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의 유감 표명,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이흥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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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의 유감 표명, 주목할 가치가 있다
(조미 정상이 직접 해결해야)
이흥노/벌티모아, 메릴랜드
폼페이어 국무가 지난 7월 6-7 일, 평양에서 북측과 고위급 회담을 했다. 이번 회담을 마친 폼페이어는 실무구룹이 마련된 것에 만족을 표했다. 특히 비핵화 시간표 까지 논의가 돼서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일본에 도착 3시간 후, 북측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측이 일방적 비핵화에만 매달리고 북미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논의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기대했던 결과가 도출되지 못하자 실망하고 유감을 표한 것이다. 미국측은 비핵화 검증과 시간표에 촛점을 맞춰 논의를 했고, 북측은 이를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인내심을 가지고 회담에 임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미사일 발사 시험장 폐쇄와 ∆유해 송환 실무회담이 합의됐다. 북측만의 일방적 행동 조치라는 점에서 북측이 실망한 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평양은 자신이 지금까지 보여준 선의와 진정성에 대해 응당한 워싱턴의 대응 조치를 기대했던 게 분명한 것 같다. 물론 그게 협상의 원칙인 것이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폴 선언>에서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적어도 ‘종전선언’ 정도는 이번 회담에서 합의할 걸 기대했던 모양이다. 아마 그것 보다 더 고대했던 건 2차 조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 합의였을 것이다. 평양은 ‘휴전협정’ 65주년이 되는 7월 27일을 기해 ‘종전선언’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 같다. 이를 위해 남북미중 4개국 정상들이 평양에서 서명하는 구상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 자신도 ‘종전선언’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주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싱가폴 선언> 이행의 시발점은 다방면에 걸친 교류 협력에 의한 신뢰 회복과 한반도의 전쟁 위험 제거라 할 수 있다. 미국측은 신뢰 조성에는 관심조차 보이질 않았다. 평화를 논하자면서 전쟁을 끝장내는 데 무관심 하다면 이건 진짜 모순이다.
그럼 왜 ‘종전선언’이 의제에 오르지도 못했을까? 한미는 중국을 제외한 3자 ‘종전선언’을 하기로 한 것 같다. 그러나 작전상 잠정 보류한 것으로 짐작된다. 트럼프가 벌리는 무역 전쟁으로 뿔난 중국의 심기를 더 불편케 해서 비핵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신기하게도 이번 북측의 유감 표명은 미국무성을 겨냥해 비판한 것이지 트럼프가 아니다. 북측 외무성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은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해서 트럼프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고 있다. 북측은 대통령과 국무성을 갈라치기 해서 국무성에 집중 포화를 날린 게 아주 흥미롭다. 한가지 분명한 건 남북미 모두 판을 깰 생각이 없다는 거다. 아니 판을 깨기에는 너무 늦었다. 지금이야 말로 ‘운전석’에 앉았다는 문 대통령이 나설 때다. 건전한 중재역할을 했어야 옳다. 그런데 남의 일철럼 손놓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겨우 청와대가 한다는 소리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일본에서 만난 한미일 외무는 “비핵화가 될 때 까지 제재해야”라고 입을 모아 외쳤다. ‘최종 완전 검증된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결국 무장해제를 먼저 하라는 게 아닌가. 리비아식 해법과 다를 게 없다. 발가벗고 손을 들라는 것이다.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한 비핵화가 아니고 일방적 비핵화라면 북미 간 대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건 아주 뻔한 상식이고 북미 간 상호 양해 인정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북의 유감 표명 직후 트럼프는 트윗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북미 합의 이행 의지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오늘은 김 위원장에게 줄 작은 선물이 마련됐다고 했다. 북을 다독거리는 모양세다.
그런데 작금에 나타나는 불협화음은 폼페이어를 비롯한 백악관 참모들의 북에 대한 무지에서 출발한 것 같다. 예를 들면 중국이 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북은 중국의 말을 듣는다고 믿는다. 폼페이어는 일전 베트남 방문 중 “북이 베트남의 길을 걸어야”라고 조언했다. 북측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런 조언은 모욕에 가까운 망언이라고 볼 것이다. 북은 누구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나라가 아니다. 북은 누가 하래서 하는 나라도 아니다. 자기 스스로 개척 창조한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가는 나라라는 걸 알아야 한다.
북측은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측은 상호 신뢰 회복, 관계정상화, 평화체제 등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비핵화 시간표만 고집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미국측 자세는 <싱가폴 선언>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고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뜻도 아니라며 북측은 유감을 표했다. 북측의 유감 표명은 너무도 당연하다. 또 이것은 한미가 관심을 갖고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북미 두 정상이 전화나 집접 만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물론 여기에 서울 정권이 할 수 있는 몫이 있다. 우리 민족의 이익에 맞게 처신하면 된다. 서울 정권은 이번 기회에 ‘종전선언’을 성공시키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뒤에 숨어서 박수나 치는 건 운전대를 잡은 운전사 역할이 아니다. 개성공단 재개나 12명 북여종업원의 북송도 미국 눈치를 보느라 입에 올리지도 못하는 걸 보면 열불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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