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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2009년 제1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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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6,196회 작성일 23-04-0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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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전화신호에 놀라서 깨여난 강민혁은 팔을 뻗쳐 머리맡에 놓여있는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들어 귀에 대였다.

사무국장 오영진의 목소리가 울렸다.

《보여줄게 있어서 전화를 합니다.》

《뭡니까?》

《편지입니다.》

《편지?》

《내각당위원회에서 방금전에 저에게 가져왔습니다. 부총리동지에게도 보여주라고 하였습니다.》

《그럼 나의 서기를 보내…》하다가 강민혁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자기와 함께 며칠간이나 밤을 패고있는 서기를 지난 밤에는 쫓다싶이하여 집으로 들여보냈던것이다.

오영진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일없습니다. 제가 가지요. 긴급히 의논할 일도 있습니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강민혁은 그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옷걸개에 걸려있는 젖은 수건으로 간단히 얼굴을 닦았다. 그는 수건을 물에 적시여두고 졸음이 올 때마다 벗어진 이마에 대여 잠을 쫓아버리군 하고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침 7시 30분이였다. 밤새 전화에 시달리던 강민혁은 전화가 뜸해진 7시에 구내식당에 가서 아침밥을 먹으려다말고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려고 침대에 누웠다.

그에게는 밥보다 잠이 더 필요했다. 그러나 그는 고작해서 30분동안 잤을뿐이였다.

잠시후 편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편지를 가져온 사무국장 오영진도 밤을 샌듯 충혈진 두눈으로 그가 편지를 다 읽기를 기다리면서 지켜앉아있었다. 경제전역이 시작된이래 내각과 사무국의 책임일군들은 물론 부장, 부부장들과 부원들이 침식을 사무실에서 하고있었다.

잠들수 없는 낮과 밤이 흘러갔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사령부의 사업에서는 튀는 고리들이 련이어 나타났다. 지금 강민혁이 보고있는 편지가 그것을 말해주고있었다.

그 편지는 함경북도에 있는 경성애자공장의 현장기사인 한 로동당원이 내각사무국 당위원회앞으로 보내온 편지였다.

…우리 공장은 눈에 띄우지 않는 자그마한 공장이다.

그러나 전력공업은 물론 인민경제 여러 부문에 필요한 애자제품을 생산하는 나라의 외아들공장이다.

지금 희천에서는 립체전이 벌어지고있다.

착공한 첫날부터 대안에서는 발전기와 변압기생산이 시작되였으며 희천-평양사이의 송전선공사가 병행되고있다. 물길굴의 락차지점에는 발전기실건설과 장차 살게 될 발전소 종업원들의 살림집건설까지 진행되고있다.

이에 대하여 신문과 방송은 매일과 같이 크게 떠들고있다. 희천에 필요한 자재들이 최우선적으로 보장되고있으며 철근과 부재, 세멘트운반에 자동차와 렬차가 집중동원되고있다.

륙로로 운반이 불가능한 설비들의 운반에는 항공대까지 동원되고있다.

그러나 우리 공장에는 중앙의 눈길이 전혀 미치지 않고있다. 어떻게 하자는것인가? 말타고 버선 깁자는 식인가?

아무리 훌륭한 옷을 지어놓았다 해도 단추가 없으면 입지 못한다.

애자가 없이는 아무리 큰 발전소를 건설했다고 해도 운영하지 못한다. 지금은 발전소건설이 기초단계이니 그렇지 곧 애자로 해서 아우성이 터질것이다.

초보적으로 계산해본데 의하면 희천공사에는 수십종에 수십만개의 전기용애자가 필요할것이다.

지금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해도 필요되는 애자를 보장한다는것은 힘든 일이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시기에 멎어선 공장은 아직 돌아가지 못하는 형편이고 공장의 책임일군들은 우만 쳐다보면서 바빠나면 우에서 어련히 생각하겠지 하는 셈평좋은 자세이다.

