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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푸른산악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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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558회 작성일 20-04-2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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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jpg

8

 

점심녘부터 들붓기 시작한 비는 시간이 갈수록 더 세차졌다.

겨끔내기로 천둥이 일고 번개가 번쩍였다. 이따금 비쳐드는 시퍼런 불빛에 방안은 눈부시게 환해졌다가는 어두워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앞상우에 펼쳐놓은 지도를 내려다보며 아무런 말씀도 움직임도 없으셨다.

최현에게는 무척 오랜 시간이 흐른듯싶었다. 가슴이 옥죄여들며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무정의 지도가 그이께 이처럼 큰 충격으로 될줄은 몰랐다.

문기척소리가 울렸다.

최현에게는 다행으로 여겨졌다.

황황히 들어서는 사람은 후방총국장이였다.

《가져왔소?》

그이의 눈가에 서렸던 고통어린 빛이 사라졌다.

《가져왔습니다. 원래의 옷호수는 〈4호 ㄴ〉인데 〈4호 ㅍ〉밖에 없어서-》

후방총국장은 말꼬리를 흐리며 옆구리에 끼고있던 종이퉁구리를 풀어헤쳤다.

그이께서는 한결 밝아지신 안색으로 장령군복상의를 펼쳐드시며 최현에게 묻는 눈길로 보냈다.

최현은 무정의 여윈 몸매를 생각했다.

《그것도 맞을겝니다.》

《견장은 없소?…》

그이께서는 후방총국장에게 다시 물으시였다.

《그건-》

《이제 가서 견장도 달고… 동무가 직접 무정동무에게 가져다주시오.》

《저… 군사칭호는 무엇으로-》

《그 동무의 군사칭호를 모르고있소?》

후방총국장은 흠칫하며 굳어졌다. 최현도 놀랐다.

《그 동문 지난날도 군인이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요. 》

그이께서는 격한 어조로 말씀하시고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계시다가 후방총국장을 보시였다.

《동문 나를 대신하여 간다고 생각하오.

가서는… 환자복이 아니라 이 장령복을 입으라고 하오.》

그이께서는 창문쪽을 보시다가 조용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나도 인차 가보겠소. 그 동무한테는… 예전의 기운을 되찾을 때 간다고 말해주오.》

그이께서는 앞상우의 지도에 얼핏 시선을 멈추셨다가 계속하시였다.

《그리고… 내가 오늘 그한테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힘도 얻고 고무도 받았다고 꼭 전해주오.》

그이의 음성은 갈리셨다.

최현은 가슴이 뭉클해서 입술을 깨물었다.

후방총국장이 나가자 방안엔 또다시 무거운 침묵이 깃들었다.

《앉소. 》

《장군님,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

최현은 그냥 서있었다.

그이께서도 더 이상 말씀하지 않으시였다. 또다시 무정의 지도를 보시다가 물으시였다.

《강성찬동무한테서 좀 들었소?》

《네, 장군님께서 허가이와 담화를 하실 때 최용건동지도 만났습니다.》

《그러니 긴 말은 필요없겠구만. 》

《장군님, 꼭 해내겠습니다.》

《동문 전선동부를 적의 주공방향으로 보는데 대해 달리 생각하는 점은 없소?》

《없습니다.

놈들로서야 대우산까지 타고앉으며 재미를 보았으니 더욱 승기가 나 덤벼들겠지요.》

《허허, 그건 또 다른 각도에서의 분석이군.》

김일성동지께서는 빙그레 웃으시였다. 최현의 단순한 대답속에서 병사들의 직감을 찾아보셨기때문이였다.

이 방에 들어와 처음 보게 되는 그이의 미소에 끌린 최현은 방금전에 떠오른 한가지 의문을 말씀드렸다.

《그런데 무정동무의 전선서부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이께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씀하신것까지 상기시키려다가 그만두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자신의 가슴속에 아프게 새겨지신 노란색화살표를 보시였다.

관례상 적의 공격표식은 푸른색화살표로 색인한다.

