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과 군대의 생명재산을 목숨으로 지킵시다 (김 자 린)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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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과 군대의 생명재산을 목숨으로 지킵시다
김 자 린
1932년 10월부터 1934년 가을까지 나는 유격근거지인 연길현 왕우구에 있으면서 주로 보초임무를 수행했다.
내가 서던 보초소는 합수촌근방의 볼록한 고지였다.
《토벌대》놈들이 연길현 유격근거지의 중심지의 하나였던 북동과 남동으로 밀려들자면 반드시 이 고지를 지나야만 했다.
보초는 둘이서 교대하여 온밤, 온낮을 섰다. 그렇지만 우리는 기여들어오는 《토벌대》놈들을 한번도 놓쳐본적이 없었다. 물론 우리는 피곤했고 걷잡을수 없이 졸음도 왔었다. 우리는 2~3일을 계속하여 보초를 선 일도 많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사정으로하여 자기의 임무를 소홀히 한 때는 없었다. 우리의 임무는 참으로 무거운것이였다. 수많은 인민들과 전우들이 우리 보초를 믿고 지내며 짧은 시간이나마 마음놓고 잠도 자는것이다.
우리는 유격구를 적들의 《토벌》공세로부터 튼튼히 보위할데 대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말씀을 늘 명심하고 이 무겁고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였다. 우리는 수많은 인민들과 유격대원들의 슬기롭고 민첩한 눈이며, 귀이며, 신경을 대신하는 커다란 영예를 지니고있었던것이다.
바로 이 시기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최숙이라는 녀대원을 잊을수 없다.
그는 나와 함께 같은 지점에서 오래동안 보초임무를 수행하였다.
초기에 유격근거지내에서 후방군무원으로 공작하다가 그는 보초임무를 지원하여나섰다. 남편의 죽음이 그에게 원쑤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과 비장한 투지를 불러일으킨 큰 동기로 되였던것이다.
최숙동무의 남편 전석권동무는 지방공작임무를 맡고 연길쪽에 나갔었다. 그런데 임무를 수행하던중에 그는 원쑤놈들에게 체포되여 연길감옥에 투옥되였다. 놈들은 석권동무에게서 유격대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피눈이 되여 날뛰였다. 그러나 놈들은 인민과 유격대의 리익을 자기의 생명보다 더 귀중히 여기는 그의 입을 열게 할수는 없었다. 그는 감옥에서 유격대와 인민의 비밀을 고수하여 마지막순간까지 싸웠다. 그는 감옥에서 이렇게 노래하였다.
…연길감옥 갇힌 뒤에 몸은 여웨도
혁명으로 붉은 피야 어찌 식으랴…
그는 혁명의 붉은 심장을 안고 오직 인민과 유격대의 생명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혀를 끊고 장렬하게 자결하였다.
남편의 희생에 대한 소식을 들은 최숙동무는 울었다. 울다가 주먹을 부르쥔 그는 자기의 정치학습장에 《당신의 붉은 피가 내 가슴에서 끓는다. 끓는 피, 그 념원을 이어 나는 끝까지 싸우리라.》라고 썼었다.
최숙동무는 있는 정력을 다하여 군무생활과 보초임무수행에 헌신하였다. 그러나 보초근무에 경험이 없는 최숙동무여서 초기에는 많은 애로를 느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1933년 여름이였다. 어느날 밤 나와 최숙동무는 그 볼록한 산고지의 보초소에서 보초임무를 수행하고있었다. 캄캄한 밤이였다.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쿵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앞은 잘 보이지 않았다.
적개심에 불타는 최숙동무는 적들이 다가오는것으로 알고 지체없이 총을 추켜들었다. 그리고 소리나는쪽을 겨누어 격발기를 제끼려는것이였다.
나는 손짓으로 그를 급히 제지하면서 소리나는쪽을 향해 은밀히 기여갔다.