편지를 쓴 사람은 자기도 당원이란 점을 강조하였다.

당원은 높낮은 당원이 따로 없으며 당중앙의 편지에 꼭같은 의무를 지니고있는만큼 할 말은 해야겠다는 자기의 립장을 밝히고있었다.

보매 그는 당중앙의 편지를 받은 충격으로 이 편지를 쓴것 같았다. 편지에는 《광명성-2》호발사에서 받은 충격도 씌여져있었다. 인공위성을 만드는데 애자야 왜 못 만들겠는가. 내각에서 조금만 관심을 돌리면 될것이다.

강민혁은 얼마전에 전력공업부문의 외아들공장인 안주절연물공장에서도 이와 류사한 편지를 받은적이 있었다. 그는 지금 경성의 편지를 읽으면서 그 편지를 생각했다.

편지를 다 읽고난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잠시 생각에 잠겨 앉아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내각사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아닌가! 현실은 내각사업의 우렬을 가르는 칼날같은 자막대기이며 가차없는 심판관이다.

강민혁은 생각을 계속했다.

김정일동지께서 심어주신 불씨에 의하여 주요경제단위들에서 불길이 타오르고있으며 그 불길은 당의 호소따라 일떠선 당원들과 근로대중에 의하여 수백, 수천의 공장, 기업소로 료원의 불길처럼 번져가고있다.

성장하고있는 일군들과 각성된 근로대중의 힘에 의하여 김정일동지께서 진두지휘하시는 경제전역의 승리는 확정적이다.

강민혁은 기다리고있는 오영진사무국장에게 말했다.

《강선에 나가있는 국장을 경성애자공장에 파견하겠습니다. 그대신 강선에는 림태섭부국장을 보내도록 사무국에서 조직사업을 해주시오.》

《알겠습니다. 한가지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있습니다.》

《…》

《농번기가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음. 농업용전기문제란 말이지요?》

《예.…》

농업용전기는 땅이 녹기 시작돼서부터 속을 태우고있는 문제였다.

우리 나라 농사에서 기본은 논농사였다.

논농사는 물농사로서 땅이 녹기 시작해서부터 관개용수문제가 제기되며 관개용동력 다시말해서 전력문제가 사활적으로 제기된다.

고난의 행군시기는 물론 올해에도 농업용전기문제는 전력생산이 늘어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연히 심각하게 제기되고있었다.

그것은 온 나라의 논들에 거의 동시에 물을 대주어야 하는 농업생산의 특성과도 관련되여있었다. 강민혁은 사무국장이 농업용전기문제를 꺼내자 그 어떤 기대를 가지고 지성이 느껴지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무국의 대책안을 들어봅시다.》

《알았습니다.》

오영진은 편지와 함께 손에 들고왔던 몇페지짜리 문건을 펼치였으나 그것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전처럼 다른 부문의 전기를 뭉청 잘라낼수는 없었다.

활성화되고있는 공장, 기업소의 전기를 아무리 급하다 해도 농업에 돌린다는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나 전력생산을 늘여 그것으로 농업용전기를 보장하는 방도를 모색하여야 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전력생산을 늘일수 있겠는가?

예비는 화력발전소들에 있었다.

현재 화력전기생산을 더 늘이지 못하는것은 화력발전소의 운영전력의 질이 나쁜 사정과 관련되여있었다.

화력발전소들에 전압과 주파수가 정상인 질좋은 전력을 넣어준다면 발전효률이 훨씬 높아지고 여기서 농업용전기에 필요한 전력을 추가로 얼마든지 뽑아낼수 있었다.

강민혁은 처음 이 말을 거의 흥미없이 듣고있다가 자기도 생각해온 방도를 전반적인 경제전선을 환히 꿰뚫고있는 사람의 입에서 듣고있다는 사실앞에서 생각을 달리 가지게 되였다. 《그래서 사무국장동문?…》

강민혁이 다음말을 재촉하였다.

