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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2009년 제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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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11,561회 작성일 23-04-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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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150일전투가 시작되였다. 이것은 김정일동지의 공격정신의 분출이였다.

공격에서 공격에로!

승리에서 승리에로!

지난해 12월 강선의 봉화를 지펴주실 때 벌써 그이께서는 150일전투개시의 시점까지 생각하고계시였다. 하여 강선로동계급이 전국에 보낸 편지를 통하여 온 나라 근로자들을 불러일으키고 다음에는 전체 당원들을 산악같이 일떠세운데 이어 혁명의 지휘성원들인 일군들의 심장을 세차게 끓여주신 그이이시였다.

인공지구위성 《광명성-2》호발사와 축포의 불야경으로 전체 인민의 사기와 기세를 하늘을 찌를듯이 올려주신 그이께서 신들메를 든든히 조이고 공격출발진지를 차지한 우리 혁명대오를 향하여 마침내 150일전투 신호총성을 울리신것이였다.

당중앙위원회 명의로 된 150일전투지도소조가 각지의 전투장으로 파견되여 사람들을 불러일으키고있는 때에 내각청사는 전선의 야전지휘소처럼 전투분위기에 휩싸였다.

생산지휘용차들이 때없이 드나들었으며 양복을 점잖게 차려입고 삼면쟈크가방을 들고 시간을 맞추어 출퇴근하던 정무원들의 옷차림이 달라졌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그들의 걸음이 경기를 하듯 빨라졌으며 전화를 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거의나 고함에 가까왔다.

사무실의 모든 방들이 찾아온 사람들로 붐비였다. 이전 같으면 《국가사정》이란 말 한마디로 돌려보낼수 있었던 사람들이 몇시간씩 뻗치고 앉아서 들고온 문제를 해결받으려고 하였다.

그들은 서슴없이 사무국장방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이것은 질서위반, 례의없는 행동같았지만 사실상 나라의 경제가 활성화되고있다는 표시였으며 아래일군들의 앙양된 일본새를 말해주고있었다. 그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가 맡은 책임을 다하려는것이다.

질서위반이나 례의없는 행동은 강민혁의 사무실에서도 벌어지고있었다.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대체로 성의 상이나 부상들과 도인민위원회 위원장들이였다. 그만하면 높은 직급인 그들도 막무가내로 체면없이 굴 때가 많았다.

그들은 거의나 다 련관부문들에서 생산보장하기로 계획되여있는 설비와 자재들이 제때에 보장되지 않아 자기 부문이 지장을 받는데 대하여 상소하고있었다. 부총리더러 대책해달라는것이였다.

그럴 때마다 강민혁은 단호히 언명하였다.

《대책합시다. 하지만 지난 시기처럼 계획을 조절한다는것은 꿈도 꾸지 마시오. 조절계획이란 말은 내각사업에서 영원히 없어졌단 말이요! 지금까지 그 공간을 리용해서 책임을 회피할수 있었으나 이제는 어림없소. 그것이 페단이란데 대해서는 당에서도 여러번 지적이 있었단 말이요!》

이렇듯 내각이 전례없이 분발하고 각 부문의 경제일군들을 고무추동하고있었으나 구호식선동으로만 되는것이 경제사업이 아니였다. 경제사업이란 기관차와 같은것이여서 바퀴나 치차 하나가 없어도 움직이지 못하며 그것은 또한 수학과도 같은것이여서 수자 하나를 잘못 놓아도 틀려나간다.

이 련쇄고리들이 치차처럼 맞물려돌아가야만 경제사업이 이루어지고 그 성과를 바랄수 있는것이지 그렇지 못한 경우 곡절과 파탄이 오게 된다.

2009년도 인민경제계획을 작성하면서 원유, 콕스탄 등 우리 나라에 없는 주요전략물자들과 시종일관한 전략적목표인 인민생활과 관련한 일부 품목들의 수입과 대외경제합작, 자금류통을 예견하였었다.

년초까지만 해도 이 사업이 별로 지장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는듯 했다.

그러나 점차 시일이 흐르면서 미국의 대조선정책에서는 여전히 이전처럼 군사적압박과 경제제재라는 적대시정책이 연장되고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키 리졸브》, 《독수리》합동군사연습이 재개되였으며 경제제재의 도수는 일층 강화되였다.

이에 따라 원유나 콕스탄의 수입통로가 점점 막히고 대외합작을 비롯한 여러 합작대상계약이 파탄되였으며 특히 우리 주요전략적목표인 인민생활과 관련한 비료수입과 단천지구의 연, 아연과 마그네샤크링카수출을 위한 무역활동에서 엄중한 장애가 조성되였다.

