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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계승자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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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8,380회 작성일 20-08-0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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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승용차가 눈덮인 나지막한 언덕길을 넘어서자 군데군데 눈이 녹아 검은 흙이 드러난 낯익은 벌판이 나졌다.

옥천벌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스답판에서 발을 떼여 속도를 늦추시였다.

벌가운데를 가로질러 뻗어간 두봉천밭뚝 멀리로 말잔등처럼 펑퍼짐한 야산들가운데 조금 키를 돋군 두봉산이 보인다.

그 산기슭에 옥천마을이 자리잡고있다.

지붕과 벽체가 하얀 아담한 집들이 그이를 반기는듯싶다.

가을에 북방의 바쁘신 실무지도길을 떠나면서 얼핏 들리시고 인차 다시 온다는것이 이렇게 몇달이 지났다. 지금도 시간을 넉넉히 내지 못하시였지만 농촌의 당사업과 함께 그새 변화된 사로청사업실태가 어떤지 알고싶으시였다.

동해안지방의 주요공장, 기업소들과 지방당, 정권기관들의 사업을 지도하고 귀로에 오르신 그이이시였다.

평양에 가서 저녁 7시에 소집한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도당책임비서들의 협의회를 지도해야 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향륜을 느슨히 잡으시고 차를 아주 천천히 모시였다.

차창밖으로 조용히 흘러오는 옥천땅의 눈내린 풍경이 그이의 마음을 류다른 감회에 싸이게 하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두봉천으로 흘러드는 얼어붙은 개울에 건너지른 작은 콩크리트다리앞에서 차를 멈추시였다.

수령님을 모시고 이곳에 처음 왔던 일이 삼삼히 떠오르신다. 장마에 불어난 시뻘건 흙탕물이 사품치며 흐르는 개울의 나무다리, 낡은 베잠뱅이를 입고 호기있게 소를 타고 개울을 건너오던 젊은 유성칠, 베잠뱅이가 흙탕물에 흠뻑 젖어가지고도 입에서 막걸리냄새를 물씬 풍기며 즐겁게 롱질을 하던 푸수한 성격의 유성칠이 개울가 어디에 서있는듯만싶다. 진흙탕이 마르지 않은 질척질척한 달구지길로 수령님과 함께 걸어가던 유성칠, 두봉산마루에 쟁반달이 떠올라 가을걷이 끝낸 벌을 고요히 비치던 밤, 달구지길 량켠 보뚝의 풀숲속에는 보라빛들국화와 쑥꽃이 달빛에 물들어 은회색구름송이가 내려앉은듯 담담히 피여있던것이 생각나신다.

아득히 흘러간 유년시절의 일이건만 어제일처럼 가슴을 파고드는것으로 하여 그이께서는 좀처럼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시였다. 한참만에야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히 차를 멈추고있음을 깨달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묵묵히 승용차를 몰아 개울다리를 건너 마을쪽으로 향하시였다.

유년시절 자신의 마음속에 땅과 낟알의 향취와 농촌생활의 풍미를 안겨준 실농군관리위원장, 수령님의 농촌친구로 한생을 벌에서 살며 수령님의 가르침대로 낟알을 가꾸고 농민들의 생활을 유족하게 하려고 애쓰며 뙤약볕에 꺼멓게 얼굴이 타고 소금땀을 흘리던 유성칠은 이제 더는 옥천벌에 없다.

자신께서 그가 이렇게 그리울진데 수령님의 마음이야 어떠하시겠는가. 오죽 가슴아프시면 이 지방에 지나다닐 때마다 그렇게도 자주 들리시던 옥천마을에 못 가시고 먼길을 에돌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유성칠관리위원장이 비록 죽었지만 한생에 그를 불태운 실농군의 정신과 마음만은 이 옥천벌에 살아있기를 바라마지 않으시였다.

그래서 자신께서는 수령님을 대신해서 옥천땅에 또 찾아오신것이다. 광복직후부터 우리 당의 농업정책을 받들어온 오랜 농촌혁명가의 고귀한 유산이 어쩐지 그의 죽음과 함께 잊어지고 흐트러지는것 같아 걱정되시는것이였다.

농장청년들을 가을걷이에 동원시킬 생각은 않고 문건이나 들고다니던 리사로청위원장, 유성칠관리위원장이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구해놓은 버드나무모를 내버려두어 가책을 느끼던 리당비서의 면구해하는 얼굴이 떠오르며 그이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그이께서는 마을로 갈라지는 길목에 차를 세우고 내리시였다.