사무국장은 당분간 수풍의 질이 좋은 전기를 북창화력을 비롯한 서부지구의 화력발전소들에 돌려주면 된다고 하면서 수풍전기를 쓰는 단위들과 토론하고 국가계획위원회에서 계획화해주면 될것이라고 하였다. 그 문제도 역시 생각하고있었던것이지만 처음 듣는것처럼 여겨진 강민혁은 맥없이 앉았던 몸을 추슬리면서 더 흥미를 가지는것이였다.

강민혁의 그러한 행동에서 힘을 얻은 오영진이 좀 흥분하면서 계속했다.

《그렇습니다! 방도는 그것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걸린 문제가 있습니다.》

《뭔데? 말하시오.》

《송전선문제입니다.전 이 문제를 부총리동지와 의논하려고 합니다.》

강민혁이 생각하고있던 방도와 병행하여 흘러오던 오영진의 말이 여기서 좀 주저했다.

수풍의 전기를 화력발전소의 운영전기로 돌려쓰는 경우 길지는 않지만 새로운 송전선을 늘여야 했다.

이 송전선구간에는 고압선이 가로놓여있는데 새 송전선을 늘이자면 불가피하게 이 고압선을 당분간 차단해야만 했다.

그런데 나라의 송전망구성에서 이 선을 차단한다는것은 거의나 불가능한 일이였다.

그래서 강민혁의 생각은 여기에 와서 늘 중단되군 하였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마음속에서는 그 어떤 폭발적인 앙양이 일어나고있었다.

순간 자기도 모르게 웨치듯 말했다.

《사무국장동무, 그 문제는 내가 맡겠소!》

《예?! 그렇게만 해준다면… 고맙습니다. 부총리동지!》

오영진은 잠시 눈을 슴뻑거리고 앉았다가 잊었던듯이 다급히 말했다.

《부총리동지가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말하시오! 말해

정신적앙양이 계속되고있는듯 강민혁이 흥분하여 뇌이였다.

《오늘 숙천에서 평남도내 군경영위원회 위원장들과 관리위원장들의 모임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모자라는 관개용전기가 해결되지 않는 조건에서 논을 밭으로 전환할데 대한 문제가 토의된다고 합니다. 제가 그 회의를 중단하려고 몇번 요구했으나…》

강민혁이 책상을 주먹으로 탕 내리치며 벌떡 일어섰다.

《정신 있소? 전력사정이 아무리 긴장해도 농번기에 농촌들에 전기를 보장 못한적이 있는가? 그 전기는 어데다 쓰고 우는소리를 한다는거요?》

《개천-태성호 자연흐름식물길이 완공되여 많은 양수설비들이 철수된 조건에서 전력공급을 일부 조절하였더니 소동이 일어난것 같습니다.》

오영진이 침착하게 설명했다.

《개천-태성호 자연흐름식물길이 완공된지 언제인데 아직까지 물타령을 한다는거요?》

《개천-태성호물을 받기 위한 간수로건설을 예견성있게 하지 못한 후과라고 봅니다. 기본면적에 대한 수로건설은 했으나 구릉지대에 있는 일부 논들은 몇해째 가물이 들지 않아 늦잡다가 올해에 들어와 가물이 지속되자 이동양수기를 설치한다, 전력선을 늘인다 하면서 복닥소동을 피우면서 전기를 추가로 요구하고있습니다.》

《틀려먹었소.》

강민혁은 오영진의 말을 들으며 점점 더 얼굴에 울기를 올렸다.

때마침 윤진병이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방안의 분위기를 잠간 살피고나서 누구에게라없이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의 물음에 강민혁이 대답했다.

