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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시대에 가장 아름답지 못한 추억 (김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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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11,890회 작성일 17-06-0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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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시대에 가장 아름답지 못한 추억
                         김현환(재미자주사상연구소 소장)


2,000년 6월15일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이 <6.15민족공동선언>을 선포한 이래 코리아반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전개되었다. 금강산관광과 개성 당일관광, 평양 1일관광, 6.15와 8.15 때 남북을 오가며 열린 남과 북 해외동포들과의 3자 민족행사들, 개성공업단지 조성을 비롯한 남과북의 경협, 등 많은 획기적인 일들이 벌어졌다. 정말로 통일이 다 된 것 같았다. 노무현대통령에 이어 이명박이 아니라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대통령이 되어 10.4선언을 실천했더라면 그 말썽많은 북방한계선<NLL>을 비롯한 많은 통일의 장애물들이 제거되어 지금쯤이면 남북철도를 통하여 중국도 가고 러시아도 가고 유럽도 갈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6.15와 8.15 때 남과 북, 해외의 대표들이 서울, 인천, 광주, 평양, 금강산, 등에서 만나 민족행사를 할 때마다 우리 대표들은 번번히 제때에 식사를 할 수 없었다. 매 행사가 끝날 때마다 공동으로 발표하는 <결의문>에 담길 문구 때문이었다. 남과 북 해외가 결의 문에 담을 내용을 가지고 합의를 보지 못하여 식사 시간이 되어도 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핵심 내용은 남에서는 <자주>라는 말을 빼자는 것이고 북에서는 <자주>라는 말을 넣자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해외대표들은 <자주>란 말을 당연히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제인가 평양에서 남과 북, 해외대표들이 모여 민족행사를 할 때였다. 아침 9시부터 인민문화궁전에는 남과북, 해외의 대표들과 평양시민 약 3,000명이 참관인으로 참석하였다. 회의가 잘 진행되다가 결의문 낭독이 있을 시간에 결의문 문구가 합의가 되지 못하여 회의가 중단되었다. 점심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다시 속개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남과 해외의 대표들은 자리를 비우고 밖에도 나가 담배도 피우고 화장실도 다녀왔지만 2층에 앉아있던 3,000명의 이북 참관인들은 꼼작하지 않고 앉아있었다.

이때 재미동포 대표중 한분이 재치있게 기지를 발휘하여 긴급 오락회를 조직하였다. 각 지역에서 온 해외대표들을 불러내어 노래를 시켰다. 나도 불려나가 엉겹결에 내가 아는 이북의 노래 <내 나라의 푸른 하늘>을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매번 20, 30명 앞에서는 그 노래를 3절까지 다 외워 잘 불렀는데 3,000명 앞에서 노래를 부르려고 하니 처음 소절의 가사부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앞에 앉아있던 재미동포들의 안내원들이 첫 소절을 함께 불러주어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오락회가 다 끝났는데도 회의가 속개한다는 소식은 없었다. 우리 대표들은 밖에 나가 잔디에도 앉고 걷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점심을 굶고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야 도시락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6.15민족공동선언>에도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통일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남에서는 현실적으로 이 <자주>라는 말 자체가 심각한 문제같았다. 이북에서는 최고지도자와 당, 군대, 대중이 <자주성>을 생명으로 여기고 외세의 간섭을 배격하고 <자주>를 지키기 위하여 일심단결되어 있고 선군정치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남에서는 미군이 군통수권마저 장악하고 실제로 이남을 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자주>를 주장하는 것은 결국 미국의 간섭을 배격하는 것으로 간주되니 이남 정권이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노무현정권 때인데도 이런 <자주의 문제>가 계속 제기되었으니 문재인정권에서도 역시 미국의 간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큰 관건적 문제라고 생각된다. 

이남의 6.15대표들은 진보세력, 개혁세력, 보수세력, 재향군인들, 종교인들, 정당인들, 등이 모두 망라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하나로 수렴하기가 참으로 힘들었던 것 같았다. 1990년도에 결성된 <범민족 연합>은 사실상 이북 전체 민중과 이남의 통일운동권 세력과 해외의 통일운동권 세력과의 연대연합이었다면 <6.15실천 공동위원회>는 남과 북의 최고지도자들간의 합의로 이루어진 조직이기 때문에 전체 남과 북의 민중과 전체 해외동포들과의 연대연합운동이었다. 이남의 6.15실천 남측위원회의 구성원들이 다양하다보니 <자주> 문제를 가지고 회의가 중단되고 몇 시간씩 토론이 되었던 것이다.

최근에 싸드 보고 누락사건을 보더라도 이남에서의 <자주>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새로 들어선 문재인정권이 어떻게 지혜스럽게 이 자주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느냐에 따라 정권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본다. 싸드문제 뿐 아니라, 이남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문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재협상 문제, 등 문정권이 직면한 <민족자주>의 문제는 첩첩산중이다.

그러나 이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다시 6.15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은 현실이다. 9년간 꽉 막혔던 남과 북의 대화도 서서히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가 마침내 6.15민족공동행사를 위한 남측위원회의 대북접촉을 승인했다는 낭보가 보도되었다. 날자가 촉박하여 행사가 실제로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꿈에도 그리던 <6.15민족공동행사>가 9년만에 다시 성사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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