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2009년 제33회
페이지 정보
본문
33
어슬녘이였다.
태천발전소를 향하여 고속으로 달려가던 강민혁은 갑자기 차를 세웠다. 웬 사나이 하나가 손을 쳐들고 도로를 막아섰기때문이였다. 운전사가 두덜대는것을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고나서 강민혁이 옆창을 내리우고 사나이를 내다보았다.
어두워 모색은 분명치 않지만 등에는 큰 배낭을, 량쪽손에는 구식트렁크를 들고진 허우대가 큰 사나이였다.
차를 세운 사나이는 차가 보기 드문 고급승용차여서 퍼그나 당황해하는것 같았다. 사람좋은 강민혁이 아무렇지도 않은듯 스스럼없는 어조로 물었다.
《동무, 무슨 일이요?》
《아닙니다, 미안합니다. 어서 가십시오.》
사나이가 퍽 례절있게 말하며 차에서 물러서 길을 내주려고 하였다.
《가는 길이요, 오는 길이요? 가는 길이라면 어서 타시오.》
《가는 길이긴 합니다만…》
강민혁은 더 들으려 하지 않고 차문을 열어 그를 태웠다.
짐이 많은 사나이는 배낭을 잔등에 진채로 트렁크를 어디에 놓을지 몰라 두리번거렸다.
그가 편안히 자리를 잡게 운전사가 실내등을 켜주었다.
그제야 강민혁이 사나이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이게 전동무 아니요? 어떻게 여길 나타났소?》
강민혁은 무등 반가와했다. 그는 대전복을 입고 고압선철탑우에 올라가 강민혁과 운명의 배를 함께 탔던 안주의 송배전부 반장이였다.
그는 대답대신 씩 웃기만 했다.
《사람두, 아는 사이에 내 아무개웨다 하는 말은 왜 못해?》
강민혁은 그의 어깨를 철썩 갈기며 껄껄 웃었다.
《부총리동지가 대상하는 사람이 한둘입니까? 나같은 사람이 뭐라구.》
그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그런데 안주사람이 어떻게 평북지경에 나타났소?》
사나이의 이름은 전흥권, 태천발전소 보수작업반 로동자로서 나이는 45살이였다. 그는 도당의 호출을 받고 정주역에 나가 신의주행기차를 타려고 밤길을 떠났다 한다.
그가 이 길을 떠난데는 눈물겨운 사연이 있었다.
우리 나라에 무지개동굴일화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것이다.
고난의 행군시기 무지개동굴확장공사에 참가한 인민군 한개 구분대의 군인들이 조명등이 없는 캄캄한 동굴속에서 수저가 어데를 집는지도 모르게 식사를 하고있었다.
그때 승용차가 지나가다가 멈춰서더니 그들에게 불을 비쳐주었다.
《운전사동무, 고맙소. 한 5분만 신세를 지자구!》
군인들은 이렇게 말하며 춤이라도 출듯이 기뻐하며 식사를 하고는 《여 운전사동무, 고맙소. 잊지 않겠소!》하고 차를 바래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차에 경애하는최고사령관동지께서 타고계신줄은 몰랐다.
이날의 일을 잊지 않으신분은 최고사령관동지이시였다.
그때로부터 10여년도 더 지난 이해의 어느날 그이께서는 그때의 일을 회상하시면서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언 밥덩이를 먹던 그들이 지금 어데서 무슨 일을 하는지, 어려운 때 당을 받들어온 그들은 다 귀중한 보배들이다, 그들을 한명도 빠짐없이 찾아내여 대학공부도 시키고 희망대로 해주어야겠다고 말씀하시였다.
전흥권은 그 구분대의 지휘관이였다.
도당에서 산간발전소에서도 또 벽지인 산중의 물길굴 수리반에서 일하고있는 그를 찾아낸것이 며칠전이였다. 바로 그 며칠전부터 물길굴을 통과하는 물량이 점점 줄어들더니 그가 길을 떠나려는 지난 초저녁엔 완전히 멎어버렸다.
