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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의 사상과 정책론] 전쟁과 평화협정, 대북 적대정책 존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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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1,183회 작성일 24-02-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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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의 사상과 정책론] 전쟁과 평화협정, 대북 적대정책 존폐에 달렸다

결국 모든 이야기는 대북 적대정책 폐기로 돌아간다. 북이 원하는 것은 한반도 전쟁위기의 근원문제를 제거하는 데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대북 적대정책이 완전히 종식된 평화로운 새로운 한반도와 동북아 체제로 보인다.

북은 더 이상 조국통일을 명분으로 전쟁하지 않겠다고 한다. 한국과 조선 사이에 전쟁이 발생하면 이제는 그 성격도 통일전쟁이 아니라, 적대국에 대한 괴멸, 수복전쟁이 되었다. 적대국의 적대정책이 초래하는 충돌과 반격으로 전쟁이 시작되어 국가병합과 혁명적 대사변으로 귀결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충돌의 명분과 원인, 경로는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무력통일과 유사한 결말로 볼 수 있다.

현재 전쟁을 피하는 유일한 길은, 대한민국과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바로 폐기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조선-한국, 조선-미국, 조선-일본 관계를 여는 길뿐이다.


저자: 이정훈.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위원


목차

1. 조선로동당 정책변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2. 북(조선), 새로운 유형의 현상타개 전략을 시도하다
3. 대북 적대정책 폐기, 한반도 평화관계의 가능성
4. 일본 기시다 총리, 대북 적대정책을 전환할 수 있나?
5. 전쟁이냐, 평화냐, 공은 다시 미국에



1. 조선로동당 정책변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2024년 1월 조선로동당의 통일, 대남정책 변경 이후, 한반도 전쟁 가능성과 차후의 남북관계(한국-조선)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한 논평이 다양하다. 1945년 해방 이후 근 80년 만에 전환되는 충격적인 북의 대남 정책변화에 대해 한국 진보와 통일운동 진영의 관심도 매우 높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은 주로 진보진영 일부의 관심일 뿐, 한국주류언론과 여야 정치권의 태도는 마치 한국과 한국 국민은 이 전쟁 위기의 당사자가 아닌 듯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한국 정부는 관계 부처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며 여전히 북(조선)의 진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전협정과 전쟁 당사자인 미국은 북이 주도하는 정책변화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그 의도와 진의를 분주하게 파악하고 있으나, 미국 역시 해왔던 대로 기존 외교 수사의 변죽만 울릴 뿐 이렇다 할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충돌이 우려되는 되는 군사 접경지역의 한국군 군사훈련을 통제하고, 놀란 개가 조건반사로 더 크게 짖듯 한반도 주변에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의 횟수와 강도를 높이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틈을 파고드는 나라가 있으니 일본이다. 일본은 스스로 한반도 전쟁문제에 끼어들어 대북 적대정책 후방 군사기지를 자처하며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해왔다. 한미일 3국이 같은 목소리를 내도 모자랄 시기에, 일본이 조선과의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운을 띄우는 배경은 무엇일까?

조선로동당 정책변화의 이유와 본질을 바로 파악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 본질이 무엇이며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도가 무엇인지 다시 추론해 보자. 국민들의 평화 염원에도 불구하고 한반도는 종국적으로 전쟁과 점령을 통해 하나의 나라로 병합될 운명인가? 과연 남북관계는 적대관계를 끝내고 평화적이며 정상적 국가 간 관계로 전환할 수 있을 지 살펴보자.


2. 북(조선), 새로운 유형의 현상타개 전략을 시도하다

북의 대남정책의 변화는 근 80년 대남사업에 대한 냉정한 총평가에 기초하고 있다. 미국에 예속된 남한정부와는 (평화)통일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속국 대한민국의 흡수통일 정책과 북정권 괴멸 전략의 중지를 기대하는 것도 착오라는 평가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부) 족속을 더 이상 같은 동족으로 보지 않으며, 동족으로 대하던 모든 정책(대남, 통일정책)을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다. * 필자의 칼럼(북, 남북통일에서 국가병합 전략으로 전환하다)을 참조바람.