특히 적들은 인민생활을 위한 주타격전선인 남흥과 흥남지구의 대상건설에 필요한 첨단설비부속들의 우리 나라 반입을 악랄하게 방해하였다.

이제 와서 적들이 우리의 대고조전투를 파탄시키기 위해 총력량을 집중한다는것이 명백해졌다.

지난밤에도 외무성에서 내각총리앞으로 문건을 보내왔는데 그 문건을 강민혁이도 보았다. 그 문건은 유엔주재 미국상임대표가 유엔안전보장리사회 의장에게 우리의 《광명성-2》호발사와 관련하여 국제공동체의 새로운 제재를 촉구하는것이였다. 미국이 사촉하는 이상 유엔안보리사회에서 조치가 취해질것이 분명하였다.

제반 사실은 경제사령부로서의 내각의 역할을 더 높일것을 요구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경제실무적인 방도를 찾아서 구체적인 조직지휘를 해야만 했다.

내각상무성원들과 사무국의 모든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하였으며 당의 호소를 따라 우리의 원료, 우리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투쟁에 떨쳐나선 과학자들과 대학의 교원, 연구사들에게 기대를 걸고있었다.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좋은 성과들도 이룩되였다.

대흥청년광산(당시)과 단천마그네샤공장의 일군들과 과학자들은 콕스에 매달리던 지난 시기 생산방법과 결별하고 우리의 연료에 의한 크링카생산에서 통장훈을 불렀다.

그들은 근 10년이라는 기간 줄기찬 투쟁을 벌려 우리 식의 크링카생산방법을 공업화단계에서 완전히 성공시킴으로써 이제는 그 어디에도 구애되지 않고 마음먹은대로 값비싼 크링카와 경소마그네샤생산을 늘일수 있는 확고한 물질기술적토대를 튼튼히 갖추어놓았다.

남흥과 흥남, 2. 8비날론을 비롯한 큼직큼직한 대상들에서도 막혔던 물목이 터지듯 걸렸던 고리들이 하나하나 풀려나갔다.

내각은 전에없이 흥성거렸다. 오래동안 수입에 매달려 발목을 잡혔던 일부 기간공업들이 새롭게 자기의 새 모습을 드러내는 경이적인 사변들이였던것이다.

이럴 때 성강에서 사고가 났다.

이미 10여년전 장군님께서 지펴주신 성강의 봉화를 높이 추켜들고 생구단광에 의한 삼화철생산에 성공하여 주체철의 완성을 위한 첫걸음을 뗀 성강은 지금 주체철생산체계의 완성이라는 통이 큰 작전을 벌려나가고있다. 이것만 성공하면 야금공업에서 큰 혁명을 일으킬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단계에 이르러 된고비를 겪고있었다.

리성민부상이 인간성을 운운하며 아부재기를 칠 만도 했다. 그새 대외경제관계에서 제기되는 몇가지 중요한 문제때문에 자리를 뜰수 없었던 강민혁은 리철지배인까지 나서서 빨리 내려올것을 요구해서야 서둘렀다.

리성민은 성강의 주체철생산공정에만 기대를 걸지 말고 콕스탄확보를 위한 복선을 치는것이 어떤가고 한마디 비치는것을 잊지 않았다. 그의 말을 반증이라도 하듯 강민혁이 성강으로 떠나려는 날 아침 금속공업상이 찾아와서 콕스탄문제를 상기시키면서 성적인 철강재생산계획수행의 난항들을 간추려서 렬거했다. 그는 이 말을 매우 조심스럽게 하는데 그도 내각의 달라진 사업분위기를 알고있었다.

《상동무, 그 의견이 리성민부상이 낸 의견이요?》

강민혁은 따지듯 물었다.

《누가 의견을 냈든 김철의 콕스탄재고가 몇날 못 갈것이야 뻔하지 않습니까?》

상은 리성민부상이 제기한 문제를 그대로 따라외우는것이 면구스러워 얼굴을 붉히면서도 대답은 천연스러웠다.

《상동무도 선임자처럼 패배주의자가 아니요?》

강민혁은 밤낮 우는소리만 하다가 해임된 이전 상을 념두에 두고 말하였다.

그 말에 새 상이 펄쩍 뛰였다.

《콕스문제는 부총리동지자신이 속수무책이 아닙니까?》

《속수무책인지 아닌지 동무가 뭘 안다고 그러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이 편안치 않았다.

상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던것이다.

사실 그는 상이 들어오기 전에 차철군의 전화를 받았다.