수령님께서는 늘 이곳에 차를 세우시였다. 그러면 푸른 논벌에서 농장원들과 같이 김을 매던 유성칠관리위원장이 기뻐서 가장자리가 다슬은 헌 밀짚모자를 벗어들고 미끄러운 논뚝길을 정신없이 달려오군 하였다.

그러나 지금 그이를 맞이하는 사람은 없다.

멀리 두봉천방뚝길로 거름실은 뜨락또르한대가 퉁탕거리며 달려갈뿐 눈덮인 옥천벌은 조용하다. 아마도 농장원들은 벼탈곡을 하던가 벼짚나래를 틀지 않으면 마을오래에서 거름을 장만하는지도 모른다.

문득 그이께서는 동구길량켠에 줄지어 심은 버드나무가 눈에 띄우시였다.

그이께서는 대뜸 리당비서가 유성칠이 마련했던 마른 버드나무가지대신 심은것이라고 짐작되시였다. 자신의 충고를 들은 그가 가을식수계절을 놓치지 않고 제때에 심은것 같았다. 줄기가 팔목만큼씩 큰것으로 심었으니 몇해어간이면 가지가 늘어지고 시원한 그늘이 길게 덮일수 있을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에 올라 발동을 거시였다. 석비레를 깔아 반반히 다져놓은 길로 마을에 가지 말고 농장벌을 한바퀴 돌며 거름낸 정형이랑 농사차비를 돌아볼 생각이시였다.

그이께서는 승용차를 뜨락또르바퀴에 패이고 눈이 녹아 얼어붙은 울퉁불퉁한 포전길로 천천히 몰아가시였다. 승용차는 좌우로 심하게 들추었다. 포전길을 끊고 지나간 실개울을 건널 때는 뒤바퀴가 반나마 얼음물에 잠겨 한참 부르릉거리며 헛돌다가야 빠져나왔다.

시창앞으로 보이는 두봉천기슭의 좁은 뚝길에 뜨락또르 한대가 발동이 멎어있었다. 거름을 부리고 오다가 고장난것 같았다.

뜨락또르옆에 피워놓은 고깔불은 꺼지고 한가닥 연기만이 바람에 날렸다. 개털모자를 눌러쓰고 기름때묻은 헌솜옷을 입은 뜨락또르운전수가 시동돌리개를 힘차게 돌리더니 다시금 기관머리에 올라가 무슨 부속품덩이를 떼여가지고 고깔불에 손을 녹이며 들여다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승용차에서 내려 뜨락또르운전수한테로 가시였다. 그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듯 기름때묻은 손으로 나사돌리개를 열심히 돌려 볼트를 풀었다.

《고압뽐프가 고장난게구만.》

김정일동지께서 다정히 말을 건네시였으나 뜨락또르운전수는 고압뽐프를 배에 꽉 그러안고 볼트를 푸는데만 열중했다. 뒤통수에 얹었던 개털모자가 수그린 머리에서 점점 내려와 앞이마와 눈덕을 덮었다. 뜨락또르운전수는 신고끝에 나사를 풀고 고압뽐프뚜껑을 열어젖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주변에서 마른나무가지를 주어다 고깔불에 얹으시였다. 불길이 확 살아올랐다.

《치차가 고장나지는 않았구만.》

그이께서 고깔불옆에 쪼크리고앉아 들여다보시자 뜨락또르운전수는 손등으로 이마에 덮인 개털모자를 쑥 올리밀며 고개를 들었다.

순간 그는 놀래서 고압뽐프를 손에서 떨어뜨렸다. 반가움의 탄성이 터졌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준오동무구만! 여기서 만나다니!》

김정일동지께서는 기뻐하시였다. 개털모자를 써서 나이많은 사람으로 짐작하시였다.

개털모자를 벗어든 준오가 황급히 일어나 인사를 올리며 미처 알아뵙지 못한것을 사죄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너그럽게 웃으시며 준오의 팔을 잡아 불가에 앉히시였다. 고집스레 둔덕진 이마, 검은 자위가 많은 눈, 두툼한 입술새에 엿보이는 큰 대문이, 약간 굽은 어깨… 어느모로 보나 아버지 유성칠을 닮았다.

《그새 잘있었소? 어머니랑 무고하시고? 난 준오를 만나려고 마을로 가던 길이요.》

준오는 목구멍에서 쇠소리가 나도록 뜨거운것을 삼켰다. 눈물방울이 언볼을 주르르 미끄러져내렸다.

《다 큰 청년이 울긴… 그래 어데가 고장인지 모르겠소? 고압뽐프를 이리 주오.》

《지도자동지, 손이 덞습니다.》

《괜찮소, 괜찮아. 내 고압뽐프내막은 좀 아오.》

그이께서는 고압뽐프를 받아들고 작은 치차축을 손으로 돌려보시였다.