그런 상태에서 길을 떠난 그의 발걸음이 가벼울리 없었다. 몇십리 무거운 마음으로 걸어온 그는 드디여 돌아설것을 결심했다.
그는 말했다.
자기는 신입병사시절에 태천발전소 물길굴공사에 참가했다. 태천물길굴은 굳은 청석지대여서 전반적구간에 콩크리트피복을 씌우지 않고 무른 암석지대에만 피복을 하였다.
신입병사들은 착암과 굴진을 하지 않고 주로 피복을 했으므로 피복구간을 대체로 기억하고있다.
태천에는 자기와 같은 경험자가 꼭 있어야 할것 같아서 안주를 떠나 몇달전 아예 이곳으로 옮겨왔다는것이다.
《아수했겠는데?…》
《뭘 말입니까?》
《동무같은 복덩이를 놓아준 안주사람들이 말이요.》
《수를 썼지요.》
《?》
《대전복과 바꾸었습니다.》
《어떻게?》
《고압선우로 단독인입선을 넘기는 문제가 제기됐을 때 제기했지요. 내가 하겠다, 대신 나를 태천으로 보내달라구 말입니다.》
전흥권은 생사를 걸었던 고압선을 가로질러 넘기는 단독인입선공사를 마치 들놀이라도 한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말했다.
《아마 사람들은 내가 태천에 무슨 꿀단지라도 묻어놓고왔는가 했을겁니다.》
《꿀단지정도요. 보배덩이를 묻어두었지, 보배덩이.》
강민혁은 흥분했다.
물에 빠진 사람처럼 지푸래기라도 잡아야 할 때 공사의 당사자이며 지금은 제대군관으로서 물길굴보수를 맡은 경험자의 말은 그야말로 보배덩이같은 자료였다.
물론 시추를 하여 여기저기를 뚫러볼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자면 적어도 수십개소에 시추기를 대야 하며 그 공사량이 방대한것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기일이 또한 언제 될지 알수 없는 일이였다.
그런데 이때 전흥권은 귀가 번쩍 뜨이는 한가지 이야기를 더 했다.
《부총리동지.》
전흥권은 군인식으로 자세를 바로짓고 말했다.
《물길굴가까이에 동굴이 있었습니다.》
《동굴?》
《예. 끝이 없는 굉장히 큰 지하동굴이였는데 우리는 캐낸 버럭을 지상으로 끌어올리지 않고 그 동굴에 처넣었습니다. 그래서 굴진속도를 몇배로 높였습니다. 그 동굴은 제일 긴 피복구간에 있었습니다.》
강민혁은 그가 말하는 의도를 대번에 알아차렸다.
붕락구간을 다시 관통시키자면 어차피 가량할수 없이 많은 버럭을 물길굴밖으로 끌어내야 한다. 그러자면 로력은 말할것도 없고 숱한 소철레루와 광차, 조명기재들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관통기일을 앞당기는것이였다.
시간이자 전기였다.
전흥권이 말한대로 되면 이 모든것이 대번에 풀리는셈이다.
경험자가 아니고서는 찾아낼수 없는 묘안이였다.
《그것도 타산해봅시다.》
강민혁은 속으로 만세라도 부르고싶었지만 대답은 간단히 했다.
이때 내각에서는 유능한 기술진영을 긴급동원하여 직승기에 초음파탐지기재를 싣고 붕락구간탐사를 진행하였다.
그래서 붕락구간의 길이가 수백메터 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태천발전소사고퇴치는 내각앞에 나선 중대사였던만큼 이 일은 총리가 직접 맡아했다.
붕락구간이 과학적으로 밝혀진것으로 해서 많은 난항들이 제기되였다. 지하 수천척깊이에 긴 구간을 막아선 붕락을 헤치고 물길굴을 다시 살린다는것이 결코 간단한 공사가 아니라는 사실이였다.