《있구만, 왜 아직 떠나지 않았소. 장군님께서 근심하시오.》

《장군님께서 내가 성강에 내려간다는것을 알고계시오?》

《사실은 이미 간줄로 알고계시오.…》

차철군은 뭔가 더 말하려다말고 《아무튼 곧 떠나시오.》하고 전화를 놓았다. 강민혁은 긴장해졌다. 자기의 이번 출장길을 그이께서 알고계신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무거웠다.

그것은 그이께서 성강에서 일어난 사고를 매우 중시하신다는것을 의미했다.

문제가 이토록 심각해지도록 시간을 늦잡은 자신이 한스러웠다.

이러한 사연도 모르고 금속공업상은 여전히 미타해하며 흥정하려고 그의 앞으로 바투 나앉았다.

《심양의 중국측유한공사에서 자기들이 부른 가격대로만 해주면 후불을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제기해오는 조건에서

《됐소, 그 얘기는 그만하기요. 콕스탄을 높은 가격으로 들여다 야금기업들을 또 적자기업소로 만들자는가, 그건 안돼!》

칼로 자르듯 손을 획 내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강민혁은 그를 내버려둔채 서기실로 나와 《내가 없는 동안 제기되는 일처리를 잘해주시오.》라고 하였다.

그와 나이가 비슷한 후더분하게 생긴 서기가 이미 준비해두었던 출장용가방을 들고 그의 뒤를 따라 승강기앞까지 왔다.

강민혁은 그에게서 말없이 가방을 넘겨받았다.

승강기문이 닫겼다.…

김책역이 가까와지고 차창으로 대야금기지에서 뿜어올리는 연기가 흰 안개와도 같이 떠도는것이 내다보이자 강민혁은 조용한 전용침대칸에 앉아서 밤새 읽고있던 《우리 수령님과 내각》을 덮고 내릴 준비를 하였다.

그는 책에서 성진제강련합기업소에 대한 수령님의 령도사적을 골라가면서 읽었다. 많은 분량을 하루밤새에 다 읽을수 없었던것이다.

한 기업소의 령도사적을 통해서도 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해 바치신 우리 수령님의 로고와 업적을 가늠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해방전 《성진고주파주식회사》로 불리우던 이 기업소는 일제가 1934년 10월부터 착수하여 1936년 9월에 완공하였는데 일본륙군소속으로서 일본고주파중공업회사 성진공장으로 명명했다.

당시 로동자수는 4천명 남짓했다.

일본의 대재벌인 노구찌가 우리 나라 북부에 무진장하게 매장되여있는 자원을 략탈할 목적으로 건설한 이 기업소는 식민지공업의 대표작이였다. 일제는 이 제강소를 원료원천지에 붙여놓지 않고 그와는 멀리 떨어진 바다가에 건설하였다. 생산된 철강재를 제 나라로 쉽게 실어가기 위한 종주국의 속심에서였다.

성진고주파주식회사는 죽음의 고역장이였다. 특히 원철직장은 죽음의 대명사로서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곳이였다.

원철로는 뚜껑이 없는 소구유같이 생겼는데 여기에다 무산정광과 소석회를 넣은 다음 그우에 전극을 가로눕혀놓고 45각의 강재로 서로 련결시켜서 거기에 3300볼트의 고압전기를 통과시켜 쇠물을 녹이는 원시적인 로였다.

절연시설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이런 곳에서 로동자들은 벨트콘베아에 실려오는 정광과 무연탄을 순 인력으로 로에 처넣었는데 무연탄가루와 가스, 연기때문에 앞을 가려볼수 없어 천정과 지하에 늘인 고압선에 감전되여 어느 하루도 생때같은 목숨을 잃지 않는 날이 없다싶이 했다.

1939년 8월 어느날에는 무려 38명의 로동자들이 무리로 전기에 감전되여 죽는 참사가 빚어졌다. 조선인로동자들이 죽음의 문어구를 넘나들 때 일제는 허기진 그들에게서 짜낸 고혈로 바다가 경치 좋은 곳에 《사원구락부》와 같은 유흥장을 꾸려놓고 피의 향연을 베풀었다.

지금도 바다기슭에 있는 쌍포고개중턱에는 노구찌가 머물군 했다는 유흥장이 있는데 오늘 그곳은 로동자들의 정양소로 리용되고있다.

해방과 함께 이런 피눈물의 흔적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말았다. 1947년 9월 26일 지붕만 풍막으로 유개를 씌운 찌프차에 앉으시여 제강소구내에 들어서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기사장이였던 강영창의 안내를 받으며 원철로직장으로 향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원철로직장으로 가는 큰길이 아니라 슬라크무지가 덧쌓여 울퉁불퉁한 지름길로 접어드시였다.

