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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현 소동구지주집 습격 (최 현)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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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713회 작성일 19-09-0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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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현 소동구지주집 습격

최    현              

 

혁명조직에 가담하여 활동하였다하여 연길감옥에 감금되였던 나는 7년만인 1932년 7월에 석방되였다.

감옥안에서도 내외의 동지들과 조직적련계를 가지고 사업하고있던 나는 석방되는 길로 바로 연길현 8도구 태양모로 갔다. 여기서 나는 감옥에서 같이 나온 윤창범, 방영준동지들과 함께 8도구적위대에 입대하게 되였다. 당시 8도구적위대에서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제시하신 방침에 따라 무기획득을 위하여 적극적인 투쟁을 전개하고있었다. 그러나 그 력량이 아직도 미약하였으므로 투쟁에 비하여 성과가 적었다.

적위대에 입대하여 며칠이 지나지 않은 8월하순 어느날이였다. 적위대장동지와 옥자동지(연길현당과 연길감옥안의 투사들과의 련락책임자)가 나를 찾아왔다. 적위대장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현재 유격대도 조직되였고 유격대에 입대할수 있는 사람들의 사상적준비도 되여있으나 무기가 적기때문에 유격대오를 장성시킬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들이 유격대에 적극 무기를 획득해보내야 하며 우리들도 또한 무장해야 하겠습니다.…》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무기 한자루한자루가 얼마나 귀중한가에 대해서와 그 무기를 손에 넣기 위해서 각처에서 어떤 투쟁을 전개하고있는가를 이야기해주었다.

당시 청년들과 혁명적인 남녀들은 호미, 낫, 빨래방망이 등을 가지고 길옆의 밭에서 일하거나 혹은 강가에서 빨래를 하다가 지나가는 일만군경, 자위단놈들을 제끼고 무기를 탈취하여 유격대에 보내거나 직접 로획한 무기를 가지고 유격대에 찾아와 입대하는 일들이 많았다.

그리고 칼, 창과 같은 원시적무기로써 적을 불의에 습격하여 무기를 로획해내는 실례들도 허다하였다. 그런데 신식무기로 장비한 적에게 원시적무기를 가지고 대항해싸워야 하므로 귀중한 생명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았었다.

나는 적위대장에게 《이 근방에 무기를 가지고있는 놈이 없습니까?》하고 물었다. 적위대장은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있지요. 그놈은 흉악한 지주놈이요. 얼마전 우리 동무들 몇이 그놈의 집을 습격했었는데 반격을 받아서 일을 성공치 못했소.》하고 말했다. 나는 윤창범, 방영준동지들과 심중히 토의하고 적위대장에게 고급관리로 가장할만한 좋은 옷을 준비해주면 무기를 탈취할수 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적위대장은 그후 며칠만에 비단으로 만든 청색 중국옷-다부산자와 마고자(당시 고급관리들이 입고다니던 사복)를 가져왔다. 우리들은 세상에 나서 이때 처음으로 이런 좋은 옷을 입었다. 그리고 꼭지모자(채양이 없고 우에 꼭지가 달린 모자)를 쓰고 가방을 들었다. 게다가 안경까지 끼고 개화장을 짚고나서니 사람들이 감히 접근하기 어려운 그런 어마어마한 고급관리의 외모를 갖추게 되였다.

태양모에서 동쪽으로 7리가량 떨어진 소동구어귀에 적위대장이 말하던 바로 그 흉악한 지주놈이 살고있었는데 그놈은 지방인민들과 소작인들을 가혹하게 착취하고 략탈했으며 마치 지방에서 봉건령주와 같이 행패를 부리고있었다.

소작료로는 수확의 70%이상이나 략탈하였으며 《방공》이라 하여 소작인들을 무상으로 부려먹었다. 뿐만아니라 《도지》라 하여 소작지 1,000평당 지주의 토지 100평이상씩을 무상으로 경작케 하였다.

봄에는 농민들의 식량기근을 리용하여 소작인들에게 의무적으로 《태》를 받아먹게 하고 가을에 가서는 한말에 두말이상이나 받아먹었다.

그리고 봄파종기나 가을추수기에는 앞잡이들에게 총, 몽둥이를 메워서 소작인들집에 뛰여다니며 공포를 쏘아대거나 몽둥이질을 하게 하였다. 그것은 가난한 농민들의 고혈을 더 많이 짜내기 위한 상투적인 위협수단이였다. 만약 소작인들이 이에 다소라도 반항하기만 하면 놈들은 야수적인 탄압을 가하였다.

그래서 이 지방 농민들의 원성은 더 말할나위없이 높았다.

우리는 이 악질지주의 무기를 탈취하는 한편 농민들에 대한 지주놈의 행패를 제재할 목적으로 자위대원 10여명을 데리고 해질무렵에 소동구로 향하였다. 우리는 3개의 작탄과 칼들을 가지고있었다.

적위대원들은 행군하면서 적당한 고지들에서 망원초를 서주었고 우리《고급관리》들은 행길로 걸어갔다. 소동구까지 가는동안 자위단, 위만경찰들과 마주치기도 했는데 그놈들은 우리에게 굽실거렸다. 어떤 놈들은 슬금슬금 피해가기도 했다.

소동구지주집은 사방이 토성으로 둘러싸였는데 궁궐 같았다. 토성정면에는 나무로 만든 육중한 대문이 꽉 닫겨있었다.

나는 개화장으로 대문을 두드리였다. 그러자 머슴군인듯한 사람이 삐걱소리를 내며 대문을 열었다.

《우리는 연길현에서 내려오는 길이다. 주인 있느냐?》

이렇게 내가 물으니 상대편은 허리를 연신 꾸뻑거렸다. 얼마후 푸른빛 다부산자를 입은 지주가 나타났다. 그놈은 키가 크고 뚱뚱한데다 눈까지 치째지여서 보기에도 욕심궂었다.