북의 대남 인식이 2023년 12월 말 조선로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기점으로 완전히 전변되면서 북의 통일 정책 자체가 폐기되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은 대한민국(남조선)을 기존과 다른 시각에서 보고 있다. 물론 이는 북이 ‘주체의 민족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남한 동포가 새로운 어떤 다른 민족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동족이 아닌 기이한 괴뢰 족속들이 대표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동족인 전체 ‘인민’을 분리해 보고 있다. 즉 대한민국 정부를 교전 중인 적국 정부로만 규정하고 있다.

현재 새로운 판단과 정책으로 남북관계와 주변국 관계에 근본적 변화를 추동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북(조선)이다. 그렇다면 북의 변화된 정책의 목적과 의도는 무엇일까? 북의 정책변화가 의미하는 것이 남과 북이라는 적대적 ‘2개 국가 유지’라는 ‘현상유지’ 정책이 아니라는 점은 명확하다. 북(조선)의 정책은 역으로 적대적 남북관계를 ‘종결’하려는 초강경 ‘현상타개’전략으로 판단된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현상유지의 내용에는 아래 2가지 의미가 있다. ‘전쟁상태’유지와 ‘분단상태’유지이다.

1) 남북이 다른 나라로 영구분리 되는 것 (1민족 2국가, 분단상태 유지)
2) 남북의 전쟁상태와 적대관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 (교전 중인 적대관계, 전쟁상태 유지)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의 하나인 ‘2개 한국 정책’의 목적이 바로 ‘현상유지’ 정책이다. 여기에 병행해 미국은 대북 적대정책인 북 정권붕괴 정책(침략병합, 흡수통일)을 무려 근 80년간 집요하게 실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의 기본은 평화도 전쟁도 아닌 만성적 한반도 전쟁위기 체제인 ‘전시체제+분단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이 북이 제안하는 평화협정을 한사코 거부하는 것은 그것이 위 현상유지 전략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분단과 전쟁상태를 근원적으로 없애는 현상타개 전략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차례로 가능성을 추론해 보자.

가) 남북 정부가 연합하여 평화적으로 연방제 통일을 이루는 것 (통일국가 건설, 1민족 1국가)
나) 대한민국과 조선이 전쟁을 통해 국가병합에 이르는 것 (승전국 1국가로 흡수병합)
다) 남. 북. 미가 전쟁상태를 종결하고 평화협정을 맺고 상호 정상적 국가관계 수립으로 전환하는 것(조-미 수교, 한국-조선 관계 정상화)

첫 번째 ‘가)의 경로’는 우리가 잘 아는 북의 평화통일 전략이다. 이것을 이번에 폐기한다고 북이 선언한 것이다. 지난시기 조국통일이 북 최고의 지상과제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안에서 다시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결코 원치 않았다. 북의 기존 ‘통일대전’의 개념도, 통일 공격전이 아니라 상대가 침략할 경우의 반격전에 한정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북은 평화통일을 위해서나 북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서도 전쟁을 막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보았다. 북의 핵무력 증강 정책의 1차적 사명이 자위력, 전쟁 억제력이란 표현이 그것이었다. 2021년 10월 김정은 위원장의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는 개념도 여기로부터 흘러나왔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압도적 위력으로 갱신되는 불가항력적인 첨단 핵무력으로 전쟁 자체를 막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모든 대남정책이 바뀌었다. 북은 이제 ‘나)’와 ‘다)’의 경로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은 이번 조선로동당 전원회의 이전에 두 번째 ‘나)’의 경로를 상정하거나 공표한 적이 없다. 이유는 80년 동안 한 번도 남한(남조선)을 타국이나 동포가 아닌 어떤 것으로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의 경로도 북이 직접 공표한 적은 없으며 이는 필자의 추론이다. 그 가능성 역시 낙관할 수 없는 희망 사항이지만 그럼에도 ‘다)’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좀 더 추론해 보자.