《우리는 금방 애자공장의 편지를 보았습니다. 좋은 편지를 보여주어 고맙습니다.》

《그렇다니 나 역시 고맙습니다. 현실은 우리 경제지도일군들에게 끊임없이 경종을 울리고있습니다. 그것은 당에서 울리는 경종이기도 합니다. 당에서는 일군들을 위한 특별강연을 예견하고있습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인민경제 여러 부문을 지도하시면서 다 가르쳐주시는데 우리 일군들이 조직사업 하나 제대로 따라세우지 못하여 정말 죄송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건 누구나 같습니다. 다같이 분발합시다.》

《알겠습니다!》

강민혁이 그에게 숙천회의문제를 알려주고 자기가 당장 거기로 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윤진병은 반대없다고 하면서 오늘 오전에 김일성광장에서 《광명성-2》호의 성과적발사를 경축하는 대회가 있는데 당의 신임에 의하여 강민혁이 주석단에 오르게 되였다는것을 알려주었다.

경축대회가 끝나는 즉시 그는 전력공업성의 국장을 데리고 숙천으로 떠났다.

달리는 차안에서 그는 자기 몸이 둘이 못된것을 한탄하였다. 지난밤 성강에 나가있는 리성민부상이 성강에 한번 내려와달라고 요구해왔다.

강민혁은 자기가 몸을 뺄수 없으리라는것을 예견하면서 현지에 가도 더 말할것이 없다고 하자 그는 인간성이 있는가 하고 밑도끝도 없는 한마디를 웨치고나서 송수화기를 놓아버리였다.

도대체 인간성이 없다는것은 무슨 생뚱같은 말인가. 지금 강민혁의 귀전에는 리성민이 지난밤에 한 말중에서 그 말이 종처럼 매달려 울리고있었다. 그러나 그 종소리는 귀를 간지럽힐 정도의것이고 마음속에는 더 무거운것이 납덩이처럼 들어앉아 그를 괴롭히고있었다. 콕스탄은 과연 어찌한단 말인가?

아직은 시험단계라고 보아야 할 성강의 주체철생산체계에만 매달려있을수 없지 않을가?

그의 마음을 더욱 괴롭히고있는것은 이 문제에서 김정일동지께만 의탁하고있다는 사실이였다. 그렇다, 나라의 경제지도일군으로서 응당 자기가 걸머져야 할 짐을 그이의 어깨우에 얹어드리고있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히고있었다.

어디 콕스탄뿐인가.

김정일동지께서 이해의 인민경제계획작성때 친히 찍어주신 서부전선의 남흥지구, 동부전선의 흥남지구, 인민생활과 직접 관련된 단천지구의 마그네샤크링카생산에서도 자체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급속도로 추진되여갈수록 많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수입물자들이 더욱 부각되고있으며 초미의 해결과제로 나서고있다.

우리 나라 공업발전력사를 전면적으로 투시해보면 하나의 뚜렷한 원칙적대를 찾아볼수 있다. 그것은 원료, 연료, 동력문제를 자체의 자원에 의거하여 해결하는것을 공업건설에서 주선으로,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틀어쥐고왔다는것이다.

공업에서의 기술개건도, 생산을 높은 과학적토대우에 올려세우는 사업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로 철저히 지향시켜왔다는것이다. 말하자면 주체화를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선차적인 힘을 넣으면서 현대화, 과학화를 실현해온것이다.

공업이 발전하고 사회적진보가 급격히 이룩되는데 따라 지금 세계적으로 원료, 연료는 더욱 고갈되여가고있다. 원료, 에네르기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하는것은 경제를 안전하게 발전시키고 나라의 자주권을 고수하기 위한 초미의 문제로 나서고있다. 긴장한 원료, 연료문제를 자기의 자원에 기초하여 해결하며 자체의 자원에 의거하는 공업구조를 완비해나가야 한다는것, 이것이 오늘의 현실이 보여주는 심각한 교훈이다.

그러나 우리의 자립적경제는 페쇄경제가 아니다. 비록 적은 량이라 할지라도 외부에 의거할것은 해야 하며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우리의 자립경제로선과 배치되는것은 결코 아니다.