《제대로 동작하는구만. 축도 치차도 일없소.》

《그런데 기관에 달면 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고압뽐프의 기름량을 줄이는게 어떨가? 뚜껑을 닫고 기름변의 나사를 좀 조이자구.》

그이께서 준오의 조력을 받아가며 고압뽐프를 조립하시였다. 그이의 손은 온통 기름때로 어지러워졌다.

《자, 이젠 기관에 붙여보자구.》

그이께서는 고압뽐프를 기름걸레로 닦아 준오에게 넘겨주시였다.

준오는 말잔등에라도 올라타듯 뜨락또르바퀴에 훌쩍 뛰여올라 고압뽐프를 달기 시작했다.

《덤비지 말구 천천히 하라구. 그러다 스파나에 손을 상하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뜨락또르기관에 허리를 굽히고 고압뽐프를 잡아주시였다.

준오는 날쌔게 조립을 끝내고 바퀴에서 내렸다.

《그럼 발동을 걸어볼가? 마그네트를 안달아도 되나?》

그이께서 물으시자 준오는 《아차》하고 손으로 개털모자의 뒤통수를 쳤다.

준오는 기관뚜껑에 놓았던 마그네트를 집어 기화기에 달았다.

그이께서는 빙그레 웃으며 물으시였다.

《이젠 발동 걸 준비가 다 됐소?》

《예.》

《준오가 시동돌리개를 돌리라구. 고압뽐프의 조절변은 내가 잡아주겠소.》

그이의 말씀에 준오는 신이 나서 시동돌리개를 끼워넣고 세차게 돌렸다. 서너번만에 뜨락또르는 탕탕탕 하고 발동이 걸렸다. 준오는 너무 좋아서 탄성을 질렀다.

김정일동지께서 뜨락또르기관뚜껑을 닫아주고 기름걸레로 어지러워진 손을 문대시였다.

《뜨락또르를 몬다고 해서 운전수라고 할수 없소. 뜨락또르운전수는 기관부분품들의 구조에 정통하고 평상시에 기술관리를 잘해야 하오.》

《알겠습니다.》

《그럼 어서 포전에 가서 거름을 부리오. 난 준오네 집에 가서 어머니를 만나보겠소.》

그이께서는 운전칸에 올라앉은 준오가 뜨락또르를 씽하니 몰고 포전길로 달려가는것을 대견한 눈길로 지켜보시였다.

얼마후 김정일동지께서는 막돌담장을 알뜰하게 쌓은 유성칠관리위원장의 집 정지간에서 준오의 어머니와 마주앉으시였다.

아래방, 웃방해서 세칸짜리집이였다. 알른거리는 장판방에는 재봉기도 있고 텔레비죤도 있었다. 이불장과 옷장, 널침상이 있는 웃방도 정갈하였다.

대여섯마리의 울긋불긋한 토종닭들이 오락가락하는 마당 저쪽헛간옆에 있는 돌배나무가지에서 까치 한마리가 울어댔다.

그이의 인정깊은 위로의 말씀이 끝난지 오래건만 장판바닥에 두손을 붙이고앉은 준오의 어머니는 흐느낌을 멈추지 못했다. 샘처럼 솟구치는 눈물이 오십고개턱에 이른 농촌녀인의 거칠한 볼의 살갗에 머물지 못하고 장판에 떨어지군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자코 정지간의 한면벽을 거의나 채운 사진틀에 눈길을 보내시였다.

유성칠관리위원장이 농업대회에서 수령님을 모시고 찍은 두상의 길다란 사진액틀이 량쪽에 걸려있고 복판에는 그가 여름날 마을길어구에서 수령님을 모시고 찍은 사진이 있었다.

채양전이 넓은 말총모자를 쓰신 수령님께서는 무릎도리가 불거진 바지에 깃이 쭈그러든 혼방직상의를 입은 유성칠의 팔을 끼시고 환히 웃고계시였다. 농사작황이 좋고 벌에 나와 농촌친구를 만나니 한량없이 기쁘신 모양이시였다. 재작년 여름에 찍으신 사진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금수산의사당에 가셨을 때 수령님께서 그 사진을 내보이시며 걱정하시던 일이 생생히 떠오르시였다. 자신께서는 병색이 짙은 유성칠을 만나니 논에서 벼가 도열병에 걸리지 않고 잘 자란다는 말에도 기쁘지 않았다고, 그렇지만 유성칠이 우울해할가봐, 그를 기쁘게 해주느라고 웃으시였다고 무겁게 말씀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구해서 옆구리에 두손을 붙이고 구부정해 서있는 사진의 유성칠에게서 련민의 시선을 떼지 못하시였다. 땅처럼 말이 없고 근면하고 성실한 유성칠이 어찌하여 그런 병에 걸려 수령님의 바다처럼 깊은 인정세계속에 농촌친구로 오래 살지 못했는가.