로력과 자재, 자금은 더 말할것도 없거니와 제일 큰 난항은 공사의 위험성이였다. 어차피 사람이 들어가야만 하는 미궁과도 같은 지하 수천척깊이에서 어떤 더 큰 붕락이 그들을 덮칠지 어찌 알랴.
최대의 안전을 도모하여 공사를 진행한다쳐도 붕락구간의 바위버럭을 끌어낸다는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였다.
그런데 지금 전흥권의 말은 그 붕락된 바위버럭처리방도를 밝혀주는것이였다. 귀가 번쩍 트이는 말이였다.
그야말로 보배덩이다, 전흥권이!
강민혁은 마음같아서는 그를 도당까지 실어다주고싶었지만 물길굴이 막힌것과 관련한 그의 견해를 듣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발전소에 도착한 강민혁은 그를 곁에 세워놓은채 도당에 전화를 걸어 전흥권이 가지 못하게 된 사연을 설명하였다.
도당의 답변이 자기네도 말씀을 관철하여야 하는만큼 일단 사람을 올려보내달라고 하였다.
이때 전흥권이 강민혁의 손에서 송수화기를 넘겨받아쥐고 군인식으로 딱 잘라 말했다.
《저의 희망은 태천발전소입니다. 상급당에 그렇게 보고해주십시오!》
역시 군인이다, 제대되였어도 군인이다!
강민혁은 눈물이 찔끔 나오도록 고마운 이 제대군관의 손을 뜨겁게 잡아 흔들어주었다.
내각으로 올라온 강민혁은 상무회의에서 태천발전소사고퇴치는 자기가 맡아하겠다는것을 제기하면서 그것은 전력대책련합지휘부 책임자로서 응당 맡아야 할 과업이라고 말하였다.
내각상무성원들은 이렇게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전에 볼수 없었던 비상한 각오와 결심을 읽으면서 마음을 놓았다. 총리도 가벼운 마음으로 그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상무회의가 끝나는 즉시 강민혁은 사무국장을 비롯한 련관부문 일군들과 마주앉아 구체적인 작전안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작전안을 짜면서 몇가지 원칙을 내놓았다. 그것은 군인들을 동원하지 않는다는것, 설비와 자재를 다른 부문 할당량에서 잘라내지 않는다는것, 로력도 전문기업소들이 다 자기 경제과업이 있는 조건에서 뭉청 동원하지 않는다는것 등이였다.
태천발전소물길굴공사는 불가피한 계획외 공사이며 특수대상공사라고 할수 있었다. 사회주의경제의 생명이며 자본주의자연경제에 비한 우월성이라고도 할수 있는 경제의 계획화를 파탄, 혼란시키는것이 계획외 공사, 이러저러한 특수공사들이라는 사실에 류의하면서 내놓은 이 원칙은 이해에 어떻게 하나 경제관리에서의 규률 특히 계획규률부터 바로잡으려는 내각의 립장을 반영한것으로 사무국장 오영진도 적극 지지하였다.
사무국에서 밤새워 짜놓은 경제작전도가 무시되여버리고 경제관리가 헝클어지는것은 사실상 계획외공사, 저마끔 본위주의를 하면서 벌려놓는 특수공사들때문이였다.
이러한 공사들로 하여 자금계획, 자재계획, 로력계획 등 주요계획지표들이 흩어지고 치차처럼 맞물려놓은 원유를 비롯한 전략물자들의 할당량이 헝클어지며 수송에서도 혼란이 일어난다.
혼란은 곧 모든 생산경영단위들에 파급되는데 자재, 설비, 로력, 계획이 튀여나간 공장, 기업소들은 급기야 생산계획을 돌려맞추며 아우성을 친다. 이때는 작전하고 수행하고 확대재생산하는 독자적인 기업소가 아니라 내각에 매달려있는 하나의 부속물같이 되여버린다.