전선지휘관들인 경우 부호표식용색연필이 없을 땐 연필과 만년필을 쓰기도 하고 그것까지 없을 땐 손톱으로 긋기도 한다.

그러나 무정은 푸른색표식을 몰라서도 아니고 푸른색 색연필이 없어서 노란색을 택한것도 아닐것이다.

어디까지나 그것은 자기의 가상적인 예측에 불과하다는데서 그 색을 취했을것이다. 그런데 왜 그토록 그 노란색화살표가 그이의 가슴을 울리는가.

노란색은 리별의 상징이기도 하다. 물론 무정은 그것을 생각하지 않았을것이다. 그러면 지난날의 착오와 실패에 대한 회의감에서 그 색갈을 택했을것인가, 여느 사람의 경우라면 그냥 스쳐버릴 일이 하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그이께서는 최현의 얼굴에 송구스러운 빛이 어리는것을 보며 말씀을 떼시였다.

《무정동무는 나에게 적들의 작전기도가 얼마나 묘하게 잘 감춰졌는가를 알려준셈이요. 기만에 기만, 놈들로서는 성공한셈이지.》

그이께서는 마지막말씀을 혼자소리처럼 하시며 계속해 물으시였다.

《그런데 최현동무로서 볼 때 이번 싸움이 어떻게 될것 같습니까?》

《그게사 장군님께서 말씀하신것처럼 수월하진 않겠습지. 하지만 무모한 골받이질로 끝날겝니다.

1211고지와 그 근방의 산들은 산세가 험하고 천연림을 쓰고있는 곳이여서 19세기 산병선공격수법을 답습하는 놈들로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까?》

《네, 제가 언제 한번 장군님한테 거짓부리 장담을 한적이 있습니까.》

《지금 동무네 군단력량이 얼마입니까?》

최현은 저으기 의아한속에 그이를 쳐다보았다.

그이께서 모르실수가 없는것이다.

지금의 군단은 편제력량의 3분의 2밖에 못된다. 무장장비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포들은 수리요, 훈련이요 하는 명목으로 양덕골짜기에 들어가있고… 적후투쟁때부터 지금까지의 싸움에서 력량이 떨어져나가고 피로해진 사단과 련대들은 일반 무기와 탄약도 정량대로 갖춰놓지 못하고있다.

최현이 아무런 대답도 못드리자 그이께서는 《그럼 좀 상론해 봅시다.》라고 하시며 벽가에 걸린 대형작전지도에 다가가셨다. 가리개휘장을 벗기시자 적아의 대치선이 푸른색과 붉은색부호로 표시되여 있었고 일본과 멀리 괌도로부터 동서해까지 배비된 적함선 선단과 공군기지들이 검은색 모형으로 꽂혀있었다.

《최현동무도 알고있지만.》

그이께서 드신 지시봉이 괌도의 공군기지로부터 오끼나와와 7함대의 항공모함, 군산, 목포, 서울, 인천, 김포를 짚어나감과 함께 말씀이 계속되였다.

《이 모든 공군기지들에 있는 대부분의 비행대들이 미구하여 1211고지와 그 일대를 뒤덮고 초토화작전을 펼치게 되리라는것입니다. 그 경우 전선수송로들의 차단은 물론 동무가 믿고있는 천연림도 단 며칠사이에… 결단날것입니다.

현재의 전선동부에 집결된 적의 포만 해도 천여문 훨씬 넘는다고 합니다. 그 역시 초토화작전과 공격로개척에 인입될것입니다. 이렇게 놓고볼 때 동무는 말 그대로 불바다속에서 싸우게 됩니다. 그것도 한두번의 결전으로 끝나는 싸움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놈들은 일단 덤벼드는 경우 성공을 보든 등뼈가 부러지든 끝까지 해보려고 할것입니다.

그런데 동무네는 어떤 상태인가. 어저께 보고된 수자는 2만 2천입니다. 적은 10여만 그 뒤에 13만을 헤아립니다.》

최현은 그이의 긴장된 눈빛에서 번민을 느꼈다.

《장군님, 제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죽더라도 기어이.》

《죽어서는 못지킵니다. 》

그이께서는 묵묵히 최현을 보시다가 머리를 저으시였다.

