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에 들어서니 서서히 남북미의 셈법이 드러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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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로 접어들면서 절박한 우리 민족문제를 애워싼 정치 환경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암울했던 지난 2년을 생각하면, 거기에 코로나 대재앙 까지 가세해서 별로 희망을 기대하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미국에선 정권이 교체돼 바이든 시대가 열렸고, 만고의 고약한 장사꾼인 트럼프가 2번째 탄핵이라는 더러운 명예를 안고 역사의 뒷켠으로 사라졌다. 임기 1년 조금 더 남겨놓은 문 대통령은 신년사와 기자회견을 통해 민족문제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8차 당대회에서 '총비서'의 칭호가 수여됐고, 그는 총화 보고에서 대남, 대미 발언을 했다.
민족문제에 관한 한 남북에서는 셈법이 거의 공개됐으나 미국의 새정부의 것은 별로 알려진 게 없다. 허나 최근 브링컨의 국무장관 청문회와 백악관 대변인 등의 입에서 흘러나온 자료를 종합하면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김 총비서는 남북간 합의된 선언들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하고, 첨단군사정비 도입과 한미합동훈련 중단이 남북 관계 발전의 시금석이라고 말했다. 남북 간 합의된 제반 사항 속에 남북 군사합의도 포함됐기에 따로 떼어내서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다른 어떤 약속 보다 군사합의 사항 위반은 북측으로선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고 용납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봐야 될 것이다.
대미 발언에서는 '강 대 강'을 그리고 '선 대 선'이라는 표현으로 문제는 미국 태도 여하에 달렸다고 보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대화를 하려면 먼저 대북적대정책 폐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북측은 미국의 정체와 본질은 변치 않는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은 '정면돌파전'이라고 했다. 여기서 잊어선 안될 사항은 김 총비서가 대남, 대미 대화의 문을 걸어잠금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활짝 열려있으니 합의 사항을 지키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측의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싱가포르 조미선언> 틀 위에서 북미 대화를 시작하기를 원하는 걸로 짐작된다. 북측의 대남, 대미 접근법에 대해 사실상 시비꺼리는 없다. 초지일관 일관되게 정책을 밀고 나갈 뿐 아니라 정확한 제안을 해왔고 대응해왔다는 점에서 나무랄 게 없다.
문 대통령은 새해에 남북, 북미 관계가 크게 발전하도록 중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문 대통령의 남북 교류 협력에 대한 의지와 결의는 역대 어느 대통령 보다 굳건하고 확실하다고 평가해도 지나치진 않을 것 같다. 최근 외교장관을 교체한 것은 미국 신행정부와 새로운 접근법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을 언제 어데서던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빈손으로는 만남 자체도 어렵겠지만, 성과도 없을 게 뻔하지 않겠는가. 남북, 북미 관계를 좌우할 '한미합동훈련'에 대해 '연례적 방어적'이라는 표현을 썼고 '필요하다면 남북군사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발언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
미국의 대한반도정책이 아직 수면위로 떠오르질 않아 정확하진 않으나 여러 경로를 통해 나타난 걸 종합하면 대충 그림이 나온다. 브링컨은 국무장관 의회청문회에서 대북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면서 주변 동맹들과 협의를 거치겠다고 했다. 그는 이란 핵합의를 다자틀을 통해 성공시켰던 경험을 가진 인물로 북핵문제도 다자틀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CVID란 실제로 불가능한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는 점과 적어도 북측이나 중국측이 주장하는 [단계적 동시적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적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제재를 당장 풀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융통성이 발휘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전임자와 차별화가 될 것 같다.
이상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전반적 흐름은 비관 보다 오히려 긍정적면이 더 많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갑론을박 해봐야 시간낭비이고 결론은 딱 하나다. "우리가 우리 민족문제의 주인이고 우리가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이 불변의 원칙이라는 철저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개성공단을 재개하겠다고 나서야 한다. 당장 잃어버린 '작통권'을 회수 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미국의 눈치를 그만보고 자주성을 갖추면 만사가 해결되게 마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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