《준오어머니… 인젠 그만 우시고 저와 이야기나 나눕시다.》

그이의 목소리는 갈리시였다. 말은 그렇게 하셨지만 자신의 가슴속에서도 슬픔과 괴로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시였다.

녀인도 서둘러 옷자락으로 눈물을 훔치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제 슬퍼서… 우는게 아닙니다. 준오아버지는 생전에 하늘같은 수령님의 사랑을 안고 지내왔는데… 이렇게… 지도자동지께서 오셨으니… 너무 기뻐 웁니다.》

《장판구들이… 참 뜨뜻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으로 방바닥의 여러곳을 짚어보시였다.

《준오어머니, 생각나십니까? 48년 가을말입니다.》

《생각나구말구요.》

《그때 어머니네집 노전구들이 뜨끈뜨끈했지요. 난 뭣 모르고 아래목에 앉았다가 너무 뜨거워서…》

《수령님의 무릎에 올라앉으셨지요.》

《다 기억하시누만요.》

《부끄럽습니다. 전 그때 새색시라는게 집을 잘 거두지 못해서… 흙매질을 설치게 하다보니 구들짬에서 매운 연기가 새여나오고 집안이랑 루추했지요.》

《그때 농촌집살림형편이야 다 그랬지요. 난 지금도 어머니네 집에서 맡았던 알싸하면서도 구수한 내내를 잊지 않고있습니다. 어머니가 몽당치마를 입고 수줍어하면서 차려온 갓김치의 쩡한 맛과 달큰한 떡호박맛은 일생토록 기억할것입니다.》

녀인은 감격해서 어쩔바를 모르며 옷자락으로 눈물만 훔치더니 움쭉 일어났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조금만 앉아계셔주십시오.》

《왜 그러십니까?》

《제 이제 부엌에 가서…》

《아, 어머니. 그러지 마십시오.》

《옛날엔 너무 푸대접을 해드려서 두고두고 속에서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오셨는데 오늘저녁은 닭이라도 한마리 잡아서…》

《준오어머니, 고맙습니다. 어머니의 그 마음을 제가 알면 되지 않습니까. 난 시간이 없어 인차 가야 합니다.》

그이께서 너무 만류하시니 녀인은 안타까와 선자리에서 두손만 주물렀다.

《지도자동지께 뭐든지 대접해드려야 속이 풀리겠는데… 참 돌배라도 가져올가요.》

《돌배가 아직 있습니까?》

《예, 서리를 맞혀 찬물에 담근겁니다.》

녀인은 급히 헛간의 움에 가서 모랭이에 돌배를 담아 들고왔다.

《이거 돌배가 노란게 먹음직하구만요.》

김정일동지께서는 기뻐하시며 돌배 한알을 집어 냄새를 맡아보시였다.

《향기가 대단하구만요. 마당의 돌배나무에서 딴거겠지요?》

《예, 저 돌배나무는 옛날 농막집울안에 있던걸 이 문화주택에 이사하면서 떠옮겼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언젠가 저한테 유성칠관리위원장네 집에서 돌배잡수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여러해 잘되였습니다. 지금처럼 눈이 푹 내린 날이였는데… 수령님께서는 저 퇴마루에 앉으시여 돌배를 잡수시며 준오아버지와 새해농사문제를 의논하셨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녀인의 말에 머리를 끄덕이시고 돌배를 잡숴보시였다.

《속살이 말큰한게 목안에 슬슬 넘어갑니다.》

그이께서 소탈히 웃으시며 두번째 돌배알을 집어드시자 녀인의 주름잡힌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여났다. 기쁨의 눈물이 볼언저리로 주르르 흘러내렸다.

《어머니, 내 아까 오면서 준오를 만났는데… 개털모자를 벗었을 때 보니까 그전에 소를 타고 개울을 건느던 젊은 유성칠위원장을 꼭 닮았습니다.》

《그 녀석이 자라면서 제 아버지를 더 닮아갑니다.》

《준오가 몇살입니까?》

《스물여섯입니다.》

《래년에 들어가선 장가를 보내십시오. 맘씨 고운 며느리를 맞아 손자라도 보면 어머니도 적적하지 않으실테고…》

김정일동지께서는 녀인의 얼굴에 비껴 지나가는 그늘을 띄여보시였다. 어째서 녀인이 아들의 밝은 장래를 두고 기뻐하기는커녕 도리여 침울해지는지 까닭을 알수 없으시였다.