기여갈수록 그 소리는 점점 더 멀어졌다. 수풀속에 엎디여 잠시 더 동정을 살피던 나는 그냥 보초소로 돌아왔다. 이때 눈에 불을 켜고서있던 최숙동무는 빈손으로 돌아온 나를 보자 의아해 물었다.
《적을 놓치셨나요?》
비록 나직한 목소리였으나 참을수 없는 울분이 스며있는 말이였다.
《아니요.》
나는 《쿵쿵》하던 그 소리가 큰 짐승의 발자국소리였다고 대답했다.
이튿날 아침이였다. 보초소에서 좀 멀리 떨어진 산비탈에는 큰 짐승의 발자국들이 찍혀있었다.
이것을 발견한 최숙동무는 그제야 비로소 누그러졌고 마침내 무안해하면서 입을 열었다.
《큰 실수를 할번 했군요. 깊은 밤중에 총소리를 냈더라면 수많은 인민들과 유격대원들이 공연히 뛰여나와 산으로 오를번 했어요.》
이 솔직한 심정에 공감하면서 나는 그를 타일렀다.
《옳은 말이요. 동무의 높은 적개심은 나무랄데가 없으나 침착하고 예민한 보초가 되기 위해서는 더 배우고 노력해야 하겠소.》
그러자 무기를 손질하던 그는 고개를 숙인채 말이 없었다.
사실 보초가 한번 실수한다는것은 엄중한 비상사고로 되는것이다.
유격근거지인민들은 적들의 《토벌》을 피하여 산에 오를 때마다 모진 고통을 겪는것이였다.
더우기 늙은이들은 더하였고 그중에서도 아이어머니들이 겪는 고생이란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큰 짐승의 발자국소리에 놀란후부터 최숙동무는 보초소부근으로 싸다니는 온갖 짐승들의 발자국소리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각별한 주의를 돌렸다.
어느 겨울밤이였는데 이날도 최숙동무와 둘이서 보초를 서고있었다. 그런데 별안간 《버적버적》하는 소리를 들었다.
최숙동무는 소리나는쪽을 향해 《누구야!》하고 고함쳤다. 그러자 그 이상한 소리는 딱 멎고 물을 뿌린듯이 조용해졌다.
최숙동무는 그쪽에 대고 암호를 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무런 응대도 없이 묵묵한 어둠속에서 약간 움직이는 기척이 났다. 최숙동무가 재차 소리치자 급해맞은 그놈은 숲속을 가로질러 돌멩이를 굴리면서 냅다 뛰여가는것이였다. 최숙동무는 나를 흘끔 돌아보며 어이없이 웃을뿐 신호는 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에 이놈이 《토벌대》놈이라면 아무리 급해맞아도 장애물을 피해 달아날것인데 분별없이 잠목들을 막 쓸어눕히며 우둔하게 내뛰는것을 보아서 그것이 《토벌대》놈이 아니라 곰이라는것을 손쉽게 판단했던것이다. 최숙동무의 이러한 판단은 정확했다.
이렇게 하여 최숙동무는 보초대생활에 안목이 자라고 기민하게 되여갔으며 마침내는 우리처럼 여러 짐승들의 걸음소리도 정확히 판단해낼수 있게 되였다.
례를 들어 토끼는 외다리걸음이 아니라 《깡충깡충》 뛰기때문에 사람의 걸음과 분간된다. 토끼가 뛰여갈 때는 《삽삽》하는 소리가 나는것이 보통이다.
여우는 간사한 짐승이여서 몸이 어디에 다칠세라 살랑살랑 기여가기때문에 《솔락솔락》하는 소리가 난다. 노루걸음도 또한 구별되는 점이 많다. 이놈은 장애물을 살살 피해다니며 일정한 목표를 향해 가는듯 한 그런 조심스러운 소리를 낸다. 노루가 보통 지나갈 때에는 발쪽이 굳고 작기때문에 《딱딱》하고 마른 나무아지가 부러지는듯 한 소리가 난다.