사실상 경제사령부사업의 제일 큰 난점이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경제대전에서의 승리, 사회주의경제의 영원한 승리를 담보하는 주요한 요인의 하나가 계획을 수학공식처럼 정확하게 세우고 경제관리를 계획대로 철저히 해나가는데 있다고 할수 있었다.
경제건설에 대한 김정일동지의 리상을 실현하자고 해도 모든 경제분야가 내각의 유일적지휘밑에 움직여야 하는것이다.
음악지휘는 오직 한사람의 지휘자가 해야 하는것처럼.…
김정일동지께서는 바로 이것을 아시기에 수많은 경제단위를 현지지도하시면서도 내각과 협의하라, 내각과 토론하라, 내각의 승인을 받으라고 하시면서 내각에 경제사업을 집중시켜주시고 권한도 주신다.
이것이야말로 그이께서 경제지도일군들에게 주신 룡마이다.
문제는 룡마를 탈줄 모르는데 있다.
강민혁은 태천발전소사고를 퇴치하기 위한 비상대상공사를 맡은 기회에 자기를 포함하여 내각성원들이 룡마타는 법을 다시한번 새롭게 익혀 그이께서 바라시는 경제지도일군이 될것을 내심으로 바라고있었다.
그는 사무국장 오영진에게 말했다.
《하나하나 대책을 찾아봅시다. 우선 로력문제부터…》
《예.》
오영진이 그가 말을 떼자 기다렸던듯이 입을 열었다.
사실상 그만큼 내각사업의 애로를 알고 속을 썩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강민혁이가 호흡을 맞춰주자 그는 성수가 난 기분이였다.
《로력은 태천발전소를 건설할 때 참가했던 제대군인들을 찾아서 동원하자는겁니다. 그들은 경험적으로나 기능적으로 현역군인들 못지 않을수 있습니다. 이들을 동원한다면 사실상 현역군인들을 동원하는것이나 같습니다. 이러한 제대군인들은 전국적으로가 아니더라도 태천지구, 좀 범위를 넓혀 평북도에만도 수백명이 넘을것입니다. 그런 제대군인들을 한 기업소에서 몇명씩만 뽑아낸다면 기업소도 자리가 나지 않아 좋아할것입니다.》
《좋은 안입니다!》
《자재와 설비입니다. 그것도 다른데 배정된 몫을 잘라낼것이 아니라 생산기업소에 호소하여 증산과제로 해결할수 있을것입니다. 그래도 부족한것은 각 기업소에서 유휴설비나 쓰지 않는 자재를 동원할수 있을것입니다.》
《좋습니다. 그것은 내가 맡겠습니다. 무엇이 얼마나 필요하겠는가는 이미 타산해봤겠지요?》
《예…》
오영진은 몇장으로 된 문건을 그앞에 내밀었다.
강민혁이도 타산하고있은듯 벌컥벌컥 넘기면서 재빨리 보고나서 협의회에 참가한 국장에게 즉석에서 과업을 주었다.
《그다음은 무엇이 걸립니까?》
《걸릴게 있습니까? 동원된 로력에 대한 지휘문제인데 그건 부총리동지가 맡지 않았습니까?》
《그렇소. 제대군인들인만큼 군사체계로 하면 될것이고… 수매량정성에서는 식량을 좀 풀어주시오. 기타 생활조건은 발전소당사자들이 맡아줄게고…》
오랜 시간에 걸쳐 구체적인 사업토론을 마친 강민혁은 총리를 만나서 토론내용을 보고하고 직승기를 부탁하였다.
직승기는 낮 12시경에 붕락구간의 산정에 착륙하였다.
탐사성원들은 이미 탐사한 경험이 있고 전흥권이 대체적이긴 하지만 짚은 지점이 있기때문에 그곳에 초음파탐사를 집중시킨 결과 물길굴이 지나간 땅속 50메터지점에 크기는 알수 없지만 탐사에 걸린것으로 봐서 작지는 않은 동굴이 있다는것을 확인하였다.