《저번때 준오가 말하던데 송아라는 처녀말입니다.》

《리당비서의 딸이지요.》

녀인은 쓸쓸히 뇌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준오하구 자별한 사이같던데…》

《송아는 우리 애와…》

녀인은 한숨을 쉬고 띠염띠염 말을 이었다.

《그 처녀는 도시로 시집을 갑니다. 우리 애와 그렇게 좋아하는걸… 송아어머니가 도당 어느 일군의 며느리로 보내려고 하지요… 우리 앤 리당비서네 집 앞길에 뜨락또르를 세워놓고 들어가서… 땅을 뚜진다고… 농촌사람이라고 숙보지 말라고… 대판 싸움을 했습니다. 제가 달려가서 그 앨 잡아끌었습니다. 너 정 그러면 내 목매죽겠다고… 네 아버지혼이 옥천벌중천에서 구슬피 우는걸 보자구 이러는가고 통곡을 했더니…》

녀인은 소리내여 울음을 터쳤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오르시여 녀인의 손을 꼭 잡고 진정시켜주지 못해 애쓰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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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고개를 숙이고 설음을 삼키는 녀인의 관자노리에서 희끗희끗 센 머리오리가 가늘게 떨리고 수모와 멸시를 당한 울분이 녀인의 손에서 그이의 손으로, 심장의 아픔으로 마쳐오는것이였다.

자기가 애지중지 키운 딸을 제 마음에 드는 총각한테 시집보내는것은 그 누구도 간섭하지 못할 부모의 권리이다. 인륜대사가 어찌하여 한쪽에서는 기쁨을 누리고 다른쪽에서는 슬픔이 응어리지는가. 이것이 그저 사랑을 빼앗긴 청년과 딸을 제 마음대로 처분하는 부모와 대결한 농촌마을에서 있을수 있는 세태적이고 불미스러운 륜리문제인가. 농촌사람이라고 숙보지 말라고? 그래 옳다. 그 말은 준오의 심장에서 튀여나왔다. 그들의 싸움은 단순히 사랑의 권리와 개별적사람들의 욕망에 관한 인간륜리문제가 아니라 농사와 농민을 어느만큼 진심으로 대하는가 하는 심각한 의미를 내포하는 사상정치적문제이며 젊은 세대가 농촌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는가 하는 계급진지문제인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준오의 어머니에게 별로 도움이 될 위로의 말을 해주지 못한것으로 하여 퍼그나 괴로운 마음을 안고 집을 나서시였다.

그이께서는 두봉천뚝기슭으로 뻗은 포전길에서 승용차를 멈추시였다.

깃에 두툼한 털을 댄 누런 다후다직솜옷을 입고 검은 털모자를 쓴 사람이 미끄러운 눈길을 황급히 마주 달려오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사람이 차옆에 이르러 털모자를 벗고 인사를 할 때에야 리당비서임을 알아보시고 차문을 열고 내리시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오신줄을 미처 알지 못해서…》

《괜찮습니다. 지나가다 얼핏 들렸습니다.》

그이께서는 벙어리털장갑에서 빼낸 리당비서의 따뜻한 손을 잡아주시였다. 농사일에 치여나서인지 마디진 손이였다. 실농군의 숨길수 없는 표적인 이런 험한 손과 찬바람에 트고 볕에 끄슬은 누르거뭇한 얼굴을 보느라니 방금전까지 이 사람에 대해 품었던 분노와 경멸의 감정이 좀 누그러지시였다. 리당비서는 농촌당일군이기전에 보통 아버지일텐데 딸을 도시청년한테 시집 보내고싶은, 또 그럴만 한 사연이 없지 않을것이다.

《날씨가 추운데 모자를 쓰십시오.》

벌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이의 반외투자락을 날리였다.