그 길은 로동자들이 출퇴근할 때 질러다니자고 가끔 리용하군 하는 소로길이였다. 오랜 기간 다져진 소로길은 자연그대로의 기복을 이루며 울퉁불퉁한데다 슬라크무지까지 깔려 여간만 험하지 않았다. 일군들이 당황해하자 그이께서는 로동자들이 늘 다니는 길인데 우리도 걸어보자고 하시며 앞장서 걸으시였다.

원철로직장앞에서 기사장 강영창이 앞길을 막으며 여기는 위험하니 설명만 해드리겠다고 하자 그이께서는 저안에서 우리 로동자들이 일하고있는데 나라고 왜 못 들어가겠는가고, 강철생산의 첫 공정을 담당한 직장인데 들어가보자고 하시며 직장안에 들어서시였다.

직장어구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신 그이께서는 쇠돌가루와 무연탄가루가 장마철떼구름처럼 뽀얗게 떠도는 직장안을 이윽토록 바라보시며 안색을 흐리시였다.

직장안에는 우물 정(井)자처럼 생긴 수많은 원철로들이 바둑판처럼 줄지어 배치되여있고 로의 량쪽으로는 소철레루들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었는데 그우로 밀차들이 분주히 오가고있었다.

바람벽에는 고압까벨선들이 얼기설기 거미줄처럼 드리워있었고 기중기 한대 없는 천정에는 먼지투성이인 철트라스만이 앙상하게 드러나있었다.

담청색연기가 피여오르는 용해장을 바라보시는 그이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지시였다. 로체에 손이 닿기만 해도 고압전기에 감전되고 비가 조금만 와도 직장안팎에 뻗어있는 소철레루에까지 전기가 흘러 생명을 위협하는 작업장을 오래도록 지켜보시던 그이께서는 단호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이 원철직장은 고압전기를 직접 받아쓰기때문에 아주 위험합니다. 과거 일본제국주의자들은 우리 조선사람들의 생명에 대한 아무런 담보도 없이 악랄한 방법으로 착취하였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되는 금년도 인민경제계획에서 강철생산계획은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새 조국건설에 떨쳐나선 인민경제 그 어느 부문에서나 다 철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강철생산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이런 위험한 조건에서 우리 로동자들을 더는 일을 시킬수 없습니다. 강철을 적게 생산해도 좋으니 이 직장을 없애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되여 다시 새 모습으로 일떠서게 된 성강이였다.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제철소구내에만도 800여개의 줄폭탄과 함포탄이 쏟아졌지만 불사신처럼 일떠선 성강이였다.

그랬던 성강이 고난의 행군시기 일시 생산을 멈춘적이 있었다. 이러한 때인 1998년 3월 9일 성강을 찾아주신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강철생산을 정상화하는데서 삼화철생산이 가지는 중요성과 의의를 깊이 통찰하시고 삼화철생산방향과 방도에 대하여 일일이 가르쳐주시였다.

강철생산에서 주원료인 파고철문제가 긴장한 조건에서 알삼화철을 강철원료로 받아들이는것은 강철생산을 높이는데서 나서는 사활적인 문제였다. 때문에 이 고리에 불길을 지펴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모든것을 우리의 원료와 기술, 우리의 설비로 주체철을 생산하기 위한 투쟁의 불길을 몸소 《성강의 봉화》로 명명해주시고 온 나라가 성강의 봉화를 따라나서도록 이끌어주시였다.

그때부터 성강의 봉화를 높이 들고 대진군의 앞장에서 달려온 성강의 로동계급이 오늘은 주체철생산체계를 완성하기 위한 투쟁을 마지막 단계에서 다그치고있다. 비록 곡절은 있지만 성강의 로동계급은 반드시 이 고비를 넘길것이다.

강민혁은 이것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역두에는 새로 임명된 지배인 리철이 마중나와있었다.

그런데 그를 마중한 리철이 기업소가 아니라 공장병원으로 데리고가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지배인동무, 병원에는 무슨 일이요?》

《…》

리철은 무슨 말인가 할듯 하더니 컴컴하게 흐린 얼굴로 차창밖만 내다보았다. 정문에는 병원원장과 자기를 안과과장이라고 소개하는 퉁투무레하게 생긴 중년녀인이 서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강민혁이 이들을 따라 어느 한 호실로 들어갔을 때 침대우에는 두눈을 붕대로 감은 딸이 잠들어있었다. 옆에 서있던 안과과장이 무슨 설명인가 하였지만 강민혁의 귀에는 그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다만 실명이라는 외마디소리만 크게 공명되여 들려왔다.

강민혁은 오래간만에 만나는 딸이 실명상태에 있는것을 보고는 기가 막혔다. 얼마전에 안해를 잃고 오늘은 딸이 이 지경이 되다니… 그는 딸의 처지에 서보았다. 안해를 잃은 남편보다 어머니를 잃은 딸의 슬픔이 더 클것이다.