이 탐사자료와 버럭을 동굴에 처넣어 처리했다는 전흥권의 말을 종합하여보면 붕락된 버럭을 지상으로 끌어내지 않고 처리할수 있다는 판단을 내릴수 있었으며 작업조직을 그에 맞추어 해도 실패는 없으리라는 결론이 나오게 되였다.
강민혁은 제창 현장지휘부를 꾸릴 잡도리였던만큼 직승기에 얼마간의 식량과 부식물, 천막을 싣고왔었다.
그는 자기와 함께 온 몇명의 탐사성원들과 함께 그것들을 부리운 다음 직승기를 되돌려보내고 천막부터 쳤다.
이것을 보고 전흥권이 머리를 기웃거렸다. 지휘부자리로서는 적합치 않다는것이다.
무슨 대궐을 지어놓고 지내겠는가. 강민혁은 그의 말을 귀바투 듣지 않았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왔다. 당장 밥 지어먹을 마련이 없었다.
산정이여서 물이 없었던것이다. 밥은 못해먹고 건식으로 저녁을 때고서야 이튿날 아침일찍 물이 있는 산아래골짜기로 지휘부를 옮기였다.
역시 오래동안 군대물을 먹은 사람이 보는 눈도 달랐다.
그날 낮부터 로력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우선 발전소에서 15명이 뽑혀왔다. 그들은 태천발전소건설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이곳에서 일한 제대군인들이였다.
며칠내로 근 500명의 제대군인로력자들이 모여와서 로력문제는 완전히 해결된셈이였다.
강민혁은 자기가 직접 군사체계로 대렬편성을 하였다. 명칭은 돌격대로 하고 그밑에 중대, 소대, 분대를 두었으며 대장, 중대장, 소대장, 분대장을 임명하였다. 물론 대장으로는 전흥권을 임명했다. 그만한 적임자는 없었다.
헌데 임명해놓고보니 마음에 걸렸다.
《후회되지 않소?》
강민혁은 그를 대장으로 임명하면서 말했다.
《뭘 말입니까?》
《그대로 도당에 갔더라면 더 큰 <벼슬>을 했을게 아니요.》
《나야 이미 <벼슬>을 따지 않았습니까?》
《?》
《내가 군사복무를 할 때 우리 병사들이 제일 즐겨부른 노래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말해보오.》
《거 있지 않습니까? 장군님가까이에 내가 산다네 병사가 산다네 하는 노래 말입니다. 누가 장군님가까이에서 사는가, 누가 장군님 관심하시며 장군님 걱정하시는 문제를 풀어드려 그이께서 아시는 사람이 되는가.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높이 사야 할 인끔이고 자부가 아닐가요?》
《괜찮아.》
강민혁은 그가 나이라도 젊었다면 등이라도 두드려주고싶은 심정이였다.
전흥권은 그런 사람이였다.
강민혁이 차철군이 뭐 도와줄게 없겠는가고 물었을 때 한가지 합의해주면 될것이라고 하면서 념두에 두었던것은 작업대를 군사체계처럼 해주는것이였다.
그러자면 해당한 승인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승인이고뭐고 자연스럽게 군사체계로 되였다.
제대군인들인지라 일하는 잡도리부터 달랐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불이 번쩍나게 중대별 병실들을 지어놓았는데 한당대 살림살이라도 펼 잡도리같이 탐탁하게 꾸려놓았다. 중대마다 병실앞에 운동장도 시원하게 닦아놓고 바닥도 고루기 전에 축구공이 튀여나와 허공을 날았다.
전흥권의 억센 손탁이 일을 내기 시작했다. 로력과 함께 권양기, 쇠바줄, 소철레루, 전동기 등 설비들과 세멘트와 철근이 지체없이 들어왔다. 보통때같으면 엄두도 못낼 일이였다.
그것은 한달내로 공사를 끝내라는 독촉장과도 같이 생각되였다.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였다.