이것을 알기에 적들은 우리의 자립적공업건설의 전기간에 봉쇄와 《제재》를 항시적으로 가해왔으며 특히 이해에 그 도수는 보통의 상식을 초월하는것이였다. 국제적인 기술교류와 대외무역, 자금류통이 경제발전을 위한 필수적요인으로 제기되는 오늘의 국제사회에서 우리와 같이 극도의 봉쇄속에서 경제강국건설을 진행한다는것은 력사의 기적이 아닐수 없는것이다.

이러한 생각속에 그는 자기 차가 숙천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 뜨락에 들어와 멎었다는것을 모르고있다가 뒤자리에 앉은 국장이 먼저 내려 차창을 두드려서야 생각에서 깨여났다.

갑자기 들이닥친 강민혁을 본 회의참가자들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래졌고 어떤 사람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기도 했다.

그러건말건 강민혁은 주석단에 마이크를 놓고앉아 뭔가 이야기하고있는 도농촌경리위원회 위원장앞으로 곧바로 다가갔다. 그는 주석단으로 올라오라고 황황히 말하는 위원장을 무대아래에 선채 쳐다보며 무섭게 소리쳤다.

《논을 밭으로 전환하겠다니 말이 되는가? 그 한평한평을 어떻게 일쿤것인지 모른단 말인가? 동무도 평남관개를 알게 아닌가? 어버이수령님의 업적을 알게 아닌가 말이요! 하긴 그때 세상에 태여나지 않았을테니그건 그렇다치고 개천-태성호물길은 알게 아닌가. 고난의 행군속에서도 우리 인민에게 흰쌀밥을 먹이려고 이루어놓은 우리 장군님의 업적이야 모를수 없지 않는가? 어디 대답해보우!》

강민혁은 구태여 간수로건설을 선행시키지 못한데 대한 책임추궁을 피했다. 때늦은 추궁이였던것이다. 도농촌경리위원장도 자기들의 잘못을 모르는바는 아니지만 일이 이렇게 된바에는 생떼를 써서라도 바쁜 목을 넘기자는것이 헨둥하게 알렸다.

워낙 서글서글하고 호인적인 성품인 강민혁의 입에서 폭탄같은 목소리와 참을수 없는 노여움이 튀여나오는 바람에 사람들은 대번에 기가 질렸다.

그러나 도농촌경리위원장은 쉽게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전기를 추가해주십시오! 당장 논갈이철인데 전기가 있어야 물을 풀게 아닙니까?》

보채는 아이 젖준다고 오히려 제편에서 큰소리를 치는 도농촌경리위원장의 반발에 잠시 말을 끊었던 강민혁이 다시 소리쳤다.

《동무더러 전기타령을 하라는가? 당장 회의를 중지하고 양수기를 돌릴 준비나 하시오!》

도농촌경리위원장은 미덥지 않은듯 그를 내려다보는데 내심으로는 행여나 하는 표정이 력연했다.

이때 강민혁이를 따라 들어와 회의장뒤에 섰던 국장이 장내가 쩡 울리게 말했다.

《전기는 추가해주겠습니다, 적어도 래일 오전까지는!》

수백명의 회의참가자들의 시선이 거의 동시에 그에게로 쏠렸다. 그리고 그들은 이런 목소리를 들었다.

《국장의 이름으로 단언합니다!》

강민혁이도 그를 돌아보았다.

그는 방금 회의장에 도착할 때까지도 국장에게서 이렇다할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였다. 그러던 그가 책임적인 이 순간에 단호한 결심을 내린것이였다.

처음 보는 사람이기라도 한듯 국장에게 오래도록 눈길을 주고있는 그의 가슴속에서는 뜨거운 격정이 끓어올랐다.

그러나 그는 국장이 얼마전 긴박한 나라의 전력사태를 한몸 내대고 바로잡은 자기에게서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모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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