그러한 딸을 아버지란 사람은 한번 만나 따뜻이 위로도 못해주었으니 얼마나 원망스러웠겠는가.

딸에 대한 어머니들의 사랑은 각별한것이다. 아버지에게 말 못한 사연도 어머니에게 속을 터놓는것이 딸들이다. 어머니를 잃은지 몇달도 안되여 오늘은 밝은 빛마저 보지 못하게 되였으니 얼마나 괴롭겠는가.

이 괴로운 순간에조차 그는 자기보다 애인을 더 생각하고있다 한다.

강민혁은 며칠전 권혁의 어머니인 지은희, 아직 얼굴도 못 본 사돈 될 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딸이 아들에게 자기를 잊어달라고 하는데 아버지는 뭘 모르느냐 하는 전화였다. 그때 녀인의 목소리는 맑고 고왔으며 퍽 세련되게 들리였다.

그런 목소리가 격정으로 떨리고있었다. 그때 강민혁은 아무것도 모르고있었다. 전화를 받고도 그저 금선처럼 예민한 청춘남녀들의 사랑다툼이겠지 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지금에 와서 그는 리성민이 인간성이 있느냐고 하던 말이 무엇을 의미했는가를 느끼고 자기가 넋도 의리도 없고 일밖에 모르는 목석인간이였음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 뉘우침의 순간에조차 자기와 선경에게 뜨거운 인정의 세계가 미치고있다는 사실을 모르고있었다.

딸의 침상곁에서 자책에 잠겨서있던 강민혁은 잠시후 병원원장이 마련해주는 소박한 면담실에서 리철이와 마주앉았다.

리철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부총리동지를 불러온것은 저희들이 아니라 경애하는 장군님이십니다.》

《그건 무슨 소리요, 지배인동무?!》

《성강형편을 편지로 장군님께 직접 보고드리게 되였다는것을 부총리동지도 아시겠지요?》

《그래, 아오.》

《나는 그 보고에 선경에 대한 이야기도 썼습니다.》

《…》

《장군님께서는 <당장 부총리를 부르시오. 일로 부르시오. 딸때문이라면 내려가지 않을수 있소. 그런 문제에서는 총비서의 말도 잘 안 듣소. 그는 그런 사람이요! 그러니 지배인이 책임지고 부르시오.>…》

강민혁은 여전히 입을 다문채 까딱 않고있었다.

리철이 고개를 기웃하며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부총리동지?》

이때 강민혁은 이해초에 안해문제로 하여 추궁받던 날 일을 상기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그 일을 노여워하신걸가? 그래서 리철을 시키신걸가?

그러나 그는 인차 마음속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그렇다, 그것은 노여움이 아니라 가장 사려깊고 가장 뜨거운 사랑이다.

강민혁의 이 믿음은 옳은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선경이 문제를 아버지인 그에게가 아니라 리철에게 부탁하신것은 안주의 송전탑공사장에서 발휘하고있던 그의 결사관철의 정신을 보셨기때문이였다. 그러한 그에게 딸때문에 일을 던지라고 한다면 듣겠는가.… 그이의 생각은 바로 이러하셨다.

지금 강민혁은 그이의 이 속깊은 생각까지는 모른다쳐도 눈물을 참을수 없었다. 눈굽이 달아오르며 축축히 젖어들었다.

이때 리철이 또 말했다.

《부총리동지, 장군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였습니다. 모름지기 처녀는 상한 눈을 놓고 자기보다 애인을 더 생각했을것이다, 그의 애인을 내가 잘 안다, 그에게 가장 고운 꽃을 안겨줘야 한다.… 이런 말씀이였습니다.》

리철이 눈을 슴벅거리며 품에서 수첩 하나를 꺼내놓았다.

《선경이의 수첩입니다.》

강민혁은 수첩을 펼쳐보았다. 수첩에는 몇줄의 화학기호가 수자와 함께 표시되여있었다.

철성분을 분석한 분석표라는것을 어렵지 않게 알수 있었다.

이 분석수치를 기록하기 위하여 선경은 로가 폭발하는 마지막순간까지 5월17일공장 기사장과 함께 있었다는것이다.

《5월17일공장 기사장이 반대했지만 선경이가 우기고… 다 제 불찰입니다.…》

강민혁이 손을 들어 리철의 말을 제지시켰다.

달리 행동할수 없는 딸이였다. 만일 딸이 그 길을 피했다면 오히려 믿어지지 않을것이다. 아버지만큼 딸을 아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장하다, 내딸아!)

강민혁은 선경이 마지막으로 보았을 수첩에서 오래도록 눈길을 떼지 못했다.