[사진출처: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사진출처: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3. 대북 적대정책 폐기, 한반도 평화관계의 가능성

북(조선)이 한국과의 관계에서 동족과 통일개념을 지움으로써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다른 경로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 경로들의 주목적은 현상타개이며, 구체적으로는 남북통일(분단체제)로부터 한반도 ‘전쟁문제의 근원 우선 해결’(전시체제 종결)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새로운 경로들의 당면 목표는 ‘한반도 전시체제의 종결’로 보인다. 이것이 대한민국에 주는 충격은 한반도 통일 못지않게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변화에는 북이 한국과의 평화통일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전제되어있다. 또 한미의 대북 적대정책이 산생하는 항시적 한반도 전쟁위기가 재연되는 한, 북 사회주의 전면적 건설과 조선과 한국을 포함하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관계와 평화환경 자체가 보장될 수 없다는 판단도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전략변화에는 남한의 전반적 자주통일역량의 정체나 후퇴에도 불구하고 북의 군사력과 주체역량이 비약한 조건과 미국이 추락하는 국제정세가 반영되어 있다.

여하간 현재 남북이 합의한 모든 남북관계 합의는 파기되어, 남북관계를 규정하는 문서는 1953년 미국과 조선, 중국이 합의한 정전협정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북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인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로 선언했으므로 조선-한국 관계라는 용어가 새로 등장했고 종래 ‘북남관계’라는 용어는 북에서 사라질 것이다.

남북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타국 관계이며, 한국-조선이 전쟁 중인 적대적 교전관계라면, 이 관계에서 예상할 수 있는 미래의 한국-조선 관계는 다음 3가지이다. 이를 하나씩 살펴보자.

1) 교류가 완전히 차단된 적대적 2국 교전관계 (필연적 전쟁 발생)
2) 평화협정으로 적대적 관계가 해소된 2국 평화관계 (평화협정 후 정상적 교류관계)
3) 전쟁으로 하나의 나라로 병합된 1국 체제 (1국가로 흡수병합)

첫 번째 ‘1)’의 경우는 2024년 이후 새로 규정된 한국-조선 관계이다. 이것이 이전의 적대적 남북관계와 현상은 같지만, 본질적 성격이 다른 점은 북(조선)이 남(한국)을 이중적으로 보던 시각(통일대상+적)에서 이제는 교전 중 적국으로만 본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적대행위가 있을 경우, 북이 전쟁을 피하려는 노력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며 ‘까딱하면’ 남을 평정, 수복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현재와 같이 남북 간 아무런 군사적 합의와 충돌 방지를 위한 완충장치가 사라진 상태에서, 기존 한미가 해오던 대북적대정책 유지는 필연적으로 100% 군사적 충돌과 전쟁을 부르게 된다는 점이다. 즉 과거와 다르게 앞으로 한미의 대북 적대정책의 유지는 바로 전쟁 발생을 의미한다. 따라서 과거와 다르게 이러한 상태가 오래 유지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화국정권의 붕괴를 꾀하고 흡수통일을 꿈꾸는 한국괴뢰들과의 형식상의 대화나 협력 따위에 힘써야 했던 비현실적인 질곡을 주동적으로 털어버리였으며 명명백백한 적대국으로 규제한데 기초하여 까딱하면 언제든 치고 괴멸시킬 수 있는 합법성을 가지고 더 강력한 군사력을 키우고…….” (김정은, 2월8일 국방성 축하방문 연설)

두 번째 ‘2)’ 번 경로는 현재 새롭게 조성된 핵전쟁 위기와 심각한 상황변화를 냉정히 인식하고, 필연적으로 전쟁을 부르는 상호 적대정책과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는 방도를 찾는 경로이다. 이른바 전쟁 위기 속에서 평화협상을 통한 조선-한국-미국 3국 평화 관계 형성이다.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문제는 현실에서 이 경로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처럼 어렵다는 점이다. 여기서 관건은 미국의 ‘조건 없는’ 대북 적대정책폐기와 이어지는 평화협정 문제다. 조-미 평화협정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하는 것은 필연이다. 주한미군이 대북 적대정책의 상징이자 물리적 실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조건이 없다’는 말은 미국이 과거와 같은 북 비핵화를 더 이상 거론치 않고 조선과 수교한다는 의미이다. 북이 헌법에 핵 보유와 핵무력 증강 정책을 못 박은 마당에 북을 비핵화 하는 것은 협상하지 말자거나 전쟁하자는 이야기와 동일하게 되었다. 비핵화 협상이나 북의 핵동결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난 조미정상회담이 마지막 기회였다. 미국은 좋은 기회를 놓쳤다. 현재 북의 핵 의지와 핵무력 증강은 역진불가 상태이다. 이것은 미국이나 중국을 보고 핵 동결하고 비핵화하라는 말처럼 현실성이 없게 되었다. 북 비핵화는 이제 조-미 간의 협상의제로 불가능하다.