리당비서는 그이의 무거운 낯빛에서 무언가 불안을 느꼈는지 손으로 반쯤 벗어진 이마를 게면쩍게 쓸어넘겼을뿐 털모자를 쓰지 못했다. 숱이 적은 머리는 그나마 털모자에 눌려 정수리에 납작 붙었는데 염색을 한지 오래서 희검은색, 불색, 흰오리가 볼품없이 뒤섞였다. 서리가 내린 본래의 희고 깨끗한 머리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가공한 머리보다 자연스럽고 미감상에도 퍽 좋았을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당비서가 송구해서 겨우 머리에 모자를 올려놓자 저으기 부드러운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리당비서동무, 오면서 보니 저기… 동구길에 버드나무를 심었더구만요.》

《예, 저번때 가을에 지적을 하셔서… 제가 준오랑 마을청년들을 데리고 두봉산기슭에 가서 뿌리채 떠왔습니다.》

《줄기가 실한 버드나무들을 떠오기 잘했습니다. 봄부터는 인차 잎이 피구 여름쯤되면 가지가 무성해지겠습니다.》

리당비서는 활기를 띠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말씀대로 유성칠동무의 묘를 저기 두봉산 양지바른 릉선에 옮겼습니다.》

그이께서는 리당비서가 가리키는 눈덮인 두봉산쪽을 오래도록 바라보시였다. 저녁해의 쌀쌀한 여광이 릉선의 눈을 물들이고있었다. 거리가 멀어 눈에 묻힌 봉분은 알아볼수 없었다.

그이께서는 눈보라가 조금씩 이는 두봉산중턱에서 눈길을 떼지 못한채 나직이 뇌이시였다.

《잘했습니다. 고인의 유언대로 그렇게 해줘야지요. 인제는 유성칠관리위원장이 수령님께서 지나다니시는 저 큰 길을 볼수 있게 되였습니다. 한생토록 자기 피땀을 바친 옥천벌에서 농사일이 어떻게 되여가는지, 마을이 어떻게 변모되여가는지… 유성칠관리위원장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두봉산에서 내려다보겠다고 했지요.》

《예, 그랬습니다. 유성칠동무는 농장벌두… 마을두… 살붙이처럼 소중히 여겼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당비서의 주눅이 든 감회와 진심이 배인 말이 공감되여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리당비서동무, 난 다른 어느 협동농장보다 옥천마을농민들이 유성칠동무처럼 고향땅을 사랑하고 당의 농업정책을 받드는 열망이 강하다고 봅니다.》

《과분한 말씀입니다.》

《그런데 일부 농민들속에는 저렇게 번듯한 문화주택을 지어놓고 살림살이가 걱정없이 되였다고 농사일에 권태와 싫증을 느낀 사람들이 더러 있지 않습니까?》

저으기 긴장한 낯빛으로 서있던 리당비서는 그이께서 뭔가 아신다고 생각했는지 머리를 숙였다.

《저…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만 해도… 우리 마을이 살기 좋은데도… 집사람이 딸애를 도시에 시집보내자는걸 승낙했더랬습니다. 준오두 절 비난하구… 마을의 실농군들이 하는 말을 듣고서는 가책이 컸습니다.》

《그래서요?》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동무가 그렇게 마음을 바로잡았다니 나도 기쁩니다. 아무러면 리당비서동무도 근본이 실농군이 아닙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저력있는 음성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난 농민들속에서 도시를 동경하고 도시생활을 부러워하는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도시와 농촌간의 차이, 로동계급과 농민간의 계급적차이가 남아있습니다. 우리 당은 그것을 줄이고 아주 없애기 위해 사상, 기술, 문화혁명을 벌려 농촌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고 투쟁하고있습니다. 내가 류의하는건 유성칠동무와 같이 오래동안 농촌혁명을 해온 세대들속에서 자기 자녀들을 농촌에 두려 하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입니다. 털어놓고 말해서 이것은 자기가 사는 농촌을 도시 부럽지 않게 꾸리기 싫으며 자기 자녀들만이라도 농사일을 시키지 않겠다는 리기적인 근성에서 출발한것이라고 보아야 할것입니다.》

리당비서는 얼어붙은듯 서있었다.

저녁해가 산마루에 떨어지면서 추위는 심해졌다.

멀리 두암산골짜기에서 불어치는 바람이 옥천벌을 핥으며 눈보라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얀 눈가루가 길옆의 마른 새초와 쑥덤불에 들씌워지고 그이의 바지가랭이에 부딪쳐 흩어져내렸다.

《우리 나라 농촌에서 오래동안 당의 농업정책을 받들어온 실농군세대도 인제는 50대, 60대를 넘어섰습니다. 농촌의 계급진지를 누구한테 넘겨줘야 하겠습니까? 리당비서동무네 실농군세대는 마땅히 자기 자녀들에게 농촌혁명의 바통을 넘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이께서는 반외투주머니에 손을 찌르신채 준절히 말씀하시였다.

《세대교체가 일어나고있는 오늘날 농촌에서 계급진지를 튼튼히 꾸리는것은 농촌당사업의 기본문제중의 하나입니다. 자기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농민들보고는 자녀들을 고향땅에 뿌리내리게 하라고 말하는것은 농촌당일군의 극심한 관료주의표현입니다. 대를 이어 농사일을 할 마음이 없으면서 어떻게 농민들의 사상혁명에 대해 말할 권리가 있겠습니까.》

고개를 숙인 리당비서의 입에서 허연 김이 뿜어나왔다.