《나는 그러지 않아도 동무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지어 무정동무처럼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고.》

《네?!-》

《그렇습니다. 동무가 죽는다 어쩐다 하는 소리가 그것이 아닙니까. 죽음에 대한 생각은 절망과 쌍둥이입니다. 무정동무의… 자포자기 역시 그때문에 생긴것입니다.》

《장군님, 이 최현이와 절망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의지 강한 사람들도 이겨내기 어려운 극한상황이라는것이 있지 않습니까. 동문 후퇴때 무정동무가 나의 명령서와 서신들을 거의나 받지 못한것을 알지요?》

《네. 들었습니다.》

《그 명령서와 서신들이 그에게 가닿았다면 무정동무에게는 큰 도움이 되였을것입니다. 그런데 나의 명령서와 서신을 가져간 련락군관들은 거의나 그에게 가닿지 못했을뿐아니라 돌아오지도 못했습니다. 후에 알고보면 실종되였거나 폭사 당했다는 보고뿐이였습니다.》

《장군님, 저는 언제 어데서도 장군님의 생각을 알아맞히고 장군님께서 어떤 말씀이 계셨으리라는걸 아는… 재간이 있습니다.》

《그래, 그럴테지요.》

그이께서는 싱긋이 웃으시였다.

《그럼 동무의 작전적결심을 위해 몇가지 의견을 주려고 합니다.》

잠시동안 지도를 바라보시던 그이께서는 륙각형색연필을 드시여 군단방어선의 량익을 토막쳐 그으시고 고개를 돌리시였다.

《이제부터 동무네 군단방어선을 고성고개로부터 851고지까지가 아니라 저 965고지로부터 오른쪽 석사리의 983. 1고지까지입니다.

그렇게 되면 동무네 방어전연길이는 28km가량 될것입니다. 이 경우 고성고개와 이어진 간무봉쪽은 3군단이 맡고 석사리의 오른쪽은 5군단이 맡게 될것입니다.》

최현은 깜짝 놀랐다. 군단방어계선이 3분의 2로 축소되는것이다.

《장군님, 지금도 그들의 담당구간은 우리보다 훨씬 많습니다.》

《지금은 다른 군단이 아니라 동무네 군단, 동무가 맡게 될 구간만 생각하시오. 앞으로 가서는 28km방어계선도 더 좁혀지게 될지 모릅니다.》

《더 좁혀진단 말씀입니까? 적들이 우리의 방어계획을 안다던가 단단히 얻어맞게 되면 작전을 바꿀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럴수도 있습니다. 나는 적들이 우리의 계획을 알게 되리라는것도 타산해보았습니다. 》

《그러면 위정 로출시키겠다는겝니까?》

《아니지요. 실지 그렇게 된다면 릿지웨이는 작전을 달리할것입니다. 조심스러운자이니 여러가지 의문속에 결국에는 동무식으로 정 반대의 판단을 내릴테이니까.

장기로 말하면 릿지웨이는 박보에 제딴의 수를 더한것으로 되는데 우리는 우리 식 박보에 우리 식 수를 더해 맞서는것으로 됩니다.

릿지웨이 역시 이것을 짐작하겠지만 종국에 가서는 우리가 지금까지의 박보와는 전혀 다른 우리 식 박보로 나오리라는것까지는 예측할수 없습니다. 우리 식 박보라는것은 동무의 장기법과 비슷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용히 웃으시였다. 최현의 장기수는 상대방의 수에 끌려드는것처럼 하면서 졸과 말로 한곳을 뚫고나가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이였다.

최현은 이처럼 어마어마한 《모험》을 놓고 웃으시는 그이의 모습에 또 한번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장군님, 제 수는 몇번 쓰고 나면 들장이 납니다. 4군단장 박정덕이는 저한테 두번인가 진 다음부터는 세번다시 지지 않았습니다.》

《놈들이 그것을 깨달을 때면 승부가 결정될것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정기어린 눈을 빛내이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일반적으로 볼 때 진지방어에서는 지형의 유리성을 최대한으로 리용하면서 매개 중대구역을 지탱점으로 원형방어화하며 종횡으로 련결된 참호체계를 갖추는것이 합리적입니다.