- 이전글장편소설 2009년 제34회 23.05.02
- 다음글[개벽예감 537] 워싱턴 선언은 내버려야 할 오작품 23.05.01
댓글목록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전흥권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찌할번 했는가. 그의 작업조직과 지휘를 보면서 강민혁은 연신 감탄하였다.
전흥권은 막힌 물길굴로 내려가는 작업갱(사갱)을 찾아내서 매우 쉽게 작업현장에 돌입하였다. 작업갱은 물길굴공사가 끝난 다음 막돌로 막아버렸기때문에 발파가 없이 막돌을 주어내는 방법으로 빠른 시일안에 개척할수 있었던것이다. 여기서만도 숱한 로력과 시간이 절약되였다.
이러한 작업갱이 붕락구간에 무려 네군데나 있었는데 이것은 네개의 작업장을 손쉽게 마련한것으로 되였다.
탐사성원들이 붕락구간의 중간지점에서 끝이 한정없는 동굴을 찾아냈다. 전흥권이 말하던 그 동굴이였다.
일이 되려고 그랬는지 그 동굴의 입구는 우로부터 아래로 세번째 작업갱이 있는 곳에 있었다. 말하자면 세번째 작업장이면서도 중심작업장에 위치하고있었는데 이 작업장에서 두 방향으로 밀고나가면서 붕락된 버럭을 파내서 동굴에 처넣으면 되는것이였다.
전흥권은 네개 중대력량중에서 두개 중대는 굴진을, 두개 중대는 충진 즉 콩크리트피복작업을 시켰다.
조직지휘사업이 째인데다가 제대군인들의 사기가 대단하였다.
그들의 사기는 전국적으로 앙양된 분위기에 따른것이기도 했지만 자기들이 공사를 설친탓(사실 이례적인 지각운동에 의한것이긴 하지만)에 의해 빚어진 사고라는 자책감으로 하여 더욱 분발하게 되는것이기도 했다.
그들은 어느새 작업장에 《천년책임 만년보증》이라는 희천의 구호를 새겨놓았다. 요새 건설장 어델 가나 보게 되는 희천의 구호였다.
강민혁은 그들과 섭쓸려 막장에 들어갔다. 예순이 넘은 나이이지만 그는 로동시절 청춘기의 기가 뻗쳐 버럭을 쳐내고 밀차도 밀었다.
제대군인들은 부총리와 함께 일하니 더 기세가 올라 일자리가 푹푹 났다.
그러던 어느날 발전소지배인이 막장에 내려와서 국방위원회에서 전화가 왔다고 하면서 그를 데려내갔다. 막장에서는 손전화가 되지 않으므로 지상으로 나와야 했던것이다.
차철군의 전화였다.
차철군: 《부총리가 막장에는 왜 들어간다는거요?》
강민혁: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욕하셨소?》
차철군: 《질리는데가 있는 모양이구만.》
강민혁: 《차동무의 말은 항상 그이의 뜻이였으니까.》
차철군: 《웃으시였소, 강민혁동무, 이젠 그곳 일은 그쯤 해두고 올라와서 전반적인 경제작전을 지휘하시오. 150일전투가 마감고비요. 이건 장군님의 명령이요!》
강민혁: 《알겠소. 당장 올라가겠소!》
차철군: 《덤비긴… 강동무, 왜 권혁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묻지 않소?》
강민혁: 《허허… 무소식이 희소식이 아니요.》
차철군: 《무슨 사람이 그렇소. 하여튼 빨리 올라오시오. 장군님께서 권혁이 퇴원하면 자신께서 결혼식을 차려주시겠다고 하셨소. 요새 매우 기분이 좋으시오! 내각도 칭찬하셨소. 태천일을 제낀걸 보면 이젠 룡이 된것 같다구 말이요!》
강민혁: 《…》
차철군: 《우는게 아니요?》
강민혁: 《목석에도 눈물이 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