곰은 발바닥이 넓고 크기때문에 사람의 걸음소리와 흡사하다. 이놈은 장애물을 피해다니지 않는다. 무릎이 낮고 그리고 머리도 낮으므로 수풀 같은것을 헤치는 소리가 《쏴ㅡ수악》하고 두가지로 들린다.
보초근무를 서려면 산새들의 온갖 울음소리에 대해서도 잘 분간할줄 알아야 했다.
《토벌대》놈들은 방울새의 울음소리, 뻐꾹새의 울음소리를 비롯하여 온갖 새의 울음소리를 내여 제놈들의 행동암호로 사용했다. 그런만큼 우리 보초병들은 반드시 산새들의 실지울음소리를 옳게 판단함으로써만이 놈들을 제때에 발견할수 있었던것이다.
때문에 보초병들에게 있어서 온갖 복잡한 정황속에서도 각종 징후들을 정확히 판단해낼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것이 대단히 중요했다.
우리가 보초를 서던 볼록고지 좌우켠에서는 북동과 남동쪽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매우 요란스러웠다. 합수촌사람들은 그 물소리에 귀가 멜 지경이라고까지 말들 했었다. 이런데다 며칠이고 비까지 쏟아져내릴 때면 더욱 각성을 높이고 긴장하게 근무를 서야 했다.
모든것이 물소리에 휘감겨들어가 아무리 눈을 바로 뜨고 귀를 도사려도 소용이 없었다. 그렇기때문에 이러한 환경에서는 보초병자신이 소란스러운 주위환경에 익숙되여야 하며 그런 기초우에서 각종 징후들을 구분하여 판단할줄 아는 능력을 소유함이 중요했다.
총을 틀어잡고 보초선에 나선 유격대원의 가슴속에 인민에 대한 뜨거운 사랑의 감정이 고동치는 한 그러한 능력은 충분히 소유할수 있었다.
최숙동무가 이렇듯 어렵고 복잡한 보초임무를 독자적으로 믿음직하게 수행할수 있게 된것은 그후 얼마만큼 지난 뒤였다. 그의 발전은 매우 빠른 편이였고 또 정확했다. 그에 대한 동지들의 사랑과 존경도 날로 더욱더 두터워갔다.
사실 그 당시 보초의 임무란 기여드는 적들을 제때에 발견하고 그것을 민첩하게 지휘부에 알리는데만 있는것은 아니다. 이와 동시에 불의에 나타난 적으로부터 유격대원들과 인민들을 보호하고 구출하기 위하여 적들을 기만유인하여 싸우는 그러한 대담하고 기민한 희생적인 투지와 행동이 요구되는것이다.
이런 점에서도 취숙동무는 믿음직한 보초의 한사람으로 되였던것이다.
어느날이였다. 《토벌대》놈들이 짙은 안개를 타고 볼록고지밑까지 밀려들어왔다. 그것을 발견한 최숙동무는 나에게 급히 알리면서 《저놈들을 유인해야겠어요. 인민들이 미처 산에 오르지 못할거예요.》라고 말을 하자마자 그는 적들이 밀려들어오는 산아래로 달려내려가는것이였다.
사실 놈들을 그 자리에서 유인하여 시간을 지연시키지 않는다면 유격대와 인민들은 위험에 빠질수 있었다.
그러나 젊은 녀대원에게 그 어려운 임무를 맡길수는 없었다.
나는 지체없이 다우쳐내려가며 최숙동무를 제지하려 하였다. 그런데 이때 벌써 최숙동무는 적들을 맞받아내려가며 《이놈들아! 여기로는 한걸음도 못들어온다!》하고 고함을 쳤다.
이때에는 나도 미처 어떻게 해야 좋을지 잠시 갈피를 잡기 어려울 지경이였다.
그대로 최숙동무를 따라내려가자니 지휘부에 련락을 할 사람이 없고 지휘부에 련락을 하느라면 최숙동무는 이미 적들에게 발견될게 아닌가.