두봉산기슭에서 뜨락또르 한대가 속력을 놓아 달려왔다. 섶나무단을 실은 적재함우에는 청년들이 한가득 타고있었다.

저만치에서 제동걸린 뜨락또르의 작은 바퀴가 눈길에 미끄러지며 멎어서고 운전칸에서 개털모자를 쓴 준오가 서둘러 내렸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적재함우에 탔던 청년들도 부르짖으며 뛰여내려 달려왔다.

준오가 개털모자를 이마우로 밀어올리고 그이의 손을 부둥켜잡았다.

《전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떠나가셨으면 어쩌나 하고 내내 맘을 조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준오의 어깨를 두드려주시고 니탄흙냄새가 물씬물씬 풍기는 마을청년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였다.

《나는 준오네가 지금쯤 뜨락또르를 타고 마을에 돌아오지 않을가 하고 기다리던중입니다.》

《빨리 올수 있었는데 준오동무가 덤벼치며 몰다가 개울창에 뒤바퀴가 뭉청 빠졌습니다. 적재함도 기울고…》

털모자대신 목에 누런 털실로 뜬 두툼한 목도리를 감은 청년이 흰 덧이를 드러내며 쾌활히 말씀올렸다. 준오가 눈을 흘기며 급히 그의 팔소매를 잡아당겼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음을 지으시였다.

《큰일날번 했구만. 어디 다치지는 않았습니까?》

《일없습니다. 적재함이 천천히 기우는걸 보구 뒤집어지는가 해서 다들 날쌔게 뛰여내렸습니다.》

《동무도 뜨락또르운전수요?》

그이께서 물으시자 목도리감은 청년은 벌씬 웃었다.

《아닙니다. 그렇지만 뜨락또르 몰줄은 압니다.》

리당비서가 그이의 곁에 다가와 말씀올렸다.

《이 동무는 새로 임명된 리사로청위원장입니다.》

《아, 그렇소! 아주 젊은 동무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기뻐하시며 청년을 뜯어보시였다.

《리사로청위원장이 된지 한달가량 됐겠구만.》

《그렇습니다.》

《전에는 뭘했습니까?》

《농장원이였습니다. 3작업반에서 초급단체위원장을 했습니다.》

《그럼 지금은 농장원, 농민이 아닌가?》

그이께서는 빙그레 웃음을 지으시였다.

《리사로청위원장을 무슨 큰 벼슬자리로 여기고 틀을 차려서는 안됩니다. 리사로청위원장도 마음속근본은 농민, 실농군입니다. 지난 가을에 왔을 때 보니까 이전 리사로청위원장이 옷을 쭉 빼입구서 군사로청에 문건이나 들고다니면서 틀을 차리던데… 동무는 내 맘에 드는구만. 농촌청년간부티가 나지 않는게 좋구만.》

리사로청위원장의 순박한 얼굴이 익은 감처럼 붉어졌다.

리당비서가 나직이 설명을 드렸다.

《군당에서 임명할 때는 걱정이 많았는데 정작 리사로청사업을 맡겨보니 얼마나 패기있게 잘하는지 모릅니다. 농장에서 퇴비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니까 리사로청위원장동무가 준오랑 데리구 두암산골짜기를 뒤져서 옛날 묵은 늪자리에서 수백t이나 되는 니탄을 찾아냈습니다.》

《그걸 이렇게 농장청년들을 동원해서 파오고있구만. 아주 잘합니다. 농촌의 사로청사업은 바로 그렇게 격식을 차리지 말고 실정에 맞게 참신하게 해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의 왼편에는 준오를 세우고 오른편에는 리사로청위원장을 세우고 벌판쪽으로 몇걸음 옮기시였다. 농장원청년들이 그이의 뒤에 둘러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눈덮인 벌판과 과일나무들이 있는 두봉산기슭에 줄지어선 문화주택들을 둘러보시였다. 옥천땅의 새 세대 청년들속에 서계시니 조금전의 무거운 기분은 삽시에 날려가버리고 농장의 앞날에 대한 믿음으로 하여 마음이 든든해짐을 느끼시였다.

《사로청위원장동무, 난 동무들, 옥천마을청년들이 주인이 되여 래년도 농사차비에 열정을 바치고있는것을 보니 정말 기쁩니다.