이야기를 끝낸 후 두사람은 호실로 갔으나 선경은 여전히 잠에서 깨여나지 않았다. 혼곤히 잠든 딸의 붕대감은 얼굴을 들여다보는 강민혁의 마음속의 목소리는 이러하였다.

선경아, 너는 가장 위대하고 가장 은혜로운 사랑속에서 절대로 눈을 잃지 않을것이다. 너의 눈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곱고 가장 빛나게 될것이다. 권혁의 걱정은 하지 말아라. 그는 군인이다. 군인이 어떤 사람들이라는거야 너도 알지 않느냐.

병원을 떠나 기업소로 돌아오는 길에 강민혁은 윤택호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윤택호의 이름을 빌어 자기의 결심을 대변하는 리성민부상의 말을 잊지 않고있는 그였다.

로폭발원인이 규명된 조건에서 아직 질이 보장되지 않고있다는 내화물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 강민혁이 그를 만나볼 의향을 비치자 리철은 손사래부터 저었다.

윤택호의 집을 찾아갔던 날 그가 집에 와서까지 내화물과 씨름하는것을 보고 느낀바가 큰 리철은 며칠후 또다시 그를 찾아갔다.

《왜 또 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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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윤택호는 여전히 뻣뻣하게 나왔지만 목소리만은 좀 풀려있었다.

《내 그 설계를 어떻게 완성했소? 일생을 다 묻기로 하고 했다는거야 동무도 잘 알지 않소. 그런데 리성민로장이 우에 올라간 다음부터는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소. 그러다가 사고를 내니 입가진 시람들은 다 한마디씩이요. 내가 공명주의자고 죽일 놈이라는거지. 종당에는 출당으로 끝나긴 했지만… 일이 잘될 때는 누구나 하는척 하면서 앞장서지 못해 안달을 하지만 일이 기울면 꼬리를 사린단 말이요. 책임지자는 사람이 몇이나 있소?》

《하는척 하다니? 누가 말이요?》

《누군 누구겠소? 흥!》

《솔직히 말해주오, 무슨 불만이 있는것 같은데.》

《…》

《간부들에 대한 불만이요?》

리철의 입에서 간부라는 말이 나오자 윤택호는 폭발하듯 속을 터쳤다.

《지금 성강에 리성민부상이 틀고앉아있는데 그가 있는 한 안되오. 그가 진정으로 새로운 주체철생산공정을 꾸리는데 관심이 있을것 같소?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겐 새것이면 다 위험한것으로 보이는 법이요. 그의 머리엔 전탕 콕스가 차있는데… 당에서 내미니까 하는척 할뿐이지.》

《다 말하오. 나도 간부줄에 속하니 나를 욕하는셈치구.》

《그가 성강에 와서 하는 일들을 보오. 나도 귀막고 사는 사람이 아니요. 사람이 한자리 하더니 영 변했소. 그는 아마 지금 성강사람들이 내미는 주체철생산체계의 완성이 다음대에나 가능하다고 보면서 자기대를 무난히 넘기자고 할거요. 그게 요새말루 살줄 아는거니까.》

리철은 리성민이 우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다시 현장에서 만나자 그에게서 삼화철에 대한 외교적태도를 느낄수 있었다.

윤택호가 당처벌을 받을 때 상급기관에 있는 그가 침묵을 지켰다는 말도 흘려들을 소리가 아니였다.

그는 윤택호의 말에 어딘가 자신없는 어조로 말했다.

《그도 이제 달라질거요.》

《천만에, 그가 있는 한 일을 통채로 말아먹지 않나 보오.》

맺혀도 단단히 맺혀있는것 같았다.

리철은 김정일동지의 신임에 의하여 지배인으로 임명된 후에도 지배인자격으로 윤택호를 찾아갔다.

《자, 이젠 우리 손잡고 일해보기오.》

《…》

《책임비서도 적극 밀겠다고 했소. 꾸물거릴것 없이 제창 갑시다!》

리철은 자기 차에 그를 태우고 갈 잡도리였다.

《생각해보겠소.》

뜻밖에도 윤택호는 이전처럼 저항은 하지 않았지만 그리 달가와하는 기색이 아니였다. 그날 실패하고 돌아간 날 밤에 대폭발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렇게도 잡아끌어도 움직이지 않던 윤택호가 다음날 제발로 사고현장에 나타났다. 현장의 젊은 축들이 사고의 죄가 마치 그에게 있는것처럼 펄펄 뛰였다.

《아바인 왜 왔소? 우리가 복통 터지는걸 보자구 왔소?》

그러건말건 윤택호는 사고상태를 보더니 머리를 싸쥐고 펄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현장을 책임지고있던 젊은 부기사장이 눈에 퍼런 불꽃을 날리며 냅다 소리쳤다.