이 경로가 바람직함에도 매우 어렵다고 보는 이유는 미국의 이러한 ‘조건 없는’ 대북 적대정책 폐기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은 이 기회에 무모한 대북 군사적 모험주의적 정책을 더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역사상 ‘제국주의가 스스로 물러선 경우가 없다’는 말이 명언인 이유일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의 대북 적대정책을 열거하면 끝이 없다. 미국이 포기할 수 있는 대표적 대북 적대정책을 간단히 열거해보자. 가) 북 수뇌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계획, 북 핵 선제타격과 점령계획(작계 5015), 나) 북정권 붕괴 유도와 대비 작전계획 (작계 5026, 5028, 5029, 5030 등), 다) 위 작전계획을 연습하는 연례적 한. 미 연합 군사훈련. 각종 한. 미. 일 연합 해상, 공중 군사훈련, 라) 미국의 핵전략자산 상시 전개, 마) 다국적 해상 군사훈련, 전쟁대비 UN 사령부 정비강화, 바) 다종의 대북 경제 제재, UN을 통한 제재, 사) 주한미군, 한국 국가보안법, 북영토 관련 대한민국 헌법 등이다.

그러면 만약 미국이 조건 없이 대북 적대정책 폐기에 응한다면 얻게 되는 이득은 무엇일까? 미국도 얻게 되는 것이 분명히 있다. 74년 계속된 조선과의 전쟁 종료로 조-미 핵전쟁 위험이 제거된 것이 하나일 것이다. 유례없는 미국본토의 핵전쟁 안보 위기와 세계적 핵확산 위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의 정책변화로 예상되는 한국-조선 전쟁의 결과로 한국을 완전히 잃게 될 가능성, 즉 조선으로 대한민국이 병합되는 위험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조선의 전쟁이 발생하면, 전략전술 핵무력의 집중 사용을 공언하는 조선에 대응할 방도가 뚜렷이 없다. 한 마디로 그것은 피해야 할 전쟁이지 대응할 수준의 전쟁이 이미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할 수 있는 말은 ‘북한 정권 종말’이라는 외교적 수사뿐이다. 미국은 조선-한국 전쟁이 미국이 개입할 여지와 경황없이 조선의 승리로 종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에 원자탄 투하 경험이 있지만, 이는 비핵국가에 대한 일방적 핵무기 사용이었다. 미국은 만약에 있을 수 있는 러시아, 중국과의 전쟁도 쌍방 핵무력을 사용하는 전쟁은 상정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대만전쟁에서 러시아나 중국이 전술핵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것은 미국과의 핵전쟁 확전 가능성 때문이다. 그런데 코리아 전쟁은 지구상 유일하게 조선과 미국 모두 개전 시작부터 핵전쟁을 전제로 하며 이를 기정사실로 하는 특이하고 위험천만한 전쟁이다.

미국이 북의 정책 변경에 대해 놀라고 경계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북의 통일정책 폐기이다. 북의 통일정책과 동족정책으로 미국이 대한민국의 존립을 걱정할 이유는 크게 없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북의 동족정책과 평화통일 정책 때문에 남북 전쟁 가능성은 줄었고, 설사 남북 간 충돌이 발생해도 동족 간 전면전을 원치 않는 북과 일정 선에서 통제할 수 있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지금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한민국이라는 완충지대는 사라졌으며, 상호 적대 정책이 초래하는 한국-조선 전쟁 발생은 시간문제로 변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bbc news 코리아]

[사진출처: BBC NEWS 코리아]

4. 일본 기시다 총리, 대북 적대정책을 전환할 수 있나?

동북아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이 시기에 일본은 왜 한미일 합동 대북 적대 전선에서 이탈하여 조선과 정상회담을 하려는 것일까? 이것은 일본의 독자적 돌출행동인가? 미묘한 시기에 일본 기시다 총리가 집요하게 조선에 제안하는 일본-조선 정상회담 요청은 미국의 용인과 배후 의도가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현재 조선과의 어떤 외교적 접촉도 없다. 지난 조-미 협상 실패 이후 조선이 ‘협상을 위한 협상’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은 미국이 응할 수 있는 협상을 미국의 조건 없이 대북 적대정책 폐기를 결심할 경우로만 한정하고 있다. 남한의 윤석열 정부는 대북 완화정책 카드로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중.러는 조선과 공조하여 움직인다. 한마디로 동북아에서 미국의 대북 외교공간이 완전히 사라졌다.

