏘아보았다.

《아바이…》

《가시오, 당장 가란 말이요.》

《택호 이 사람…》

리성민이 무슨 말인가 하려했으나 윤택호는 그들을 더 상대 안하고 제먼저 방에서 훌쩍 뛰쳐나가버렸다.

쉽사리 풀어질 마음이 아니였다.

이날 두사람은 변변히 말도 붙여보지 못하고 돌아서지 않을수 없었다. 부엌쪽으로 나오면서보니 술 두병이 부뚜막에 놓여있었다.

윤택호가 어데가서 가져온것 같다.

부엌에서 서성대던 마누라가 어쩔줄 몰라하며 따라나섰으나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주춤댔다. 쇠줄로 중등을 매여 처마끝에 걸어놓은 굴뚝모퉁이에서 윤택호가 먼산을 바라보고있었다.

그도 속이 편하지 못한것 같았다. 부뚜막에 놓여있던 술병이 그의 모순된 심정을 말해주고있었다.

봄비가 내렸다. 초저녁부터 주절대며 내리는걸 보니 쉬이 멎을것 같지 않았다. 봄비는 약비라고 하지만 리성민의 눈에는 구접스럽기만 했다.

요새 그는 상으로부터 성강의 주체철생산체계추진정형에 대하여 구체적인 실태보고를 할데 대한 독촉을 받고있었다.

한동안 잠잠해있던 상이 이제는 성강에 대한 료해사업이 끝났다고 생각하는지 매일과 같이 채근이다. 그 채근의 뒤에는 강민혁부총리가 서있을것이다. 리성민이 가게 되여있던 콕스탄수입계획이 튀여 지금쯤은 속에서 불이 일것이다.

부상동무의 결심에 따라 차후대책을 세우겠다는 상의 말이 심상치 않게 들려왔다. 리성민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제 내려야 할 결심에 따라 나라의 콕스탄수입계획이 일부 변경될수도 있다. 서뿔리 결심할 문제가 아니였다.

자칫하면 성적인 사업계획을 혼란시켜놓을수도 있다. 성강에서 추진하고있는 주체철생산공정을 새롭게 꾸리는 사업이 만약 실패로 이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속이 떨려났다.

올해 인민경제계획수행에서 철이 차지하는 위치의 중요성을 너무도 잘 알고있는 리성민이였다.

윤택호의 집에서 보았던 어수선하게 널려있던 내화물무지들이 눈앞에 얼른거렸다. 그도 능력이나 경험이 없어서 애를 먹고있는것이 아닐것이다.

불안은 요새 때없이 일어나는 로폭발사고로 확산되였다. 회전로에서 산소용융로로 들어간 쇠물은 다시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기 전에 쇠물과 슬라크를 분리시키는데 이때 자주 폭발사고가 나군 했다.

아직은 소폭발로 그쳐 큰 피해가 없었지만 그것이 어떤 후과를 낳겠는지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였다. 그 원인이 해명되지 않는 한 주체철생산체계전망에 대해서는 락관할수 없었다.

하지만 리성민은 결심을 서두르지 않았다. 가능성은 언제나 앞에 있는 법이다.

《우리가 이번에 공걸음을 한것 같지는 않구만요.》

돌아오는 길에 차안에서 하는 리철의 말이였다.

그는 웬일인지 희색이 만면해있었다.

리성민은 이러한 리철을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동무야 윤택호동무를 데려오는걸 반대하지 않았소?》

《반대했지요. 그러다가 속이 뜨끔하게 침을 맞았수다.》

《?!》

어제 밤 그는 협의회가 끝나는 길로 책임비서 전진광을 만났다.

성강에서 책임비서와의 사업토의는 대체로 늦은 밤시간에 이루어지군 한다. 사업이 바쁜 그에게서 짜낼수 있는 시간은 이 시간밖에 없었던것이다.

그때 리철로부터 협의회의 전말을 듣고난 책임비서 전진광은 심중한 어조로 말했다.

윤택호는 주체철의 선구자들중의 한사람이다. 그러다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어찌보면 주체철실현과정에 나온 첫 부상자들중의 한사람이라고 할수 있다. 새벽길을 걷자면 어차피 찬 이슬에 바지가랭이가 먼저 젖는 사람이 있기마련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그 길을 피해간다면 어느 세월에 온전한 길을 내겠는가. 기사장동무는 윤택호가 하는 방법은 우리가 다 해본 나머지라고 하는데 그 말이 옳을수도 있다. 나도 그 어떤 덕을 보자고 그를 데려오는데 찬성하는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뽑아야 할 우리 식의 쇠물은 단순한 쇠물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콕스제철법완성을 위한 길에서 운명의 시련을 겪었는가. 새것의 탄생은 모진 진통을 동반하기마련이다.