이번 1211고지방어는 이러한 참호체계의 방식을 보다 그 산지조건에 맞게 적용하되 매개 산봉우리와 릉선, 돌출부를 독립적지탱점으로 강화하고 원형방어와 다층방어를 할수 있게 진지와 력량배치를 꾸리고 골짜기와 도로를 완전히 우리 화력권속에 장악하여야 합니다.

동무가 더 잘 알겠지만 1211고지와 그 일대의 고지들은 크고작은 봉우리와 릉선, 돌출부들이 수없이 많음에 따라 중대, 소대는 물론 분대단위의 독립적인 지탱점을 형성하게 될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지탱점들은 교통호로 련결시키고 원형식, 삼각형식방어종심점을 대대, 련대식으로 꾸리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자면 그만큼 인원과 무기기재의 다대한 투입이 요구되는것이고 전투시에 소모되는 유생력량과 탄약, 무기의 즉시적인 지원이 동반되여야 하는것입니다.

이로부터 동무네 군단의 방어전선을 대폭 좁히게 되는것입니다. 이것은 제1선에 력량투입을 강화하기 위한것과 함께 종심을 깊게 하자는것이기도 합니다.》

《장군님, 그렇게 되문사 저의 군단은 일없지만 5군단과 류경수네의 전선이 휑해지면 적들이 그리고 쐐기쳐 들어올게 아니겠습니까?》

《그에 대해선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는 전선서부의 6군단을 동무네 지역으로 이동시키기로 하였습니다. 6군단은 동무네 군단의 보충력량으로 1211고지방위를 맡게 됨과 동시에 전선동부군단들의 예비대이기도 합니다.》

《네?!-》

최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장군님, 그건 모험입니다. 저희들이 잘 싸울테니 6군단 기동만은 취소시켜 주십시오.》

《최현동무, 동무가 이번 기동을 모험으로 본다면 나는 일생 모험을 한셈입니다.》

최현은 흠칫했다.

그이께서는 서늘한 눈길로 지도를 보시다가 말씀을 떼시였다.

《최현동무, 나는 이번 싸움을 지금까지의 나의 경험과 지혜를 전부해서 맞받아나가는셈입니다. 동무는 나를 믿지요?》

《장군님! 그 무슨 말씀을.》

《그럼 믿어주시오.》

최현은 가슴이 쩌릿해져 아무 말씀도 드릴수 없었다. 6군단 기동이라는 어마어마한 사변적인 일은 마치나 장군님께서 자기와의 친분관계때문에 조처하신것처럼 여겨져 울먹거려졌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동안 바깥의 비소리에 귀기울이시다가 말씀하시였다.

《최현동무,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 전쟁에서 이번 싸움처럼 가렬처절한 싸움은 없을것이라는것입니다. 도박에 비하여 량편 다 자기의 마지막밑천까지 쏟아붓는 싸움이며 미국식과 우리 식 전법의 대결이기도 합니다.

모름지기 동무네 전선고지들은 옛 모습을 찾을수 없게 될것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입술을 꽉 깨무시다가 말씀하시였다.

《전사들을 잘 보살펴주시오. 훌훌 떠다니며 싸울 때보다 한자리에 붙박혀 싸울 땐 하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이럴 때 제일 그리운것이 정이지요. 육친과 또 우리들의 사랑과 믿음이 그리울것이고… 부모처자들과 조국을 생각하는 마음이 자기를 지켜내는 큰 힘으로 될것입니다. 내가 동무를, 동무가 나를 위하고 믿듯이… 우리에게는 이것이 제일 위력한 무기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지도앞에서 돌아서시였다.

