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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유감 (이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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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1,607회 작성일 19-05-1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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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관통하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세상이 시키는대로 살아가는 바보나 노예의 삶을 벗어나려면 먼저 세상이 우리들 민중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꿰뚫어보고 그것을 벗어날 길을 찾아야 합니다. 이범주 선생의 세상을 관통한 이 글을 공유합니다. 우리들이 천금같이 키워낸 자식들, 그리고 그 자식의 자식들이 앞으로도 천년 만년 단물을 빨리며 살게 해야 하겠습니까?

이 사악한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는 길은 오직 통일뿐입니다. 통일운동은 곧바로 우리 후세들의 미래를 위한 운동입니다. 온 세계인의 미래를 위한 운동입니다. 세계자주화란 바로 그날을 이뤄내는 인류의 꿈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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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교육받은 아이들의 능력을 최대한 향유하는 자들은 아마도 지금 취업을 앞둔 청춘들에게 일자리로 떵떵거리며 갑질하는 기업들일 것이다. 기업들은 부모들이 힘들여 키워놓은 젊은이들을 취업경쟁율 수백대일로 줄 세워 경쟁시키며 그들의 능력을 빨아먹다가 상황이 어려워지거나 필요 없으면, 기업들이 내 친구들에게 지금 그러는 것처럼, 언젠가는 지금 젊은이들마저 그리 어렵지 않게 내칠 것이다. 대를 이어 피로한 삶이 전해진다. 이 피로와 고단함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이범주 선생의 글을 공유합니다)



이범주

어버이날 유감(有感)

내 딸이 대학을 졸업했다. 꽤 유명한 사립대학교다. 문과를 졸업한 녀석은 아직 취업을 못하고 있다. 한 회사 면접을 보았다고 한다. 면접 내용이 대충 이렇다는 것이다, 
“당신이 속한 조직의 비리를 목격했다. 그 비리는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일이다. 당신은 그 비리를 회사에 폭로할 것인가? 그로 인해 당신의 개인적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정답은 없고 다만 적성검사를 위한 설문이라고 한다. 과민한가...난 기분이 안 좋았다. 
“이 자식들이...한 사람의 영혼을 시험하려 하다니...” 
내가 회사 취직할 때 들었던 질문이 생각난다. 
“당신, 학교 다닐 때 데모해 본 적 있는가? 아직도 데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 때 데모한 적 없고 데모해서는 안 된다고 대답하는 순간, 이미 정의감으로 충만했던 젊은이의 예기(銳氣)는 한 풀 꺾이고 사회에 무력하게 굴복하고 들어가는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순수한 정의감에 충만한 젊은 영혼을 시험대에 올리고자 하는 시도에는 다름이 없지 않은가...취업에 급한 청춘들에 대한 기업의 갑질이다!!!

딸은 두 번째 인턴과정을 밟고 있다. 나름 유명한 M&A회사라는데 밤을 꼬박 새도록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어제 녀석은 밤새 일하고 새벽에 와서 한숨 자고는 점심에 출근했다. 착취도 이런 착취가 없다. 공들여 키운 내 딸아이의 정신과 신경 능력의 극대치를 짜내고 있는 것이다. 애비는 자식, 특히 딸자식은 좀 더 행복하고 덜 고생하며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라고 다르겠는가, 안타깝고 노엽다. 2개월을 다니겠다고 하는 딸은 배우는 과정이라며 웃는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나 또한 이 모진 곳 대한민국에서 아이들 키우는데 나름 애썼다. 얼마 안 되는 수입, 그것의 상당부분을 아이들의 교육에 쓸어넣어 왔다. 아내와의 갈등도 가볍지 않았다. 경쟁구도에서 한시도 놓여나지 못한 딸은 어려서부터 충분히 넉넉하게 잘 놀아보지도 못했다. 늘 안타깝고 화가 났다. 성실했던 녀석은 쳐지지 않는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게 되었고 영어와 중국어, 그리고 대부분의 영역에서 상당한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런데....이 엄청난 노력의 혜택을 누가 누리는가. 나는 아니다.

아이들을 키워내는 그 사이, 한 때 철사마냥 질기고 밀림처럼 무성했던 내 머리칼은 빠지고 한 때 볼만했던 내 얼굴도 형편없이 늙어버렸지만, 난 아마도 아이들로부터 어쩌면 한 푼 용돈의 혜택도 기대할 수 없을지 모른다. 기대할 생각도 없다. 지금 청년이 된 아이들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에 여유가 없고 지금까지 오로지 경쟁으로 살아왔기에 인간사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도리를 따를만한 따스함을 기대할 수 없다. 그들도 힘든 것이다. 자식들은 제 부모와 사회의 거울, 그러므로 그런 젊은이들을 탓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내 서글픔과 슬픔이 가셔지는 것은 아니다.


잘 교육받은 아이들의 능력을 최대한 향유하는 자들은 아마도 지금 취업을 앞둔 청춘들에게 일자리로 떵떵거리며 갑질하는 기업들일 것이다. 기업들은 부모들이 힘들여 키워놓은 젊은이들을 취업경쟁율 수백대일로 줄 세워 경쟁시키며 그들의 능력을 빨아먹다가 상황이 어려워지거나 필요 없으면, 기업들이 내 친구들에게 지금 그러는 것처럼, 언젠가는 지금 젊은이들마저 그리 어렵지 않게 내칠 것이다. 대를 이어 피로한 삶이 전해진다. 이 피로와 고단함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어제 아들녀석, 딸녀석이 어버이날이라도 전화를 해줬다. 
“아빠 태어나게 해줘서 고마워요”
술 마시고 있던 나는 대답했다. 
“이 풍진 세상에 니들 태어나게 해서 고생시키니.....내가 미안한다...”

너무 비관적인가. 글은 종종 세상의 어두움을 말하나 나는 본래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 단순하고 낙천적인 사람....그런데도 내 눈에 세상은 대책 없이 낙관하기엔 어둠의 그늘이 너무 짙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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