하물며 수수백년 내려오던 제철법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 진통없이 되리라고 보는가. 쇠물이 붉은것은 높은 열을 받기때문이다. 그 열이면 못 녹일것이 없다. 그만큼 진통을 겪었으니 이제는 결실을 볼 때가 되였다. 그때 후회의 눈물을 뿌리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의 마음이 좋겠는가. 더구나 동무야 한때 그와 함께 주체철연구의 초행길을 걸은 사람이 아닌가.…

《그 말을 들으면서도 난 별로 마음이 동하지 않았습니다. 성강을 배반하구 돈맛을 들인 사람이 자리를 뜨자고 하겠는가 하구 말입니다.》

《성강을 뜬게 아니라 성강에서 밀어냈지,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리성민이 말을 정정시켜주었다.

《같구같지요. 절로 가나 밀어내나 주체철도입의 길에서 물러선거야 사실 아닙니까?》

리철은 고집스레 자기의 견해를 주장했다.

리성민은 의아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자고 하는지 가늠이 안 갔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리철이 씨원하게 속을 터놓았다.

《부상동지도 보았겠지요. 헐어놓은 부뚜막 말입니다. 그가 눈에도 차지 않는 자그마한 시험로나 가지고 그런 신역을 치를 사람입니까? 아닙니다. 그는 분명 성강을 마음에 두고있습니다. 삼화철을 잊지 않았단 말입니다. 한톤짜리시험로에서야 고질내화물이 필요없지요. 책임비서동지가 제때에 일깨워주지 않았다면 내가 일을 그르칠번 했지요.》

《그러니 찬성한다 그 말이겠소?》

《여부있습니까? 그런 사람을 데려오지 않으면 누굴 데려오겠습니까? 난 쌍손 들어 환영합니다.》

《됐구만, 리철동무가 찬성하니…》

《하지만 난 안되겠습니다.》

리철의 얼굴이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처음부터 일을 잡쳐놓았으니… 생각은 그렇지 않은데 말은 왜 그렇게 투박하게 나가는지? 그 고박한 령감이 마음을 돌리자구 할가요?》

《허허허.…》

리성민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부상동지가 나서주어야 할것 같습니다. 그곳 회사측에 말해서 데려옵시다. 이번 기회에 코대높은 회사의 기도 꾹 눌러놓을겸.》

《그것도 방법이기야 하지.》

붙임성 좋은 청도회사 사장의 풍만한 얼굴이 떠올라 리성민은 머리를 끄덕였다. 벌써 몇번째나 전화로 부탁했던 강재문제를 암시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리철이 일껏 내놓았던 안이 그 자신에 의하여 산산이 깨여져 버릴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날 한낮이였다. 림시로 사용하고있는 리성민의 사무실문이 벌컥 열리더니 아래턱이 시퍼렇게 잇물린 청도회사의 따깨비모자가 뛰여들었다.

《부상동지! 세상에 이런 억울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백주에 자동차를 편포짝처럼 눌러버리고 사람을 막 때립니다, 어허이구…》

따깨비모자는 턱을 싸쥐고 울음부터 터뜨렸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요? 차근차근 말해보오.》

의자에 따깨비모자를 앉힌 리성민은 물부터 한고뿌 따라주었다.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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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부상동지가 우리 사장과 약속한대루 강재를 실러 왔지요. 그럭저럭 강재는 실었는데 어데 공장문을 통과시켜줍니까. 기사장의 수표 없이는 절대로 안된다는거지요. 아웅다웅하는데 마침 기사장이 나타났지요. 기사장은 두마디안팎에 딱 잘라버립니다. 부상동지와 토론이 있었다고 했는데도 들은척 안합니다. 세상에 이럴수 있습니까? 내가 우리 단위의 특수성까지 내대며 아무리 사정을 해도 막무가냅니다. 마지막엔 대형불도젤을 불러 삽날로 차를 내려찍더니 냅다밀어 내동댕이치고는 왁살스러운 운전수녀석을 시켜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어허이구…》

《갑시다.》

리성민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따깨비모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대로 스칠수 없었다. 청도회사에 철강재를 주는것은 자기가 직접 나서서 판매과에 이야기한 문제였다. 리철도 모를리 없었다.

철강재를 반출하는 후문옆에는 험상하게 적재함이 쭈그러든 화물차 한대가 서있었다. 그옆에서는 보기에도 우악스럽게 생긴 대형불도젤운전수가 휘파람을 불며 태연히 기대정비를 하고있었다.

따깨비모자가 하는 말은 죄다 사실이였다. 리성민은 속이 덜컥 했다. 자기가 청도회사 사장에게 별치 않게 약속한 일이 이렇게 어망창하게 번져질줄은 몰랐다. 일은 맹랑하게 되였다. 뭐니뭐니 해도 크게 파손시킨 차가 문제였다.

줄전화가 쏟아져내렸다. 일은 점점 크게 번져갔다. 회사가 소속된 상급기관의 책임일군은 점잖게 사유를 알아보았지만 뒤말이 간단치 않았다.

《한개 공장의 기사장권한치고는 지내 과하지 않을가?》

성강바닥에는 기사장이 무사치 못할거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소문은 그가 갑자기 평양에 불리워 올라간것으로 하여 더 재빠르게 집집의 문턱을 넘나들며 굴러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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