그는 아무 예고도 없이 나타난 《고급관리》들앞에서 약간 당황해하였다. 윤창범동지는 제법 관리티를 내면서 위엄있는 어조로 우리는 연길현에서 내려왔다고 하면서 지주에게 말을 걸었다.

《요새 비적이나 〈공비〉들이 부락에 내려오지 않았소?》

이 말에 지주놈은 뚱뚱한 몸뚱이에 어울리지 않는 교태를 부리며 《멀리서 내려오시느라고 수고 많으시였습니다. 에, 여기 부락에 비적들이 나타났으문야 내가 벌써 그쪽에 보고했지요. 얼마전까지는 싸다니였는데 요새는 그놈들이 어디로 달아났는지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하면서 우리를 안으로 안내하였다.

지주놈은 우리에게 의자를 권한다, 차물을 가져온다 쩔쩔매며 돌아갔다.

음흉하고 교활하기 짝이 없는 이 지주놈도 대담하고 침착한 우리의 행동에 완전히 압도되여 우리를 관리로만 알고있었다.

우리는 차물을 마시며 무기를 어디에 감추었을가 하고 이리저리 방안을 살펴보았으나 잘 알수 없었다.

윤창범동지가 지주에게 말했다.

《우리들은 연길현〈공안국〉에서 내려왔소. 요즘 항간에는 나쁜 놈들이 있어서 무기를 감추어두었다가는 비적들에게 내주는 일이 적지 않소.

그래서 〈공안국〉에서는 민간에 있는 일체 무기를 검사하기로 하였소. 그러니 당신집에 있는 무기도 허가인과 증명서가 있는가 검사해야겠소.》

지주놈은 아무 의심도 없이 펴놓은 자리밑에서 토퉁1정과 양포1정을 꺼내였다. 나는 그 무기를 검사하는척 이리저리 살펴보았는데 허가인도 찍혀있었고 증명서도 있었다.

마침 무기는 장탄까지 되여있었다. 나는 슬그머니 방아쇠에 손가락을 거는 순간 총구를 지주놈에게 들이대면서 《옴짝하면 쏠테다. 우리는 유격대다. 네 집에 있는 무기를 전부 내놓아라.》하고 웨쳤다. 지주는 기겁하여 얼굴빛이 창백해지면서 뒤로 쓰러질듯 하였다.

《총만 다 내놓으면 죽이지 않을테니 어서 내놓아라.》

방영준동지가 옆에서 말했다. 지주는 떨리는 발을 겨우 옮겨디디며 윤택이 나는 궤짝속에서 칠성자(권총의 일종)1정과 굉장히 많은 돈뭉테기를 내놓고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걸했다. 우리는 무기가 필요하지 돈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더니 지주는 무릎을 끓고 돼지 같은 대가리를 꾸벅거리며 그 은혜를 천추에 잊지 않겠노라고 굽실거리였다.

나는 그 집에서 나오면서 지주에게 일러두었다.

《우리는 조선사람이다. 우리는 조국을 강점한 왜놈들을 반대하여 싸우는 혁명군이다. 왜놈들은 중국에까지 침략의 마수를 뻗치였다. 왜놈들은 우리 두나라의 공동의 원쑤인것이다. 그런데 너는 중국사람으로서 어찌 자기 나라를 강점하려고 날뛰는 침략자들의 앞잡이노릇을 하고있느냐!

소작인들을 야수적으로 착취한다거나 우리가 무기를 가져갔다는것을 경찰에 보고하기만 하면 그때에는 너와 너의 가족은 없어질것이고 이 집도 날아날줄 알아라.》

지주놈은 그저 《예예》할뿐이였다.

소동구지주집을 나섰을 때 이미 해는 지고 서쪽하늘에는 저녁노을이 붉게 타고있었다. 우리는 로획한 무기를 적위대원들로 하여금 태양모로 가져가도록 하였다. 그리고 권총만 가지고 소동구에서 10리쯤 떨어져있는 다른 지주집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갔다. 그 지주에게 무기가 두자루 있다는것을 우리는 알고있었다.

목적지에 이르니 벌써 어두워졌다.

우리는 지주집에 들어가 연길현《공안국》에 있는 사람들인데 멀리 출장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라고했다. 그리고 날이 저물었으니 쉬여가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지주집의 내부형편을 탐지할 기회를 가지려는것이였다. 지주는 우리를 방으로 안내했다.

우리는 지주와 이야기하면서 형편을 살피였다. 얼마후 우리는 지주의 가족들이 연길에 나가있고 여기에는 머슴군 몇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

좋은 기회를 엿보아 나는 지주놈의 옆구리에 권총을 들이대고 우리는 유격대인데 총을 내놓으라고 했다. 이 말에 지주는 방바닥에 펄썩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 넋나간 사람처럼 눈이 퀭해있다가 《어서!》하는 웨침소리를 듣고야 허겁지겁 노전밑에서 토퉁1정과 양포 1정을 꺼내놓았다.

이날밤 우리들은 늦어서야 태양모로 돌아왔다.

전우들은 우리의 성과를 축하하여 성대히 환영하여주었다. 적위대장동지는 우리들을 치하하면서 《동무들은 참 대담하오. 우리들은 동무들에게서 많은것을 배워야 하겠소.》라고 하였다.

한정의 무기를 위하여 피어린 투쟁을 전개하고있던 당시에 있어서 한꺼번에 다섯자루나 되는 무기를 아무런 손실도 없이 획득하였으니 기뻐할 일이 아닐수 없었다.

이렇게 탈취한 무기들은 유격대의 장성강화에 밑천으로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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