《아바인 다 알고있었지요? 이런 사고가 나리라는걸. 그러면서도 왜 한마디 말도 안해주었소? 원인이 뭐요? 이렇게 되길 바란거요?》

머리를 싸쥐고 까딱 움직이지 않고있는 윤택호에게 리철이도 엄한 어조로 물었다.

《그렇소, 윤택호?!》

《…》

《가시오, 우린 당신없이도 되오. 자그마한 몰리해. 그렇소, 우리 식의 철을 뽑아내는 일에 그쯤한 몰리해도 삭이지 못해 신념이 흔들리겠거든 가시오! 가란 말이요!》

리철의 그 말이 얼마나 날카로왔던지 모든 사람들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윤택호는 기척도 없었다. 사고현장을 돌아보면서 그는 슬라크에 철성분이 많은것은 내화물과도 련관이 있다는것을 알았던것이다.

리철은 이렇게 소리치고나서도 성이 풀리지 않았다. 이날의 사고로 한명이 중상을 당하고 선경이 한쪽눈을 상했던것이다.

몸값 열량에 눈이 아홉량이라는 말대로 그도 중상이였다.

선경의 눈부상은 돌이킬수 없는것이였다. 한쪽눈의 수정체를 상했던것이다. 그 눈의 실명은 피할길이 없었으며 눈알을 인공알로 바꾸어넣어야 했다. 그렇게 되는 경우 생화가 종이꽃이 되고만다.

처녀로서 이것은 치명상이였다. 더구나 지금 한창 련애중이라고 하니… 공장병원의 안과진영이 괜찮았다.

그들은 콤퓨터에 의한 먼거리치료체계로 중앙병원의 도움을 받아 손상당한 수정체를 되살려주기 위한 치료를 진행하고있었으나 아직 전망이 묘연하였다.

리철은 이 모든 사연을 부총리에게 되풀이해줄수 없었다. 말이 나면 어차피 리성민부상의 이야기도 나오겠는데 그의 체면에 손상을 주고싶지 않았다.

기업소에 도착한 강민혁은 리철지배인이 반대하는것을 무릅쓰고 윤택호를 만나기로 했다. 이러한 강민혁에게는 하나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그것은 사람에 대한, 인민에 대한 믿음이였다.

고난의 행군의 시련속에서 의지가 강한 사람은 솟구쳐올라 강철로 되였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이러저러하게 이지러지고 변했으며 녹이 쓸고 파철로 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조차 흐려진 마음속깊이를 파고들어가보면 그 깊은 곳에 사회주의본태라고 할수 있는 맑은 물이 고여있다.

윤택호의 경우는 이와는 다르지만 신념만 있었어도 성강을 떠나지 않았을것이다. 바로 이러한 사람들을 하나하나 손잡아 이끌어 오늘의 사회주의대격전장에서 락오자로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것이 바로 김정일동지께서 바라시는 뜻이다.

강민혁은 국가지도일군의 한사람으로서 자신을 언제나 그이께서 바라시는 곳에 세우려고 애쓰고있었으며 그 길에서 조금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그런 관계로 윤택호를 만나려는 지금도 내려왔던김에 한번 만나보자는 식이 아니라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심혈을 기울여 만나자는것이였다.

책임비서 전진광이 쌍수 들어 지지하며 차까지 보내 그를 데려오게 했다.

강민혁의 이런 심정을 알았는지 윤택호는 마주앉자마자 먼저 자기의 속을 터놓았다.

《나도 성강사람들이 나를 보고 먹을알이 있는 곳에 찾아가 금방석에 앉았다고 한다는것을 알고있습니다. 그렇게 말해도 할말이 없지요. 하지만 난 금방석을 바란것도 아니고 재부를 바란것도 아니였습니다. 돈벌레는 더욱 아니구요. 내가 제일 미워한것이 불로소득한 재부와 향락인데 그럴리 있겠습니까?》

《그에 대해서는 책임비서나 새 지배인도 인정하고있습니다.》

《그건 나도 느끼고있으며 또 고맙게 여기고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성강에 오는것을 주저합니까?》

윤택호는 그 물음에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가 무슨 결심인가 한창 가다듬더니 툭 터놓고 말하였다.

《내 일생에 언제 부총리와 같은 높은 어른과 말해보겠습니까? 말하지요, 저도 기회를 놓치고싶지 않습니다.》

《허물하지 않을테니 다 말하십시오.》

강민혁은 너그러운 표정을 짓고 담배를 권했다. 그는 원래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나 이런 자리에서 쓰려고 담배를 주머니에 넣고다녔다.