《이번 가는 길에 양덕에 꼭 들려보시오. 일체 포들을 전방에 내보내게 지시를 주었는데도 여러가지 구실로 아직도 적잖은 포들이 있다는것 같습니다. 중포들은 운반이 어렵고 수송도중 폭격에 잃을수 있다거니 또 무슨 수리불량이요, 부속부족이요 하며… 가서 보고 웬만한것들은 다 전선에 내가게끔 해야겠습니다. 그에 해당된 포탄들은 다 마련되고있으니 포탄이 없어 둬둔다는 소리들도 받아들이지 마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군단에 도착하면 황영학동무의 련대에서 박격포소대장을 하고있는 김철규라는 동무를 만나보시오. 그가 이번에 새로운 보급로를 개척하게 되고 소나 말을 가지고 운반시간을 측정하게 되여있습니다.》

《소잔등에 박격포를 싣고갔다는 동무말입니까.》

《그렇습니다.

48년도 법동에 갔을 때 만나본 열성농민의 아들인데 양덕까지는 본래길로 가고 그 다음부터는 법동, 마전쪽의 산길로 해서 1211고지까지 가게 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계속하여 그런 산길들이 새롭게 개척되는 경우 박격포만 아니라 일반 군수품과 식량도 소와 등짐에 의한 대대적인 운반을 하게 하련다는것과 국영농목장의 소들에 한해서는 되돌려보내지 말고 전사들의 급식용으로 할데 대하여 말씀하시였다.

최현은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그이께서 이번 작전을 놓고 얼마나 깊이 마음 쓰시는가를 더욱 새삼스럽게 느꼈던것이다.

《그런데 황영학동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기로 하셨습니까. 여러가지 말들이 많던데.》

최현에게는 이 역시 하나의 커다란 시름거리였다. 황영숙이도 뭔가 알고있는것 같다는 말까지 하려다가 속이 찔끔해 입을 다물었다.

그이의 안색이 눈에 뜨이게 흐려지셨던것이다.

《동문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그이께서는 되물으시였다.

최현은 숱진 눈섭을 내리깔며 힘겹게 말을 떼였다.

《두루 알아보니… 별을 다 뗀다 해도 할 말은 없을겁니다. 》

《그에 대해선 동무가 가서 구체적으로 알아본 다음 결심하시오.

그러되 목을 떼는 놀음엔 말려들지 마오. 그 동무문제엔 애매한 점이 많소. 하여튼 가서 잘 알아보고 처리하오. 난 그를 믿소. 웬만해서는 헤덤비는 사람이 아니지.》

《그렇습니다. 그가 이번 싸움에서 한몫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동무에게 제일 어려운것을 맡겨야 하겠소. 지금 동무네 군단에서 첫째로 할 일은 방어시설구축이요. 아까도 말했지만 견고한 참호와 은페부를 갖추는 이것이 급선무요.

땅을 파들어가는 일이라고 할가. 동문 61사 14련대가 사명산방어전을 어떻게 했는지 알고있지요?》

《네, 두더쥐굴 같은것을 파서 전호와 련결시킨겝니다. 그때문에 우리측에서의 희생은 거의 없었습니다.》

《바로 그거요. 한데 그런 일은 다들 싫어하거든.

한번 잘 연구하고 해보오. 황영학의 성미엔 맨손으로도 뚜져낼것입니다.》

최현은 이때에 하신 그이의 가르치심이 어떤 의의를 가지고있는가를 아직 채 몰랐다.

이날 저녁 최현은 그이께서 주신 약함과 정황지도를 받아안은채 전선길로 떠나갔고 그가 출발한지 얼마후 김일성동지께서도 전선서부의 4군단을 찾아 억수 퍼붓는 밤길에 나서시였다.

그이께서는 자신의 출발과 목적지에 대하여 총참모부는 물론 내각과 당중앙위원회의 해당 부서에까지 알게 하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종래의 경험으로부터 박정덕군단장을 만나러가시는 자신의 움직임이 적들에게 알려지리라는것을 타산했고 또 그것을 바라기도 하시였다.

전선서부에 관심하시는 그이를 두고 릿지웨이가 쾌재를 올리게끔 하시려는데 그 목적의 하나가 있었고 주요하게는 최대한의 은밀성속에 진행될 6군단의 기동을 은페시키기 위해 4군단의 일부 부대들을 전선서남방향으로 움직이게 하시려는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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