여기에 일본이 끼어들고 있다. 일본은 조-미 관계와 남북 관계가 완화될 때, 이에 편승해 2002년, 2004년 김정일-고이즈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당시 조선-일본 간에는 조-일 국교 정상화 방안, 일본인 납치피해자 귀국 문제, 북핵과 미사일 문제 등이 논의 되었으나 조-미 관계가 핵문제로 악화되자 일본 측 무성의로 성과 없이 실패로 끝났다.

일본은 북핵을 명분으로 미국을 등에 업고 다시 군사 대국의 야망을 거의 실현한 나라이다. 일본 우익의 오랜 숙원인, 전범국 일본을 벗어나 ‘보통국가’(=전쟁 가능한 나라)를 명분으로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목표를 거의 목전에 두고 있다. 오늘날 일본 자위대는 더 이상 자위대가 아니라 선제공격 가능한 세계 4위의 정상군대로 변모했다. 그 첫 교전의 대상은 불행하게도 다시 대북 전쟁이며 한반도 전쟁이다.

일본이 북과의 정상회담에 나서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미국 패권의 추락을 보완하며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실현하는데 성공하였으나, 끝나지 않은 조-미 전쟁의 양상과 승패가 기대하던 바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의 핵무력 완성을 저지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북 비핵화도 완전히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선과 한국의 전쟁이 발생하면 한미일 동맹과 미국의 결정에 따라 일본이 자동개입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일본은 조선의 핵무력 타격의 주 대상이기 때문이다. 일본에 산재한 미 해군, 공군기지는 전시에 무조건 조선의 핵 타격 대상에 포함된다. 이것은 한반도 전쟁이 다시 일본의 핵 참화와 국가의 명운을 건 전쟁으로까지 악화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조선과 일본의 정상회담이 열리고 조-일 수교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는 미국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국이 조-일 수교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미국이 조선과도 수교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신호임을 의미할 수 있다.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의 한 축이 사라진다는 의미는 동북아 정세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조선은 이러한 일본의 시도에 대해 현재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일본을 활용한 미국의 ‘협상을 위한 협상’의 새로운 대리 형태이며, 시간 끌기 전술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조선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일본이 가능치도 않은 핵문제, 납치 문제를 더 이상 들고 나오지 않고 전향적 태도로 임한다면 이를 거부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조선이 먼저 나서서 북일 수교를 할 이유도 없지만, 만약 기시다 총리가 전향적 태도로 조-일 관계 정상화를 원한다면 북이 그를 막을 이유도 없다는 뜻이다. 일본의 태도 여하에 따라 조-일 정상회담은 열려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것이 바로 조-일 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그 가능성 역시 일본의 대북 적대정책에 대한 태도에 달려있다. 그것이 김여정 부부장의 최근 대일 담화 요지로 보인다.

[사진출처: rt]

[사진출처: RT]


5. 전쟁이냐, 평화냐, 공은 다시 미국에

결국 모든 이야기는 대북 적대정책 폐기로 돌아간다. 북이 원하는 것은 한반도 전쟁위기의 근원문제를 제거하는 데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대북 적대정책이 완전히 종식된 평화로운 새로운 한반도와 동북아 체제로 보인다.

북은 더 이상 조국통일을 명분으로 전쟁하지 않겠다고 한다. 한국과 조선 사이에 전쟁이 발생하면 이제는 그 성격도 통일전쟁이 아니라, 적대국에 대한 괴멸, 수복전쟁이 되었다. 적대국의 적대정책이 초래하는 충돌과 반격으로 전쟁이 시작되어 국가병합과 혁명적 대사변으로 귀결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충돌의 명분과 원인, 경로는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무력통일과 유사한 결말로 볼 수 있다.

현재 전쟁을 피하는 유일한 길은, 대한민국과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바로 폐기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조선-한국, 조선-미국, 조선-일본 관계를 여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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