그러나 나는 오래 생각할수 없었다.
최숙동무가 무사해줄것만을 바라면서 나는 다시 보초소로 달려올라와서 지휘부에 긴급신호를 보냈다.
그 다음에야 나는 적들의 동태를 살피면서 손에 작탄을 틀어쥐였다.
그러면서도 나는 최숙동무에 대한 불안한 생각을 금할수 없었다.
그러나 이때 최숙동무는 놈들의 주력을 볼록고지의 초소 좌측산비탈쪽으로 유인한후 그 주변에 굴설되여있는 토굴에 들어가 작탄묶음을 불무지속에 파묻고 뛰여나왔다. 그가 막 토굴에서 뛰쳐나오는데 이리떼 같은 놈들이 그의 뒤를 덮칠 기세로 달려들었다. 최숙동무는 전력을 다해 바위틈을 빠져 산턱을 톺아올랐다. 이 위기일발의 순간 《꽈르릉!》하고 작탄터지는 폭음이 산골짜기를 뒤흔들었다.
최숙동무를 추격하던 적들이 토굴주변에서 폭발하는 작탄에 맞고 녹아난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이에 지휘부에서는 인민들을 급히 대피시키는 한편 대원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하였다가 계속 기여드는 놈들을 모조리 때려잡았던것이다.
전투가 끝나기전부터 우리는 최숙동무를 찾았다. 그런데 전투가 끝난 뒤에도 그를 찾아낼수 없었다.
어떻게 되였을가?
안개도 걷히고 화약연기도 사라진 때여서 볼록고지초소에 올라서기만 하면 그 주변이 손금처럼 보이건만 그리고 산으로 피했던 인민들도 다 돌아오고 유격대동무들도 모두 있건만 단 한사람 최숙동무만이 보이지 않아서 모두 가슴을 조이며 찾아다녔다.
가는곳마다 적들의 시체가 너저분할뿐 그는 보이지 않았다.
최숙동무를 제지시키지 못한 내자신을 자책하면서 나는 지휘관에게 보고하기 위하여 다시 초소로 올라왔다. 천근같이 무거운 걸음으로 비탈을 톺아오르면서 최숙동무의 용감한 모습을 생각하던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그가 바로 작탄을 묻어놓고 달려나오던 토굴쪽을 내려다보았다.
이때였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산산이 부서져나간 토굴 한복판에서 무엇을 찾는지 허리를 구부리고있는 녀대원 하나가 보였다. 더 자세히 보니 작탄에 쓰러진 적들의 시체를 차굴리면서 놈들이 쓰던 총알을 모으고있었는데 그가 바로 최숙동무였던것이다.
《아, 저기 있었군. 그런걸 또…》나는 기뻐서 환성을 지르며 달려내려갔다.
《최숙동무, 어째 여기에 혼자 있었소?》하고 나는 그에게로 다가가며 이렇게 소리를 쳤다.
그러자 그는 얼른 돌아서며 《이제는 혼자서도 자신이 있어요.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여기를 떠날수 없어요.》하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그를 와락 그러안아주고싶은 충동을 겨우 참았다.
참으로 그는 나날이 미더운 보초로 자라나고있었다.
그때의 그 심정을 나는 지금도 그대로 표현할수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 말할수는 있다.
그가 가장 미워한것은 일제와 그의 주구들이였고, 그가 가장 사랑한것은 우리 혁명의 승리였으며 항일유격대의 영예였다.
때문에 그는 가장 솔직하고 용감했고 사랑스러운 동무였다.
인민과 군대의 생명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물불을 헤아리지 않고 싸운 최숙동무의 희생적인 투쟁정신은 우리 유격대원들의 가슴속에 오래오래 남아있었으며 보초대원의 모범으로 되였다.
《인민과 군대의 생명재산을 목숨으로 지킵시다.》
이 말은 우리 보초대들이 보초를 인계인수하면서 주고받던 가장 소중한 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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