수령님께서 이 마을에 처음 오신 때로부터 거의나 30년세월이 흘러갔습니다. 그동안 동무들의 부모들은 수령님의 농업정책을 받들어 지주들의 토지를 몰수하여 세기적인 숙망을 달성했고, 식량증산으로 전쟁승리에 이바지했습니다. 농촌에서 착취적근성을 완전히 청산하고 사회주의농업협동화를 실현한것도 동무들 부모들세대의 공로입니다. 내 좀전에 리당비서동무한테도 말했지만 인제는 동무들 청년들이 실농군세대인 부모들한테서 농촌혁명의 바통을 넘겨받았습니다. 부모들이 척박하던 옥천땅을 피땀을 들여 기름지게 가꾸었고 두봉산에는 과수원을 꾸려놓았습니다. 대대로 물려오던 초가집들을 헐어버리고 문화주택들을 줄비하게 지어놓고 알곡분배를 넉넉히 받아 풍족히 살게 되였지만 농촌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준오와 사로청위원장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고 주위에 모여선 청년들을 둘러보시였다.

《수령님께서는 벌써 십년전에 농촌문제를 종국적으로 해결하시기 위해 <우리 나라 사회주의농촌문제에 관한 테제>를 내놓으시였습니다. 그때 서재에서 집필중에 계시던 수령님께서는 나에게 사회주의농촌문제에 관한 테제는 우리 청년들을 믿고 쓴다고 신심에 차서 말씀하시였습니다. 동무들 농촌청년들은 수령님의 이 크나큰 믿음과 기대를 잊지 말고 사회주의농촌테제의 철저한 옹호자, 적극적인 관철자가 되여야 합니다. 농촌에는 정말 할 일이 많습니다. 동무들은 무엇보다도 이 옥천마을에 뿌리를 내리고 기술혁명을 해야 합니다. 동무들의 부모들은 아직 힘든 일에서 해방되지 못하였습니다. 기술혁명을 해야 농업생산력을 빨리 발전시킬수 있으며 사회주의농촌경리를 공고히 할수 있습니다. 농촌기술혁명은 오늘날 농촌에서 대를 이은 주인들인 동무들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리사로청위원장동무도 뜨락또르를 몰줄 안다고 했는데 농촌청년들은 그렇게 한가지이상의 현대적농기계들을 다룰줄 알고 기술을 소유해야 농촌경리의 기계화를 빨리 실현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까 고압뽐프를 고치는 준오를 보니 자기가 모는 뜨락또르의 기관구조에 정통한것 같지 못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으로 뒤더수기를 슬슬 만지는 준오를 보시며 너그럽게 웃으시였다.

《리사로청위원장동무, 청년들속에서 학습은 어떤걸 하고있습니까?》

《혁명력사와 당정책학습을 하고있고…》

《기술학습은 하지 않습니까?》

《그건… 우에서 내려온 사상사업계획에 반영되여있지 않습니다.》

《기술학습같은건 계획서에 지적해줄걸 바라지 말고 농장자체실정에 맞게 해야 합니다.

사로청원들을 농촌기술혁명의 주인으로 키우는것은 농촌사로청조직이 항구적으로 틀어쥐고나가야 할 과업입니다. 정치학습과 함께 기술학습을 강화해야 새 세대 농촌청년으로서의 풍모를 당당히 갖추어나갈수 있습니다. 기술을 알아야 창의고안운동을 벌려 새로운 농기계도 만들고 고장난 뜨락또르와 농기계들을 제손으로 척척 수리할수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사로청위원장이 수첩을 꺼내여 연필로 또박또박 적는것을 지켜보시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새 세대 농촌청년들은 꾸준히 배워서 선진영농지식을 습득해야 합니다. 농민들은 원래 보수성이 강하기때문에 새것을 잘 받아들이려하지 않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일부 협동농장들에서 낡은 경험을 고집하면서 계속 뒤떨어진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게 탈이라고 걱정하시였습니다. 농촌기술혁명은 낡고 보수적인것과의 투쟁을 통해서만 실현될수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새것에 민감하고 진취성이 강한 청년들이 농업과학의 성과와 선진영농기술을 배우고 받아들이는데서 선봉적역할을 해야 합니다. 리사로청위원장동무, 그렇게 할수 있습니까?》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사로청위원장뿐아니라 준오와 둘러선 농촌청년들이 목소리를 합친 그 힘찬 대답에 만족하시여 머리를 끄덕이시고 승용차 있는쪽으로 걸어가시였다.

그이께서는 농장청년들의 손을 힘있게 잡아주시고 차에 오르시였다.

《농사를 잘 지으시오. 봄에 오지 못하면 여름에라도 꼭 다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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