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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이석기에게 편지하지 않았다 (김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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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257회 작성일 16-11-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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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민주통일 세력은 연대를 말하는 이웃이 있거든 국가보안법부터 없애 놓고 하자고 말해야 한다. 정권이 무너지면 대수인가? 국가보안법이 없어지지 않는 한 그것은 미봉적 변혁에 불과할 것이다. "  ---내용 가운데--



아무도 이석기에게 편지하지 않았다
- 자주민주통일 세력, ‘연대’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나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최대 악성은 반민족성에 있다고 본다. 이것은 천안함 사건과 금강산, 개성공단의 폐쇄, 통합진보당의 강제 해산 등으로 충분히 입증된다. 특히 박근혜 정권은 집권 4년 내내 한시도 종북몰이를 중단한 적이 없다. 이에 따라 자주민주통일 세력은 현저히 위축, 약화되었다.

모든 일에는 외재적 요인과 함께 내재적 요인도 있는 법이다. 이 글에서는 자주민주통일 세력이 위축, 약화된 요인을 내재적 관점에서 논의해 보려 한다. 다시 말해 자주민주통일 세력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나는 투표도 하기 전에 절망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사퇴 때문이었다. 이정희는 후보직을 사퇴했을 뿐 아니라 결국은 자유주의자 문재인에게 투항성으로 합류한 것이었다. 나는 이것을 참으로 ‘경망한 이벤트’라고 단정하는 글을 썼다.

이로써 두 가지의 불길한 징조가 읽혔다. 하나는 목전에 있는 대선에서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사실, 다른 하나는 앞으로도 통합진보당은 비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어두운 예감대로 박근혜는 대권을 쥐었고 당 사태 끝에 악전고투하며 부활한 통합진보당은 이전보다도 더욱 위축되어 가다가 종국에 해산을 맞게 되었다.

대선 투표 직전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나에게 문재인의 승리를 전망하는 최종 여론조사 통계들을 보내주었지만 나는 즉각 반박하는 답장을 보냈다. 나는 거의 확신조로 문재인의 패배를 예측하면서 거기에다 구체적인 표차 수치까지 제시했다.

이제는 솔직하게 인정하기로 하자. 이정희의 대선 후보 사퇴는 명백히 판단 착오에 기인한 것이었다. 대선 정국에서 이정희 후보의 분투가 놀라웠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놀라운 분투는 궁극적으로 문재인에게 투항성으로 합류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과연 그간의 분투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를 의심하도록 만들었다. 요컨대 '박근혜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그의 말은 '문재인을 당선시키기 위해 나왔다'는 말로 들렸다.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진보는 진보하기는커녕 퇴보한다. 동기(정권교체)가 선량했다고 해서 행위(사퇴)까지 다 선량해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동기가 선량하기만 할 경우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은 일종의 ‘법칙’과 같은 것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정말 중차대한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다. 자주민주통일 세력은 왜 자유주의 정당과 연대하면 실패하는가? 그것은 두 가지 맹점, 즉 ‘연대의 비순수성’과 ‘연대의 비과학성’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자주민주통일 세력의 다수는 이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여기서 ‘연대의 비순수성’이라 함은, 연대를 표방하지만 기실은 ‘의존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대체로 근거 없는 양보는 의존주의적인 발상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의존하는 자주’가 말에서부터 성립할 수 있는 것일까? 매정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의존주의자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또한 여기서 ‘연대의 비과학성’이라 함은 무모하게도 불가능한 것을 이루려 하는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이제는 이것 역시 자주민주통일 세력이 새로운 각성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자주민주통일 세력과 자유주의 정당의 연대가 불가능한 진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국가보안법에 있다. 다시 말해서 자주민주통일 세력이 국가보안법에 찬성, 방임하는 세력과의 연대를 시도하는 행위는 과학적인 이치로 애초부터 불가능한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대선 이듬해 이른바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이 터졌다. 이때 자유주의 야당들은 왜 통합진보당에 대한 종북몰이에 가세했을까? 국가보안법 때문이다. 이때 자유주의 야당들은 왜 이석기를 체포하는 데 동의하는 표를 행사했을까? 국가보안법 때문이다. 다음 해에도 왜 자유주의 야당들은 통합진보당 해산을 방임했을까? 국가보안법 때문이다.

비단 자유주의 야당들만이 아니다. 평소 진보를 표방해 온 숱한 명망가들과 활동가들, 심지어 진보정당에 소속된 민초들까지도 왜 이석기 구속과 통합진보당 해산의 부당성을 외치지 않았을까? 국가보안법 때문이다.

세월과 함께 세상이 변하여 벌써 거대한 반정부 집회가 몇 번이나 지나갔고,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박근혜 정권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려 있다. 며칠 후에는 사상 최대의 반정부집회가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석기 구출을 외치는 목소리는 여전히 모기소리만큼이나 작다. 역시 국가보안법 때문이다.

자주민주통일 세력은 연대를 말하는 이웃이 있거든 국가보안법부터 없애 놓고 하자고 말해야 한다. 정권이 무너지면 대수인가? 국가보안법이 없어지지 않는 한 그것은 미봉적 변혁에 불과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국가보안법만은 폐기하는 수준의 변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고한 이석기가 3년 넘게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도 이석기에게 편지하지 않았다. 국가보안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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