윤택호는 그가 권하는 담배를 받아 허물없이 연기를 들이켰다내켰다하면서 말을 이었다.

《설계가가 새 설계를 하면서 무슨 생각인들 안하겠습니까. 자기가 한 설계가 현실화되기를 바라지 않는 설계가는 없을것입니다. 그런 희망이 없다면 밤을 패워 점과 선 하나하나에 피와 땀을 고이는 그 설계를 누가 하겠습니까. 사고라도 나면 나와 같은 취급을 받는데.…》

강민혁은 머리를 끄덕여 리해를 표시했다. 윤택호에 대한 처벌은 일부 편협한 일군들의 근시안적처사로서 응당 바로잡아야 할 문제였다. 이런 사람들을 함부로 처벌하는 식으로 대한다면 누가 과학의 대문을 앞장서 열겠는가. 과학은 실패를 동반하기마련이다.

하기에 세상에는 실패학이라는 학문도 있지 않는가. 실패가 교훈을 낳고 교훈이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괴이한 리론이지만 참작할 가치는 있다.

강민혁의 리해에 윤택호의 말은 점점 열변으로 번져갔다.

《하지만 저는 중도에서 물러섰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일에 접어들 사람이 어데 있겠습니까?》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지금 성강에서는 복잡하고 힘들던 알삼화철생산공정을 간략정비하고 그것을 새로운 주체철생산체계로 완성하기 위한 투쟁이 벌어지고있지 않습니까. 비록 실패를 거듭하고있으나 그때마다 매번 전진하고있습니다.》

강민혁은 딸의 수첩에 적혀있던 수자들을 얼핏 떠올리며 확정적으로 말했다.

《머지않아 완전성공하리라는것이 나의 눈에도 명백히 보이는데요.》

《그럴수 있지요. 나도 성공하리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윤택호선생.》 강민혁은 대화가 잘 진행되는데서 힘을 얻고 그를 선생으로 부르며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그렇다면 무얼 주저하고있습니까?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싶습니다.》

《공업화입니다.》

《그건 지배인이 확고히 결심하지 않았습니까?》

《공업화는 지배인결심으로 되지 않습니다.》

《왜서 말입니까?》

《그건 우리 나라 야금공업의 구조를 전반적으로 바꾸는 큰 문제입니다. 그런 큰 문제를 일개 기업소의 지배인이 해결할수야 없지요.》

강민혁은 윤택호를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고있는것처럼 자기가 당한 몰리해를 두고 속을 꿍져둘 옹졸한 졸부가 아니였다.

지금 자기앞에 앉아있는 겉봐서는 초췌하고 볼품이 없는 이 늙은이는 생각밖에도 큰 문제, 국가적인 문제를 생각하고있었다. 그에 대한 담보가 없이는 한생 기술로 늙어온, 그러면서도 자기의 견해가 굳건한 이 사람을 움직일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큰 날개를 펴자면 대공이 필요했다.

《공업화는 부총리인 제가 담보합니다.》

《…》

윤택호는 그를 흘깃 쳐다보았을뿐 입을 다물고 오래도록 열지 않았다. 한참후에 또 한가지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부총리의 힘으로도 안되지요.》

《예?!》

강민혁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여기서도 그는 윤택호의 말을 리해하였다. 부총리인 자기의 힘으로도 나라의 야금공업구조를 개변하는 문제가 간단치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무언가 대답을 해야 했다.

《야금공업의 구조를 개변하자는것은 당정책입니다.》

그는 이 말을 매우 확신성있게 했으나 의외로 윤택호의 대답은 매우 회의적이였다.

《언제는 당정책이 아니였는가요?》

그러자 강민혁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정책도 믿지 못하겠다는거요?》

윤택호가 발끈하였다.

《이거 큰소리 치지 마시우. 사실이 그렇지 않소. 주체철을 하라는 당정책이 나온지가 언제입니까? 어버이수령님께서 유훈을 남기고 떠나신지도 이젠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까?

그런데 우리 야금공업에서 달라진게 뭐가 있습니까?

남의것밖에 받아들인것이 있습니까? 그래 그 엄청난 야금설비들을 말 한마디로 들어낼수 있습니까? 부총리의 힘으로 할수 있는가 말입니다?》

윤택호의 그 말도 사실이였다.

그러나 강민혁은 단호히 대답했다.

《할수 있습니다.》

《할수 있다구요?!》

윤택호가 반문하며 강민혁을 놀랍게 바라보았다.

강민혁이 어조를 낮추지 않고 계속했다.

《나는 이 자리에서 장군님의 뜻으로 아니, 그이의 확고하신 결심으로 단언합니다. 할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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